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별

카지푸름 배포본

4월 디페 오락관에서 배포한 카지푸름 배포본의 내용입니다

5,700자

오늘도 밤을 지새웠는지 피곤한 표정으로 꿈에서 깬 카지는 눈을 비비적였다. 아무래도 포켓몬 배틀 공부를 하다 금방 잠든 것 같았고 옆에는 다꼬리가 몸을 말아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시간이…….”

오전 6시 16분이었다. 시간을 멍하니 보던 카지는 머리를 긁으면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싶어 보다가 잠든 다꼬리의 머리를 쓰다듬자 금방 트레이너의 손길을 알았는지 좋아서 카지의 손을 향해서 부비적였다.

“배틀 소지품은……, 이렇게 하기로 하고.”

“다꼬?”

지금 시간에 초콜릿을 먹기는 그렇고 일단 씻기로 생각해 씻은 카지는 오늘은 이른 아침에 밖에 나오기로 했다.

아침이 되자 카지는 기다리던 사람이 그 앞에 보였다.

“안녕? 카지! 좋은 아침이네.”

푸름은 카지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오늘도 배틀에 관해서나 푸름이 옆에 있는 것이 좋은 카지는 그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친구를 해주는 푸름이 좋았다.

“맞아, 저번에 카지가 초대해줘서 북신에서 봤던 친구들 말이야, 이번에 편지도 보내줬어. 아직 네가 스마트로토무 없다니까 내 편으로 보내줬거든.”

“나에게?”

카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푸름이 보여주는 영상 편지를 보면서 여태 푸름을 이기겠다는 집념하에 신경 쓰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니 기분이 참 색달랐다.

“응…….”

카지는 제 옆머리를 배배 꼬며 푸름이 이야기하는 것과 영상 편지를 보고 기쁘면서도 역시나 제일 기쁜 것은 다른 쪽이었다.

“그러고보니, 푸름아.”

“응?”

“언젠가 팔데아로 돌아가는거지? 여기에서…….”

“그렇긴 하지……?”

카지는 멍하니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푸름의 손을 꼭 잡았다. 잡은 손을 더는 놓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꿀꺽 침을 삼키고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떨었다.

이걸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푸름과 더 틀어지기 싫다는 생각이 소년을 빙글빙글 속으로 돌게 했다. 푸름은 그런 제 추잡한 감정을 다 봤을 건데 어째서 지금 이렇게 부끄러우면서도 말하기 어려울까.

“저, 푸름아.”

“무슨 일인데 그래? 자꾸 우물쭈물하고……. 그러면 나 잘 모르겠는걸!”

카지는 다시 옆으로 눈을 흘겼다. 목구멍 안에서 감도는 말이 좀처럼 어려웠다. 푸름아, 그렇게 말하며 그 뒤를 말하지 못하는 겁쟁이처럼 있었다.

한 발짝 나가면 되는데 그걸 주저하는 겁쟁이. 어쩌면 그게 자신의 본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토록 많은 일이 있었음에도 성장은 아직 그렇게까지 자신이 자라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카지 더 이상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응! 아하하, 미안해. 갑자기 놀랐지?”

그렇게 겨우 말하고 여전히 카지는 그렇게 평온하지 않았다. 오히려 복잡한 기분으로 있었고 그걸 모르는 푸름은 카지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쏘다녔다.

“팔데아에 돌아가면 엄마에게 얘기 많이 해야겠다. 저번에 네 얘기를 했는데 정말 좋아하시더라.”

“내 얘기를?”

순간 카지는 멈췄다. 시간이 정지한 기분이었다. 아주 짧은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푸름은, 카지에 대해서 제 부모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푸름이 소년에게 느꼈을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말한 것을 듣는게 무서웠다.

“뭐라고 말했냐면, 나랑 배틀하고 싶고 이겨보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한 아이가 있다고 했어.”

“응?”

“카지가 나를 이길려고 그렇게 죽도록 노력했다 했잖아! 난 굉장하다고 생각해.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건 좋은거니까. 응.”

카지는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 푸름이 한 말은 제 생각과 너무 다른 소년의 노력을 높게 쳐준 것이기에 더 놀라웠던 것도 있고 어쩌면 지금 가능할지 모를까하며 숨을 삼켰다.

“나는 카지의 노력을 좋게 생각해. 그러니까 카지는 더 강해졌고 나랑 비슷한 출발선에 있을 수 있었잖아.”

그러면서 카지는 역시 제 마음 속에서 푸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이건 단순히 좋아한다의 감정이 아닌, 사랑이란 감정이었다. 푸름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에 반한 것일까, 분명 자신은 도깨비 님에게 선택받은 푸름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하지만 그 전에 푸름에 관해서 들었을 때는 그런 동급생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부럽기도 하면서 되고 싶기도 한 선망이었고 동시에 인정 받고 싶었다.

‘도깨비 님에게 인정 받고 싶었듯이……. 푸름이에게 그런걸까…….’

카지는 홀로 생각하며 푸름이 몬스터볼에서 꺼낸 오거폰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도깨비 님.”

“포니오!”

카지와 푸름을 보던 오거폰을 눈을 빛내며 둘을 계속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어딘가 모르게 눈치챈 건지 모르지만 둘의 손을 꼭 잡고는 아이처럼 있다가 이윽고는 둘을 맞잡게 했다.

“우왓!?”

“응?”

“포니, 포니오!”

그리곤 매우 기쁜 듯 웃는 오거폰은 카지와 푸름이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이 너무 기뻤는 지도 몰랐다.

“도깨비 님!? 갑자기……, 그, 그게…….”

“오거폰? 무슨 일이야?”

“포니!”

오거폰은 지금 둘이 이렇게 있는 게 매우 만족스러운지 바위 위에 앉아선 기뻐하며 박수 치고 있었다.

“오, 오거폰…….”

“도깨비, 님…….”

둘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얼굴이 확 붉어졌다. 오거폰은 그냥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예전부터 좋았다고 판단해서 예전에 자신이 같이 다녔던 인간이 생각났던 것처럼 한 것일 뿐이지만 남녀가 같이 손을 잡는다는 뜻을 아는 사춘기의 두 사람은 붉어진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저기, 카, 카지…….”

“응……?”

붉어진 얼굴을 어떻게 못 하던 푸름, 그리고 카지는 겨우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동안 제 안에서 감돌던 말이 겨우 튀어나왔다.

“푸, 푸름아!”

“또 왜?”

“있지, 나 열심히, 열심히 노력해서……! 너랑 같이 팔데아에 갈게.”

“팔데아로?”

“그때 대공도 그렇고 푸름이랑 같이 하려면 팔데아로 가야 하니까, 푸름이가 블루베리 아카데미에만 있는게 아니고 언젠가 떠나니까…….”

카지는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나, 푸름이를 좋아해.”

“어?”

“쭉 생각해봤는데, 역시 푸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푸름아. 내가 정말 멋진 남자가 되면 그때 다시 한번 더 생각해줄래?”

“가, 갑자기!? 아니, 그, 갑자기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말할지 잘 모르겠어…….”

쑥쓰러워하며 푸름은 잡힌 손을 어떻게 할 줄 몰랐다.

소년은 진중했다.

반드시 어울리는 남자가 되겠다고 말하면서 푸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팔데아로, 팔데아로 가겠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블루베리 아카데미에서 푸름은 팔데아로 돌아왔고 몇 년이 지나자 어린 챔피언이라는 자리에 걸맞게 성장했다.

이따금 생각나는 소년의 고백이 종종 생각나서 다른 사람의 고백을 받은 적은 없으나 주기적으로 생각났다. 가끔 편지를 주거니 받거니 해도 푸름에게 있어서 긴 시간 헤어져 있다 보니 사진을 인쇄한 걸로만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자랐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 사람들이 분주했다.

“무슨 일이에요?”

“오늘 블루베리 아카데미 출신인 사람이 하나 지방에서 온대요. 그래서 다들 맞이하느라 바쁘거든요.”

“블루베리요?”

푸름이 생각나는 블루베리 아카데미에서 팔데아까지 올 만한 사람은 그 소년밖에 없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푸름은 그게 누구인지 알아서 숨을 삼켰다.

“어라, 챔피언 푸름. 누군지 아세요?”

“아, 아뇨……. 아, 아니! 알아요. 혹시 이름이 카지라고 하던가요?”

“아……. 맞아요. 카지라고 했어요. 더블 배틀에 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사람의 말에 푸름은 새빨갛게 된 얼굴을 수습하지 못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이 끝나지 않았다.

카지, 카지가 여기에 왔다. 팔데아에 온다는 아주 오래전의 사춘기 시절의 약속을 지키러.

반드시 온다고 했다. 더 동등해진 자신을 꼭 봐달라고.

“아! 그러고보니 챔피언 푸름은 블루베리 아카데미에 유학 다녀왔었다 했죠?”

“네! 아하하, 권유 받아서 갔었어요.”

“그럼 이번에 온다는 사람 잘 알겠네요.”

푸름은 붉히던 얼굴에서 쑥쓰러워하며 제 땋아둔 옆머리를 매만졌다.

“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정말 강하고 좋은 친구예요. 열심히 하고, 또……. 멋진 친구에요, 정말 멋지고…….”

푸름은 그 뒤를 말하지 못했고 동료는 웃으면서 재차 물었다.

“혹시~ 좋아하는 사이?”

“아아아아니에요! 그 정도까지는……. 에헤헤…….”

그 말에 여자는 웃으며 푸름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어머, 아니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카지란 그 사람도 챔피언 푸름부터 찾지 뭐에요? 조금 있다가 뵐 수 있다고 했는데 만남을 정말 기대하는 눈초리였어요.”

“카지가요?”

“네.”

그 말이 푸름은 믿을 수 없었다. 거기에 자신이 카지를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언급이 믿기 어려웠다.

‘내가, 카지를? 정말? 생각도 안 해봤어…….’

그때 진심으로 말한 소년의 말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푸름에게 있어서 그 고백은 카지가 좋아하는 의미가 사랑이라기보단 그냥 동경의 의미가 아니었나 싶었지만 그렇게 타인이 물어보니 갑자기 크게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음……. 그렇게 보이나요?”

“네!”

그렇게 말하는 동료의 말은 푸름에게 있어선 역시나, 믿기 어려웠다. 카지를 보면 자신 또한 그렇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특히나 최근엔 사진을 받질 못했으니 어떻게 자랐을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푸름은 카지가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옮기는 발은 어딘가 무거운 것 같으면서 기대감으로 차 있었다.

언젠가 팔데아에서, 그런 약속을 지킨 소년이 여기에 같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후우…….”

준비하듯이 푸름은 소매를 다시 확인해보고, 옷깃을 다시 확인해보았다. 어디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고 “좋아.” 그렇게 말하며 한번 옆에 있는 거울을 힐끗 바라보며 매무새를 다듬었다.

딱히 얼굴에 뭐 묻은 것도 없고 밉보일 것도 없다고 생각한 푸름은 마침 생각났는지 황급히 땋아둔 옆머리를 풀고 다시 조심조심 땋았다.

그리곤 다시 심호흡.

문 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푸름?” “카지?”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눈앞에는 다 자란 카지와, 푸름이 있었다. 아직 앳된 티를 다 벗진 못했지만 둘 다 자란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에 마상에! 푸름아, 정말 오랜만이야.”

“카, 카지! 응……. 오랜만.”

“나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 팔데아에 오려고, 쭉.”

“그러니까, 푸름아!”

“어, 응!?”

“나랑 사귀어줄래?”

갑자기 정곡을 찌르는 말에 푸름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직설적인 고백에 역시나 부끄러워 자꾸 옆머리를 배배 꼬듯이 매만졌다.

“답장은 지금 해주면 좋겠어! 내가 블루베리 아카데미에서 했던 말로부터 몇 년이 지났으니까.”

“아, 응…….”

답을 지금 해야 한다. 미룰 수 없기에 푸름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야 했다. 카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한 아까 동료와 이야기 했던 내용.

푸름은 겨우 정리한 제 마음을 말했다.

“나도, 나도, 카지를 좋아해!”

“세상에마상에…….”

“미안, 답이 늦었지?”

“아니, 괜찮아.”

카지는 푸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마치 둘을 기다렸다는 듯이 느릿한 악곡이 흘러나왔다. 마치 두 사람의 1일째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카지는 잘 모르지만 한번 팔데아에는 그런 풍습도 있다고 해서 누나에게 들어본 스탭을 밟아보았고 푸름은 그대로 휘말려 미끄러진다.

그리곤 얼굴이 가까이 닿자,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에 카지는 해맑게 웃으며 푸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윽고 다시 미끄러졌다.

댄스가 끝나고 음악이 끝나자 푸름에게 있어 카지는 더 이상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푸름이 큰 것처럼 카지 또한 컸다.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

“나, 푸름이랑 친구 사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상이 되어서 정말 기뻐.”

“응.”

“누나가 가끔씩 스마트로토무로 드라마를 보는데 거기 말대로하면, 우리 오늘부터…….”

카지는 배시시 웃었다.

처음 푸름이 만났던 그때처럼.

“오늘부터 1일이야.”

PDF파일

※본 게시물 제외 PDF 파일 공유시 내립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