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애석하게도 정신적인 지지가 필요한 사람은 대체적으로 여유가 없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짓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오늘내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월급을 쪼개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데 입력값 없는 수치는 나날이 떨어짐이 지당하다.
그런 이유로 여태 상담을 회피했다. 돈이 없으니까. 동년배와의 재산 비교는 몇 년 전부터 포기했다. 생활비도 부족한 마당에 그런 곳에 어떻게 간단 말인가. 수중에 돈이 있던 상황에도 매체나 사례로 다뤄진 중증 환자들과 비교해 나는 그정돈 아니라며 가지 않았다. 돈을 벌고 있을 땐 나도 어엿하게 1인분을 하는 사회 구성원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금융 치료’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하고 월급이 들어오면 나는 내가 최소한의 가치는 있다고,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들어오면 누군들 기분이 안좋으랴. 저축한 돈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는 지금, 나는 잔고를 볼 때마다 늘 불안해진다. 뭐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전처럼 뭐든 시도할 각오가 없었다.
최근에 뭐라도 하겠다며 들고 일어난 적이 있는데, 이젠 내 나이가 시도 자체만으로 의미 있을 시기가 지났다고 했다. 내 나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 결과가 나지 않으면 어떤 시도를 하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각오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타인의 말에 쉽게 꺾이기에 금방 다시 가라앉았다. 나를 적당히 채찍질하며 자극을 줄 생각이었던 모양이나 내가 기이하게 나약한 인간인 탓이다. 그렇지만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시도 자체가 아무것도 안한 상황과 똑같을 수가 있나. 인고를 거쳐 나는 다시 일어났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현재 두 가지 상담을 받고 있다. 취직과 심리 관련 상담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여유 자금이 별로 없기에 나라 지원을 받고 진행중이다. 두 상담을 번갈아 받으면서 배우거나 느낀 점이 있는데, 크게 체감한 점은 두 개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서 정보는 너무 잡스럽지 않다면 하나라도 더 알고 있음이 유리하다. 그리고 심리 상담 센터와 정신과는 다르다고. 정보가 없으니 나라가 국민을 어떻게 돕겠다는지,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그래서 뭐가 좋고 뭐가 나쁘단 취지가 아니고 그냥 내 소감이다. 누릴 수 있는 혜택엔 감사하며 누리지 못하는 혜택은 언제 떨어지나 목놓아 쳐다보지 말고 다른 걸 찾으러 다니면 된다. 안되는 걸 붙들고 한탄하기엔 머리가 너무 굵어졌고 청춘이라고 부를 시기가 점점 끝나가고 있음은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지만, 상담이라 함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히 조언해줄 수 있는 상담사가 나와 대면하는 일이다. 비용이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상담의 질도 저렴하다고 느끼진 않았다. 너무 무거워 목구멍 밖으로 꺼내지 못하던 위중한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타인이며, 과장을 보태면 친구나 가족보다 내게 더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내담자가 거짓을 고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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