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AU.

단문

___ by 피네

안 쪽에서 황제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그를 깨우러 내관이 들어서 수 차례 부르는 소리에도 황제는 답이 없는 모양이었다.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그의 곁을 지키다보면, 신하들이 곤란에 처해 짓는 표정을 주형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얼마나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지도 짐작이 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연신 굽실거리던 목소리는 곧 조용해지고 차분한 발소리가 바깥을 향해왔다. 장지문을 여니 관을 쓴 신하가 문을 지키고 선 주형에게 발끝을 향한다. 제게 볼일이 있음을 확인하고서야 주형은 고개를 들었다.
"공, 귀공께서 폐하께 문안인사를 드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깍듯한 목소리에 주형은 침묵을 지켰다. 본디 황제를 깨우는 일은 시비들, 그리고 황제의 일정이 급박할 경우 내관들까지가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일이었으나.
주형은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예. 하는 무뚝뚝한 답으로 수락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은 공간의 중앙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침상이 보였고, 그의 사면을 어두운 휘장이 둘러싸고 있었다. 화려한 금실을 수놓은 검은 휘장 속 주군을 불러보아도, 마찬가지로 그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다만 천이 스치면서 침상을 느릿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형은 그가 평소처럼 정신이 곧바로 들지 않아 뒤척이는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기침하실 시간입니다."
"이리 들어와."
잠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응석을 부리는 것처럼 친근하게 말을 붙여왔다. 주형은 고개만 구벅 숙인 채, 뒷짐을 지고서 늘상 그렇듯.
"안 됩니다."
거절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흰 손이 뻗어나와 어두운 휘장을 살짝 걷었다. 무릎으로 걸어나온 샤오라이의 침의는 밝은 흰색이었고, 빛을 받은 곳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금사가 빼곡히 수놓인 얇은 의복이었다. 샤오라이는 주형의 가슴 부근 옷깃을 쥐고서, 살짝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억지로 침상 위로 넘어뜨리려는 때마다 주형이 무게중심을 잡고서 버티는 일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샤오라이에게로 몸을 숙이게 만드는 손길까지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주형은 침상의 모서리를 두 손으로 짚은 채 허리를 숙였다. 샤오라이는 가까워진 주형의 어깨 위에 팔을 둘러 목을 끌어안았다. 주형의 뺨으로 샤오라이의 머리카락이 간지럽게 문질러졌다.
"네가 안 들어오니 내가 춥게 나와야 하잖아."
투덜거리는 말이 여전히 친근했다. 주형은 샤오라이의 얇은 옷이 신경쓰여, 이불 끝을 쥐어 당겨와서는 샤오라이의 몸을 감쌌다. 그러거나 말거나 샤오라이는 주형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쓸어보고는
"날이 춥구나. 아직 찬 공기가 네게 남아있어." 혼잣말을 내뱉었다. 정신이 조금씩 드는지 자연스레 하대가 녹아든 어투였다.
"이제 일어나셔야 합니다, 폐하.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으십쇼."
샤오라이는 그 말에 팔을 풀고서 몸을 물렸다. 주형이 덮어준 이불을 어깨에 걸치고서, 주형을 올려다보는 얼굴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채였다.
"매정하기 이를 데 없구나."
두 다리를 침상 아래로 내리고서, 샤오라이는 제멋대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손으로 묶어두고는 끈을 찾았다. 주형은 익숙하게 침상 근처의 협탁에서 샤오라이의 비단 끈을 찾아 들었다. 끈을 손바닥 위로 올린 채, 그 손등을 다른 손바닥으로 감싸고서 두 손으로 드리는 모양새에 샤오라이는 미미하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말로는 트집을 잡지 않았다. 머리를 한데 묶고 나서야 휘장 바깥으로 나와 바로 선 샤오라이는 저보다 머리 반 뼘쯤 작은 주형의 어깨를 한 팔로 안았다. 가까워진 몸을 친우를 대하듯 밀어낼 수는 없어 뻣뻣하게 선 주형의 관자놀이 위로 입술을 눌렀다. 옷은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어 차갑더니, 체온이 높아 피부 위는 따스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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