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그리며 - 메이리
어른이 된 메이리가 소설 쓰는 이야기를 메이리 1인칭 시점으로
* 전생 얀과 그냥 얀이 나오는데 날조 주의
* 성장if 중에서 제일 정사에 가까운 루트입니다.
평화롭다.
원래도 큰 굴곡이 있는 인생은 아니었지만, 이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1만자.......까지.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큰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저기.......)
(여, 여긴 어디입니까?! 당신은......!)
엉엉 울면서 당장 눈앞에 나타난 사람에게 매달린 그 달밤.
별조차 없는 어두운 밤에 떠오른 달빛 같은 그 사람에게.......
나는 이 시대 사람이 아니다. 학문과는 연이 없어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지만 최소 몇 백 년이 지났다고 들었다. 그때부터 또 한참 지났으니 그 시대는 이제 정말로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 지금 내가 두드리고 있는 컴퓨터... 그런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던 시대.
"메이리, 다 해 가나요?"
"아, 이제 본 원고를 하면 돼요. ——위에 어머니."
"후후, 너무 열심히는 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요."
눈 깜짝할 사이에 낮은 밤이 되었지만 나를 비추는 비츤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원고——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글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던 평민인 내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지다니.
이번에 쓸 내용은 단편이다. 다음 단행본 권말에 살짝 끼워넣을 신작.
제목은 '지울 수 없는'.
두번 다시 있을 수 없는, 마치 꿈과 같은 그 일상을 존재하는 형태로 남기고자 쓰는 소설. 내 마지막 억지.
그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언제였지?
"아으....... 손이......."
그때 내가 맡은 일은 하루에도 수십 벌이 나오는 빨랫감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젖었다가 마르기를 수도 없이 반복한 내 손은 도저히 어린아이의 손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당시에는 힘들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연고가 잘 들 거야."
"어...... 네?"
그래.
그것이 나와 그의 첫 만남이었다.
...참고로 그 연고는 그의 상처에는 잘 들었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그럼 메이메이는 여기에 팔려온 거란 말이지......."
"메...... 네, 맞습니다."
첫 만남에 갑자기 별명을 붙여 부르다니, 실례를 모르는 사람이구나. 첫 인상은 그 정도였다.
"아, 친근함을 담아 메이메이라고 불러도 되지?"
"부르기 전에 말씀하세요!"
유독 특이한 눈동자를 가진 젊은 병사는 붙임성이 좋아 행동 반경이 겹치는 나와 곧잘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의 동생과 비슷한 나이인 내가 궂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서였을까?
그 나이에 봉급도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도 나에게 간식거리를 사주기도 했다.
하루는 내가 궁 바깥을 그리워하고 있을 때.
"그럼 몰래 나가보는 건 어떠냐?"
"안 돼요. 저는 바로 붙잡힐 거예요. 그게 아니더라도 몸을 지킬 수단도 없고......."
"흐음......."
대체 어떻게 논리가 전개되면 그런 결론이 나는지, 그날 이후로 그는 개인적으로 호신술을 가르쳐주었다.
식칼조차 잡아본 적이 없던 당시의 나는 무서워서 한사코 거절했지만 그는 어떻게든 나에게 단검을 쥐어주며 설득시켰다.
"배워만 두면 언젠가는 쓸 일이 있을 거라니까 그러네!"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가르쳐 준 단검술과 승마는 분명 내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도 검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어린 동생들이 있는 그는 나를 달래...... 아니, 가르치는 것에도 능숙해서 짧은 기간동안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본인은 내 능력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이 시대에 와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메이메이, 전병 먹을래?"
"저는 월병이 좋은데요."
"어, 월병은 오늘 못 샀는데......."
"농담이에요. 농땡이 피우는 오빠를 놀려 본 거죠."
"농땡이 아니거든?!"
한 가지 사건을 회상하면 이어서 여러 풍경이 지나간다.
나는, 그것들을 한데 묶어...... 전부 남길 것이다.
"메이메이!"
"아......."
좀처럼 진도가 나아가지 않아 단른 생각을 하던 나를 누군가가 불렀다. 머리에 묵직한 것이 올려져 있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나를 또 쓰다듬고 있었던 것 같다.
올려다 보면, 그때 그 사람과 많이 닮은 눈동자를 지닌 사람이 있다. 나를 부르는 애칭도 같다.
하지만 그와는 다람 사람이다.
"그만 일하고 놀러 가자!"
"......농땡이는 안 돼요. 마감이 있는데......."
"오늘 하루종일 앉아 있었으면서 뭔 소리야!"
아.......
그 말을 듣고 시계를 보았더니 이미 자정을 넘긴 것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아침부터 먹고 쓰고 먹고 썼으니, 하루종일이라는 말에 어폐는 없다.
"그럼 잠시 산책을."
"좋아, 빨리 준비하고 오라고!"
"오라버니가 아직 덜 날뛴 것에 제가 휘말리는 건 아니죠? ......벌써 사라졌네."
닮았지만 다른 사람.
나는 그 사람을 그리며, 현재를 살아간다.
'만일 당신이 그 시대를 끝까지 살았다면, 마지막 순간에 후회 한점 없기를.
끝.'
근데 시대를 끝까지 살지도 못했고 마지막에 볼품없이 죽어버린 전생의 오라버니.........
메이리가 사라진 날에 전생 얀도 휘말려서 죽어버립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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