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린드버그의 첫 번째 낙담

3학년 방학 로그

소재주의: 가스라이팅 (강압적 태도 후 화해를 강요하는 부모)

대본 형태로, PC 열람을 권장합니다.

등장인물: 마르쿠스 린드버그 (아버지), 포스틴 린드버그 (어머니), 메이블 린드버그 (작은누나), 루이 린드버그 (큰누나), 그리고 쥘 린드버그 (기억의 주인)

쥘 린드버그의 첫 번째 낙담

린드버그의 식사 자리 The Dining Room of Lindbergs

(단란한 5인 가족이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호사롭다. 신선한 채소로 만든 시저 샐러드, 쇠고기 안심과 버섯 뒥셀이 들어간 큼지막한 비프 웰링턴, 바삭바삭하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 크림 스튜, 샛노란 아카시아 꿀, 작은 금빛 구슬처럼 보이는 자두까지. 하나같이 막내아들인 쥘 린드버그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쥘은 아주 조용히 자기 몫의 스튜를 먹고 있을 뿐이다. 그의 두 누이, 메이블과 루이 린드버그는 동생의 눈치를 보며 소리없이 음식을 씹으려 노력한다.)

포스틴 린드버그 쥘, 네가 좋아하는 꿀과 빵을 준비했단다.

네, 어머니.

포스틴 린드버그 먹지 않을 생각이니?

괜찮아요, 어머니.

마르쿠스 린드버그 에헴.

(경직된 어깨와 반대로 과장스런 농담조.) 저도 이제 어른스럽게 굴어야죠. 모든 음식에 꿀을 발라먹다니, 제 식습관도 참 이상했네요. 그렇죠? 그럴 이유는 없잖아요. 그리고-

마르쿠스 린드버그 에헴.

네, 주세요.

포스틴 린드버그 네가 좋아할 줄 알았단다.

정말 맛있어요. 감사해요, 어머니.

마르쿠스 린드버그 쥘 딜루티 린드버그.

네, 아버지?

마르쿠스 린드버그 아까 소리질렀던 건 미안하다.

아버지….

마르쿠스 린드버그 종이를 찢은 것도.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말 이러실 필요 없어요….

마르쿠스 린드버그 내가 너한테 건 기대가 너무 컸던 모양이다.

아니에요. 죄송해요, 아버지.

마르쿠스 린드버그 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겠니. 내가 아쉬워서 그래.

하하….

마르쿠스 린드버그 틀림없이 약간만 더 노력하면 이것보다 잘할 수 있다는 걸 아는데.

….

마르쿠스 린드버그 잘 하지도 못할 일에 매달리는 게 아쉬워서 그랬다. 전쟁이니 뭐니 하는 판국에.

포스틴 린드버그 아유, 여보는 무슨 그런 소리를 식사자리에서 하고 그래.

아니에요, 아버지. 다 이해해요. 저를 위해 해주신 말씀이잖아요.

마르쿠스 린드버그 그래도 너에게 그러면 안 됐는데.

포스틴 린드버그 자,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했어. 맛있는 거 먹고, 기분 풀렴. 올해는 더 잘할 수 있지?

(메이블 린드버그, 포크를 내려놓고 자리를 뜬다. 쥘, 아무렇지도 않게 부모님을 향해 미소짓는다.)

네, 어머니. 감사해요, 아버지.

쥘 린드버그의 방 Bedroom of Jules Lindberg

(계단을 올라오는 작고 느린 발소리. 쥘, 지친 표정으로 나타난다. 복도 끝, 샛노랗게 장식된 침실 문 안쪽에서 두 여자가 나직하게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조각은 여기 들어가야 한다니까!’ ‘아니야, 여기가 맞아.’ 쥘, 눈을 크게 뜬다. 걸음이 급해진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자 그의 두 누이가 입씨름하다 말고 놀라 돌아본다. 메이블의 손에 쥐여진 종이 조각이 바닥으로 나풀나풀 떨어진다.)

…누님, 왜 여기에….

메이블 아, 그러니까…. (루이를 향해 찡그리며 입모양으로 ‘네가 말해!’ 라고 말한다.)

(루이 린드버그, 메이블을 믿지 못하겠단 표정으로 바라보다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다소 슬픈 기색의 미소와 함께 쥘을 향해 종이를 들어보인다. ‘레파로’로도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찢어진 종이는 쥘의 첫 원고다. “노르웨이 리지백은 깡충깡충 토끼가 되고 싶어”. 종일토록 사람의 손으로 짜맞춘 조각은 군데군데 찢어진 것을 제외하면 원상태에 가깝다. 조명 아래에서 마법 테이프가 처량하게 반짝인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종이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든다.) 누님… 누님이 한 거예요?

루이 (쥘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미안해, 꼬마 쥘. 아무 말도 하지 못해서.

메이블 와, 나 밥 먹다 체하는 줄 알았잖아. 진짜로.

루이 (째려본다.) 메이-블.

메이블 (못 들은 척 활기차게 말을 잇는다.) 어쨌든, 쥘! 어깨 펴. 넌 린드버그잖아. 그렇게 주눅들어서 다니는 건 린드버그랑 안 어울린다고. 아버지가 왜 저러시는 줄 알아? 중년의 위기셔서 그래. 너무 귀담아 들을 필요 없어. 알았지? 너는 네 길을 가면 돼. 어찌 되었든 성공만 하면 아버지도 옳다꾸나 좋아하실 걸? 오러 월급도 짠데, 성공한 작가가 훨씬….

루이 메이블, 너 내가 오러라는 데 불만 있니?

메이블 성인 마법사가 직권남용한다!

(메이블, 잽싸게 루이의 손아귀를 벗어나 쥘의 방 안을 도망다니기 시작한다. 얼마 가지 못하고 ‘인카서러스’ 주문에 포박당해 쓰러진다. 짜증스럽게 바람을 불어 제 앞머리를 걷어낸다. 루이, “오러국의 권한으로 현장 체포한다!” 라고 장난스레 선언한다. 소란스러운 중에도 쥘은 누이들이 기워낸 자신의 원고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다. 쥘, 힘없이 웃기 시작한다. 오늘 처음 들어보는 동생의 웃음소리에 메이블과 루이가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너덜너덜한 원고 뭉치를 들어보이며) 누님들, 마음 써주셔서 고마워요…. 오늘 일은 잊지 못할 거예요…. 정말로요! 덕분에 오늘을 돌이켜봤을 때 한 가지 좋은 기억은 안고 갈 수 있게 되었어요.

루이 정말 괜찮겠어?

그럼요. 피곤해서 제가 얼마나 기쁜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인걸요…. 이제 좀 자야겠어요. 아참, 누님. 교장 선생님께서 누님 앞으로 편지를 한 통 보내셨더라고요. 무슨 기사단 관련이라고….

다음 날 아침, 거실의 벽난로에서 쥘 린드버그의 동화 원고는 잿더미로 발견된다. ‘레파로’나 마법 테이프로 고칠 수 없을 정도의 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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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you try to find some meaning in your life before you're gone (ooh)
There's a song that don't mean anything at all (ooh)
And it sounds like…
| Steve‘s Going to London, A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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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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