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8 / 24
생존일기
안녕하세요, 살아있습니다.
이틀 전엔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2월이지만 제가 사는 곳에선 특별한 일도 아니라 그저 멍하니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네요.
마침이라고 해야할지 하필 그 날 내야하는 서류가 있어서 나갔다와야하는 일을 하기 싫다고 한 시간쯤 징징거렸던 일도 있어요.
하지만 그 다음 날 얼든 쌓이든 눈이 길을 방해할 것 같아서 그냥 조금 잠잠해질 때 후딱 다녀왔습니다.
재수없게 지나가다가 묵직하게 떨어져내린 눈이 오른 다리를 가격했었는데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비속어를 내뱉었어요.
다행히 골목에 사람들이 없었어서 휴 한숨을 뱉으며 갈 길을 재촉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상하게 제가 그 부근을 지나가면 자꾸 무겁게 쌓인 눈이 떨어지더라고요.
누가 일부러 떨구나 싶어서 하늘도 한 번 쳐다봤는데 그냥 운이 더럽게 없던 거였습니다.
두 번째엔 다리가 아니라 우산 위에 떨어져서 가볍게 에이씨 중얼거리며 우산을 털고 집으로 돌아왔죠.
이런 일상이 하나 둘 쌓이다보면 언젠가 저에게도 추억이라는게 생기겠죠……. 그 땐 그랬지, 이 땐 이랬지. 짜증이 났었지, 행복했었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일상이 오기를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무겁고 힘든 일들을 벗어나고 싶은데 이 속박과 굴레가 상당히 저를 지치게 합니다.
꽤 오래 묶여있어서 어느 새 한 몸 같기도 해요. 그래서 아직 저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일상을 모르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망가져있었구나, 새삼 그렇게 깨닫기만 합니다.
요즘은 이상하게 자해 충동과 suicide 충동이 함께 합니다. 나아가는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하네요.
올해는 이상하게도 제가 많이 버거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얼마 전 많이 털어내서 조금은 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동안 많이 지쳐있었는데 모른 척, 살려고 외면했던 일이 전부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 같기도 해요.
저같이 살기 귀찮아하는 사람말고 좀 더 성실하고 근면하고 마음씨 고운 사람들을 오래 살게하고픈 마음도 가득합니다.
만약 신이 있다면 참 매정하고 잔혹하고 냉정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뭐 무신론자인 저한테 아무리 원망 들어도 끄떡없으시겠지만요. 신이라는 믿음은 워낙 굳건하지 않습니까~다들 아시다시피요. 하하.
친구들을 위해서, 또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저는 오늘도 버텨봐야 합니다.
나를 위해서는 이미 글렀으니 저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버텨볼게요.
저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했으니 저 자신보단 저를 일으켜주려고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다 집어치우고싶고 때려치우고싶고 죽음만이 남은 길 같을 때, 아니라고 이 쪽 길도 있다며 손짓해주고 부축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오늘도 버텨봐야겠죠, 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저는 아직까지 살아있네요.
저와 함께 살아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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