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자의 사랑이란

두렵고도 찬란한 무언가?

잡화점 by 흰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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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시작은 짝사랑이었던가? 하고, 어쩌면 인류애, 혹은 이타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주체조차도 누군가가 아닌 사람 그 자체였을지도. 그것이 여명이란 내가 누군가를 사랑, 즉 ‘애’하지 않는 이유였다.

사람들은 웃으며 내게 묻곤 하더라. 도대체 그렇게 사랑과 애정에 목매여 살면서 정작 사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난 늘 남몰래 쓸쓸히 웃으며 넘어가지만 나도 분명 사랑이란 것을 했다.

아, 아리고도 차가운 사랑이어라. 그렇게 내 첫 사랑이 무너져내렸다지. 그 사람은 내게 너무 찬란하고 성스러운 존재여서, 차가운 바닥에 딱 붙어 누워있는 내게 내려온 햇살이어서, 너무 잘나고 재수없을정도로 사랑해서, 그래서 난 내 첫사랑을 잃었다. 그사람에 비하면 나는 무안할정도로 보잘 것 없는 자식이어서, 얼굴이 화끈거리는건 눈 앞의 난로때문이 아니었단걸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러웠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소리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내가 김아무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비록 새드엔딩을 맞이한대도 그 이후를 받아들이는 자들이. 나는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큰 슬픔, 폐를 끼치는 것일까봐 그것이 뭐길래 너무도 혐오스러워 나 자신을 싫어해서, 그래서 아예 그러한 여지를 만들지 않는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겠는가? 여지가 없으니 결말도 없고, 그렇게 에피소드마저 없는 그저 재미없이 연재 수만을 채우는 아마추어 소설이 되버린 것이지. 평점도, 조회수도 없는.

사실 사랑 사랑 하며 얘기를 꺼내지만 오직 팩트만을 전달하자면 난 아직도 사랑이 뭔지 모른다. 내가 했던 그 경험이 사랑이었는지도 확신이 없다. 그냥 내게 다가온 사람들이 친절해서, 따스해서, 여태 그런 사람이 없었던 내게 다가온 사람이 마침 이성이었고. 겸사겸사 여러 특징들을 억지로 엮어 이것은 사랑이라고 협박하듯이 했던 기억탓에, 내가 했던것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함에도 나는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 아니면 누가 윤여명이 사랑을 했다고 하겠는가— 그 사랑에 미친년이 누구보다 많이 사랑을 해봤다고.

하늘도, 구름도, 저 남자도, 저 여자도, 꼬마부터 꼬부랑 노인들까지. 나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돌아온적이 없어서. 그게 그리 아팠고 그래서 두려웠고 무서워서, 그렇게 가슴 명치쪽이 늘 아프고 공허해서 애꿋은 옷가지만 쥐어뜯고 울기를 반복하는.

그렇게 세상은 늘 내게 차가운 십 이월의 겨울이었고, 나는 늘 차가운 교실 바닥, 사물함에 등을 기대고 있었고, 이러한 처지인 나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껴서 기어코 사랑을 포기해버렸다. 사랑이란것은 너무 반짝이고 찬란해서— 내겐 어울지리 않아서.. 어울리는, 반짝였던 그 남녀를 응원하기만 하기로.

그것이 윤여명, 사랑이란 단어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 사랑따위는 저 높은 하늘에 내던져 도망친 사람.

세상에서 제일가는 겁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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