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D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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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음이 두 번도 채 울리지 않았는데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 꺼진 방에서 어렴풋이 본 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었으니 충분히 민폐일 시간인데도 여보세요, 하고 반갑게 맞이한다. 나기는 멤버들이 잠든 컴컴한 기숙사 복도를 슬쩍 내다보고서 목소리를 낮췄다. 문을 닫고, 평소보다 낮고 조용한 인사를 건넨다. “하이, 츠나시 씨.” “[안녕
1. “소재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말이야.” “나기 군은 어학력이 뛰어나지?” “다개국어 구사자는 방언도 배울 수 있을까?” 나기는 서점에서 사온 책들을 책상 위로 쿵 내려놓았다. 이미 온갖 물건들로 비좁은 책상을 대강 정리하고 제법 두께가 있는 책을 한 권씩 늘어놓는 손길이 얼핏 비장하기까지 하다. 나기는 책을 구입할 때도 이미 꼼꼼히 살펴본 내용을
* 연작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단편 * 4부 이후 미래의 어느 시점 두 번째 노스메이아 방문은 명실공히 관광 목적으로 마음의 짐은 한결 가벼웠다. 약속대로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르바르도 씨가 우리를 맞이해 숙소까지 안내해 주기로 했다. 세토 씨가 준비했다던 숙소가 노스메이아 궁전일 줄 알았더라면 부담감에라도 순순히 따라가지 않았을 텐데 친
1. 뺨에 나뭇잎이 내려와 닿는 감각에 눈을 뜬다. 눈꺼풀을 파고드는 햇빛에 가볍게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실버는 어렴풋한 시야와 바람결에 따라붙는 풀내음으로 제가 있는 곳을 파악한다.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웅성거림과 그늘을 조금 비껴나 따뜻해진 잔디밭.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의 안뜰이다. 잠에 취해 멍한 머리로도 어찌어찌 결론을 내렸다. 또 어느새 잠
1. 이른 아침의 어슴푸레한 빛이 침실 커튼 사이를 미끄러지듯 들어와 눈가에 내려앉는다. 아서는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다가, 눈부심을 떨쳐내듯 몇 번 눈을 깜빡였다. 서늘한 공기가 조그만 코끝을 스친다. 아이는 가볍게 떨며 동그마니 웅크렸다가, 문득 떠오른 것처럼 잽싸게 몸을 굴려 침대 밑으로 뛰어내렸다. 가벼운 몸이 부드러운 카펫 위로 거의 소리도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