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네가 잊고 있던 것과, 네가 묻지 않아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하나. 자신은 내미는 손을 잡고 끄트머리에 흰 포말이 이는 푸른 파도의 자락이 옅은 바람에 흔들리는 등 뒤를 따라갔던 것이지 끌려간 것이 아니라는 것. 위험해보이는 놀이로 다치는 게 아니라면, 놀이 자체를 싫어하고 꺼리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시간을 아끼고, 바삐 움직이고, 무언가를 배우는 데 시간을 더 활용해왔을 뿐.
그리고 남은 하나는,
“바다가 낯설다고 했지, 몸으로 노는 게 처음이라고는 안 했잖아.”
라는 것이다.
기운 넘치는 어린애들을 오래 돌본다는 것은 근력보다 근성으로 놀이에 어울리는 법, 혹은 요령껏 노는 방법을 알아가는 일.
그러니 무수한 놀이에 휘말린 덕분에, 세상의 모든 것에서 놀이의 요소를 찾아내는 네 마법같은 재능을 알아챌수도 있었고, 기꺼이 손을 맞잡을 수도 있었지.
그런 생각을 말하지 않은 것은, 그저,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익숙한 까닭이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고.
네가 흔들릴 때는 혹시 모를 긴장에 몸을 굳히고 주시했지만, 물놀이에 익숙한 사람답게 곧 수면 아래에서 균형을 잡는 모습을 지켜본 끝. 조금은 감탄스러울 정도라 저도 모를 웃음이 터지고 만다. 그러다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등에 물을 뿌리고 가는 것도 다 모르는 채로.
고개를 돌리고 잠시 웃다가, 어쩌면 눈매를 휜 채 네게 손을 뻗는다. 날은 화창하고 바다는, 네가 물을 뿌리느라 바쁘던 때부터 이미 일렁이느라 여념이 없어 잔잔한 줄은 모르겠다. 아마 네 많은 시간이 그렇지 않을까. 원래의 형태가 어떤지는 상관없이, 네게 닿으면 경쾌한 노래가 되어버리는 장면과 순간들.
한쪽 팔을 여전히 붙든 너를 돕겠다는 듯 굴지만, 정작 너를 놀라게 하다 일으킨 물결로 오히려 더 젖어버린 꼴은 꽤나 우스우려나. 한 발 늦은 자각은 있지만.
“이번엔 밀거나 당기지 않을게.”
뭐, 상관 없나. 겉보기에 신경쓰지 않는 것은, 무뚝뚝한 낯을 할 때나 장난을 꾸민 끝이나 마찬가지의 일. 다시 슬쩍 웃으며 내민 손을 조금 더 기울인다.
본심을 말하라면, …사실 장난꾸러기를 골탕먹인 결과로 얼마나 높은 파도를 맞을지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러나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이미 시작한 놀이에 걱정이나 염려만큼 쓸모없는 것은 없다.
이 손을 당겨 휘청거린 끝에는 네 말처럼 ‘물을 먹게’ 될 게 빤히 보이더라도.
“손을 잡아, 썸머.”
안녕, 썸머. 하고 너를 부르며 인사하던 그때부터 어쩌면 예정되었을지 모를 일.
어쩌면 너라면, ‘그런 것까지가 놀이의 묘미’라고 생각할까?
쓰고싶어서 썼으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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