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五雪 #五条雪 / 썸네일 (©. uni님.)
“ 잘못 들었나요. 갑자기 3일 출장이라고요? ”
아메가 고전에 들어온 그 해 겨울, 상층부에게서 내려온 명령이었다.
여태까지 밤샘 일을 해오면서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비밀연애 중인 아메를 자주 보지도 못해서 예민한 사토루였다.
이제 막 쉬려던 차에, 3일간 출장을 다녀오라는 명령에 못마땅해하면서도 이제 막 고전에 다니기 시작한 비주술사 여자친구가 걱정되기도 했다.
‘ 내가 없어도 괜찮을까. 쇼코랑 잘 지내는 것 같던데, 괜찮을 거야. ’
하지만 이제 막 20세, 성인이 된 사토루는 상층부에게 반대할 입장이 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동급생 친구인 쇼코를 믿고 빨리 다녀오기로 했다.
이 선택을 한 것을 평생 후회하게 되었지만.
“ 아메, 정말 미안해. 진짜로 이번 일만 끝내면 될 줄 알았는데·· 망할 상층부 노인네들이. ”
“ 어쩔 수 없다는 거 아니까, 걱정 말고 다녀와요. ”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는 애인의 모습을 보고 사토루는 아메를 껴안아 준 다음에 출장 장소로 떠났다.
“ 음~ 그 바보가 없으니까 고전이 좀 조용하네. 그렇지 아메? ”
“ 쇼코 선배도 정말, 사토루 씨가 없으니까 그렇게 좋으세요? ”
“ 옆에서 단거 타령하면서 빽빽 거리는 걸 아메 네가 들어봐야 해. ”
“ 저한테는 안 그러던데··? ”
“ ··· 허. 그 바보 얘기는 됐고, 아메가 성인이면 같이 술 마시는 건데~ 아쉽네. ”
“ 선배!! 고전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니까요!! ”
“ 아하하, 미안 미안. ”
사토루가 출장 간 첫째날, 아메는 그 어디에도 가지 않고 쇼코 옆에만 있었다.
비주술사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안전한 건 자신을 좋게 봐주는 쇼코의 곁뿐.
괜히 자신과 사귄다는 소문이라도 난다면 사토루에게 피해를 입힐까 봐 비밀 연애를 권하기도 했다.
그야, 그 고죠 사토루니까.
완벽하고 최강인 주술사에게 약점이 될 순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아메였다.
“ 하루만 더 기다리면 사토루 씨가 오겠네요? ”
“ 벌써? 아직 1년은 더 기다리고 싶은데. ”
“ 그 농담 들으면 시무룩해 할 텐데··. ”
“ 걘 그런 거로 시무룩해하지 않아. 그거 다, 연기라니까. ”
사토루의 출장 둘째 날.
그날도 쇼코와 함께 수다를 떨고 있던 아메였다.
하루빨리 남자친구가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고전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전 밖을 내려다보자, 밖이 매우 소란스러워 보였다.
보조 감독들과 다른 주술사들의 바쁜 움직임.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하며 밖을 유심히 보던 아메와 때마침 눈이 마주친 보조 감독 한 명.
아메가 있는 걸 보고선 아메가 있는 건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어라··? ”
“ 응? 무슨 일이야 아메? ”
“ 밖에 좀 보세요 선배.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 어떤 보조 감독이 저랑 눈이 마주치더니 이쪽으로 달려오는데요? ”
“ 뭐? ”
쇼코는 직감적으로 바로 알았다.
적어도 1급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을.
그런데 왜 갑자기 이쪽으로?
‘ 왜 아메를 보고 여기로 오는 거지? ’
이에이리 쇼코는 반전 술사, 따라서 다친 주술사들이 있다면 자신에게 먼저 연락이 와야 하는데 아메를 보고 움직였다는 것에 이상한 느낌을 받은 쇼코였다.
쇼코가 의아해하며 급하게 핸드폰을 집어 연락을 확인하려던 때, 아메와 눈이 마주친 보조 감독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 유키라 아메씨? ”
“ 네? ”
아메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보조 감독을 보곤 쇼코는 보조 감독을 막아섰다.
“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말하지 그래? 아메는 비주술사니까 볼일 없을 거고. 그렇지? ”
순식간에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영문도 모르는 아메는 쇼코의 뒤에서 불안해할 뿐.
“ 이에이리 씨, 상층부의 명령입니다. 현재 1급 사태가 벌어졌고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고전에 남아있는 인력들은 지원을 하러 사건 현장에 나서야 합니다. 이에이리 씨는 반전 술식을 쓰실 수 있으시니 곧 몰려올 부상자들을 위해 고전에 남으시고요. ”
상층부의 명령, 쇼코는 똑똑히 들었다.
말도 안 되는 명령.
“ 지금 비주술사를 현장에 데리고 가겠다고? 아무리 그분들의 명령이라도 그렇지, 아메는 나를 도와야 할 건데. 부상자들이 많으면 나 혼자라도 힘들거든? ”
“ 선배 ··? ”
“ 명령입니다, 이에이리 씨. ”
쇼코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비주술사를 굳이 데리고 가 지원을 하겠다는 건 누구의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방법인지?
‘ 고죠 그 바보 자식. 난 너처럼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 언제 돌아오는 거야. ’
“ 데리고 가봐. 할 수 있으면. ”
느낌이 좋지 않은 쇼코는 어떻게 해서든 아메를 데리고 가지 못하게 하려고 보조 감독의 앞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보조 감독도 쇼코의 강력한 반대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다른 보조 감독이 급하게 쇼코를 찾으며 들어왔다.
“ 이에이리 씨 ··!! 여기 부상자들을 급하게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쇼코는 젠장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선 한숨을 쉬었다.
“ 아메, 금방 돌아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마. 너도, 아메 데리고 갈 생각 하지 마. 부상자들 어디 있어? 지금 갈게.”
아메와 보조 감독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쇼코는 급하게 부상자들을 보러 방을 나섰다.
“ 뭔가 말이야, 나쁜 예감이 드는데. 굳이 이런 일을 3일이나 다녀오라는 명령은 뭐지? ”
같은 시각에 나쁜 예감을 느낀 사토루는 이미 임무는 끝냈지만, 굳이 내일까지 있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이상해. ”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층부가,라는 생각 때문에 의심은 커졌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한 채 고전으로 빠르게 복귀했다.
빠르게 차로 복귀한 사토루는 이상하리 만큼 조용한 고전을 보곤 아메를 찾기 시작했다.
아메를 계속 부르고, 전화도 해봤지만 받질 않자 쇼코에게 연락을 했다.
쇼코조차도 전화를 받질 않자 불안해진 사토루는 쇼코가 있을 만한, 그러니까 해부실로 무작정 뛰어갔다.
“ 후·· 이 정도면 끝인가? ”
쇼코가 일을 끝내려던 순간, 문이 쾅 하고 열렸다.
“ 쇼코!! 아메는? ”
“ 깜짝아 고죠. 아메를 왜 여기서 찾아? 아메는 위에 있을 건데? ”
“ 무슨 소리야? 전화도 안 받던데? ”
“ ·· 뭐라고? ”
“ 그보다 고전은 왜 이리 조용하고, ·· 부상자들은 왜 저렇게 많아? ”
“ 1급 사태가 벌어졌댔는데, 잠깐. 고죠 당장 현장으로 가. 아메는 거기에 있어. ”
“ 뭐? 아메가? ”
“ 아까 어떤 보조 감독이 지원을 핑계로 아메를 데리고 가려 했었어. 분명히, 가지 마라고 막았는데 ·· 내 실수야. 주소 보내줄 테니까 빨리 가. ”
쇼코의 말을 듣자 마자 사토루는 고전을 바로 빠져나왔다.
쇼코가 보내준 주소를 확인하고 무하한 술식을 이용해 재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겨우겨우 서로를 부축하며 빠져나오고 있는 주술사들과 보조 감독들이 넘쳤다.
모두들 고죠 사토루는 출장 아니었나? 왜 벌써 여기에? 라며 수군거렸고 사토루는 아메를 찾느라 바빴다.
이성의 끈을 거의 놓기 직전의 상태로 사람들을 비집고 아메를 찾아봤지만 아메는 보이지 않았다.
“ 설마. ”
‘ 장막 안 쪽에?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막 안쪽에 들어가자마자 사토루가 본 광경은, 1급 주령에게 잡아먹히기 직전의 아메였다.
사토루는 주저하지 않고,
“ 술식 반전, 혁(「赫」). ”
1급 주령은 단 2초 만에 퇴치당했고, 사토루는 중상을 입은 아메를 품에 안았다.
아메의 숨이 붙어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사토루.
기적처럼 숨은 붙어있었지만 언제 숨이 꺼질지 모르는 상황.
“ ··· 아메. ”
사토루는 아메의 이름을 간절하게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 다 내 탓이야.”
“ 고죠, 아니라니까. ”
“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했어. ”
“ 그렇게 말하면 나도 책임이 있어. ”
아메는 사토루에 의해 구출되었고,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보호자가 누구인지 묻는 간호사에게 사토루는 자신이라며, 자신이 애인이라고, 처음으로 말했다.
아메를 의사에게 맡기고 뒤늦게 온 쇼코와 함께 사토루는 결과만 기다렸다.
몇 시간 뒤에야 온 의사의 진단 결과는 ‘ 혼수상태 ’.
스스로 일어날 의지가 없다면 영원히 잠들 수도 있다는 ·· 얘기였다.
쇼코에게서 자세한 얘기와 아메의 상태에 대한 얘기를 들은 사토루는 비주술사가 자신에 의해 고전에 들어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상층부의 소행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갑자기 3일 출장을 보낸 것, 비주술사를 지원 명목으로 1급 사태에 끌어들인 것.
전부다, 아메를 죽이기 위해 만든 판이었다는 것.
“ 사고로 덮을 생각이었던 거지. 애초에 내가 아메와 사귄다는 건 쇼코, 나나미. 이렇게 알고 있으니까 죽어도 내가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나 보네. ”
그날, 사토루는 상층부에 찾아가 그 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히 선언했다.
“ 비주술사 유키라 아메, 고죠 사토루의 애인이니까 말이죠. 건들지 마시길. ”
사토루는 일도 거의 미룬 채로 아메가 누워있는 병실에서 아메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미루다 미뤄, 임무를 가야 할 때면 쇼코가 잠시 봐주기도 했다.
최강 주술사, 고죠 사토루는 아메가 혼수상태에 빠진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어쩌면 자신의 잘못.
비주술사를 고전에 데리고 온 자신의 판단 미스.
곁에 있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 자신의 실책.
사토루는 생각하고 또 다짐했다.
“ 아메는 현장에 나갈 일 따위 없어. ”
여느 때처럼 아메가 일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죽은 듯이 호흡기를 차고 누워있는 아메를 바라보는 사토루.
“ 오늘도·· 못 일어나는 건가. ”
시계를 한 번 살펴보고 임무를 가야겠다 싶던 사토루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고, 쇼코에서 전화를 걸었다.
“ 응, 쇼코. 응, 이제 임무 가려고. 지금 오면 될 것 같- ”
전화를 하던 도중 사토루는 아메의 인기척을 느꼈다.
사토루는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눈앞에 보인 사실이 믿기지 않는 건지, 눈앞에 보인 게 사실이라 기쁜 건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 아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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