[썰 백업]다자츄-꽃의 이름

하나하나 병에 걸린 다자이×하나하키 병에 걸린 츄야

창고 by 해백

2020년 4월에 적은 썰 백업입니다. 캐붕에 유의해주세요

D-30.발병發病 

하나하나병. 그것은 자신의 병명이었다. 몸에서 피는 꽃은 사랑을 양분으로 삼으며, 결코 사랑을 원해서는 아니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을 잘라내는 것은 다자이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야, 다자이. 

이 사랑스러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어찌할까.

-다자이. 

-왜, 츄야.

걱정스러운 듯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퍽 사랑스러웠다. 다자이는 모든 것과 벽을 치는 듯한, 18세 정도의 눈을 하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그 시절의 다자이를 알고 있었기에 심히 걱정이 되었다. 혹여 잘못되진 않을까, 제 연인을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그 즈음, 나카하라도 병원을 방문하였다. 

하나하키병. 짝사랑하는 상대가 생겼을 때, 계속하여 꽃을 토해내는. 

두 사람은, 어딘가 조금 닮아있었다.

D-29. 관통貫通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밤이었다. 나카하라의 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조용히 수다를 떠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의 조용한 밤.

-콜록.

나카하라가 조용히 기침소리를 내었다. 팔랑, 작은 꽃잎이 식탁 위로 떨어졌다. 장미의 꽃잎이었다.

-츄야?

다자이는 꽃잎을 발견했고, 당황스러움과 의아함이 묻어나는 투로 나카하라를 불렀다. 톡. 다자이의 몇 되지 않는 드러난 피부 위로 새빨간 꽃이 피어났다. 동백꽃이었다.

D-28. 

날짜는 그새 넘어가고, 둘은 어색하게 와인잔만 홀짝였다. 츄야는 이미 취한 듯 했다.

-야,. 다자이. 

-왜, 츄야.

-그거, 하나하나지. 

-꽤나 잘 알고 있잖아. 그럼 자네가 하나하키 병에 걸렸다는 사실 쯤은 알고 있을거라 생각하네만.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D-16 악화惡化

다자이의 병은 점점 악화되어,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나카하라의 귀에도 들어왔다. 병원에 찾아가서 본 것은, 드러나 있는 피부 이곳저곳에 붉은 동백꽃이 피어있는 그였다. 갑자기 토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은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곁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초점을 잃은 눈이 나카하라를 봄으로써 생기를 되찾은 듯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반대쪽 손에서 붉은 동백꽃이 하나 더 피어올랐다.

-츄야. 

-...다자이. 

나카하라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치밀어오르는 토기에 참지 못하고 꽃들을 내뱉었다. 다자이는 그런 나카하라의 등을 가볍게 쓸어주었다. 

-츄야.

-왜. 

-안게 해줘.

그럴 수 없어. 나카하라는 몸을 뒤로 뺐다. 네가 나으려면 나는 없는 게 나을 텐데. 왜 나를 잊지 못해서.

-츄야.

나카하라는 쉬이 다가가지 못했다. 더 악화되면 죽을 지도 모르는데. 내가 포기하는 게 나을 텐데. 저 놈한테 사람 하나 잘라내는 것 쯤은 쉬운 일일 텐데. 왜. 

-...왜, 

그 말을 끝으로 나카하라는 며칠간 병원을 찾지 않았다. 다자이의 병이 더욱 깊어져만 가던 열흘이었다.

D-6 말末

다자이를 잊자고 결심한 나카하라는 병원 근처로는 가지 않았다. 열흘 동안 얼굴을 보지 않았더니 조금 잊혀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콜록, 콜록.

더욱이 자주 치밀어오르는 토기에 기침으로 대신하곤 했다. 그때마다 붉은 장미꽃이 떨어졌고, 나카하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경쾌한 전화벨이 나카하라의 귀를 때렸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내는 다자이. 총칼을 맞고도 멀쩡하였지만 고작 꽃 때문에 시들어가는 다자이. -...여보세요. 

-츄야. 

둘의 말은 몇 분이고 이어지지 않았다.

-...츄야, 끝까지 날 보지 않을 셈인가. 

-이제 그만 잊으래도,

사실 잊지 않았으면 해. 

-내가 자네를 어떻게 잊겠나, 윽... 

아냐, 제발 잊어 줘. 

-.... 

-츄야. ...마지막으로, 자네를 보며 죽어가고 싶네.

-다자이, 

-그럼 와 줄 걸로 알고, 끊겠네. 사랑해, 츄야. 

이제는 사랑한다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다자이였다. 그날 밤,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병실로 찾아갔다.

-다자이. 

피곤한 눈을 한 다자이는 창밖을 바라보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힘겹게 빙긋 웃었다. 그 모습에 나카하라는 또다시 꽃을 토해냈다. 

-츄야,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지 않겠는가.

-.... 

-마지막 부탁일세.

끄덕, 고개를 작게 흔든 나카하라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다자이의 몸에선 붉은 동백이 한 송이 더 피어났다. 아직 잊지 못했구나. 나카하라는 점점 수마가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오늘 하루가 고단해서일까, 생각을 많이 해서일까.

-다자이, 

-응. 

-다자이...

다정하게 제 머리를 쓸어주는 다자이를 보며, 나카하라는 눈을 감았다.

D-DAY 

나카하라는 불쑥 찾아온 불길한 예감에 눈을 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화창한 아침이었다. 커튼 사이로는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으며, 짹짹거리는 새들의 소리도 들려왔다. 세상의 모든 것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누워 있는, 단 한 사람을 빼곤.

-...다자이, 

돌아오는 대답 따윈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잠든 것 같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 남자의 체취만이 있을 뿐. 결국 나에게 사랑을 다 주곤, 넌 떠났구나. 

나카하라는 다자이였던 몸의 입에 살포시 입을 맞추곤 병실을 조용히 떠났다. 그의 꽃을 토해내는 병은 나아 있었다. 그가 누웠던 침대 끄트머리에는, 은색의 백합 몇 떨기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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