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청춘과 벚꽃의 계절
위상학적 초특대형바늘
1학년 변신술 과제 로그
길은 이어지고 또 이어지네 by 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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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갈 모레이는 자잘한 것들을 만지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성냥을 변신시키기는커녕, 평범하게 불을 붙이는 일조차 도전이 될 지경이었다. 이 조그만 막대기는 길지도 않은 주제에 조금만 힘주어 쥐거나 누르면 부서졌다. 핀갈이 아홉 번째 성냥개비에게 처참한 죽음을 선사할 무렵 힐데가르트가 만들어낸 우람한 성냥-몽둥이는 핀갈의 머리속에 어떤 착상을 심어주었다. 한 주먹의 성냥개비를 다 터뜨린 후, 그는 마침내 그 착상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관리실 근처 계단 한켠에 숨겨진 빗자루 창고에는 낡은 클린스윕 빗자루들뿐만 아니라 빗자루를 손질하거나 고치는 데 쓰는 용품들도 보관되어 있었다. 핀갈은 피브스가 지나가는 길에 불꽃놀이 세트를 놓아둠으로써 소란을 일으키고 관리인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요며칠 학교를 들쑤시고 다니면서 발견한 샛길로 창고에 숨어들어 교체용 자루 하나를 훔쳐냈다.
익숙지 않은 장소, 익숙지 않은 연장, 익숙지 않은 대상. 뛰어난 장인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지만, 이렇게까지 하나도 맞물리지 않아서야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가 다를 것 같지 않았다. 학교에서 탈출할 수 없고, 손에 있는 지팡이를 쓸 수밖에 없다면, 하다못해 그가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대상을 구해야 했다.
핀갈은 심호흡을 하고, 그에게 익숙한 은색의 길고 뾰족한 형태를 떠올리면서 지팡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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