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10 / 24
생존일기
안녕하세요, 살아있습니다.
요즘은 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 낚싯줄로 만든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에요.
사방이 싸늘한데다 앞뒤좌우할 것 없이 크게 비어 있음이 느껴지는게 아, 이 곳은 확실한 고공이라는 생각만 확고해질 뿐이죠.
멈춰서도 안되고 쉬어서도 안되며 눈물흘리면 앞이 흐려져 저를 위험하게 만드는 상황이죠…….
어떻게든 이 악물어 버티고 또 버티면서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고는 있지만 사실 어디가 끝인지조차 알 수 없는 나날들이 저를 반겨요.
되돌아갈 수도 없지만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는 지옥을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차라리 걷는 것도 숨쉬는 것도 모두 포기하면 편해질까요. 그럼 낙하하는 그 잠시간, 이 압박감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대체 이 곳은 어디일까요? 제 마음 속 깊은 구렁텅이인걸까요. 그것도 아니면 제가 눈 가리고 모르는 척했던 현실인 걸까요…….
내, 뱉어질 수 없는 먹빛 마음이 간간이 고여 결국 큰 호수가 만들어졌음을 깨달았을 때 그 수면에 비친 얼굴은 과연 무슨 표정이었을까요.
파문을 일으키던 수면은 제 색 없는 눈물이 까만 물과 함께 고이도록 정해졌기 때문일까요.
가슴이 묵직한 것에 짓눌려 먹먹한 숨만 새어나옵니다.
습기가 조금 고여있는 숨결이 공기 중으로 나올 때서야 감았던 눈을 뜹니다.
흐린 숨을 내뱉어보아도 가슴 안에 고인 무거움이 떠나질 않습니다.
어째서냐는 질문은 혀가 닳도록 외친 묵음과도 같기에 움직이는 것조차 거부하듯 입이 열릴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참회의 언어조차 뱉을 수 없는 마지막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한없이 호수에 잠겼다가 약을 삼키고 졸린 눈을 감고…다시 눈을 떠 허망함에 무언가를 찾아 떠돌이가 되었다가…
다시 꿈을 찾아 길을 떠나는 방랑자가 됩니다.
이 지겨운 일상이 반복되면 무엇이 저를 기다릴까요. 마지막이란 건 누가 제게 전해주는 걸까요.
어째서 저는 스스로 제게 마지막을 선물해선 안되는 걸까요……. 전부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하기에도 복잡하고, 내 괴로움을 내가 원하는 방식의 마지막으로 선물할 수 없다는 점도 목을 조릅니다.
아니 사실 목을 조르는 건 제 손일지도요. 제가 저를 이렇게나 죽이고 싶어합니다. 까닭도 무엇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어째서냐고 생각하기에도 지치고 무언가를 탓하기엔 이제 입술조차 무겁습니다. 모든 것이 덧없는 것만 같은 순간이 저를 덮쳐옵니다.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어떻게든 생각은 하는데 그 생각이 오히려 저를 괴롭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전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냥 이 모든 고통이 어서 끝났으면 해요.
호르몬이라는 변수가 절 이렇게까지 휘두를 줄 몰랐기도 하고…사실 아직도 실감이 크게 안 나는데 약만 먹으면 달라지는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든 지금까지 살아는 있네요……. 모두 행복하세요. 제가 행복하지 않아도요.
지금까지 같이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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