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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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워어억―!" 팍! 철퍽. “꺄악!” 점점 어둑해지는 산속에, 돌연 정체불명의 괴음과 무언가 터지는 소리, 그리고 여자의 높은 비명소리가 울렸다. 초조하게 걸음을 재촉하던 조세핀과 셰리는 그 소릴 듣자마자 경직되어 그 자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곧 둘은 빠른 손놀림으로 총을 쥐곤,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서로를 마주 보았다. “들었지?” “…
애스터 가의 옆집에 사는 줄리아 빅토리는 미오 D. 애스터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 미오는 이 마을에 사는 이상,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그 유명한 애스터 가의 외동딸이기 때문이었으니. 하지만 줄리아는 그녀가 유명한 것은 알아도 ‘왜’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10년 전 애스터 가의 마차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 빅토리 가는 옆 도
첫 만남 이후로 줄리아는 미오에게 밖으로 나올 수 없냐는 얘기를 더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정해진 시간에 그녀는 창문을 넘고, 나무를 타고, 미오의 방 창문 앞까지 다가와선 종이로 대화를 나눠주었다. 미오는 그림책의 단어를 조합해야만 얘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지만, 줄리아는 천천히 미오가 단어를 고르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미오는 줄리아에게
“Twinkle, twinkle, little star~” “…….” “How I wonder what you are~” 처음 들어보는 노랫소리였다. 스키조 부인이 밤마다 불러주던 자장가와는 전혀 다른 노래였다. 미오는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키곤, 한 걸음, 한 걸음. 스키조 부인에게 들킬까 발소리조차 나지 않게 조심스레 창가에 다가갔다. 닫힌 창문의 유
작은 방 하나가 제게 주어진 세상의 전부였다. 방문의 정면에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으며, 양쪽 벽에는 애스터 모녀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다. 방바닥 여기저기에는 애스터 모녀의 모습을 본딴 인형과 책이 굴러다녔고, 가끔씩 ‘엄마’는 제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내게는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인간이 있지만, 이 인간은 모르는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조세핀은 권총과 사진 두 장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사무소 문을 닫기 전, 어둑한 실내 풍경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다시는 이 사무소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재수 없게….’ 쾅! 불길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 일부러 세게 문을 닫고, 조세핀은 문제의 산으로 향했다. 산 입구에 가면 마치 기다렸다는
그로부터 조세핀은 삼 일간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이 의뢰를 포기하는 게 좋을까, 라며. 하지만 스키조 부인을 떠올리면 어쩐지 어머니에게 꾸중 받는 기분이 들어, 포기해선 안될 것만 같았다. ‘그날의 일은 충격적이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알아낸 게 있어. 줄리아 빅토리. 이 여자… 아마 갇혀있던 미오에게 모성애를 느낀 걸지도 몰라. 그리고 분명 그게 납치한
철컥. 소리와 함께 조세핀은 눈앞의 권충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제 딸을 데리고 간 여자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미오를 상처 입히지 않는 선에서 당신이 처리해 버려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그 여자. 가족도 없으니까.” ‘어머니의 얼굴로 잘도 무서운 소릴 한단 말이지….’ 조세핀은 총을 내려두고 책상에 놓인 사진을 바라보았다. 하나는 선명하게
서늘한 밤바람이 뺨을 스쳤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눈앞의 시야를 덮쳤고 울퉁불퉁한 산길에 발이 아팠다. 발을 감싸 신발의 흉내를 낸 천은 바닥의 돌과 부러진 나뭇가지로부터 완전히 발을 보호해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맞잡은 손의 따스함과 눈앞의 등이 이끌어주는 대로 달리면 되니까. 눈이 보이지 않아도, 이따위 아픔도 상관없었다. 쉼 없이 달리느라 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