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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얼굴을 찾았다.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모두를 데려가면 안 되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이 거대한 사고 속에서도 살아있는 생존자가 있을 터였다. 제이는 기적을 믿었다. 열여섯의 삶을 살면서 마주했던 기적과 기쁨을 의식적으로 떠올렸다. 아주 어릴 때의 기억부터 차곡차곡 자신의 성장을 따라 조금씩 선명한 빛을 내는 기억은 분명하게도 사랑하는 것이었는데 진정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이건 정말 답지 않은 일이었다. 사람은 이렇게까지 불안에 잡아먹힐 수 있는 존재였을까? 거대하고도 끈질긴 악마가 발목을 붙잡는 기분이었다. 보육원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팔다리가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뛰었다. 아는 이름을 죄다 불러보았다.
“제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야 제이는 정신을 차렸다. 분명 농장에 있을 땐 바람이 제법 시원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여름의 열기에 얼굴이 온통 땀범벅이 된 채였다. 제이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훔쳐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자신을 부른 아이에게 향했다. 같은 보육원에서 지내는 세 살 터울의 여자아이였다.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같은 보육원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던 아이의 얼굴을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깨끗했던 거리는 흙먼지로 지저분했지만 신경쓰지 않고 그 위에 주저앉았다. 지금의 제이에게 딱 맞는 자리였다.
딱 제이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놀랐을 아이는 꽤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제이처럼 농장에 가진 않았지만 외부 활동이 있어 몇몇 아이들과 외출을 한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그럴 수가 있나? 제이는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이 믿겨지지 않는 현실이 진짜라고 강조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보육원 주변을 돌아다니는 몇몇 아이들을 더 만났다. 제이를 포함해서 네 명. 이 중에선 제이가 가장 맏이였다.
“가자.”
“어디로?”
“어디로든 가야지. 괜찮을 거야. 일단 성당에 가보자. 신부님께서도 우리가 올 걸 알고 계실 거야.”
나무 하나를 타고 오를 땐 팔이 짧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세 명의 아이를 안기 위해 최대한 팔을 뻗었는데도 한참 부족한 기분이었다. 제이는 그게 단지 기분 탓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그래도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제이는 계속해서 떠올렸다. 자신을 안아주던 사람들의 얼굴과 체온과 상냥한 목소리 따위를. 혼자 있을 때에 비하면 몇 만 배는 씩씩한 걸음을 내딛었다.
괜찮을 거야.
다신 부릴 수 없을 어리광을 가슴 속에 묻으며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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