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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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루 님께 추천 받은 소재 중 첫 번째. 판멜 고백 썰.
오직 솜의 100% 날조로 굴러가는 이 썰. 솔직히 여태까지 썰투비 쓴 것들 중에 날조 아닌 게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님들도 재밌다고 봐줬죠? 견디세요.
01
멜랴가 판 좋아한 건 꽤 오래 전부터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판을 동경하게 된 건 판이 멜리아를 구해준 그 순간부터였지만, 좋아하게 된 건 조금 나중의 일? 매일 판의 모습을 쫓으니, 멜리아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모습들을 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판 뿐만 아니라, 다른 아스포델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멜리아의 곁에 있던 모두가 멜리아에게 애정을 가득 줬겠지만, 판은 자신의 능력을 살려서 멜리아와 같은 시간을 살아줬을테니…
솔직히 판이 그렇게까지 할 의무? 까지는 없었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아무리 주위에서 멜리아를 책임지라고 말했을지라도, 굳이 모습을 바꿔가면서 시간을 같이 보내줄 이유는 없었을 거예요. 판이 그렇게까지 해준 건 멜리아를 보면서 어린 시절의 자기를 투영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뭐 그런 날조를 하는 거죠.
중간에 얘기가 샌 것 같은데, 결국은 멜리아가 판의 모습을 쫓으며 발견한 그 상냥함 같은 것들 덕분에 멜리아가 분홍 빛으로 물든 게 아닐까, 싶어요.
02
멜리아는 자기 마음을 자각하는 게 꽤 빠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 아스포델이라는 가족은 여러의미로 사랑이 넘치잖아요? 앨버스랑 버그도 있고, 에바랑 딕도 있고… 앨버스랑 버그가 숨기려고 한 게 아니기는 하지만? 앨버스랑 버그 사이의 관계를 눈치채기도 했고, 에바랑 딕 얘기도 조금은 들었을테고. 게다가 멜리아는 기본적으로 눈치라는 게 좋거든요. 야생의 감 같은 거라고 해야하나.
멜리아가 아스포델이랑 만난 게 7세 정도고, 길어야 2년 남짓을 프리스카랑 지냈겠지만(제이크랑은 좀 더 짧겠죠. 다 죽어가던 제이크를 발견한 게 멜리아였으니까), 2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건 아니잖아요? 슬픈 얘기지만, 멜리아는 아주 어릴 때부터 치열하게 살아야 했으니까 야생동물 급으로 감과 눈치가 좋지 않을까, 싶어요. 그 감과 눈치로 2년 남짓을 야생의 상태로 지내다가 버그를 만났고… 그 뒤로 프리스카랑 제이크와의 연을 끊은 것도 아니니 뒷 이야기는 좀 생략해도 괜찮겠네요. 게다가 멜리아는 가출하면 야생의 존재가 되고는 했으니까.
…
판을 포함한 아스포델이 이마 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03
멜리아가 과연 판을 향한 마음을 숨길까, 싶은데… 딱히 숨긴다고 숨긴 건 아니고, 그냥 판이 멜리아를 연애적인 사랑으로 보지를 않으니, 자연스레 숨겨진 그런 느낌일 것 같네요. 멜리아가 이것저것 선물하면서 호감을 표현해도, 판의 입장에서는 햄스터가 선물이라면서 해바라기씨 갖다 주는 느낌일 거고. 근데 주위에서는 멜리아가 뭘 표현하는 건지 알테니까 안타까움이 좀 깔린 여러 감정으로 멜리아를 지켜볼 듯. 걔 중에서 몇은 판이 받아줬을 때 좀 뒤집어 엎을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을까.
멜리아는 판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도는 눈치 챘을 거야. 아마도 판이랑 이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하지 않을까? 사랑에는 성별도 나이도 없다지만, 신들은 다 죽고, 아스포델이 거의 신격화 되면서 멜리아는 신과 유사한 수준의 존재를 사랑하고 있는 거니까. 멜리아는 그저 지금 상황에 만족하겠지.
04
판이 멜리아 의식하게 된 건 멜리아가 20대 중반 쯤부터가 아닐까? 그 왜 클리셰 있잖아. 자주 보살펴주던 옆집 아는 동생이 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내가 키우다시피 한 그런 거. 그래서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 보면서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애가 대학 생활 하고 있는 그런 거. 물론 멜리아가 진짜로 대학 생활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기분이 있잖아. 어쨌든, 판은 잘 자란 멜리아 보면서 내가 애는 잘 키웠지, 같은 생각하고 있는데, 가만 보니까 멜리아가 묘한 그런 거. 판은 이런 감정이 처음인데다가 이런 쪽으로는 눈치가 없을테니(판 미안) 그냥 고개만 갸웃거리면서 넘겼을 것 같아.
한 번 신경을 쓰고 나니까 자꾸만 판한테 걸리적거리는 듯한 그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 싶음. 판은 정말로 의식 안 하고 싶은데, 그럴수록 자꾸만 멜리아한테 시선이 가겠지. 그러면서 멜리아의 행동과 시선, 말과 선물에 의미가 담긴 걸 깨닫게 되겠지. 그리고 처음으로 판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을 것 같아. 언제부터였는지 판은 모르겠지. 하지만 부끄럼없이 자신을 향해 그 모든 것을 하는 걸 보면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을 거야. 그리고 동시에 멜리아를 걱정하겠지. 아스포델의 시간은 멜리아랑 다른데, 자신은 멜리아를 그런 쪽으로 책임지기도 힘들고, 그 뜻을 전했을 때 멜리아가 받을 그 상처를 걱정할 거야. 그런데 판은 알았을까? 그 상처를 걱정하는 순간부터 이미 멜리아를 자기 마음에 들였다는 걸.
05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멜리아가 주는 선물과 그 말을 판은 더 이상 모르는 척하기 힘들었을 거야. 더 이상 멜리아는 그저 자신이 거둔 한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판도 멜리아의 행동이 싫은 건 아니라서, 살짝…아주아주 살짝 떠보는 식으로 멜리아한테 고백 아닌 고백을 던지지 않았을까? 뭐, 대충…자기가 멜리아랑 시간을 같이 보내도 되겠냐는 그런 말 같은 거. 얼핏 들으면 그냥 시간 좀 같이 보내면서 놀자, 그런 걸로 받아들일 수 있을텐데, 말했지? 멜리아는 감과 눈치가 야생의 수준으로 좋다고. 판이 하는 말을 멜리아는 절대 모를 수가 없었지. 멜리아는 그 순간 너무너무 좋았을 거야. 문제는 그런식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비유하자면 벽 너머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계속 말을 걸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벽 너머에서 말소리가 들려온 거니까. 그것도 명확하게 자신을 가리키면서. 그러다 보니 멜리아는 순간 자신의 표정이 일그러졌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 했을 거야. 멜리아 입장에서는 단순히 표정이 굳은 그런 느낌이지만, 판의 입장에서는 대놓고 질색하며 거절하는 걸로 보였겠지.
그 때 판이 받았을 상처는 아마 상상도 못하겠지. 자기와 다른 시간을 사는, 자기 손으로 거둔 이에게 조심스레 자기 마음을 보였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거라면 누구라도 상처 받지. 판은 속으로 뭘 기대한 거냐면서 멜리아한테 못 들은 걸로 하라면서 자리를 뜰테고, 멜리아가 황급히 정신을 차렸을 때는 물이 완전히 엎어진 상태겠지.
06
내 생각에는 멜리아 울었어. 100% 산이 떠나가라 펑펑 엉엉 울면서 프리스카랑 제이크를 귀찮게 굴었을 거야. 불쌍한 프리스카와 제이크. 멜리아가 다 망했다면서 목놓아 우는데, 야생의 존재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솔직히 사랑은 자기네들 알 바 아니거든. 프리스카는 멜리아 밖에 모르고, 제이크는 그나마 블랑카라도 있지만…떠나보낸지 오래기도 하고. 아무튼, 그나마 연애 경험이 있을 제이크의 조언은
[그냥 자빠트리고 하면 안 돼?]
- 되겠냐고~!
…원래 야생은 이런 법이죠. 멜리아가 골이 아플 정도로 울어대니까 프리스카는 울리는 머리를 붙잡고 멜리아한테 말하겠지.
[그럼 별 수 없네. 가서 제대로 말해.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
-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못 들은 걸로 하라는데…
[얼굴을 안 보겠다고 한 건 아니잖아.]
멜리아가 눈 끔뻑이면서 프리스카를 보면
[그러니까. 멜리아의 그런 반응이 싫었다면, 정말 보기 싫었으면 다시는 자기 볼 생각 말라는 듯이 했겠지. 그런데 잊어버리라며. 그러면 최소한 멜리아를 싫어하는 건 아닌 거겟지.]
- …진짜?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그랬다고 해도 내가 가만 안 둘 거지만.]
- 제발 가만히 있어줘.
07
어쨌든 멜랴는 끼야아악거리면서 마음 다잡고 판한테 다시 고백하러 가지 않았을까. 근데 판이 부담느끼거나 그러지 않게 평소 그대로 찾아가는 멜리아. 그러면서도 긴장은 긴장대로 해서 뻣뻣하게 굳어있으면 좋겠다. 판 찾아가서 시간 좀 내달라고 한 멜리아가 진짜 조용한 곳으로 판 데리고 가지 않을까. 주위에 짐승들도 없이 조용하니까 심호흡하고 판한테 고백하는 멜리아. 정말 오래 전부터 판을 좋아했고, 이 마음이 가볍지 않고, 판의 시간에 녹아들고 싶다 하는 멜리아. 개인적으로는 판이 갑자기 울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멜리아도 고백할 쯤에는 눈물 그렁거리고 있었을 것 같은데, 판 우는 거 보고 당황하는 멜리아. 멜리아가 판 어깨 언저리에 손 허둥거리면서 쩔쩔매고 있으면 판이 자기 싫어하는 거 아니었냐 그러겠죠.
-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 ……응?
- 나 싫어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살짝 떠보는데도 그런 반응이었잖아.
눈물 뚝뚝 흘리면서 자기 똑바로 쳐다보는 짝사랑 상대가 좋기는 한데, 그거랑 별개로 판의 말에 잠시 어이가 가출한 멜리아.
- 내, 내가…누굴 싫어해? 판을? 내가? 왜?
- 너가 나를.
멜리아 어이 가출하다 못해 바스라지는 소리. 멜리아 고개 젖히고 손으로 눈 가리다가 팍, 내리면서 왁왁거릴 것 같죠.
- 내가 판을 왜 싫어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뭘로 들리는 건데!!
- 그러니까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냐는 거잖아! 사람이 기껏 고백했더니 얼굴이나 찡그리고…
판도 이런 적이 처음이니까 눈물 핑 돌아서 울었으면 좋겠어. 멜리아도 울기는 우는데, 이게 자기가 보여준 걸로는 판한테 부족했나 싶은 그런 거. 이익, 거리다가 우는데 진짜 억울하고 서러운 울음.
- 내가…내가 판한테 잘 보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맛있는 것도 먼저 주고, 예쁜 거 보면 판한테 선물해주고, 언니오빠들한테 판 좋아하는 거 물어보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 그럼 그 반응은 뭔데!!
- 고백 처음 받아보는데 당황스럽지, 그럼!! 그런 사랑 받은 건 처음인데!! 내가 판한테 했던 모든 게 나는 처음이었는데!!
누가 보면 진짜 대판 싸우는 줄 알 정도로 고백? 하는 판멜. 그렇게 서로 왁왁거리다가 울어서 붕어눈 되어가지고 사이좋게 손 잡고 들어오는 판멜. 그런 둘 맞이해준 게 에바인데, 둘 손 잡고 있는 거 보고 잠시 둘 떨어트린 다음에 사정 청취하고, 기쁘기는 기쁜데 그거랑 별개로 판 때문에 뒷목 잡는 에바. 소식 들은 다른 아스포델은…글쎄… 일단 버그는 판 데리고 훈련시키러 가줬을 듯.
후일담
판멜 결혼까지 거의 풀악셀 밟고 갔을 것 같음. 이게 무슨 뜻이냐면, 멜리아가 먼저 꽃반지 주면서 자기랑 결혼 해달라고 하는 그런 거 보고 싶다는 뜻임. 문제는 판도 청혼할 각 재고 있던 중이라 혼자 있을 때 손에 반지 케이스 손에 쥐고 엎어졌을 것 같다는 뜻임.
- 뭐야, 쟤 왜저래?
- 멜리아한테 청혼하고 싶어서 반지까지 맞추고 다 했는데, 선수 빼앗겼대요.
뭐, 이러나 저러나 해도 잘 결혼하고, 셀키랑 이스시도 태어나서 알콩달콩 잘 지냈겠지만요.
숲 게(coki_foki) 님 커미션
숲 게(coki_foki) 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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