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 기사> 글 연성

조우하다

103화 기반

불덩이처럼 뜨겁고도 새빨간 모래가

뱃속에서 역류한다.

흐트러졌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지고

모래는 화약이 되어 머릿속을 달구고 헤집어놓는다.

지금, 내가 해야할 일.

그것만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저 남자의 모든 것을 부순다.

그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그런 나를 보고

그가 넌지시 제안해온다.

우리는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아도 된다.

네 소원대로 죽어주겠다.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뛴다.

미친듯이 뛴다.

비릿하게 웃는 그의 입꼬리가

월척이라도 낚은 갈고리 같다.

그 순간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져

그 냉기는 머릿속으로 전해진다.

냉정해져. 침착해지자.

냉기를 온기로 둔갑한다.

이제 갈고리를 쥐어잡은 나는

천천히 그 실을 당긴다.

차갑게 식어 가라앉은 모래 아래

예리하고도 섬세한 덫이 숨죽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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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캐릭터
#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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