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DAYS 06
료켄유사♀
지난 요약 - 료켄은 유사쿠를 사랑하매 괴로워한다.
VR룸의 구석에 앉아있는 유사쿠는 고통의 카오스 속을 부유하고 있었다.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순식간에 유사쿠를 뚫고 지나갔고 유사쿠는 눈을 뜨지도 못하고 그 관성을 따라 흘러갔다. 갈피를 못 잡는 머릿속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도 아프고 지쳤다. 아픔에 쓰러진 채 그대로 어찌 할 수 없는 흐름을 받아들이던 유사쿠의 눈을 뜨게 한 것은 아이가 괜히 '유~사쿠~.' 부르며 노크하는 소리였다. 고개를 들어 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이를 느낀 유사쿠가 자신이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그때가 떠올랐다. 좁은 공간 속, 자신이 힘없이 존재한다. 빛과 고통만이 있는 공간. '흐아-' 괴로운 들숨이 유사쿠를 먹으려는 순간 목소리가 가슴 속에서 울렸다.
'너… 일어나.'
'세 가지를 생각하는 거야……'
료켄, 료켄, 료켄…
처음 만났던 료켄, 10년간 지탱해준 료켄, 지금의 료켄. 공간이 료켄으로 가득 채워졌다. 유사쿠도 료켄으로 가득 찼다. 료켄. 정신이 들었다. 유사쿠는 카오스에서 벗어나 카오스를 바라보게 되었다. 카오스는 마치 데이터 스톰처럼 보였다. 거칠고, 위험하고, 혼란한. 이렇게 폭풍 속을 부유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나를 정리해야 한다. 폭풍을 헤치기 위해서는 우선 입자들을 분류해야 할 것 같았다. 머뭇거리는 손길로 생각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 자수.
둘째, 료켄.
셋째, 자신.
자수. 료켄이 자수를 한다. 유사쿠는 료켄이 자수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리볼버와 하노이의 기사들은 죄를 지었고, 특히 삼기사는 로스트 사건의 책임을 지어야 한다. 다만 유사쿠는 그 날이 더 먼 미래에 올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유사쿠는 곰곰이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되짚어보았다. 어쩐지 료켄 때문인 것 같았다. 10년 전 어렸던 료켄은 여전히 지금의 료켄과 겹쳐져 보이고, 지금의 료켄이 아름답고 성숙한 남자라 할지라도 자신보다 겨우 2살 많은 성인의 문턱에 걸쳐진 소년인 탓에 '아직 어리게' 느껴진 것이 원인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죄에 맞는 벌을 받기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 까닭인 듯 하다. 유사쿠는 그렇게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 보고 싶지 않은 내면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을 느껴 서둘러 생각을 닫아버렸다. 료켄이 자수하는 건 더 생각하지 말자. 벌을 받는 것이 맞으니까. 첫 번째 생각은 그렇게 닫혔다.
료켄. 료켄…… 료켄이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화를 내던 료켄을 생각하자 료켄이 잡아끌었던 손이 욱신거렸다. 유사쿠는 아픈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료켄이 집에 들일 때 잡았던 팔목과 같은 쪽이었다. 따뜻했던 그의 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느껴졌던, 남자답게 크던 손. 그 손이 화를 내며 유사쿠의 팔뚝을 잡았던 순간이 연이어 떠올랐다. 손이 뜨거웠다. 아팠다. 그만큼 그의 눈빛도 아팠다.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에서도 아픔이 느껴졌다. 운명에서 도망치고 싶다며,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며, 사라지라며 소리치는 목소리도…… 그 목소리가 유사쿠의 가슴에 쿵, 울렸다. 크게 울린 만큼 고통이 울렸다.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을 때는 료켄의 목소리가 가슴 속에 행복하게 울렸는데 지금은 재생되는 료켄의 모든 목소리가 유사쿠에게 고통을 주었다. 료켄이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생각하려 했는데 몹시 아프기만 하였다. 생각을 진전시킬 수 없을 만큼 공간의 수많은 료켄이 유사쿠의 가슴에 리볼버를 쏜듯이 아팠다. 두 번째 생각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닫혔다.
자신. 나. 후지키 유사쿠. 나는 정말 그런 존재일까? 유사쿠는 스펙터의 말을 곱씹었다. 내보내기 전 '당신의 존재가 료켄님을 괴롭게 합니다.', 그리고 언덕을 내려가며 했던 말.
"정말 나라는 존재가 료켄을 괴롭게 해?"
"네. 당신은 료켄님의 약점이니까요."
"약점…?"
"그 이상은 말 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당신 때문에 료켄님이 괴로워하시는 겁니다. 그건 알아 두시죠."
유사쿠는 그때 속옷과 약이 들어있던 종이 봉투를 품에 꼭 안았을 뿐 더 물어보지 못했다. 약점…… 내가 료켄의 약점…… 료켄을 괴롭게 하는 약점…… 어떤 점에서 약점인 것인지 짚이는 곳이 없었다. 약점. 그러다 유사쿠는 자신이 로스트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을 떠올렸다. 료켄이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고 오히려 구원자지만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 사건은 그의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에게 피해자인 자신이 사랑을 고백하면 곤란할 법도 했다. 특히 유사쿠가 료켄을 사랑하면 안된다고 했으니까,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내 사랑은, 료켄을 괴롭게 할 뿐이구나. 료켄을 괴롭게 하는 원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게 한다.
부글. 타르가 끓어오르듯 보고 싶지 않은 내면이 떠올랐다. 내면은 뚜껑을 닫을 겨를도 없이 유사쿠를 삼켰다.
유사쿠는 자신의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정당한 것이 매우 슬펐다.
자신의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료켄이 멀리 떠나는 것이 싫었다.
'그 사실'만큼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가슴 속에서 폭주하는 사랑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유사쿠 스스로가 몹시 낯설게 느껴졌고 그것이 무서웠다. 슬픔, 부정, 이기심, 아픔, 공포. 헤치려던 폭풍은 더욱 거칠게 재구성되어 유사쿠를 휩쓸어버렸다. 무릎을 감싸고 몸을 더욱 웅크리는 것이 유사쿠가 자신을 지탱하는 최선이었다.
똑똑. 괜찮냐고 물어보는 쿠사나기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냐고?
유사쿠는 이마를 무릎에 비볐다. 부슥부슥 앞머리가 흐트러져도 이마를 꾸욱 눌렀다. 그러면 이 아픈 생각들이 다 날아갈까.
"……아니……"
폭풍이 유사쿠를 마구 찢었다. 자신이 분해되듯 아팠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흐느끼듯 작은 목소리를 끝으로 공간에는 소리가 사라졌다.
유사쿠가 외면해도 공간 속의 료켄들은 여전히 유사쿠를 쏘고 있다.
**
누군가 문을 쿵쿵 두드렸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인데 여기에 올 사람이 있나? 쿠사나기가 문을 열자 그 앞에는 타케루와 아오이가 서있었다. 비가 오는 밤바람에는 추운 차림에 대충 겉옷을 입은 모습이라 누가 보아도 서둘러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희가 어떻게…?"
"내가 불렀어. 들어와."
둘은 말 없이 들어왔다. 방 안에 유사쿠가 없는 것을 보고 유사쿠는 어디에 있냐고 묻기도 전에 아이가 한쪽 벽을 가리켰다.
"저쪽 VR룸에 있어."
"…유사쿠는 어때?"
"보이는 대로."
좁은 밀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모습에 타케루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만큼 슬퍼하는 유사쿠가 저 안에서 트라우마가 터지질 않기를 바랐다. 아오이도 슬픈 눈으로 VR룸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유사쿠의 작은 방을 둘러보더니 시선이 책상 위에 고정되었다. PC와 종이봉투. 아오이가 종이봉투를 열어보자 부스럭 소리에 다들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오이는 봉투의 안을 살펴보고는 담백하게 여성용 속옷과 감기약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남자 둘이 당황하기 전에 아오이가 추리를 들려주었다.
"후지키군은 분명 비를 잔뜩 맞았을 거에요. 아마 료켄이 집으로 들여 속옷과 감기약을 마련해준 거겠죠."
"그럴 수 있겠다."
"옷이 젖어 있진 않았던데?"
"그럼…… 옷이 마를 때까지 그 집에 있었다는 거잖아. 짧은 시간은 절대 아닐거야. 그때 고백을 한 걸까?"
"역시 그렇겠죠? 고백하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부케가 여기엔 없어. 버렸거나 버려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아마 버려졌을거야."
아오이가 말했다. 세 사람의 머리에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료켄이 유사쿠에게 인간 이하의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런 생각은 금세 날아갔다. 아무래도 료켄의 거부와 자수가 유사쿠에게 충격인 것이 정답 같았다. 유사쿠의 사랑 고백에 가장 숨기고 싶어하던 자수 사실을 밝힐 만큼 료켄은 동요했고, 그만큼 거칠게 거부했을 것이다. 그 반작용으로 유사쿠는 지금…… 이렇게 된 것이리라.
"너희들. 너희 때문에 유사쿠가 지금 이렇게 되었어. 어떻게 생각해?"
아이가 낮고 적의가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오이와 타케루는 할 말이 없었다. 둘은 유사쿠가 료켄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료켄이 언제나처럼 침착하게 유사쿠를 거부할 줄 알았다. 유사쿠도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고백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선에서 단념하고 괴롭지만 후련해지길 바랐는데. 료켄이 침착함을 잃은 것이 변수였다. 그가 그렇게까지 흔들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타케루에게 먼저 의도를 들었던 쿠사나기가 대신 설명하며 너희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려 했다.
"무엇보다, 왜 유사쿠에게 리볼버가 자수한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어? 나에게도. 섭섭한게 아냐. 너희가 우릴 섭섭하게 하진 않을거 아냐. 그저 알고 있었으면 유사쿠가 료켄을 사랑한다는 걸 일깨워주지 않았을 텐데, 그럼…… 유사쿠도 너희가 생각한 대로 적당한 선에서 끝났을 거야……"
유사쿠의 지금 모습이 가장 속상한 아이가 유사쿠의 동료들을 책망했다. 다시 쿠사나기가 대답했다.
"료켄이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 아마 소중한 '그 아이'인 자신이 자수하면 유사쿠가 충격 받을거라 생각해 최대한 늦게 알게 하고 싶었을거야."
"그런게 어딨어! 이해가 안돼! 차라리 빨리 말하고 빨리 정리하게 해주지! 리볼버 녀석 순 바보잖아! 유사쿠는, 유사쿠는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셋의 반론은 없었다. 만일 유사쿠가 료켄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기 전에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충격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개화하기 전에 자수를 인정하고, 꽃이 피기 전에 낙화해 꽃이 있었다는 것 조차 모르게 살았다면. 오히려 그것이 유사쿠를 위한 길이었을지도. 그것을 이제 와서 깨달았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얽혀 사태가 최악이 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아이는 인간의 바보같음을 느꼈다. 가장 어른인 쿠사나기에게 물었다.
"인간은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내가 AI라 이해 못하는 거지?"
"인간은 가끔 이래. 바보같이. 특히 사랑을 하면 사랑에 휘말려 더더욱 그렇게 행동해버려."
"……응?"
무언가 특이점을 느껴 의아한 아이에게 쿠사나기가 속삭였다.
"료켄은 유사쿠를 좋아해. 그래서 이 사단이 난거야."
"뭐? ……진짜 바보같아. 이해 못 해. 하고 싶지 않아. 리볼버 자식 진짜 바보아냐!!"
"쉿! 유사쿠에게 들리지 않게 말해."
아이는 말문이 막혔다. 료켄이 유사쿠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고? 쿠사나기의 뉘앙스로는 '사랑'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는 뜻 같았다. 사랑. 사랑. 그게 그렇게 사람을 바보로 만들 감정인가. 그렇게 몇 수 앞을 바라볼 만큼 똑똑하고 냉철한 료켄조차 바보같은 선택을 할 정도로. 사랑이란 아이가 생각하고 이해하던 것보다 더더욱 복잡하고 변수가 많은 감정인 듯 했다. 그래, 드라마. 그동안 보던 드라마에서 사랑이란 미명 하에 인생이 뒤틀린 등장인물들과 스토리가 나왔었다. 인간들은 그런 이야기를 만들고 공감할 만큼 사랑에 망가지는 것인가. 볼때는 그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만 여겼는데 현실로 닥치니 하나도 재미없다. 유사쿠도 그렇게 사랑에 매달리며 망가지게 될까. 언제까지고 저 안에 있게 될까. 힘없이 '아니……'라고 말하던 목소리가 리플레이 되었다. 유사쿠……
"너희들은 이제 어떻게 할거야? 유사쿠를 저대로 둘거야?"
**
아파.
괴로워.
무서워.
흐릿한 의식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것들을 명확하게 볼 자신이 없다. 유사쿠는 그렇게 계속 폭풍에 휩쓸리고 있었다. 공간에 가득찬 료켄들이 자신을 쏘고 있는 것도 그대로 맞고 있었다. 그것이 편하다. 내가 아닌 나를 보는 것도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이것 보다 더 아플 테니까. 더 나아가지 못하는 유사쿠가 더욱 웅크렸다.
"바보아냐!"
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귀에 꽂혔다. 유사쿠는 눈을 번쩍 떴다. 밖에서 말소리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아이와 쿠사나기씨말고도 누가 더 있는 것 같았다. 대화의 내용은 몰라도 목소리로 보면 타케루와 아오이인가. 유사쿠의 등을 밀어주었던 동료들이 다 문 앞에 모여있다. 다들 응원해 주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있다. 아이가 말 한 것 처럼. 유사쿠는 응원의 결과가 이런 것이 모두에게 미안했다. 그만큼 아픔을 제어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아마 자신이 걱정되어 찾아 와 준 모두가 고마웠다. 유사쿠가 오래 앉아 굳어진 다리로 일어나 비틀비틀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아직 무서웠다. 나지막히 말했다.
"모두, 미안해."
문 너머가 조용해졌다.
"유사쿠가 미안해 할게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지."
"그냥 알려줬더라면…… 정말 미안해."
"미안해, 후지키군."
모두가 유사쿠를 아픔으로 이끈 것을 사과했다. 유사쿠는 이해했다. 미움도 원망도 없이 그들이 자신을 위해 그런 결정을 한 것이라 이해했다. 료켄의 자수를 알려주지 않은 것도, 그럼에도 고백하게 등을 밀어 준 것도. 분명 사랑을 고백하고 후련하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단념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폭풍에서 잠시 벗어난 유사쿠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두의 마음이 보였다. 이제 그 마음에 응해야 한다. 무서워. 싫어. 아픔과 내면을 다시 꺼내기 싫은 마음이 솟았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 료켄이 고백을 거부했다는 걸 말했다.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내 운명에서 도망치고 싶어진다…… 나를 사랑하지 마! 내 앞에서 사라져라! 나를 잊어!
공간에 남아있던 료켄이 유사쿠의 가슴에 리볼버를 쏘았다. 피를 토할 듯이 가슴이 아팠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료켄은 마지막 총알이 장전된 리볼버를 넘겼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유사쿠는 다시 생각했다. 까맣고 이기적인 내면을 꺼냈다.
자신의 사랑이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게 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다.
료켄이 멀리 떠나는 것이 싫다.
첫사랑이 실연당했다.
타앙-.
문이 열렸다. 유사쿠는 모두의 앞에 섰다. 현실을 받아들인 유사쿠는 모두 걱정해 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려고 했다. 의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했는데 실연당한 첫사랑은 너무나도 아팠다. 사랑이 그렇게 감미로운 것인지, 그렇게 아픈 것인지 유사쿠는 처음 알았다.
"흐윽……!"
유사쿠가 모두의 품에 무너졌다. 소리내어 울지는 않지만 아픈만큼 서럽게 운다. 모두 유사쿠를 감싸안고 도닥여주었다. 너는 힘냈다고, 어쩔 수 없는 것이였다고 모두가 보듬어주었다.
아이는 그곳에 없다. 그저 눈물을 흘리는 유사쿠를 바라볼 뿐.
**
비가 그쳐가는 새벽. 모든 불이 꺼져 어두운 방 안에 유사쿠와 아이 단 둘만이 있다. 아이는 일정 주기마다 유사쿠의 체온을 체크했다. 갑자기 울어 열이 오른 유사쿠는 침대에서 끙끙거리며 자고 있다. 료켄이 준 약을 먹은 덕에 열이 내려가고는 있다. 아파하는 유사쿠를 보며 아이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랑과 유사쿠와 료켄……
모두에게 어떡할 거냐고 묻자 대답은 다들 똑같았다. '유사쿠가 단념하도록 돕는다.' 왜? 현실이 그러하니까. 이룰 수 없으니까. 그건 그래. 료켄은 거부하고 있는데다 곧 저 멀리 갈텐데 계속 사랑해봤자…… 그래도…… 그래도…… 유사쿠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
유사쿠의 울음에 아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유사쿠가 이렇게 울 정도로 유사쿠의 사랑은 컸구나. 그만큼 간절했구나. 그걸 유사쿠 스스로 단념했다. 이렇게 열이 날 정도로 아파하면서. 아이가 유사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유사쿠쨩."
솔티스가 계속 체온을 체크하게 설정해 놓고 아이는 네트워크 너머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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