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한 번을 잠잠한 법이 없었다.
파도몰이
누구도 별을 가리고 구름을 몰며, 파도의 포말을 자신의 것처럼 다룰 오만한 권리를 타고나지는 않는다.
어떠한 이름도, 어떠한 언어도 감히 운명을 집필할 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으니,
파도와 같이 삶을 타고 흐르는 제 명을 생은 제 손으로 몰아 나아간다.
파도가 비명을 지르고 바람이 노래하는구나.
폭풍이 다가오는 듯 하지만 막상 닥쳤을 때에야 그것을 갑작스러운 재앙이라 할 수는 없겠지.
이름
톨' 쿠블 Tol' Quvl
독특한 어감의 이름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 부여되는 역할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다. 어렸을 적부터 작은 몸집을 타고난 그는 유독 파도와 조류의 흐름에 맞추어 떠도는 것을 즐겼고, 그런 그에게 파도몰이라는 역할이 부여된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의 일족에서 같은 이름을 찾아보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큰 규모의 이동을 하지 않는 일족들의 습성 덕택에 '파도를 모는 이'라는 역할과 이름을 부여받는 이는 드물었다. 그러한 독특함도 무색하게 일족과의 교류가 드물어진 지금에 와서는 그 역할은 흐려지고 형태만이 남아 있으므로 이름 자체에 대한 의미는 남아 있지 않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톨' 쿠블이라고 소개하나, 제 문화에 무지한 지상인들이나 외지인들이 '쿠블'을 성으로 착각하거나 '톨'만으로 자신을 부르는 일이 잦을 수 있음을 알고 있는 턱에 무엇으로 타인이 저를 지칭하든 유념치 않는 모양이었다.
나이
불명
얼굴을 가리고 있으며 인간과 인어 둘 중 어느 곳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언행과 태도만으로 그 나이를 결론짓는 일은 어려웠다. 특유의 호기심 넘치는 태도와 새로운 것에 고개를 기웃거리는 것, 사회적인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영락없는 어린 아이나 처음 사회에 나온 어리숙한 청년의 모습에 가깝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 그가 보이는 노련함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경로의 지혜 따위는 그 어리숙함마저 지긋한 노인의 엉뚱함이나 독특한 기질을 꺾지 못한 중장년의 모습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가장 유력한 추측은 그가 20대의 중간 즈음을 지내고 있다는 가설이었는데, 이는 '소꿉친구'라고 부르는 관계의 보편성-보통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을 이용한다. 이러한 가설에 따른다면 그 나이는 그의 소꿉친구가 26살의 나이를 가지고 있으니, 위아래로 2살을 더하거나 뺀 것 즈음으로 그 범위를 좁힐 수 있을 듯 하였다. 여전히 제 나이를 밝히지 않는 탓에 진실은 오리무중이지만…….
성별
남성
페어
해노을 / 26세 / 남성
@관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관계에 있어 상당히 폐쇄적인 축에 속하는 그에게 있어 해노을의 존재는 유일무이한 '친구'와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개중에서도 제법 특별한 관계인 소꿉친구. 평생 그러한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은 없었으나 그는 제가 지니는 관계와 소꿉친구라는 단어가 지니는 엉성한 어감이 꽤나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둘이 친밀한 관계가 된 계기에는 자그마한 나무 조각 인형 하나가 있었다. 바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재질의 새로운 물건은 어린 톨의 이목을 끌었으나 경계심을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런 톨을 기다리며 종종 바다 너머로 엉뚱한 물건을 띄워 보내주는 것은 끈기 좋은 해노을의 역할이었다. 해노을은 성가신 일을 몰고 오는 법이 없었다. 그는 시끄러운 소리나 짙은 향을 풍기며 다가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귀찮은 일에 엮이게 할 만큼의 적의를 지닌 것 같지도 않았다. 바닷가에서 조각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 달라는 터무니 없는 요구에도 묵묵히 자신을 위한 작은 조각을 만드는 해노을의 모습에 톨은 확신을 얻어 끝내 마음을 열고 말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퍽 무모한 일이었지만 그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노을을 제 유일한 친구로 삼은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었노라고 회상한다. 그는 태양의 반짝임과 노을의 따뜻한 빛,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지상의 생기를 품은 자였으니.
키, 몸무게
3m 47cm, 265kg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그가 인간으로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의 소꿉친구마저 그가 인간으로 변하여 물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말 그대로 변환의 경험 자체가 없는 것인지 그 스스로도 자신이 인간이 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크기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자각이 희미해 보였다. 그럼에도 향유고래라는 거대한 생물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그의 일족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한다는 그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그가 인간이 되었을 때의 크기는 적어도 2m 이상일 것이라고 추측된다.
외관
성격
체념적인, 무심한, 냉담한
파도가 밀려 들어오면 쓸려 나가는 때도 있는 법, 바다의 넘실거림처럼 예견되어 있던 일이다.
체념-그것을 길게 풀어 설명한다면 무언가에 기대를 걸어 보지 않는 태도이리라. 그는 실로 타인에게, 상황에게, 더 나아가서 세상에게 기대를 보이는 일이 없었다. 기대를 하는 일이 없거든 실망을 할 일 역시 없으므로 그는 멋대로 실망감에 휩싸이는 일 역시 없었다. 애초부터 제 주변의 환경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태도를 한 그는 제게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양 담담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는데, 그 정도가 극심해 때로는 그가 아예 같은 삶을 두어번 살아 온 것 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그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해석하거나 저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언젠가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가벼이 웃으며 예견된 일이었노라, 그저 피하지 않았던 것 뿐이라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저 스스로에게도 그런 냉담을 지니는 그가 타인에게 베푸는 관심의 수준은 무에 가깝다.
딱딱한, 지루한, 안정적인
역동과 변칙에 몸을 맡길 바에야 안온에 몸을 기대겠어.
바다가 다채로움의 속성을 지니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성격을 꾸며낼 위인이 되지 못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뛰어난 유머 감각이나 화려한 언변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대신 이리저리 솟아난 암초와 같은 날카로움과 단단함, 그리고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심해의 해류와 같은 안정만을 타고나 그것만으로 살아가는 듯 하였다. 농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일상이요, 고도의 판단이 필요한 일이나 다면적인 해석이 필요한 일은 그에게 맡기지 않는 것이 차라리 현명할 것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경직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것인지 제 성격이 재미있다는 헛된 소개를 하는 일은 없었다-그와 동시에 그 성격 자체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는지 이에 안정감을 느끼며 변화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그에게 즐거움의 선사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리라. 그럼에도 당신이 흔들리지 않는 기반과 객관 따위의 현현을 바란다면 그는 좋은 우상이 되어 줄 것이었다.
회피하는, 경계하는, 지켜보는
직접 몸을 담는 것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나아. 원치 않는 해류에 휩쓸리면 빠져나오기 어려울테니.
신뢰를 쏟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드문 이로서는 제법 당연한 특징이다. 그는 자신이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환경 밖으로의 모험을 즐기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인 인물이며 용기가 부족한 자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그는 필요 이상의 위험에 몸을 던지는 '무모함'의 성정을 타고난 이는 아니었다. 이는 비단 상황이나 장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관계와 인간, 활동 등에도 널리 적용되는 특성이었기에 그를 새로운 환경으로 이끄는 것은-감사한 호기심의 개입이 없다는 가정 하에-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는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어딘가에 굵직하고 선명한 선을 세워 둔 듯 행동했다. 마치 인간이 인어와 자신들의 사이에 얇지만 분명한 유리벽을 세워 그 이와 발톱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며 안전한 관람의 권리를 누리듯이…….
억센, 압제적인, 완고한
폭풍이 다가오는 것에서 도망칠 수 없다면 자리를 지키는 편이 현명하지. 맡은 바에 충실하고, 심장이 멎을 때까지 놓아서는 안 돼.
포용보다는 절제, 수용보다는 거부, 긍정보다는 부정, 용인보다는 관철-그의 전반적인 태도는 늘 완고하게 그 강도를 유지했다. 이는 단순한 의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의지에도 스며 있는 묽은 풀과 같다. 이렇게 굳어진 의지 따위는 그의 고집을 단순한 고집이 아닌 신념처럼 보이게 만들었으며, 실제로 그것은-그 본질이 어찌 되었든-타인의 회유나 설득에 쉬이 꺾이지 않는 하나의 특질로 남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가 제 억센 마음을 타인을 휘두르거나 그 위에 군림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회적인 상황에 익숙치 않을 뿐 반사회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반증이라도 보이듯, 그는 필요하다면 수긍 대신 묵묵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일렁이는 반발심을 누르려는 어느 정도의 노력을 보여주고는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파도를 어깨에 두른 채 진격하는 거대한 존재라 한들 길들이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터무니 없는, 호기심 많은, 집요한
대답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 혹은, 직접 그물을 잘라낼 정도의 교활함을 보여라.
그의 밋밋하고 단조로운 성격에 하나의 인간성을 부여해 주는 요소는 단연 호기심이었다. 그는 새로운 물건이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맞닥뜨리면 이에 대한 공포와 막연한 경계심보다는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먼저 내비추고는 한다. 세상과 접촉하고 소통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 질문에 대한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지 못한다면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는 꼴을 보면 그것이 단지 소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때로 그는 아주 터무니없는 질문을 던지거나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때로는 무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으나, 이는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닌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기억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잘못 발음한 단어의 발음을 다시 정정하거나 저질러서는 안 될 무례에 대해 사과를 던질 정도의 지성은 갖추고 있는 자이니 말이다.
LIKE
바다
그가 나고 자란 곳, 어쩌면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여생을 보내야 할 곳. 그는 그 장소의 푸름 혹은 검정에 몸을 담으며 사랑이라 이를 수 없는 감정이라 한들 적어도 그곳을 제 집이라 여길 정도의 애착을 품은 채 살아갔다. 한 평생을 귀에 담은 물의 출렁임, 몸을 가벼이 뒤흔드는 무거운 물결의 흐름, 꼬리 끄트머리를 적시고 떨어지는 포말의 감촉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다새의 소리 하며 찬 바람에 살결을 찢듯 번득이는 소금기가 제게 안겨주는 안정감을 아주 없는 것으로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땅에 대한 동경 혹은 호기심이 눈길을 끌더라도 제가 남아 있을 장소는 오롯 짙푸른 바다의 깊은 곳일 뿐이라고 배워 왔으니 진리 역시 그러하리라. 그는 누군가는 모든 것을 삼킬 심연이라 이르며 두려워하는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삼은 채 묵묵히 헤엄쳤다.
수집
자신에게로 떨어져 나온 세상의 파편을 주어 모으는 일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일지언정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어떤 물건들은 물 속으로 스며들어 무로 화하거나 모습을 바꾸었으며, 때로는 색을 바꾸며 본디의 반짝임을 잃기도 하였으나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마저 그에게는 작은 유희와 같았다. 모든 물건에는 각기의 삶과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법 아니겠는가? 그는 제게 다가온 타인의 삶을 손으로 만지고 햇빛에 비추어 보며, 그것이 어떤 경로로 자신에게 오게 되었는지를 상기하거나 제 손이 아닌 타인의 손에 있었을 적에는 어떠한 삶을 살아 왔을지에 대해 묻고는 한다. 그 어떤 물건도 그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는 일은 없었으나 그 역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닌 단순한 공상에 불과하다는 듯한 태도만이 이어질 뿐이다. 그리 모인 물건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을 내어줄 존재 역시 애석하게도 남아 있지 않다.
자유
자유, 실로 피상적인 선호가 아닐 수 없다. 자유를 마다하고 구속과 억압을 선택할 이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의식을 지닌 채 살아있는 것들이라면 마땅히 자유를 동경하며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으로부터 헤엄쳐 나올 것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선호하는 것에 대해 묻는다면 꼭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서는 것은 이 막연한 '자유'라는 단어였다. 그가 이야기하는 자유가 어떤 자유인지는 확실치 않다. 유리로 만들어진 벽 안에 갇히지 않을, 더욱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사슬에 묶이지 않을 자유일까, 혹은 타인이 만들어 둔 사상과 규칙의 틀 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다울 수 있는 자유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자신의 생각과 경계를 허물고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광대한 자유일까……. 그 자신도 그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보지는 않은 것인지 그의 입 바깥으로 나오는 자유는 그저 자유라는 두 글자에 지나지 않는 표상으로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HATE
짙은 향
짙은 향을 기피하려 한다 하여 그가 코를 찌르는 바다의 향마저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기피하는 것은 자연에서 느껴질 리가 없는 극도로 짙은 향-특히 인간에게서 풍기는 향수의 향이다. 그는 향이 오랫동안 이어질수록 생리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듯 자리를 피하거나 향을 차단시키려 하는데, 애시당초 그가 물 바깥으로 몸을 내미는 일은 드물기에-당연스럽게도 물 속에서는 향이 멀리 퍼질 일이 드물다-액상의 형태로 향을 퍼뜨리지 않고서는 그가 향 때문에 몸을 피하는 일을 직접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혹여 호기심에 그의 안면 가까이 짙게 농축된 향수의 향을 들이밀거든 그의 미움을 살 수 있으니 그리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간섭
그는 타인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드물며, 자신과 무언가를 함께하지 않는 이들의 독단에 어떠한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 같은 무리의 존재들이라면 생존과 여러 문제를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조언을 내어 주는 것이 옳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상황은 항해도 전쟁도 아닌 평시의 상황이 아니던가!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타인에게 지나친 영향력을 미치는 일도, 거꾸로 타인이 자신에게 감히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일도 용인하지 않았다. 한 개체는 독립된 정신을 가지며 선택권을 지니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의 의무를 진다. 그 선택권을 타인에게 이양하며 선택에 의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회피의 태도는 단연 미숙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리라. 지금까지는 자립을 미덕이라 받아들여 왔으니 적어도 지금의 그에게는 그러했다.
집단
정확히는 집단보다 집단의 일부가 되는 것에 대한 강제, 혹은 집단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일 것이다. 그는 경계심이 강한 인물이며 자신을 드러내거나 타인과 동화시켜야만 하는 상황을 기피하려 노력을 다하고 있다-무엇보다 그리 보이지 않을지언정 그는 제법 부끄러움이 많기까지 했으니,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는 것이 그에게 어떤 감정을 몰고 올지 상상해 보라! 지금까지의 삶에 있어 그는 자신의 일족이 아닌 다른 이들과 무리를 꾸리거나 그런 무리에 자신을 끼워 넣어 본 적이 없었다. 지금껏 그는 수많은 이들의 무리가 검은 그림자처럼 다가와도 몸을 피하기가 일쑤였으니 그가 수많은 이들의 체온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 듯 하였다.
소지품
가죽 주머니
잡동사니가 굴러 다니는 가죽 주머니. 꽤나 오랜 시간을 바닷속에 잠겨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죽의 손상도가 거의 없는 수준이므로, 땅짐승의 가죽을 벗겨 만든 것이 아닌 바다의 일부가 명을 달리 한 것을 잘 가공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기이하게도 이미 쓸모를 다한 것들 뿐이다. 이미 한참 삭아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 뻔한 오르골, 용도를 알지 못하고 무작정 집어넣었을 것이 뻔한 플라스틱 모형-반이 갈라진 당근 모형이다-과 도자기로 만든 작은 피리 하나, 옷가지가 잘려나간 것 혹은 손수건과 비슷한 것, 그리고 그 외의 지상의 존재들이 흔히 '쓰레기'라고 여기는 것 몇 가지……. 잡동사니만도 못한 가치의 물건이지만 이에 대한 가치를 논하거든 상식과 어긋나는 답이 돌아올 것이 뻔했다.
특징
그의 좌우명은, 가장 큰 파도는 바다에 있지 않다.
1월 15일생, 사수자리
가시 | 엄격
피죤 블러드 | 불멸
느릅나무 | 고결
가넷 | 진실
Rh+ AB형, 양손잡이
대양의 일족
그는 향유고래 인어로, 전세계의 바다에 일족을 두고 있다. 바다의 문화에 밝은 사람들이나 인어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이에게도 그의 일족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아 일족의 생활 양식이나 독특함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그 비밀스러운 일족 중에서도 그나마 겉으로 드러나 있는 존재인 그 역시도 일족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리려 하지는 않는 편임을 감안해 보면 그 일족 자체가 인간과의 교류를 지향하지 않거나, 그 개인이 일족에게 큰 공동체 의식을 지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서 선명히 찾아볼 수 있는 일족의 흔적은 독특한 이름과 쉬이 찾아보기 어려운 언어 체계인 코다와 크릭 뿐이다. 그러한 언어마저 약간의 감탄사로서의 역할만 다할 뿐이니 일상적인 상황에서 그가 다른 인어와 다른 유형의 인물이라고 생각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코다, 크릭
지상의 그 어떤 인간도, 수중의 어떤 인어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 체계이다. 그의 일족이라면 누구나 쉬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이지만 폐쇄적으로 발달된 고립어의 특성 덕택에 다른 종족과의 소통에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므로 그의 입에서 길게 이어지는 언어를 들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나마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코다 감탄사 덕택에 코다가 어떠한 소리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예상을 해 볼 수 있는데, 파열음과 마찰음이 뒤섞인 투박한 소리로 이루어진 것이 보통이다. 코다는 일반적인 언어의 구사에 비해 속도가 느리지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나 간단한 소통, 때로는 정서적인 교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언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한다.
그와 비슷한 뿌리를 지니는 크릭은 별도의 언어 체계보다는 특정한 용도를 위해 코다를 다듬은 일종의 암호에 가까운 언어이다. 그의 일족 중에서도 입으로 크릭을 구사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며, 이를 구사하기 위해 독특한 기구를 구강에 설치하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그 역시 크릭을 구사하기 위해 입천장과 혀, 목구멍 가까이에 기구를 설치해 두었으며 제법 거추장스러운 기구는 종종 입을 열거나 닫을 때 장치가 맞물리는 독특한 소리를 울리며 그 존재를 과시한다. 모든 일족이 크릭을 구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가 장치까지 설치하며 크릭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학습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다의 아가리
얼굴의 전면을 가리는 독특한 형태의 무언가-투구, 혹은 가면-를 착용한다. 청동을 얇게 뽑아내 다지고 구부려 만들어낸 골격과 비슷한 재질의 덧붙임은 머리카락을 제외한 두부의 전체를 가린다. 시야의 확보를 위한 자그마한 틈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그 속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구조의 가면은 그가 입을 크게 벌리면 덩달아 그 아가리를 주욱 벌리는데, 이 때에도 유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용수철과 관절 따위의 부품에 가려져 그 너머의 안면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늘 물에 잠겨 있어 본디의 색을 찾아보기 어려운 청동의 표면 위에는 바다의 이상적인 색이 스며 있고, 그 역시 제가 나고 자란 곳을 한껏 머금은 그것을 퍽 기꺼이 여기는 듯 그 접합부의 움직임은 부드러우며 녹의 보존은 적합했다. 그가 자의적으로 그 기괴한 가면을 벗는 일은 없었다.
물내음
독특하게도, 물에 잠겨 일생을 지내는 그의 몸에서는 소금기를 머금어 약간은 짭조롬한 냄새가 배어 있는, 물에 한껏 젖어 무게감이 느껴지는 흙의 냄새, 생물이 지니는 살갗의 냄새가 옅게 풍겨 왔다. 사람보다는 그가 나고 자란 일생의 향에 가까워 보이는 그 냄새는 그리 강하지 않은 존재감을 가졌고, 무엇보다도 땅 바깥으로 나오는 일이 없는 이의 '향'이라 함은 도통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일이 없어 타인에게 선명하게 각인되는 일 역시 없었다. 바다라 함은 늘 그 곳에 존재하며 영영 존재할 영원과도 같은 것이므로, 그 환경을 닮아 있는 그의 냄새 역시도 큰 변동이라고 할 것 없이 일관적인 농도와 색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그나마의 독특함은 청동으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비릿한 냄새에서 기인하나 그것 역시도 해안이 지니는 냄새와 분간하기 쉽지 않았다. 불꽃이 튀기는 전장이 아니고서야 냄새만으로 그가 다가오는 기척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으리라.
파도의 괴성
평소, 제 일족의 언어를 구사하지 않을 때의 목소리는 풍랑의 격동보다는 물결의 잔잔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다 한들 그 물결이 아주 얕은 곳에서 일렁이는 것은 아니었으니 특유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할 여림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단하게 지어진 육체 속에서 울리듯 퍼져 나오는 목소리는 분명한 음정과 발음을 지니며 불안정한 흔들림 한 번이 없이 허공을 갈랐다. 허나 바다의 평온은 오래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 역시 격노와 괴성을 품을 때가 된다면 바다가 지니는 성격이 오롯 온화만은 아님을 보이게 될 것이다.
적어도 평온을 지시할 적의 목소리에는 감정의 색채가 드물다. 고저도, 억양도 드문 목소리는 문장을 구사하기보다는 차라리 간단한 명령을 내리거나 대답만을 내뱉는 듯 산발적으로 흐름을 멈추고는 했다. 특유의 독특한 끊어짐과 굵게 맺어지는 음성의 울림, 필연적인 소리의 크기, 간간히 들려오는 독특한 마찰음은 타인의 이목을 끌어 오는 데에 제격이었다-그 스스로는 그것 자체를 바라지 않았다는 양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약하게 내는 일이 허다했지만.
윤슬은 물의 것
다른 인어들과는 달리 몸을 변환시킬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와도 물 바깥으로 몸을 내밀거나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려 하지 않는다. 모든 인어들이 자라남에 따라 자연스레 인간으로 변화하는 법을 깨우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제법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의 소꿉친구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그가 뭍에 두 발을 딛고 서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무엇보다 그의 모습을 두 눈으로 담은 지상인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누군가 그 이유에 대해 물어도 묵묵히 입을 다문 채 결코 답을 내놓지 않았으니, 그가 인간으로 변하지 않는 이유를 알 방법은 없었다. 인어는 본디 물에 속해 있는 존재, 애초부터 물 속으로 고개를 처박고 메마른 땅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택한 이들이 아니던가! 안온한 수면 바깥으로 고개를 들어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온 세상의 일과 현상에 큰 흥미를 가지지 않는 그가 그나마의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무언가를 수집하는 행위-특히 지상의 물건을 모으는 것이다. 물 바깥으로 걸어 나오지 않는 이가 지상의 무엇을, 어떻게, 언제부터 모아 왔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지만 그것 역시도 감춰져 무지의 영역에 머무른다. 그는 자신의 수집품을 타인에게 자랑하거나 과시하는 일이 없었으나, 새로운 물건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만은 선명했다.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그의 관심과 이목을 끄려면 물 속에서는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물건을 눈 앞에 흔들어 보거나 그것들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자신의 소금기 어린 손길로 기계가 망가지는 것도, 형태가 있던 것이 축축한 물에 젖어 해체되는 것도 그에게는 아쉬움 하나 없는 나름의 즐거움일지 모르는 일이 아닌가…….
해수면 위의 것들
기분이 나빠지거나 회피하고 싶은 일이 생기거든 물 속으로 깊이 잠수해 한참을 돌아오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종종 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할 말을 잃으면 한참 말을 멈추고 고개를 한 방향으로 기울이는 습관이 있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서도 상당히 많은 음식을 집어삼킬 수 있다. 제 딴에서는 '먹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거의 음식의 존재를 지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 느낄 정도의 식성을 보인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오징어, 그 다음으로 선호하는 것은 상어. 인어를 먹어 본 적도, 인어를 먹을 계획도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스탯
체력 ■■■□□
평균적인 수준을 살짝 상회하는 체력이다. 몇 시간을 물 속에서 헤엄치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지만 지상으로 몸을 옮겼을 때의 운동 능력과는 별개일 수 있으니 인간을 측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사실상의 의미는 드문 수치이다. 파도를 몰아 나아가는 이로서는 부족한 체력이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부족한 지구력은 전략과 몸의 순간적인 힘으로 이겨내면 그만이다-무엇보다 자신의 체력에 의해 그 자신이 불편함을 느끼는 일은 없었으니 문제 삼을 것은 없으리라. 적어도 그는 제 특성이나 저 스스로가 타인에게 짐이 되게 두고 보고 있을 정도의 뻔뻔함을 타고나지는 못한 이가 아니던가!
근력 ■■■■□
파도몰이, 그는 무조건적으로 파도를 따라 헤엄치는 것이 아닌 흐름의 머리가 될 수도 있을 존재이다. 제아무리 거대한 몸집을 지닌 인어라 한들 바다의 광대함에 미치기에는 부족하였으므로, 그 바다가 토해내는 파도를 거스르며 헤엄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맞설 정도의 힘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는 파도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꼬리의 힘을, 때로는 붙잡아야 할 것을 꽉 붙드는 팔의 힘을, 자신을 지탱하는 몸의 힘을 근육의 결 사이사이에 스미게 하였다. 순수한 손아귀의 힘만으로 청동을 깨부술 정도의 강력함을 보이지는 못할지언정 거대한 흐름에 맞서 나아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은 남아 있으리라.
정신력 ■■■■■
그가 나고 자란 환경이 척박하거나 적대적이었는지에 대해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그의 끈기와 의지만은 손에 꼽을 정도의 강인함을 지니고 있었다. 단단하나 순간의 충격에 깨어지기 쉬운 돌덩이나 옅은 바닷바람의 속삭임에 녹이 슬어 삭아버릴 금속의 성격을 닮은 것이 아닌 제게 가장 익숙한 바다의 것을 닮아 흔들리고 출렁일지언정 결국 제 꼴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그 강인의 증명이 아니겠는가. 등 뒤로 수도 없이 많은 돌이 가라앉고 날카로이 벼려진 창과 검이 어깨의 너머로 날아들었으나 그는 몸을 돌려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도망치거나 눈을 짓누르듯 감는 일 한 번이 없었다. 그 어떤 사슬도 이러한 정신을 옭아맬 수는 없다.
지능 ■■■■■
주변을 둘러보거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한 인물답게, 그는 직접 뭍으로 나와 본 경험이 거의-혹은 아예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 있다. 수많은 신화와 전설, 구전된 설화부터 시작하여 단순한 공학에 대한 지식에 이르기까지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가 '알지 못한다'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드물 것이다. 다만 그가 지니는 지능은 천부적인 것이 아닌 경험과 확인 따위에서 묻어나온 부속물에 가까우며, 지식보다는 지혜에 해당하는 것이 대다수이다. 더하여 그가 자의적으로 지금껏 배운 것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전혀 배워보지 않은 것에 대한 앞으로의 배움 역시 수월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가 갑작스레 아둔해 보인다면, 그가 한 번도 경험하거나 간접적으로 받아들여 본 적이 없는 것을 눈 앞에 들이민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자.
행운 ■□□□□
그는 세상에게 행운을 빌지 않으며 행운 역시 그를 찾지 않는다. 그는 그리 제게 주어지는 빈약한 운을 보통 우연히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고 여기며, 다행스럽게도 그 이상의 행운을 추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불행함마저 느끼지 않는다-어쩌면 이러한 무감을 타고난 것 역시도 일종의 행운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운은 변덕스러운 파도와 같아 그것에 모든 것을 맡겨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선택일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제법 일찍 깨달았고 비관보다는 다른 소양을 갈고 닦는 데에 시간을 쏟아붓는 것을 택했다. 이러한 직감 역시도 일종의 행운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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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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