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계를/타피
[오늘 가게 쉽니다] 프란츠 카페의 조명은 켜진 채였다. 가게 안에는 직원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뭐라뭐라 쑥덕이고 있었지만 유리문에는 '오늘 가게 쉽니다' 가 붙었다. 하이든은 심각하게 깍지를 끼고 아이디어만 무성했다가 전부 검은 연필로 좍좍 줄이 그어진 종이를 바라본다. 갑자기 시베리아의 공기와 함께 확 닥쳐온 한파를 맞고 온몸이 쑤셔오자 크리스마스가
개판이었던 상인연합회였지만, 놀랍게도 오고간 이야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새벽 두 시 쯤 대충 파장인 대학교 축제이니,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는 가게 영업을 마친 로시니가, 새벽 네 시부터 여섯 시까지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야행성인 라벨이, 그리고 여섯 시부터 여덟 시까지는 하이든이 사고 안 나게 골목 주변을 자체적으로 지키고 있기로 한 것이었다.
이 정도 이야기했으니 잠깐 쉬어갈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프란츠 카페도 쉬어갈 때가 됐다. 음, 정확히 말하자면 프란츠 카페가 쉬고 있다고는 할 수 없겠다. 쉬고 있는 것은 하이든뿐이었고 슈베르트랑 리스트는 바쁘게 커피를 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려 한 테이블에 앉은 7명의 상인연합회 손님을 대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슈베르트의 얼굴에 스친
"아유, 누구랑 그렇게 톡을 열심히 해? 여자친구?" 하이든이 슥 슈베르트의 어깨 너머로 폰을 들여다 보자 슈베르트가 새된 비명을 지르며 휴대폰을 떨어뜨린다. 이미 금이 갈 대로 간 불쌍한 휴대폰은 아직 작동한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저렇게 두꺼운 케이스를 끼고서도 화면에 거미줄처럼 금이 가게 하는 것도 재주였다. "아빠였어요... 아빠요. 아 진짜 깜
11월 매출을 정산한 하이든은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개업한 지가 세네달이 되어가자 적자가 슬슬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보통 카페가 입소문이 나는 데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대로 잘 유지만 해도 꽤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각각의 손님들은 서로 다른 점을 칭찬했는데, 모차르트는 넉넉한 사장님의 인심을, (외상을 벌써 몇 번
마른수건으로 접시를 박박 닦던 하이든이 고개를 들자, 진흙 잔뜩 묻은 신발을 바깥 매트에 벅벅 비비고 있는 베를리오즈가 보였다. 부스스한 벌건 머리에 연필만 꽂아주면 꼭 미친 과학자 같겠다 싶었다. 대충 신발 밑창을 확인한 베를리오즈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하이든에게 꾸벅 인사한다. "어서오세요. 주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에휴, 오늘 밖에 진짜 덥
카페는 그럭저럭 운영되고 있었지만,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으니 하이든의 마음속에도 스멀스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나 좋은 품질로! 이렇게나 싼 값으로 커피를 제공하는데 더 손님이 와야 하지 않겠는가! 기껏 대학생들을 위해서 열었는데 아직도 오는 대학생들이라고는 프로코피예프 친구뿐이라니 말야. 하이든은 뺨을 부풀리며 얼굴을 구겼다. "프란츠야. 너는
프란츠 듀오는 평화로운 카페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이든은 슈베르트를 프란츠라 부르면 슈베르트 쪽은 구분을 위해 점장님이나 사장님이라 부르는 게 보통. 이 가게 첫 직원으로 채용된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는 올해 스물아홉, 존재론적 위기에 놓이기 딱 좋은 나이였다. 졸업하고 교원으로 일하다가 문득 교무실의 처참한 커피 맛을 더 이상 못 참겠다며 뛰쳐나와 바
아마 신장개업한 카페가 개업 초반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날은 개업 첫 날일 것이다. 하이든 본인도 딱히 플러스 매출을 기대하고 연 카페는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었지만. 어쨌든 개업 첫날은, 정상적인 카페라면 엄청나게 바쁠 것을 예상하게 된다. 그리고 예상 그대로 하이든의 손목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카페를 흑자로 유지하려면 하루에 100잔
당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는 카페가 몇 개나 있는가? 천 개? 이천 개? 참고로, 파리에는 5천여 곳의 카페가 있으며 빈에는 2,500여 곳, 뉴욕에는 3,500여 곳, 그리고 서울에는 무려 18,000여곳의 카페가 있다고 한다. 그 레드 오션에 또 한 사람이 발을 담굴 날이 밝아왔다. 이곳은 유럽의 어느 도시인데, 어디라고는 단언할 수 없는 동네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