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Y의불행론

Dandy deary by 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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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가끔씩은 같이 불행해지고 싶었지.

Y는 불 붙인 담배가 제 몸을 태우며 짧아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언덕을 올라야 하는 학교에서 저를 데리러 오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건 우리들의 자랑거리였고 여자친구를 데리러 언덕을 올랐다는 건 그이들의 자랑거리였어. 퍼즐의 두 요철이 꼭 맞물리는 것처럼 우리들은 그렇게 살을 맞댔지만 그 두 개가 같은 모양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

손 끝까지 닿은 불씨를 길바닥에 내버린 Y가 제 양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와 나의 행복에는 공통분모가 없었지만 열일곱의 불행은 뻔하니까.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밤길을 걸을 때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였으면, 하고. 그러면 나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가 된 것처럼 그를 껴안으려고 했지.

Y는 품 속에서 반 접힌 청첩장을 꺼내 귀퉁이를 더듬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되었겠군요.

X가 물었다.

청첩장을 건네며 그 애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남자가 된 것처럼 울었어. 유리창 너머로 차들이 지나가고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에게 아메리카노를 건네는 한낮의 카페에서 그가 훌쩍이는 소리만 정적을 깨는 듯 했지. 그는 불행한 남자였어. 나도 불행한 여자였어. 그가 내 손수건을 품에 안고 우리가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의 뒷모습을 등지고 한 모금도 비지 않은 그의 커피잔을 바라보았지.

Y가 자백했다.

그와 나의 불행에는 공통분모가 없었지만 열일곱의 행복은 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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