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一次

[ 해원海原의 공동空洞 ]

땅 위에 발을 딛는 자는 물론 수중에서 호흡하는 이들도 감히 닿을 수 없는 창해의 밑바닥에서 태어나 물을 먹고 사는 존재. 너른 바다를 집이자 연옥으로 삼아 살아온 어린 갑각류.

…… 인두겁을 뒤집어쓰고 간신히 육지의 문명에 끼어들었다.

조용히 해. 귀찮으니까 부르지 마.

…제발 상식적으로 굴 수 없어? 어찌 이 관학엔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는 거야.

https://www.youtube.com/watch?v=lyyr7fLtM8A 심규선 - 밤의 정원

반야 般若 | 男

성씨도, 본관도 없이 이름만 덩그러니. 성명의 출처인 반야바라밀般若波羅密에서 반야般若는 ‘지혜’를 가리킨다. 어울리지도 않는 이름 두 글자는 주워들은 낱말로 뜻도 모른 채 스스로 갖다붙였다. 잘 불릴 일도 없지만, 성명 제대로 호명해도 돌아보는 일 드물다.

• 요괴, 거대하.

거대한 새우. 새가 하루종일 날아도 더듬이 사이밖에 못 오간다, 는 말이 있지만 진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다 깊은 곳에서 태어나 제 부모의 이름도 태생도 모르고 자란 아이는 스스로의 정체를 깨달을 때 까지 오 년이 걸렸다. 하품을 하면 해일이 일었고 다리를 펴면 땅이 갈라졌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잠들어 지냈다. 또래 아이들이 본인은 유서 깊은 집안의 자제니 우리 부모님은 대부호 상단주니 떠들어댈 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도, 사실은 제 태생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누군가 물어볼 때 설명하기 귀찮은 걸까 그런 질문을 받으면 자주 무시한다.

두 갈래로 땋아내린 숱 많은 먹색 곱슬머리는 발목 근처까지 닿았는데, 유년 시절보다 깔끔해진 솜씨에도 불구하고 뒷목이나 관자놀이 위에서 몇 가닥이 비죽거리는 것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먹물만큼 짙은 흑색 눈동자와, 무거운 눈꺼풀에 내려간 눈꼬리. 요소를 놓고 보자면 순한 인상이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은 창백한 뺨에 종종 그림자를 드내리고. 아직 소년 티를 채 벗지 못한, 앳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엽다고 느끼기는 힘들다.

늘상 무표정. 한참 활기찰 나이에 꾹 다문 입술이나 짙게 내려앉은 눈빛 따위는 전혀 그 나이 또래 학생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놓고 무시하는 투로 느리게 눈을 깜빡이는 습관이 있다. 중지에 살짝 굳은살이 앉은 창백한 손은 부잣집 도련님보다는 오히려 귀신 같은 느낌을 주었고. 제 멋대로 껴입는 교복 습관은 어릴 적과 달라진 바가 없으나 흑색 두루마기를 걸친 것이 추가 사항이다. 어째서인지 날이 지날수록 점점 더 괴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180/64. 또래에 비해 월등히 큰 신장. 대왕 갑각류 이름값을 하는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동학년 학생들과 나란히 서면 새까만 머리통이 혼자 삐죽 올라와 있다. 음식 섭취량과 운동량이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키만 컸지 호리호리한 것은 꽉꽉 갖춰입은 교복 탓에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아, 물론 거대하인 만큼 본존의 모습은 다르다. 허나 당신이 볼 모습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인형人形으로, 그가 뭍의 존재들과 어울리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니 받아들이도록 하자.

[ 성격 ]

존재감이 없는 듯 하지만,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면 무시하기 쉽지 않다. 허나 그 말은 곧 처음부터 알아채지 않으면 그가 자리를 뜨든 하루 종일 머무르든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 어딜 가나 그림자처럼 스며들고, 누군가 찾지 않으면 사람 무리에 끼어드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 며칠 내내 입을 한번도 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간관계가 매우 좁지만 딱히 불만 사항은 없는 듯 하다.

사소한 시비에도 썩은 포도알 같은 눈동자를 부라리던 예전과는 달리 성질이 좀 죽은 모양이다. 이제는 다 포기한 것에 가까워서 누군가 모욕을 주어도 지친 표정으로 한 번 응시하고는 제 갈 길을 다시 찾아가는 편.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고…. 사실 분위기 자체가 영 곱지도 않고, 생긴 것도 호감상이 아닌데다, 바다에 뚫린 동굴 같은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학우들은 그를 그냥 무시하고, 그에게 무시당한다.

귀찮음이 심해 매사에 행동거지가 느릿느릿하다. 볕이 나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한결같이 돌아다니는 것을 꺼리고 기숙사에 콕 박혀서 잠이나 잘 생각뿐. 학업 성취도를 보면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의욕을 가지는 분야가 없다. 그저 밥이나 많이 먹고 잠이나 많이 자고. 소화를 시킬 생각도 없는지 밥을 먹고 졸리면 그대로 엎어져 잔다. 신생아처럼.

[ 특징 ]

밥을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먹는다. 성인 남성과 맞먹는 건 물론이요 원한다면 또래 아이들의 두 달 치 식사를 한번에 해치울 수 있으나 사회적 체면 상 자제하는 편이다. 자라며 점점 식사량이 늘어나는 듯 하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듯 낭창하고 창백한 행색. 본인도 이유를 모르는 듯 하니 몇 없는 친우들은 그를 볼 때마다 주전부리를 내밀고, 반야는 아무 생각 없이 그것들을 주워먹고.

바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아니, 의사소통이라기엔 일방적 명령 행위에 가깝다. 본인도 이쯤 되니 쌍방향 의사 교류라고 주장하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다. 물론 갈치 몇백 마리를 동시에 그물에 뛰어들게 하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고, 해양 생물의 지능 선에서 수행할 수 있는 간단한 일들을 시킬 수 있는 정도. 전언을 보낸다던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오라고 시킨다던지… 하는.

잠을 많이 잔다. 창천에서 수업을 듣는 공식 일정과 밥 먹는 시간, 이외 최소한의 생활 유지에 관련된 행위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잠을 자면서 보낸다. 원래도 그랬지만 이제는 아예 체면 따위 내려놓은 듯 아무 데서나 널부러져 자는 게 일상이다. 보통은 자라날수록 잠이 줄어든다고들 하는데 이 소년은 지학이 된 지금까지도 하루에 여섯 시진을 자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듯 보인다.

개인 물품이 거의 없다. 방 중앙을 기준으로 룸메이트와 갈라 놓은 선 너머 자신의 공간에는 사실 거의 물건이 없다. 검은색의 평범한 침구와 여분의 교복 몇 벌, 금으로 된 귀걸이 한 쌍이 가장 비싼 물건이다. 제 몸 청결 상태는 결벽처럼 최상으로 유지하지만, 주변 정리는 어려워하는지 종종 먼지가 쌓인다.

수중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사실 물속에 있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느낀다. 태생과 고향이 바다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건조한 환경을 견디기 어려운 모양인지 종종 물수건을 머리맡에 걸어두는 모습을 보인다. 과히 건조한 시기에는 명태처럼 말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건어물은 잘 먹는다.

[ 선관 ]

배옥연 裵玉燕 | 동실자. 사실 인연은 그것보다 조금 더 옛날의 것. 날것의 모습을 보인 몇 안 되는 이. 처음으로 만난 인간이자 친우라 꼽을 수 있는 극소수 중 하나. 흘깃대는 시선이나 말투에서 묻어나는 익숙함 따위 너머에는 바닷물을 먹고 살아가는 소년의 특별한 친애가 있다. 친애에서 비롯된 호의는 상당히 일방적이다, 이를테면 그의 주소 앞에 2미 활전복을 무명으로 달아두고기숙사에 들어오면 서랍에서 몰래 자잘한 것들을 훔쳐가 제 베개 아래에 쌓아놓는 등. … 내가 쓸 데가 있어. 너 돈 많잖아. 그거 팔면 제값은 나올 테니까… 암튼 그런 줄 알아.

가유해 | 친우. 해수를 고향으로 나고 자란 공통분모를 구실로 서로의 영역에 한 발 쯤은 들여도 괜찮을 사이다. 날이 선 새우와 낭랑 수룡의 기묘한 우정은 식사 시간이나 수업 시간이나 일방적 수다 상태로 이루어져… 책상에 엎드려 숙면하던 반야는 유해가 흔드는 손에 이끌려 식사를 하러 가고. 유해가 편식한 음식은 반야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다. 물에 머리를 넣고 갈치와 대화를 나누어도 익사하지 않는 소년들은 고향이 지루해질 때 즈음 서로를 떠올린다. 너… 더덕구이 안 먹을 거면 이리 내.

++ 추후 수정 가능성 多. 선관 문의 갠밴으로 주세요.

중장문 선호하나 맞춰갑니다.

대화 끝마침 시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이어가길 원하시면 다시 멘션 부탁드려요. 스루에 유감 없습니다.

답멘 느립니다!! 캐 성격도 별로입니다. 종족 가리지 않고 모욕적인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제 가치관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수위표 내 행위는 따로 조율 없이 가능하며 혹 대화 중 필요할 경우 프공방 갠밴으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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