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Dear. Friend
1967. 05
안녕, 내 친구. 걱정하지마요, 나는 당신의 행동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오해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러니 가벼운 인사도, 해명도, 위로도 당신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모두 괜찮아요. 제가 쓸데없이 너무 걱정했나싶기도 하네요. 다행스럽게도 이번 편지가 오는데에 오래걸리지 않았어요. 만약 이 편지가 일주일뒤에 오지 않았다면, 취재고 뭐고 휴가를 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시 멀쩡한 편지를 받아보니 좋네요.
이번 편지의 주요한 점은 당연히 당신의 활약이겠죠? 아쉽게도 서랍장에 그물같은 것이 들어있진 않았지만, 당신이 ‘쓰레기통’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니 저도 괜히 더 뿌듯하네요. 당신에게 위로를 할때는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 아닌가 고민했지만, 당신에게 도움이 됐다니 기뻐요. 하지만 저에게 공을 돌려도 결국 그 상황에서 손 뻗은 것은 당신이고, 당신이 만든 결과라는 걸 기억해요. 절체절명의 순간에 손을 뻗어 그물을 사라지게 만들었을 때의 기분이, 희열이 앞으로의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당신이 말해줄 사건의 전말이 점점 더 궁금하네요. 모래시계는 어떻게 됐는지 연락은 되지 않나요?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사용법을 모르고 있었고, 왜 머리 위에 아무런 숫자도 뜨지 않았는지, 신력으로 만들어진 그물에 내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어떤 이유에서 인지 답이 필요할 것 같네요. 그리고 이제 신전의 억압에서 벗어났으니 망가진땅에서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교황의 방에서 발견한 비밀서류는 어떤 것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당신의 세상은 어떻게 되어갈지겠죠. 부디 그곳에 세상을 구할 단서가 있길 바래요. 신전이 당신들의 길을 막았다면 황실과 척을 질 생각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혼란속에 판단력을 상실한 걸까요? 생각해보면 황실은 어떻게 알고 그런 물건들을 가진 사람들을 모집한걸까요? 거꾸로 흐르는 시계와, 소용돌이치는 빛의 보석과, 이형을 비추는 거울은 퍼즐에 맞춘듯 모두 위험한 상황에서 힘을 발휘했잖아요. 그렇게 모든게 들어맞는 다는게 저한테는 어색하게도 느껴지네요. 모든게 신의 안배일까요? 궁금해하는게 너무 많나요?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기적같은 것이여서 꼭 진실을 알고 싶은걸요. 어쩔 수 없으니 전부 대답해줘야해요. :)
당신의 이야기만 듣는건 불공평하니 제 이야기를 해보자면, 당신의 추측이 반정도는 맞았어요. 일단 취재를 위해서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야했는데, 공식적으로 수사협조를 하려면 어느정도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보고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그게 무척 길고 지루하고, 잘 허가가 나지도 않죠. 하지만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도넛으로 꼬드긴 아는 경찰 한둘정도는 있지 않겠어요? 안 그래도 학생시위에 지친 경찰하나를 쉬는날 빼내와서 둘이 그 현장에 진입했어요. 저와 그 친구 모두 노안인 편은 아니라서 적당히 졸업반인데도 시위에 참여하는 척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곳에서 본건… 교회같은 풍경이었어요. 성당이라고 말해야할까요? 아니 어떤 종교에 빗대든 모욕적인 일이에요. 사이비였어요.
당신의 추측이 반쯤 맞았다고 했죠? 이전에 운동에서 시작한 것은 맞았지만 자유와 평화를 찾으려는 운동과는 전혀 다르죠. 이전에 히피문화가 변질되어서 마약이 사람을 가장 자유로운 형태로 만들어준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고 이야기했었죠. 그들이었어요. 보통이라면 헛소리하는 몇명을 쫓아내는 것으로 마무리 됐을텐데, 이 지하에는 아예 그것을 바탕으로 교리도 만들고 마약 공급책인 한사람을 우상화하고 있더군요. 내려가자마자 뿌연 연기가 지하공간을 가득채우고 마을 사람들이든, 학생들이든 풀린 눈으로 그 사이비교주가 하는 말을 듣고 있더라고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긴 했지만 오래 있을 공간은 못 되어서 금방 나왔지만 그동안의 모든 의문이 그 한 장면으로 풀리더군요. 귀신을 본다는 인부들은 결국 마약에 홀려 헛것을 본 것이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 짓에 동조하고 있으니 솔직하게 취재에 응하지 않은거고요. 동네가 유난히 조용했던 때에는 저 사이비교주가 연설같은 것을 하고 있을 때였겠죠.
사건의 진상이 파헤쳐졌으니, 경찰에는 함께 갔던 친구가 수사의뢰를 하겠다고 했고, 저는 제 나름대로 기사를 정리해 쓰고 있어요. 공식적으로 협조요청을 보내면 다음에 경찰이 그 현장을 잡을 때 저도 함께할 수 있겠죠.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된다면 제가 쓴 기사가 가장 먼저 나가 꽤 이슈가 될 것 같아요. 처음엔 그저 헛소문, 골칫덩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적으로 돌아오니 솔직히 말하면 기분은… 꽤 나쁘지 않네요. 당신에게는 지루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었을텐데 지금까지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줘서 고마워요. 당신말대로 우리가 편지뿐만 아니라 정말로 함께할 수 있었다면 정말로 좋았을거라고, 가끔 생각하게 되네요.
다음엔 사건의 마무리와 제가 얼마나 멋진 성과금을 받았는지 이야기할 편지를 할게요. 건강하고, 당신도 그곳의 일이 모두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From. O‘Neill Aud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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