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케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섬에 정박해있는 동안, 한 연인의 결혼식이 있다고 해서 다 함께 결혼식을 구경 가기로 했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결혼식으로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들도 녹아들었다. 새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가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신랑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신부, 예쁘죠.”
“네, 아름답네요.”
화사하게 웃은 신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시선에 상디는 신부 대신 그녀에게 시선이 갔다. 신부가 던진 부케를 마을의 아가씨가 받아들자 다들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주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어딘가 씁쓸하기도 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배고프다. 우리도 밥 먹으러 가요.”
“…네.”
다들 먹고 마시는 와중에도 그녀는 어딘가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것 같아서 상디는 걱정이 앞섰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상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넌지시 묻기는 했지만, 상디도 잘 몰라 쉬이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산책 좀 하고 올게요.”
먼저 식사를 끝낸 그녀가 가볍게 산책을 하고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상디가 그 뒤를 따랐다. 무슨 일인지 알아오라는 눈치도 눈치였지만, 그녀 혼자 가게 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혼자서도 괜찮은데.”
“혹시 모르니까요.”
배시시 웃는 그녀에 상디가 그녀의 옆에 섰다. 나란히 길을 걷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오가지 않아서 무슨 말을 꺼낼까 싶다가도, 그녀의 사색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걸어오다가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에서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낮에 신부 말이에요. 진짜 예뻤죠.”
“네.”
“상디는 결혼, 어떻게 생각해요?”
그녀의 질문이 상디에게는 마치 결혼을 하자는 청혼처럼 들려서 횡설수설하자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군데군데 피어있는 들꽃을 발견한 그녀가 쭈그려 앉아 들꽃을 몇 송이 꺾어 손에 쥐며 상디를 올려다봤다.
“이렇게 부케하고 새하얀 면사포를 쓰고 결혼하면, 좋겠죠?”
“그, 그, 그렇죠!”
“오늘 신부처럼 아름다운 신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지금도 아름다운 레이디인데, 당연히 결혼식 날이라면 훨씬 더 아름답죠!”
상디에 대답에 그녀가 활짝 웃더니 상디의 가까이 다가갔다. 손에 쥐고 있던 꽃송이 중에 한 송이를 뽑아 상디의 재킷 단추 구멍에 꽂아주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좋겠네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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