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류나기
📞
신호음이 두 번도 채 울리지 않았는데 상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불 꺼진 방에서 어렴풋이 본 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었으니 충분히 민폐일 시간인데도 여보세요, 하고 반갑게 맞이한다. 나기는 멤버들이 잠든 컴컴한 기숙사 복도를 슬쩍 내다보고서 목소리를 낮췄다. 문을 닫고, 평소보다 낮고 조용한 인사를 건넨다.
“하이, 츠나시 씨.”
“[안녕, 나기 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당신이야말로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군요. 일하던 중이었나요?”
그러자 저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스피커를 통해 언뜻 공기가 흐르는 소리도 들려서, 나기는 그가 밖에 있음을 짐작했다. 전화기에 대고 무심코 고개라도 저었는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류가 약간 멋쩍은 투로 대답했다.
“[아니, 산책 중이었어. 잠도 안 오던 차에 오늘은 좀 선선하길래.]”
“Oh……. 선선한가요?”
“[바람이 불어서 꽤 시원해. 밤이라서 기온도 좀 떨어졌고. 그치만 나기 군한테는 더우려나.]”
“물론이죠. 노스메이아에서 밤 기온이 이 정도로 올라가면 재난입니다. 저는 재난 상황 속에 있습니다. 긴급 레스큐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구나. 나는 더운 지방에서 자라서 상상이 잘 안 되네…….]”
잠깐 틈을 두고 류가 웃었다. 긴급 상황에 119가 아니라 츠나시 류노스케의 번호를 누른 나기를 생각하고 웃은 것 같았다. 시치미를 떼고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류가 장난스레 물었다.
“[그래서 전화했어? 내 구조가 필요한 거야?]”
“그렇다고 하면 구해주실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Hm……. 지금 당장 기온을 영하로 내려주세요.”
“[그건 기상청이 와도 힘들지 않을까…….]”
나기는 무심코 웃었다. 지금 갑작스레 영하로 떨어지면 기상청이 이상기후를 보도하기도 전에 유명 아이돌 츠나시 류노스케가 동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뉴스 속보가 뜰 것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쥐고 있던 핸드폰의 마지막 전화 상대는 라이벌 그룹의 로쿠야 나기. 과연 그는 이 사건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가……. 금세 엉뚱한 상상에 빠지는 것도 나기의 버릇이었다.
나기의 희미한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류가 왜? 하고 물었다. 나기는 류처럼 전화에 대고 고개를 젓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 나기는 잠시 생각했다가, 짐짓 진지한 투로 농담을 던졌다.
“당신이 얼어죽으면 뭐라고 진술할지 생각했습니다.”
“[내가?! 갑작스럽네?! …아, 영하로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얇은 여름 옷차림으로 겨울을 맞이하면 당신은 버티지 못하겠죠.”
“[그건 누구라도 힘들지 않아? 나기 군이라면 괜찮아? 추운 나라의 아이니까.]”
“당신보다는 오래 버틸 테죠. 당신이 이 여름밤에 그렇듯이.”
“[아하하. 그럼 그때는 나기 군이 나를 구해주겠네. 나기 군은 지금이 한계?]”
“한계입니다.”
“[큰일이네.]”
그러나 큰일이네, 하는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서는 말만한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한계입니다, 하는 말투가 그리 절실하지 않아서겠지. 그러나 과장되게 말하면 아무래도 목소리가 커지고, 나기는 그가 지금 류와 통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멤버들에게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나기는 침대 위에서 일어나 후덥지근한 방의 창을 열었다. 바람을 들여봤지만 류의 말만큼 시원하지는 않았다. 미지근하고 살짝 습하기까지 한 공기가 나기의 몸을 휘감았다. 그래도 배어나온 땀을 식히며 지나가자 약간 시원한 기분은 들어서, 나기는 적어도 전화하는 동안은 창을 열어놓기로 했다.
류는 밖을 계속 걷고 있는지 전화 너머로 가벼운 숨소리와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스쳐가는 공기 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으니 그는 혼자 있을 것이다. 나기는 문득 그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다.
“어디를 산책하고 있습니까?”
“[나? 근처 공원이야. 벚꽃길로 유명한.]”
“당신 혼자인가요?”
“[응. 띄엄띄엄 누가 지나가긴 하지만 늦은 시간이고, 어두워서 눈에 안 띄나봐. 다행이야.]”
“그렇네요. 다행입니다.”
나기는 그렇게 답했다가 약간 실수한 기분으로 입을 다물었다. 류는 그저 나기가 저를 따라 맞장구를 쳤다고 생각했겠지만 나기의 저의는 조금 달랐다. 슬쩍 넘겨본 화면 속 통화 시간은 약 10분. 잠들 수 없는 여름밤은 아직 길다. 나기는 살짝 뜨거워진 핸드폰을 반대손으로 바꿔들었다. 전화를 대고 있던 귀가 덩달아 열을 띠었다.
나기의 속도 모르는 류는 멈춰서서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었다. 지갑 챙기는 건 까먹었지만 얼마 전 동료들과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고 남은 동전이 주머니에 몇 개 남아 있었다. 류는 한 손만 써서 큼직한 손바닥에 올라간 동전을 세었다. 조용하다 싶더니 들려온 동전 짤랑대는 소리에 나기가 물었다.
“뭘 하나요? 동전 소리가 나는데요.”
“[아, 미안. 통화 중인데. 왠지 시원한 게 땡겨서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먹을까 하고…….]”
“편의점이 있습니까?”
“[응. 그치만 통화 끝나고 다녀올 거야.]”
“…제가 끊지 않는다면?”
류는 잠시 침묵했다. 나기는 침대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채 코코나 쿠션을 만지작거렸다. 창을 넘어 불어온 밤바람이 금빛 머리칼을 고요히 흔들고 지나갔다.
“[그럼…… 어쩔 수 없겠지.]”
둘을 저울에 올릴 필요도 없다는 양 너무 순순히 포기하는 답에 나기는 오히려 기운이 빠졌다. 그야 고작 아이스크림이긴 하지만. 그러니 류는 별 것 아니라 생각할 테고, 나기가 미안할 필요는 조금도 없지만. 이건 유치한 고집도 뭣도 아니지만.
나기는 침대에 놓인 코코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변덕스레 먹고 싶어진 아이스크림. 마치 나기가 변덕스레 건 전화처럼. 그러나 같은 변덕이라도 둘의 가치는 달라야 한다. 나기는 한숨이 만에 하나라도 건너편에 닿지 않도록 멀리 뱉고서, 마치 자비로이 허가를 내리는 왕처럼 말했다.
“다녀오셔도 됩니다.”
“[어, 그래? 그치만 나기 군은 더 통화하고 싶은 거 아냐?]”
“괜찮습니다.”
“[정말? 난 산책 좀 더 할 생각이라 더 얘기해도 되는데.]”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이 다시 걸면 되잖습니까.”
“[그래도 돼? …그럼 미안. 얼른 사올게! 잠깐만 기다려, 나기 군!]”
“네. 다녀오세요, 츠나시 씨.”
나기는 잘 자라는 인사처럼 말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대로 침대에 풀썩 누워, 짧은 통화 시간이 띄워진 화면이 얼굴을 비추게 내버려 두었다. 이 빛이 꺼지면 그대로 눈을 감고 잠들어버리겠다고 생각했다. 잠이 오지 않더라도 그래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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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는 정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기는 감았던 눈을 뜨고 무음 모드에서 빛만 발하는 핸드폰을, 그 위에 표시된 이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시간은 15분쯤 지나 있었다.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 사는 데 걸릴 만한 시간은 역시 아니었으니, 나기가 뜸을 들이는 건 결코 괜한 심술이 아니다. 나기는 천천히 손을 뻗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는 어찌나 상냥한지 신호음만 줄곧 울려도 끊지 않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었다.
“하이, 츠나시 씨.”
“[아, 다행이다. 잠든 줄 알았어.]”
“그러는 당신은 생각보다 늦으셨군요. 아이스크림만 산 게 아닙니까?”
“[아이스크림만 샀어! 돈도 없는 걸. 근데 편의점에서 우리 팬을 만나서…….]”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다. 24시간 편의점에는 최소 1명의 직원이 있고 한밤중에 드나드는 손님도 꽤 많다. (야마토도 아이들 몰래 가끔 밤에 나가서 어슬렁어슬렁 맥주캔을 사오곤 했다.) 그 사람들이 츠나시 류노스케를 알아보지 못할 확률은 지극히 적을 테고, 모두의 다정한 에로에로 비스트가 제 팬을 모른 척 넘어갈 확률은 그보다도 더 적었다. 그래서 나기는 류가 다시 전화를 걸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이 전화는 누군가가 끼어들면 성립하지 못하는 무언가 같았다.
류는 저도 모르게 어떤 시험을 통과했다. 나기가 무슨 복잡한 고민을 하건 그로서는 아무튼 다시 걸겠다고 했으니, 단순하게 약속을 지켰을 뿐이지만. 류는 미처 벗기지 못한 아이스크림 포장을 입으로 죽 물어뜯었다. 파랗고 차가운 얼음덩어리를 입에 물고, 찡하게 올라오는 냉기에 기분 좋게 미간을 좁힌다. 나기는 얼음이 부서지는 아삭,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기분 탓인지 덩달아 목덜미가 시원해졌다.
“무슨 맛 아이스크림입니까?”
“[소다맛. 가리가리군이야. 나기 군, 알아?]”
“가리가리군?”
“[응. 파랗고 네모난 하드인데,]”
류가 말하다 말고 문득 웃었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나기를 향해 어째선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다 먹으면 재밌는 장치가 있어.]”
“장치입니까? 아이스크림에? 무슨?”
“[응. 뭐일 것 같아?]”
나기는 잠시 생각해 보았다. 고작 몇십 엔짜리 아이스크림에 대단한 장치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따라서 식완 같은 류는 아닐 듯한데. 나기는 류가 얼음 씹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그의 입안에서 녹아내릴 파란 얼음 덩어리를 상상했다.
“Hm……. 혀가 파랗게 되나요? 시럽 뿌린 빙수를 먹었을 때처럼.”
“[아하하! 그럴지도! 하지만 아니야.]”
류가 소리 높여 웃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류는 다시 한 번 아이스크림을 크게 베어물고는, 비죽 튀어나온 막대를 살폈다. 그리고 미소 지으며 답을 알려주었다.
“[이 아이스크림은 말이지, 당첨이 있어.]”
“당첨… 말입니까?”
“[응. 가끔 막대에 당첨, 이라고 적혀있는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그럼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먹을 수 있어.]”
“그런 것이 있습니까? Amazing! 재미있네요!”
“[그치? 은근 먹는 재미가 있단 말이지. 당첨일지 아닐지 기대하며 먹는 거야.]”
나기는 저도 모르게 들떠 외치다가 퍼뜩 소리를 죽였다. 건너편에는 마음 놓고 싱글벙글 크게 대답하는 류가 있다. 그 차이에 나기는 조금 아쉬워진다. 처음 전화할 때 밖으로 나갔더라면 더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혹은 아예 같은 공원에서 우연처럼, 마주친다든가.
창밖으로 차 한 대가 지나가면서 제법 큰 엔진음을 남겼다. 내내 바람을 들였는데도 방은 여전히 후덥지근했다. 시원한 것이 먹고 싶었다. 당첨이 있는, 파란색 하드 아이스크림 같은 것. 나기는 얼음만 입에 대겠다고 우겼다가 미츠키에게 혼났던 아침을 떠올렸다. 그치만 미츠키, 저도 ‘당첨’을 먹어보고 싶어요. 정보의 출처를 밝히면 봐줄지도 모른다. ‘츠나시 씨가 말한.’ 하고.
“[나기 군, 자?]”
“아직입니다.”
“[더워서 잠이 안 오는 거야?]”
“그렇습니다. 열대야라고 하던가요. 일본의 여름, 해가 져도 괴롭습니다. 가혹합니다.”
아직 열대야까지는 아닌데……. 하는 중얼거림을 나기는 가뿐히 무시했다. 류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실려 있었다. 평소에는 그의 염려에 매몰차게 구는 나기지만 이런 종류는 괜찮았다. 이문화 교류. 나기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 No problem, 나기는 덧붙였다.
“괜찮습니다. 대책은 세워뒀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여름도 무섭지 않습니다.”
“[대책?]”
“Yes. 작년 여름의 괴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반리가 준비해준 겁니다. 창고에서 찾았다고 합니다.”
말하며 나기는 좁은 방 한 켠에 세워둔 낡은 선풍기를 보았다.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반리가 먼지를 닦고 조립해서 갖다준 물건이었다. 고개가 자주 꺾이고 약간 소리는 나지만 이게 조금이라도 열을 식혀주면 좋겠다고. 유독 여름에 약한 나기를 위해 내준 개인 선풍기였다. 타마키가 부럽다며 볼멘소리를 냈지만, 매일 땀범벅으로 괴롭게 기상하는 나기를 떠올렸는지 이내 양보했다. 대신 가끔 나깃치 방에서 선풍기 쓰게 해줘. 그럴 바에는 더 시원한 거실 에어컨을 쓰면 될 텐데. 그래도 나기는 흔쾌히 허락했다. 함께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약속했다.
“[잘됐다, 다행이야. 올해 여름은 무사히 나면 좋겠네.]”
“그럼요. No problem, 문제 없습니다. 올 테면 와봐, 입니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낮고 허탈한 웃음. 나기는 따라 피식 웃었다.
실없는 대화를 마치자 한동안 류가 걷는 소리만 넘어왔다. 나뭇가지 밟는 소리, 발끝에 부딪힌 돌멩이가 툭툭 구르는 소리, 바람에 섞여 가끔 깊어지는 숨소리. 나기는 침대에 모로 누운 채 눈을 감고 소리를 들었다. 그의 숨이 점점 규칙을 찾는 걸 느꼈는지, 정적을 깨고 류가 조용히 물었다. 아까와 같은 질문을, 보다 확신을 갖고서.
“[나기 군, 자?]”
“…아직입니다.”
“[그렇구나. 그래도 이제 슬슬 자. 더 늦으면 내일 일어나기 힘들어.]”
“그러는 당신의 산책도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나도 이제 들어갈 거야. 덕분에 산책 심심하지 않고 즐거웠어.]”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나기 군은?]”
나기는 순간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을 느릿하게 꿈뻑였다. 류는 마치 자장가를 부르는 것처럼, 혹은 머리맡에서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것처럼 부드럽게 말했다.
“[잠이 안 와서 전화한 거잖아. 내가 도움이 됐어?]”
“…….”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는데도 류는 충분하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분명 둘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 텐데, 바로 곁에서 말하는 것처럼 가까이 들렸다.
“[다음에 또 잠이 안 오면 전화해줘. 나도 나기 군과 더 대화하고 싶으니까.”
“…그렇습니까.”
“[응.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 연락해! 최대한 받을 테니까. …아, 이제 정말 들어가야겠다.]”
그 순간, 무언가 떠올린 듯 류의 목소리가 분주해진다. 통화를 마무리하려던 나기는 의아하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나기 군, 아직 안 자지? 하나만 더 말해도 될까? 나기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가 얼른 입으로 고쳐 말했다. 아직 용건이 남았습니까? 마치 저쪽이 먼저 나기를 찾아 전화한 것처럼 뻔뻔하게 묻는다. 뭔가요?
“[내가 아까 먹은 가리가리군. 사실 나기 군이랑 같이 확인하려고 아직 막대를 안 봤거든.]”
“저랑 같이?”
“[응. 아, 물론 같이 볼 수는 없지만……. 실시간으로 반응을 공유할 수는 있잖아.]”
당첨이면 나기 군 주고 싶어. 괴로운 여름에는 얼음밖에 못 먹는다는 나기에게. 혀가 파랗게 되어가며 나무 막대를 돌려보는, 즐거운 여름을 하나 선물하겠다며. 그러는 당신의 혀는 지금 무슨 색인가요? 나기는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하나, 둘, 셋을 세는 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뽑기란 아무리 사소해도 설레는 법이라 도리 없이 가슴이 뛰었다.
열기를 띤 핸드폰 너머로 류가 아, 하고 외쳤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솔직한 목소리 때문에, 나기는 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웃어버렸다.
“[당첨이다.]”
나기보다 한 발 늦게, 류가 늦은 여름밤에 어울리는 소리로 기분 좋게 웃었다. 열린 창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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