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개발자에서 웹소설 작가가 되기까지

1. 꿈을 이룬 날

2022년 4월 1일. 이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어머니, 동생과 함께 봄 날씨를 즐기며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개발하고 있던 '80일간의 우주여행'의 출시일이 미뤄지고 후원금도 넉넉하지 않아 심란한 상태였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앞으로 나는 인디 게임 개발자로 살 수 있을까?'

어머니는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나를 공원으로 데리고 나와주셨다. 나는 어머니 덕분에 좋아하는 음료수를 들고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봄의 햇살을 받게 되었다.

그러다 울린 핸드폰.

평소엔 잘 들어가지도 않는 '네이버 메일함'이었다. 온갖 광고와 다양한 사이트의 개인 정보 이용 내용으로 가득한 메일함, 맨 첫 번째에 믿을 수 없는 제목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내가 조아라에서 연재를 하고 있는 웹소설의 연재 제의 메일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린아이처럼 뛰었다. 그때는 정말로 어린아이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나의 어릴 적 꿈은 '작가' 였으니까 말이다.

2. 작가의 꿈

인디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걷기 전까지 나의 꿈은 작가였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였던 나에게 친구란 오로지 책밖에 없었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는 내가 다니고 싶은 꿈의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그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다. 공부를 하면서 평소에 노트에 끄적끄적 습작을 쓰는 아이가 되었다.

중학교 어느 겨울 방학 때 글쟁이 합작에 참여하고 싶어 3일간 커피를 마시면서(평소엔 입도 안 대는!) 15만자가 넘는 글을 써본 적도 있다. 

머리가 좀 더 자라자 웹소설에도 도전을 해봤다. 

처음 썼던 소설 '황혼의 검'. 그 당시 가장 즐겁게 한 게임 '젤다의 전설 시리즈'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위대한 영웅 이야기가 쓰고 싶어 시작한 글이었다.

그때 나에겐 네이버 웹소설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작품을 올렸다.

반응은 처참할 정도로 없었다.

사실 이 글은 내 글이라 할 수가 없었다. 나보다 훨씬 글을 많이 읽고 작품을 보는 눈이 좋았던 어머니가 중구난방인 글을 고쳐준 것이었다. 그러니 그게 내 글이라 할 수 있는가. 학교에 내는 숙제를 어머니가 수정해주고 그걸 내 것 하는 꼴이었지.

생각해보면 그건 관심을 끌면 안 되는 소설이었다.

글을 정말로 사랑했다.

그렇게 꿈을 접었다. 내 얄팍한 재능으론 작가의 꿈을 꾸어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3. 두 번째 꿈 게임 개발자

그래도 창작의 꿈을 접고 싶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맴도는 스토리들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착한 사람이 가진 강한 힘과 진정한 선함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20살이 되는 겨울 'RPG maker Vx ace'를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때마침 스팀 할인 중이었으니까. 만약에 할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도 사는 걸 주저하셨을 거고 나도 그냥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날은 나에겐 운명이었고 나의 앞길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3. 첫 번째 게임을 만들면서

나는 오랜 시간 '젤다의 전설 시리즈'를 사랑했다. 초등학교 때 나를 벗어나게 해준 게 해리포터였으면 중학교 때는 젤다의 전설 시리즈였다. 젤다를 하는 동안 나는 링크가 되어 하이랄을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게 좋았다.

특히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는 다 깨고 나서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을 느꼈다.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맺었을 때의 그 기쁨을 처음 느껴봤다. 내가 창작가가 된다면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20대가 되어서 첫 창작물을 만들기로 한다.

게임 이름은 '달의 시간'. 스팀에 출시까지 하게 된 내 아끼고 아끼는 첫 게임이다.

게임으로 내가 하고 싶은 '스토리'를 풀어낸 첫 창작물.

1년 8개월, 출시 전 3개월은 거의 굶어가면서 게임 개발을 했다. 마침내 게임이 올라간 날 울었다. 8kg이나 빠지고 얼굴은 노래졌지만 날개를 얻은 것처럼 기뻤다.

나도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내 이야기를 세상에서 보일 수 있다는 것에.

5. 다시 작가의 꿈으로 도전

두 번째 게임은 팀 개발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두가 힘내서 개발을 하는데 자꾸 출시일은 미뤄졌다. 나는 기획과 스토리텔링을 끝낸 다음엔 주로 스케줄 관리와 총 관리를 맡았다.

각자 살아가고 있는 삶이 힘들지 않도록 신경 써서 스케줄을 짰다. 그러다 보니 게임 개발에만 올인을 하고 있는 나는 시간이 비게 되었다. 1인 개발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차기작을 기획해볼까?

노트를 들었다.

낙서같은 아이디어는 많았다.

세부적인 기획도 있었다. 그렇지만 게임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다음 작품을 언제 개발할 수 있을까, 인디 게임 개발을 계속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많은 고민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게임에 주인공을 빙의시켜볼까?'

웹소설이 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다시 한번 도전이 하고 싶었나보다. 나는 사람들에게 진짜 있는 거 같은 게임에 주인공을 빙의시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내 게임 기획과 개발 경험은 분명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거라 확신했다.

나는 그렇게 웹소설 작가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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