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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하품을 하며 오늘의 표지판을 확인했다. 이걸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바꿔 붙여둔 성실한 사람은 누구일지에 대한 호기심보다 제이의 마음을 먼저 사로 잡은 건 목록 중 가장 첫 줄에 적혀있는 문장이었다.
말 갈기 빗겨주기!
그야말로 목장에 어울리는, 아주 그럴듯하고 근사한 할 일이었다. 이토록 완벽한 풍경 속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말들의 모습은 안네트의 말대로 ‘사랑 받으며 자란 티’가 나는 자태였다. 목장에 도착한 이후로 먼 발치에서 보기만 했을 때도 그 쨍쨍한 여름 햇볕에 반짝이는 털이 탐스러워보였는데 직접 빗겨주기까지 하면 얼마나 사랑스러워 보일지! 무슨 색의 갈기를 가진 말을 빗질하게 될까? 제이는 상상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할 일을 정했으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하품을 길게 내뱉으며 발을 끌고 나온 게 바로 몇 분 전일 거라곤 예상도 못할 정도로 환한 얼굴을 한 채였다. 오늘이야말로 발렌타인을 닮은 꽃을 찾고, 네펠리가 좋아하는 노랗고 작은 꽃을 발견하려면 얼른 일을 끝내고 자유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말 앞에 선 순간 고이 접어냈다. 플뢰레트와 함께 보았던 젖소보다 더 큰 말의 모습에 제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
어쩌면 잘못된 선택을 한 걸까?
모든 일은 일찍 시작한 만큼 일찍 끝나는 법. 스스로의 결정에 오랜만에 회의감이 들었으나 제이는 낮은 의자 위에 올라가 커다랗고 거친 솔로 빗질을 시작해주었다. 반질반질하고 고르게만 보였던 말에겐 아주 빼곡하고 많은 털이 있었고 제이는 그게 아주 많은 노동력으로 유지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래서 말의 값보다 유지 비용이 더욱 비싸다고 했던 거구나! 지나간 대화를 떠올리며 제이는 ‘유지비’란 글자 안에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포함되어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어때? 그래도 시원하지? 내가 빗질은 아주 잘 하거든. 노바의 엉킨 머리카락도 내가 전부 풀어주었단다.”
나름의 빗질 경력을 오늘의 노동 메이트인 갈색 말에게 언급하며 제이는 우쭐거렸다. 네 갈기도 예쁘게 빗질해줄게, 그런 말도 덧붙이며 작은 손은 성실하게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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