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wberry Donuts & Jalapeño Tabasco

2024.01.20 디페 밧울 쁘띠존 무료배포 웹공개

Curtain Call by 펠멜
69
5
0

~트위터 썰~

밧슈의 1인용 텐트

https://twitter.com/plml__/status/1697583184555466775

플러팅 대처

https://twitter.com/plml__/status/1697119541795651753

라디오 드라마

https://twitter.com/plml__/status/1688885347823099904

불 끄고 샤워하는 욾

(서클트) https://twitter.com/plml__/status/1702639177190568363

여기서도 볼 수 있음 https://sugarsong.postype.com/post/15117361

핫케이크

https://twitter.com/plml__/status/1694363156418834463

* 핫케이크의 의미 이거는 제가 몇 년 전에 인터넷 어디선가 본 거라 확실하지 않구요 가볍게 소재로만 생각해주세요

이것도 조금... 영원

https://twitter.com/plml__/status/1695075029279461388

“오늘은 노숙인가!”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보다 멀군…”

한 쌍의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고 검은 비로드 같은 하늘에 고운 모래 알갱이를 뿌린 듯이 총총히 별이 빛났다.

밧슈는 익숙하게 짐에서 간이 텐트를 꺼내서 빠르게 세웠다. 허술한 천 덩어리에 가깝지만, 없는 것보단 훨씬 낫다. 영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밤의 사막에서는.

작게 모닥불을 피우고 대충 끼니를 때웠다. 오늘의 늦은 저녁은 육포를 넣은 묽은 스프. 조금 짰다. 두 사람은 남김없이 모두 먹었다.

뒷정리 후 불 위에 모래를 덮어 끄고서 밧슈는 잠시 고개를 젖히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루이더가 가르쳐주었던 별자리 몇 개가 보였다. 계절적으로는 가을, 인가.

울프우드가 일어서며 말했다.

“불침번, 내가 먼저 선다.”

“엇, 잠깐만, 울프우드.”

일어서는 그를 말리며 밧슈가 손을 내저었다.

“지치지 않았어? 오늘 낮에 그 난리를 겪었는데.”

“그 난리가 난 원인 제공자께서 그렇게 말해봤자.”

“아하하, 하하… 어쨌든, 오늘은 웜즈도 조용하고, 하룻밤 정도는 불침번 없이 쉬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옮기며 길게 연기를 뿜어내고 울프우드는 눈을 가늘게 떴다.

“너랑 있으면 나는 안심을 못하겠는데. 갑자기 저 바위 너머에서 습격이 오더라도 놀랍지 않을 거다.”

“아니이, 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말고. 말이 씨가 된단 얘기 못 들어봤어? 그리고 말야, 너랑 나 정도면 습격이 있어도 금방 대처할 수 있잖아.”

잠시 담배를 피며 밧슈를 내려다보던 울프우드의 몸에서 힘이 빠졌다. 하긴, 보험 아가씨들도 지금은 같이 있지 않으니까.

“그래, 하룻밤 정도는.”

밧슈는 흡족하게 웃고는, 먼저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울프우드는 피던 담배를 마저 끝낸 후에 뒤따라서 밧슈가 있는 텐트 안에 몸을 구겨 넣었다.

“좁다!”

“이거 원래 1인용이니까! 앗, 차지 마!”

“좀 비키라!”

“잠깐, 때리지 말라니까!”

평균을 웃도는 신장의 건장한 남자 둘이 누우니 여간 비좁은 게 아니었다. 둘은 서로를 차고 치며 뒤척이다가, 간신히 편한 자세를 잡았다. 등을 맞댄 자세였다.

타인의 뜨끈한 체온이 등 뒤에 붙어있으니 평소보다도 훨씬 잠이 빠르게 몰려왔다. 밧슈는 낮게 속삭였다.

“잘 자, 울프우드.”

너도, 한숨 소리처럼 들려온 대답과 함께 암전.

드디어 도착한 다음 마을에서 두 사람은 말없이 의견을 통일해서 식당부터 찾아갔다. 남은 돈은 아슬아슬했지만 한 끼 정도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커피를 리필하러 다가온 귀여운 앞치마의 종업원이 밧슈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 손님 눈이.”

“예?”

“정말 예쁜 청록색이네요. 이렇게 예쁜 색은 처음 봤어요.”

밧슈는 웃는 얼굴 그대로 칭찬을 돌려주었다.

“당신 눈도 예쁜데요, 흑요석 같아.”

“아이, 참. 빈말 안 해줘도 돼요.”

“빈말 아닌데요, 미스…?”

“라일라예요.”

“이름도 예쁘네요!”

“아이, 정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종업원 아가씨가 서비스라며 와플을 가져다주었다. 행복하게 웃으며 와플을 반을 잘라 내미는 밧슈를 울프우드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 채 쳐다보고 있었다.

“왜? 빨리 먹어, 맛있어.”

“너 그거 다 알고도 하는… 아니, 아니다.”

포크로 와플 반쪽을 찍어 올려 크게 한입에 모두 집어넣은 울프우드를 향해 싱긋 웃으며 밧슈가 물었다.

“글쎄? 어떤 것 같아?”

눈썹을 왕창 구기고서 와플을 마구 씹어 넘기고서 울프우드가 먼저 일어섰다.

“좀더 노닥거리다가 오던가.”

“앗, 잠깐.”

때마침 한 번 더 커피를 리필해주러(라는 핑계를 대고) 온 라일라가 말을 또 걸기 시작해서 밧슈는 울프우드를 쫓아가지 못했다.

간신히 대화와 계산을 끝내고서 밖에 나온 밧슈는 큰길 쪽을 한 번 훑어보다가, 몸을 돌려서 옆 건물과의 사이로 난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울프우드가 벽에 기대어 선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다만,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건 예상 못한 그림이었다. 밀리만큼은 아니지만 키가 큰 여자였다. 담배를 문 채 울프우드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고, 울프우드의 입에 걸린 담배 끝에 자신의 담배를 갖다댄 채 깊게 숨을 빨아들였다. 불씨가 옮겨붙었다.

불이 붙은 담배를 든 채 여자는 뭐라 웃으며 말을 하고서 골목 반대편으로 걸어 나갔다. 혼자 남아 묵묵히 담배를 피는 울프우드에게로 밧슈는 천천히 다가갔다.

“뭐였어 그거…?”

“뭐가?”

밧슈의 질문에 정말 모르겠다는 듯 선글라스 너머로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더니, 되묻는다.

“맞담 말야?”

“아니, 그냥 성냥 건네면 되는 거지, 불 가져가겠다고 굳이 그렇게 담배 끝을 맞대는 건…”

“그게 왜? 가끔 있는 일인데.”

“가끔 있는 일이라고?!”

펄쩍 뛰는 밧슈를 울프우드는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곤란한 표정으로 밧슈는 빳빳이 세팅한 자기 머리를 무의식 중에 몇 번 쓸어넘겼다.

“하아, 알고는 있었지만 위험한 남자였군.”

“뭐라는 거야.”

“따져보면 그게 더 나쁜 거 아니야? 자각도 없다니.”

“뭔 소리냐고.”

“아니, 이런 걸 하면서 아무 생각도 안 든다고?”

갑자기 밧슈의 손이 다가와서 울프우드는 내심 움찔했다. 긴장한 울프우드를 아랑곳 않고 정장 상의 안쪽 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은 밧슈는 담뱃갑을 끄집어냈다. 오늘 아침에 새것을 뜯은 걸 봤는데 벌써 몇 개비만 남고 가벼워져 있는 내용물을 보면서 혀를 찼다. 검지로 톡, 치면 튀어나오는 한 개비. 입술 사이로 옮겼다. 울프우드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밧슈는 도전적으로 그와 눈을 맞춘 채, 천천히 다가가, 그가 물고 있는 담배 끝에 자신의 것을 꾹 갖다댔다.

숨을 들이키자, 불이 옮겨왔다. 필터까지 짧아진 담배가 울프우드의 입에서 힘없이 떨어진다. 밧슈는 물고 있는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시며, 땅에 떨어진 꽁초를 발로 밟아 비벼 껐다.

“어때? 위험하지?”

짓궂게 굴고 싶어진 기분 그대로, 연기를 울프우드의 얼굴에 길게 후, 불었다. 그는 흡연자답게 콜록거리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찌푸렸다. 비어 있는 그 입술에 밧슈는 자신의 담배를 빼내어 물려주었다.

“다음부턴 그냥 성냥을 줘.”

“…….”

아무 대꾸 없는 울프우드를 잠시 쳐다보다가 밧슈는 발을 옮겨 왔던 길을 되돌아 골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뒤에서 말없이 울프우드가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밧슈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앗! 잠깐 멈춰라!”

여관방에서 구식 라디오의 스위치를 돌려 이리저리 전파를 맞춰보던 밧슈는 갑자기 터져나온 목소리에 놀라 손을 뗐다. 돌아보니 정장과 홀스터를 벗어놓고 셔츠 차림인 울프우드가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티타니아의 대모험!”

“티타니아의 대모험?”

“쉿!”

되묻는 밧슈를 조용히 시키고 울프우드가 맞은편 의자에 냉큼 앉아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밧슈도 덩달아 라디오에 집중했다.

황당무계한 라디오 드라마였다. 어린이용 공상과학 이야기. 작은 요정 티타니아는 요정 왕국에 닥쳐온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동료가 생기고, 사건을 겪고, 보물을 찾고, 뭐 그런 스토리인 것 같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에피소드는 거의 결말부인 듯, 왕국의 위기를 불러왔던, 요정 여왕의 횡포와 저주가 사실은 악당들이 걸었던 세뇌 때문인 것이 밝혀지고, 악당을 무찌른 티타니아 일행이 여왕에게 걸린 세뇌까지 모두 풀어, 위기가 해결되고 해피엔딩, 그런 유치한 극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듣다 보니 귀엽긴 했지만, 그뿐이고, 그런 만들어진 이야기보다 밧슈는 눈앞의 동행이 더 재밌었다. 가리는 것 없이 드러난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울프우드는 숨을 죽이고 몰입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워낙 몰두하고 있으니 방해하거나 장난을 걸 생각도 안 들었다.

‘티타니아의 대모험’ 이번 주 이야기는 곧 끝이 났다.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마지막 편이 재방영된다는 요란한 홍보가 흘러나왔다. 울프우드는 굉장히 아쉬워하며 한숨을 쉬었다.

“결말이 궁금한데… 그래도 이거라도 들은 게 어디야. 정말 오랫동안 궁금했다, 왕국의 위기라는 게 대체 정체가 뭔지. 그렇군, 여왕은 세뇌당했던 것뿐인가…….”

그 중얼거림에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밧슈는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내내 같이 있던 밧슈의 존재를 그제야 새삼 깨달은 듯이 울프우드가 단숨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뭐고! 웃지 마라!”

“아하핫, 아니, 아니 미안, 비웃는 게 아니고, 너무 귀여워서!”

“뭐!? 뭐가 귀여운데? 내가? 니 눈 삤나?!”

“아하하하, 하핫, 너무 귀여워!!”

“웃지 말라니까!”

여관에서 제공해주는 공짜 저녁을 밧슈가 아래층에서 받아 올라왔을 때, 라디오는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동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씻으러 들어갔나, 하기엔 샤워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고 화장실의 불이 켜져 있지도 않았다. 밧슈는 아무 생각 없이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고 문을 열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체인 채로 막 수도꼭지를 돌리려던 울프우드와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말았다.

“우와아아악! 미안, 미안!!”

“어, 아니.”

“정말 미안!”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고 그 문에 바짝 등을 붙이고 서서 밧슈가 이어서 고함을 질렀다.

“진짜 미안!!”

“괜찮대도.”

“안 괜찮아 내가!”

안에서 샤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밧슈는 순식간에 어색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근데 너 전부터 왜 불도 안 키고 문도 안 잠그고 씻는 거야? 저번에도 너 있는데 들어갈 뻔했다고.”

“아, 음… 물어보는 건 좋은데, 너 거기 계속 서있을 거냐?”

“아, 진짜 미안!”

밧슈가 질문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건 씻고 나온 울프우드와 아직 따뜻한 저녁을 먹으면서였다. 대충 말린 검은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걸 어딘지 견디기 어려운 기분으로 쳐다보다가,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식사를 중단하고 스푼을 딱, 내려놨다.

“그러니까, 왜 자꾸 불을 끄고 들어가냐고. 아니 상관없는데, 같이 다니는 사람이 있을 땐 신경 좀 써줘.”

“아, 그래. 알았다.”

“아니, 근데 진짜 왜 안 키는데? 따지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그래.”

“징그러워서.”

울프우드는 얼마 전에 사막에서 야영하며 먹었던 묽은 스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진하고 고소한 스프에 빵을 찍어 먹으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밧슈는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뭐가?”

“징그럽다고.”

“그러니까 뭐가?”

울프우드는 한 손으로 빵을 들고 뜯어 먹으며 다른 손으로 자신의 몸을 휙 가리켜 보였다.

밧슈는 먹었던 치킨 조각이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았다.

“아니? 하나도 안 징그러워! 무슨 소리야 대체?”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맞은편에 앉은 울프우드를 위아래로 훑어봤고, 그게 굉장히 무례한 짓이란 걸 한 박자 늦게 깨닫고 말았다.

“아, 미안!!”

이쯤 되면 저기 벽에라도 머리를 쾅 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울프우드가 씹던 빵을 꿀꺽 삼키고 씩 웃었다.

“보고 싶으면 실컷 봐도 되는데?”

“진짜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울프우드는 큭큭, 웃더니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서 했다. 밧슈도 따라서 다시 먹기 시작하며, 뭔가 설명을 더 들을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는 계속해서 말을 더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치 ‘징그러워서,’ 그게 무슨 답이 될 수 있다는 듯이.

정말이지, 대체 어디가? 같이 숙박하며 몇 번 봤던 맨살이나, 아까 실수로 봐버린 몸 그 어디에도 ‘징그럽다’고 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 상처 하나 없이 매끄러운 피부에, 근육으로 꽉 찬 단련된 신체는 오히려 대부분의 남성들에게서 부러움을 살 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처가 없는 점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든다. 자신처럼 어디 믹서기에라도 갈린 것처럼 흉한 상처투성이인 것도 이상하지만, 울프우드 같이 중화기를 든 건맨이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몸인 것도, 꽤 이상한 얘기다.

하지만 어딘지 더 따져 묻기 어려워서, 밧슈도 묵묵히 식사를 마저 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언제나와 같이 일찍 일어난 밧슈는 짧은 명상을 포함한 아침 루틴을 마치고서 마을을 한 바퀴 뛰기 위해 가벼운 차림으로 밖에 나섰다. 혼자 다닐 때는 방 안에서 트레이닝을 이것저것 했지만, 울프우드가 자고 있으니 깨워버리는 것도 좀.

달리기를 끝내고 돌아오니 인심 좋은 여관 주인장이 아침을 먹을 거라면 재료를 제공해주겠다고 했다. 부엌을 빌려서 구운 핫케이크를 탑처럼 쌓아서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울프우드가 깨어 있었다. 막 일어난 듯이 헝클어진 머리로 졸린 얼굴을 한 채 침대에 앉아있다. 원래는 이보다 일찍 깨서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같이 다니면 다닐수록 점점 더 늦잠을 자는 것 같다.

“일어났어? 아침 먹자!”

쾌활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핫케이크가 실린 트레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던 울프우드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웃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그를 바라보다가, 전염성 있는 웃음소리에 밧슈도 입술에 미소를 걸고선 물었다.

“뭐야? 뭐야, 왜 웃는 거야?”

“하핫, 아니, 하. 니한테 어젯밤에 암것도 안 해줬는데 괜찮나?”

“뭐야 무슨 소리야? 뭘 안 해줘?”

“니 이거 모르나?”

다시 크게 웃기 시작하는 울프우드를 밧슈는 이제 조금 째려봤다.

“그만 웃고 와서 빨리 앉기나 해!”

“하~ 진짜 모르나 보네.”

“내가 뭘 모르는데?”

웃다가 눈물까지 맺힌 울프우드가 검지로 눈가를 닦아내며 맞은편에 앉았다. 핫케이크를 자기 접시에 덜고선 거침없이 포크로 썰어서 덥석덥석 먹는다.

언제 봐도 참 잘 먹는단 말야, 밧슈는 살짝 찌푸리고 있던 얼굴을 풀고 피식 웃고선 자기 몫의 핫케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한창 먹더니 울프우드가 폭탄을 투하했다.

“어젯밤엔 고마웠단 뜻이다.”

“응?”

“아침에 구워주는 핫케이크. 어젠 고마웠다는, 그런 뜻이라고. 진짜 모르나?”

다 큰 남자가 포크를 입에 물고 고개를 갸웃해봤자 하나도 안 귀엽거든!

어젯밤엔 고맙다고? 아침 핫케이크에 그런 뜻이 있다고? 완전히 처음 듣는 이야긴데? 대체 그런 걸 어디서 듣고 알고 있는 거지?

구워줬나, 핫케이크를? 누군가, 아침에?

만약 그렇다면 그건 싫을 것 같은데.

밧슈의 정신에서 일어나고 있는 붕괴를 아는지 모르는지 울프우드는 태연히 입술에 묻은 부스러기를 핥아 먹었다. 아무래도 일부러 저러는 것 같았다. 그러자 갑자기 한 가지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

“앗, 거짓말이지! 나 놀리는 거지?”

“내가 거짓말까지 쳐가며 니를 놀릴 이유가 어디 있는데?”

“아니아니, 너 충분히 그럴 것 같으니까!”

“내가? 아닌데.”

혹시 며칠 전에 골목길에서 담배 가지고 장난친 거를 보복하는 거냐고, 따져 묻고 싶은 걸 밧슈는 간신히 꿀꺽 삼켰다.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댔다.

“완전 맞는데.”

“아니라고.”

“맞다니까.”

“아니다.”

“맞아!”

“아니라캐도!”

“맞- 아야! 폭력 반대!”

며칠 후, 그들은 또다시 밤의 사막에서 노숙할 준비를 했다.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게 모닥불을 작게 피웠다. 유일하게 의지할 만한 텐트는 여전히 천 덩어리보다 조금 나은 수준. 육포는 이제 슬슬 다 떨어져 가고 스프는 이번에도 묽었다. 여전히 조금 짰다.

울프우드가 담배를 피는 동안, 밧슈는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미끄러운 벨벳 같고 그 위에 실수로 별이 가득 든 병을 넘어뜨려 제멋대로 흩어진 것 같은 모양새로 오늘도 수많은 별들이 저마다 반짝인다. 빛의 속도로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날아와 우리 눈앞에 도달한다. 그들 중에는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도 있겠지. 과거의 모습이 이렇게 머나먼 곳까지 전해지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시간도 공간도 가로질러, 손을 뻗으면 닿을 듯이.

이번에는 실랑이하지 않고 같이 텐트에 들어가 누웠다. 밧슈는 문득 등 뒤에 닿는 체온이나 들려오는 규칙적인 호흡 같은 것들이 간지럽다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사람의 소리다. 울프우드의 소리.

“울프우드.”

대답이 없다.

“너 말야, 하나도 안 징그러워.”

침묵.

“티타니아의 대모험 말이야, 생각났어. 전에 들렸던 마을의 애들이 무척 좋아했었던 거. 그거 말야, 후속작이 있다?”

“뭐라고!?”

자는 척을 내던진 울프우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장난이 성공한 아이처럼 밧슈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울프우드가 그의 어깨를 덥석 잡고는 세차게 흔들었다.

“니! 그거 뻥이면 죽는다!”

“아하핫, 하하하핫,”

“뻥이면 퍼니셔 맛을 보여줄 거니까 알아서 해라?! 니는 뻥이래도 내는 뻥이 아니다!”

“뻥 아냐, 뻥 아냐. 진짜야. 무슨 얘긴지 들어볼래?”

어깨를 미친 듯이 흔들던 손이 딱 멈췄다. 울프우드는 어두운 천막 속에서 밧슈를 내려다봤다. 빛은 거의 없었지만 어슴푸레한 어둠에 적응한 눈에 그의 표정 정도는 읽혔다. 울프우드는 조금 망설이는 듯, 확신이 없는 얼굴이었다. 밧슈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들을래.”

웃음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울프우드가 몸을 푹 수그려 이마를 자신에게 툭 기대었다. 놀라지는 않았지만, 밧슈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동작을 멈췄다.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깊게 호흡을 한 번 하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지막 화에서, 세뇌가 모두 풀린 여왕과 함께 티타니아는 왕국에 걸린 저주를 풀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왕국의 모습을 되찾는 데 성공해…… 하지만 남아있던 악당 세력이, 이번엔 티타니아를 노려.”

울프우드가 숨을 훅 들이켰다. 밧슈는 아까의 그 간지러움을 다시 한 번 더, 강하게 느꼈다.

“티타니아는 함정에 걸려들고, 악당이 그녀를 납치하는 데 성공하지…… 그래서 그녀의 동료, 그, 마법사가 하나 있는데,”

“오베론.”

“그래, 오베론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나면서 ‘티타니아의 대모험’은 끝나. 그리고 ‘마법사와 별나라 왕자’라는 후속편으로 이어져.”

“뭐고 그게……”

“그치, 어이없지. 아무리 후속편을 팔고 싶었대도…”

“진짜 너무 궁금하다이가. 젠장…… 별나라 왕자는 또 누군데? 우리 편이가? 좋은 놈이가, 나쁜 놈이가? 궁금해서 돌아버리겠다……”

밧슈는, 숨을 한 번, 두 번 쉬고서, 참으려고 애는 썼지만, 결국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왜 웃는데?! 웃지 마라!!”

“아하하, 하핫, 진짜 귀여워!”

“니 아무래도 눈 삤다! 뭐가 귀엽나!”

“그야 너무 귀엽잖아!”

“그니까 뭐가!”

그야 귀엽지. 그런 유치하고 귀여운 모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네가 안 귀여울 리 없잖아.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자신의 어깨를 때리는 무자비한 주먹질은 안 귀엽지만.

밧슈는 바란다. 그 유치한 어린이 SF 모험 이야기의 끝이 그렇듯이 우리의 여행도 후속편이 끝도 없이 이어지기를. 이 여행이 끝나도 새로운 여행으로 이어지기를. 그 여행에도 곁에 네가 있기를.

그때엔 네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라디오 드라마를 결말까지 모두 들을 수 있기를.

캐묻지 못하고 묻어둔, 너 또한 먼저 들려주지 않는 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해줄 마음이 들기를.

그 핫케이크 얘기, 대체 너는 어디서 알게 된 건지 그것도 좀 가르쳐주기를.

별들의 빛이 수십, 수 광년의 거리를 가로질러 지상에 닿는다. 그중에는 이제 더는 없는 별의 빛도 함께. 과거에서 발한 그 마지막 찬란함은 그러나 지금 이렇게 어김없이 전해진다. 사람들에게서 사람들에게로 전해지는 별자리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처럼.

별조차도 영원하지는 않지만, 이 우주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끝나는 날까지를 영원이라 한다면 그 영원에 가장 가까운 시간만큼,

밧슈의 웃음은 한참 이어졌지만 이내 가라앉았고 몇 번이나 밧슈의 어깨를 때리며 분해하던 울프우드도 다시 눕고 얼마 안 있어 금방 잠이 들었다.

등을 맞대고 누워있자, 웃고 떠드는 동안 희미해졌던 간질거림이 돌아왔다. 닿은 몸이 부풀고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일정한 호흡을 유지한다. 신경을 세우면 들을 수 있는 규칙적인 심장 소리. 살아있는 인간의 소리.

별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런 소리가 나지 않을까.

마치 별이

등 뒤에 내려와 누워있는 것 같았다.

울프우드의 소리를 듣고, 체온을 느끼는 그 시간은,

영원에 가장 가까웠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 ..+ 2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