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백천 모음
~ 23.08.17
* 지금까지 풀었던 썰 백업
* 퇴고 없이 본문 그대로 올렸기에 오타有
* 청명백천 외 검존동룡, 검존백천, 청명여백천도 중간중간 조금씩 섞여 있습니다.
* 약 44,000 자
귀엽고 풋풋한 짝사랑을 하는 동룡이로 검존동룡 보고싶다... 언젠가는 저가 검존의 정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검존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검존을 바라보지만 그래도 무작정 제 감정만을 밀어붙일 생각은 없는지라 저만의 선을 정해두고, 검존에게 너무 폐가 되지 않도록 하는 동룡이. 그냥 정인들만의 특별한 날이나 그냥 아무것도 아닌 날에도 검존을 생각하며 산 물품이나 검존을 위해 만든 것들을 고이고이 간직하다가 검존이 자주 가는 객잔의 점소이에게 소소한 돈과 함께 주며 검존이 찾아오면 전해달라 하며 누가 주었는지는 말하지 말아달라 하는 거. 그렇게 주고는 검존이 객잔에 찾아오면 자신도 이 객잔의 손님인양 먼 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검존이 제 선물에 어찌 행동하는지 보는 거. 기분 좋게 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가면 그날은 기분이 좋아지고 검존이 받지 않거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우울해지며 다음엔 다른 선물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동룡이. 차마 자신이 직접 검존에게 전해줄 용기도, 다가갈 용기도, 말을 걸 용기도 없어서 주변을 맴돌 뿐이지만, 검존이 저를 눈치채주길, 저를 바라봐주길 바라며 언젠가는 꼭 검존과 정인이 되길 바라고 고대하는 동룡이.
내 머릿속 검존동룡은 동룡이에 의해서 귀엽고 풋풋한 사랑을 할 것이란 생각이 콕 박혀있음...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그럼에도 평소엔 기꺼이 동룡이에게 쉬이 휘둘러주고 저가 리드해야 할 땐 리드해주는 검존과 그저 검존이 좋기만해서 그걸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찌 표현해야 검존이 제 마음이 얼만큼 그를 향해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지 안절부절 못하고는 결국 어찌 제 마음을 포장하지 못하고 본연 그대로 보여주고 마는 동룡이...
게임스트리머 청명이로 청백.게임 실력도 실력이지만 게임 안 할 때는 시청자들이랑 소통방송하는데, 그때 입담도 좋아서 인기가 꽤 있음. 그렇게 그 날도 방송 중이었는데, 갑자기 방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뒤에 문이 살짝 열리더니 그릇조금이랑 어떤 사람 얼굴 쓰윽 하고 들어오다가 방송켜져있는 거에 놀랐는지 급 사라짐. 그거에 한 순간에 물음표 도배되는 채팅창. 청명이 그거 보고는 아... 하고는 마이크 끄고 자리 뜨는데, 마이크 끌 때 빡친 목소리로 동룡아!!! 소리 들리고 꺼져서 물음표로 도배됐던 채팅창이 이번엔 ㅋㅋ으로 도배됨. 그리고서 좀 시간 지나고서 과일 담긴 그릇 들고와선 의자에 앉은 청명이. 마이크 키더니만 한숨 푹푹 내쉬면서 죽겠네, 죽겠다. 하고 말 꺼내는데, 채팅창은 이미 불판임. 아까 그 사람 누구냐부터 동거인이냐고 동룡이는 뭐냐고 막 올라오니까 내 애인. 끝. 더 말 안 해. 더 질문하는 놈은 밴이다. 하고 시청자들 궁금증 끌어올리고서 더는 답 안 해주는 청명이.
그 일이 있고서 거의 두세 달 넘고서 다들 잊었을 즈음에 합방 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는데, 상대가 누군지는 방송날 보라고만 써있음. 그렇게 대망의 방송날. 청명이 평소에 합방도 없거니와 2인플 겜도 혼자서 플레이하거나 다인플 겜은 거의 안 하다보니까 시청자들이 친구 없죠? 방송만 보고 사는 네놈들보단 많다. 걱정마라. 라는 대화 주고받을 정도라서 기대감 올라간 상태에서 방송켜졌는데, 청명이만 나옴. 그거에 ? 퇴짜맞음? 이놈들아 좀 기다려라. 하고 대화하는데, 급 방송대기화면으로 전환 되더니 곧바로 화면이 다시 켜짐. 그리고서 청명이 옆에 처음보는 어깨랑 손 보임. 그거 보더니 시청자들이 청명이에게 ...! 친구가 있었구나! 하는 반응보이니까 갑작스럽게 들리는 웃음소리. 난리나는 채팅창과 어휴 저것들 또 저러네 라는 눈빛인 청명이. 그렇게 게임하기 전에 대화부터 하는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부르면 되냐는 물음에 청명이가 걍 동룡이라 부르라고 해서 그게 뭐냐고 웃다가 몇 달 전에 있었던 일 떠오른 시청자가 애인이라 말했던 분이냐고 물으니까 오, 기억 좋은데? 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넘기는 청명이.
옆에 있던 동룡이는 그거 언제 말했냐고 그러고 시청자들만 물음표 올리더니만 커플끼리 게임하냐고 야유함. 물론 중간중간 안 좋은 채팅들은 동룡이가 보기 전에 미리미리 삭제하고 밴때리는 청명이. 그렇게 시청자들의 야유를 한몸에 받으면서 게임을 시작하는데, 동룡이가 게임을 진짜 지지리도 못해서 다들 웃고 청명이만 빡침. 아니! 이걸 어떻게 못해!! 형 바보야!?!!하면서 승질내는데, 동룡이 그 소리 참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들으니까 화나서 그럼 이걸 어떻게 잘 해!! 게임이라곤 오락실에서 테트리스랑 보글보글인가 버글버글인가 하는 것만 몇 번 해본게 다인데!! 라고 해서 다시 한 번 더 다양한 의미로 여러 번 뒤집어지는 채팅창. 그렇게 그날 합방은 청명이랑 동룡이 둘 다 빡친 채 끝나서 시청자들만 웃음바다됨.
중간중간 너무 많이 싸워서 이러다 합방 땜에 이별하는 거 아니냐 라는 소리 나오지만, 다른 날 방송킨 청명이가 그 말 보곤 코웃음 치더니만 그럴 일 없다고 쓸데없는 걱정이니까 너네들이나 나가서 애인 만들라고 해서 상처받는 척 하는 시청자들. 그 이후로도 간간이 동룡이가 목소리 정도는 방송에 등장은 하지만 직접적인 합방은 없어짐. 특히 청명이 게임할 땐 더더욱 안 나타남. 그에 대해서 시청자가 더는 합방 없냐고 물으면, 동룡이 게임 실력도 실력이지만 너네들한테 더 보여주기 싫다고 답하는 청명이라서 커플한테 괜한걸 물어봤다 하는 시청자들.
청명백천 서로 조건도 맞고 손해보는 것도 없어서 반년밖에 안 되는 기간동안 함께 하기로 했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같이 무언갈 한다는 것에서 즐거움이 생기고 점차 더 오래 같이 있길 바라는 욕심이 생기는 거. 그래서 약속을 하나하나 만들어갔으면. 겨울에 시작하여 반년. 여름이 시작될 즈음에 헤어지기로 한 것이니, 처음엔 같이 꽃을 보러가자, 날이 풀리면 나들이 하러 가자. 라는 이룰 수 있는 약속들을 하다가 축제를 즐기러 가자, 여름에 바다를 보러 가자. 같은 함께 하기로 한 기한을 넘겨서 이룰 수 있는 약속을 하기 시작하는 거. 그렇게 약속을 하면 할 수록 더욱 헤어지기 싫어하고, 약속들을 꼭 지키고 싶어함.
하지만, 함께 하기로 한 기간은 이미 다 끝났고 서로 가야 할 길이 있었기에 이루지 못할 약속들을 두고 헤어지게 되는데, 무언갈 함께 하기로 약속한 날마다 편지와 함께 물건이 동봉되어 오는 거. 편지는 길지 않고 짧게 약속에 관한 내용이었고 동봉된 물건은 그 장소에 있는 것들. 축제라면 폭죽을, 바다라면 바다 속을 만들어 낸 듯한 유리병을. 그런 식으로 편지가 오다가 어느 순간 끝겼는데, 그 이유는 서로 약속한 걸 이렇게라도 다 이룬 터라 더는 한 약속이 없었기 때문. 그래서 끊겨버린 편지를 보며 더욱 많은 약속들을 할 것을 아쉬워 하며 지내 던 중, 처음 보았을 때 그 모습 그대로 청명이가 백천을 찾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이 나랑 계약 하나 하자. 하고 말하면서 씨익 웃으니까, 그걸 보고 백천도 맨처음 만났을 때 답했던 것처럼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하고 얘기를 나누는데, 다시 한 번 더 계약을 하기로 하고 나서 혼자가 아닌 함께 같이 가자고 했던 약속들을 이뤘으면.
용청명이 돌보는 백천으로 청백. 우연히 이상한 곳에 들어가게 되면서 청명이랑 만나게 됐는데, 청명이 아직 어린 용의 모습이라서 태어난지 별로 안 됐나 싶은 백천. 주변에 성체는 없고 어린 아이 하나만 덩그라니 있으니까 길을 잃거나 보호자가 없나 싶어서 백천이 먼저 청명에게 다가가서 부모는 어디 있는지 물었는데, 청명이는 귀 파면서 백천한테 포유동물 기준으로만 판단한다고 한소리 함. 분명 생긴 건 애인데 하는 짓은 마을에서 몇 번 본 할배와 같아서 인지부조화 오는 백천. 그래도 청명이가 자기한테 뭘 어떻게 해도 어린애니까... 하고 넘겨버리는 백천. 하지만 청명이 입장에서는 물론 저가 백천을 봐주고 있는 것도 있지만 자기가 화를 내고 경계하면서 제멋대로 행동해도 저를 잘 받아주는 백천의 모습에 점차 먼저 다가가는 청명. 그렇게 둘이 친해지게 되면서 백천은 자주 청명을 찾았고 청명도 저를 찾아오는 백천을 저도 모르게 기다리게 됨. 그렇게 되면서 점차 쑥쑥 크기 시작하는 청명이. 처음 백천과 청명이가 만났을 댄 청명이는 백천의 무릎 위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크기였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백천의 허리를 넘어서더니 백천의 얼굴 아래까지 자라고서야 키가 멈춤. 저의 키가 백천보다 작은 것은 못마땅해 보이면서도 그래도 이 정도 컸음에 만족하는 청명이와 용은 이리 빨리도 크나 싶은 백천.
청명이 이렇게 커지고 나서 백천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는데, 백천에게 더 닿고 싶어하고 더 곁에 있고 싶어함. 백천이 이만 가야겠다 하면 제 꼬리로 백천 허리를 감고 뒤에서 매달려서 못가게 막기도 하고. 정말 이만 가봐야 한다는 백천의 애원을 듣고 나서야 힘겹게 풀어주기 쉽상이었지. 백천도 청명이 싫은 건 아니었고 청명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음. 그냥, 처음 만났을 때의 청명이 모습이 너무나도 어리디 어렸던 모습이었기에 지금 청명의 모습이 아무리 성체라 해도 받아주기 그랬을 뿐. 그럼에도 혼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청명이가 너무 눈에 밟히고 저밖에 없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이 좋아서 거절하지도 못함. 그렇게 이도저도 못한 채 지내며 가랑비에 옷젖듯 점차 청명이에게 익숙해지니까 결국 청명이를 받아주게 된 백천.
사실 청명이는 백천과의 첫만남에서부터 이미 몇백은 먹은 성체였는데, 굳이 자라날 이유를 못느끼고 있었던 터라 계속 어린아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거였고 백천이 마음에 드는데, 백천은 저를 어린애 다루는 듯 하니 결국 성장하기로 한 청명이. 또한, 백천이 항상 찾아오던 곳은 청명이의 영역이라 청명이가 원한다면 외부와 단절 시킬 수 있었지만, 한번 그리했다가 백천이 불안해 하기에 결국 그러기를 포기하고 그저 백천이 저를 찾아오길 기다리기로 한 청명이. 백천에게도 자기뿐이었으면 했지만, 사랑하기에, 백천이 싫어하기에 그러지 못하는 청명이였으면.
그냥 백천 결혼식에 찾아와서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행복하게 살라고 말하는 청명이 청백이 보고싶다.
이래 놓고서 몇 년 뒤 백천 이혼하면 좋겠음. 분명 사랑이 있어서 결혼 했고 평생 행복은 아닐지언정 잘 살아갈 것이라고 다른 부부처럼 잘 버티며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백천과 그의 부인은 아니었고 결국 헤어지게 됨. 그나마 이 이혼에서 위안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잘못도 아니었고 둘다 책임지고 키워야할 아이도 없었다는 점 정도. 그리고 이혼 처리는 빠르게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됐다는 것도 다행이라 한다면 다행인 것 중 하나였지. 그렇게 조용히 살아가던 백천 집에 어느날 아침부터 초인종 소리가 울리게 되고... 전날 업무 처리 때문에 야근해서 늦게까지 잘 예정으로 자던 백천은 초인종 소리에 안 일어나려 하다가 끈질기에 울리니 누군지 몰라도 얼른 보내버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문열었다가 오랜만에 보는 청명이로 시작되는...
입안에 상처랑 염증때문에 청명이가 얼굴 들이밀면 청명이 얼굴 밀거나 입을 손으로 막는 백천. 이게 한두 번 그러면 그래, 장난이구나/이유가 있구나. 하고 넘어가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말도 없이 밀어내고 막다가 저가 뚫어져라 쳐다보면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은 딴곳을 보니까 화난 청명이. 결국 청명이가 접문 한 번 하겠다고 밀어붙이다가 백천이랑 제대로 부딪친 탓에 서로 입에 상처 하나 달게 됨. 이에 화가 난 백천은 아니 이놈의 망둥이 자식은 사람이 거절을 했음 아, 그렇구나. 하고 포기를 해야지 왜 굳이 밀어붙이다가 안 나도 될 상처 만드냐고 그리고 나 지금 입안에 염증나서 못한다고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아프다고 하면서 화를 내서 어찌 잘 풀렸고 청명이는 백천의 입 안 염증과 상처가 다 나아서도 며칠 동안 접문을 먼저 시도 못했다가 그거 본 백천 한숨쉬곤 먼저 해주고 나서야 접문이든 구흡이든 뭐든 다시 하기 시작한 청백.
백천이랑 진짜 안 어울리는 말이지만 너드처럼 생긴 인기없는 백천보고싶다. 앞머리가 길어서 언제나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시력이 좋지 않은지 알이 두꺼운 동그란 안경 끼고 다니는데, 수업시간엔 수업만 딱 듣고 쉬는 시간엔 어디 잘 안 가고 자리에서 책 읽거나 복습예습.
그나마 움직인다 싶어도 부활동으로만 움직이는 게 전부인 거. 학년초, 학기초엔 그래도 말을 거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백천이 조용히 있다 보니 결국 하나둘 안 다가오게 되면서 주로 혼자 있게된 백천. 근데 이런 백천도 학생들이 많이 다가오는 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학교의 꽃인 체육대회!! 부활동으로 도서부 외에 검도부도 같이 하고 있는 백천인데, 그래서 그런지 달리기가 매우 빠르다는 걸 학생들이 우연히 알게되면서 운동회같이 몸쓰는 일이 생기면 언제나 백천을 찾게 된 거. 물론 백천이 참가하면 늘 1-2등은 따놨다고 봐도 무방한지라 더욱 찾게됐고 백천도 좋아서 참여하기도 하니까.
그렇게 새로운 학기 를 맞이하고 슬슬 체육대회가 다가오게 되면서 참가 경기 연습을 하게 된 백천. 인데 그 연도 신입생으로 들어와서 운동을 잘하기에 출전선수로 연습에 참가한 청명이가 백천 달리는 거에 반했으면 좋겠다. 청명이가 운동장에 나왔을 때 마침 백천이 뛰는 걸 봤는데, 백천이 뛰는 것에 맞춰서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백천 얼굴을 보고 반한 거. 그래서 무작정 백천한테 다가가서 자기랑 연습삼아 시합하자고 말도 걸었던 거겠지. 처음엔 그 제의에 거절한 백천이지만 청명이 조금 도발을 거니 순순히 넘어와서 연습시합을 했고 처음엔 봐주듯이 뛰었던 청명이지만 생각보다 백천이 빠른 걸 보고 후반에 속도 높여서 이겼음. 그리고 선배 생각보다 잘 뛴다고 말하려 할 때, 청명이 오기 전부터 이미 여러 번 달렸던 지라 땀을 많이 흘리기도 했고 안경에 습기도 찬 탓에 얼굴이랑 안경 닦을 겸 안경 벗은 백천 모습 보고 제대로 치인 청명이. 안경 닦고 다시 쓰는 백천한태 다가가서는 안경 벗어보라면서 안경 벗기고 얼굴 가리는 앞머리 좀 치우고 봤다가 아니, 이 사람은 거울 안 보고 사나? 왜 이러고 다니지? 싶은 청명이. 백천은 안경 쓰면서 얼어붙은 청명이한테 사람 얼굴보고 놀라는 거 무례한 행동이라 말하고 가려는데 청명이가 그거 붙잡고서 진지하게 보다말고 하는 소리가 선배 집에 거울 없어요? 여서 어이없는 백천.
백천이 한숨 쉬더니 거울 많이 있다. 할 말 없음 이만 가보겠다. 하고 가려니까 괜히 답답한 청명이가 아니 그러면 왜 그 얼굴 가리고 다니냐고 오히려 화냄. 그 말 듣고 얼빠지는 백천. 아니 내 얼굴 내가 알아서 쓰겠다는 데 뭔.. 하고 가려다가 다시 잡혀서 거의 반강제로 주말에 같이 쇼핑하자고 청명이한테 강제 약속 잡혀서 데이트인지 끌려다니는건지 쇼핑인지 모를 당황스런 상황부터 시작하는 청명백천 보고싶다.
청백 둘이 싸웠는데, 청명이가 백천 계속 빡치게 만들어서 1초에 주먹 10번씩 날리는 토끼 백천. 근데 그 주먹들을 청명이가 여유롭게 다 피하니까 더 화가 나서 결국 청명이 쳐다보지도 않고 스텀핑하느라 발 탁탁탁 거리면서 있음. 토끼 솜방망이에 맞아봤자 얼마나 아프겠냐고 그것 하나도 안 맞고 다 피하냐고 속으로 툴툴대는 토끼 백천. 이래놓고서 청명이가 평소랑 다르게 좀 다정히 말 걸어와주고 동물상태인 제 머리 쓰다듬어주면 기분 좋아져서 웅웅거리는 콧소리 내다가 정신차리면 아무것도 아닌 척 어디론가 사라짐.
청백 그거 보고싶다. 백천의 꿈에서만 나타나는 존재인 청명이. 어릴적엔 흔히들 상상력이 풍부하다하니 다양한 꿈을 꾸게 되는데, 백천은 공룡이나 우주, 귀신과 같은 꿈을 꾸지 않고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옛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높이올려 묶은 남자가 나오는 꿈을 꾸는 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에게서 나는 짙은 꽃향과 함께 조금씩 쇠비린내.
근데 그 꿈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마치 자신이 직접 겪어본 일만 같아서 어렸을 땐 혼란스러움을 느꼈음. 이를 주변 어른들에게 물어도 어른들은 그저 무서운 꿈을 꿨나보구나. 또는 네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래. 같은 제 말을 믿지 않고 다른 소리만 하니 점차 이 꿈에 대한 얘기는 안 하게 됨. 꿈이 너무 생생해서 그렇지 무서운 꿈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자라게 되면서 동룡이는 저가 꾸는 꿈이 상상속 친구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버렸으면. 흔히 어린 나이에 아이들이 상상속 친구를 만들어 실제로 그 존재가 있는 것마냥 행동하고 추억을 만들기도 하니까, 저도 무의식 중에 그런 존재를 만들어냈는데 이게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만 나타나는 걸로. 꿈에서 깨어나면 너무 생생해서 이상함을 느끼는데 꿈속에서는 그런 이상함이 없고 그저 그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좋고 즐거운 동룡이. 이건 나이를 먹어서 성인이 될 때까지도 똑같은 이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되는데, 처음으로 동룡이가 제일 묻고 싶었지만 그간 그 물음 대신 다른 물음들만 나와서 답답했던 걸 물을 수 있게 된 거. 그간 오랜 기간동안 함께했기에 이름이나 무얼하는 지는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이 궁금했던 걸 물어보진 못했지.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가능한걸 느끼곤 물었지.
왜 자꾸 내 꿈에 나와서 저와 얘기만 하고 가냐고. 도대체 언제까지 꿈에 나올 거냐고. 물론 어릴적에 비해선 이 꿈을 꾸는 빈도가 낮아진건 맞지만 그래도 꾸준히 꾸는 꿈이니까 궁금했음. 그리고 잠깐의 기다림 후 남자가 말함. 그저 자신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무얼 기다리고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아 동룡이가 무얼 기다리냐고 되물으니 청명이는 별말없이 미소 지을 뿐임. 그저 소중한 이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고 할 뿐이었지. 동룡은 얼마나 기다리고 있냐묻고 남자는 셀 수도 없이 오래라고 말함. 잠깐의 고민 후 그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직접 길을 나서면 되지 않겠냐고 동룡이가 말하니 남자는 그 말에 그래도 괜찮겠냐고 길이 엇갈리지 않겠냐고 물음. 그러자 동룡이는 아주 오래 기다렸음 이미 본분은 다 했다고 길이 엇갈려도 다시 만날 운명이라면 결국 만나게 될 거라고 먼저 찾아나서라고 답해주자 그제서야 웃으면서 그럼 길을 나서도 괜찮겠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남. 그리곤 남자가 동룡이에게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면서 흩날리는 꽃잎마냥 한순간에 사라지자 흩날리는 꽃잎에서 그 사람에게서 났던 꽃향보다 더욱 짙은 꽃향을 맡으며 깨어나는 동룡이.
이 꿈을 꾸고 난 뒤부턴 아주 오랫동안 제 꿈에 나왔던 남자가 더는 안 나타나서 정말로 꿈속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간 기다리고 있던 이를 찾으러 길을 나섰구나 싶은 동룡이. 후에 우연한 계기로 그 사람에게서 항상 났던 꽃향이 매화향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토끼 동룡이, 호랑이 검존이 크게 하품할 때 보인 송곳니 보고 신기해 함. 검존은 그냥 하품 나오니까 쩌억- 벌려서 한 건데, 하고 나서 옆에 보니까 동룡이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어서 좀 당황스럽고 저렇게 누가 쳐다보는 건 처음인데 또 제 제자가. 그것도 초식동물인 제자가 저리 쳐다보니 위협적 이었나 싶어서 입가리는 검존. 근데 동룡이 눈 반짝반짝해져서는 검존이 가린 입 쳐다보다가 검존 다리 사이에 들어가서 자리 잡더니 검존 입 가린 손 떼려고 끙끙댐. 아무리 때내려해도 동룡이 힘으로는 검존을 이길 수 없는 게 맞아서 꼼짝도 않는데, 그러던 중에 검존이 그런 동룡이 보고 무서워서 그런건 아닌가 보다 하고는 한숨 푹 내쉬고는 결국 크게 입 벌려서 제 입 안 보여주는 거. 동룡이 그거 보고 눈이 더 초롱초롱해져서는 검존 송곳니 뚫어져라 쳐다보 보며 신기해 함. 주변에 육식동물이 없던 건 아니지만 보았던 수가 적기도 했고 검존만큼 커다란 육식동물은 없었어서 더 신기하기도 했고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 배려로 송곳니를 잘 보여주지 않으니 지금껏 제대로 송곳니를 본 적이 없었던 동룡이. 제 스승님이 송곳니를 떡하니 보여주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하지만 송곳니 보겠다고 스승 귀찮게 한 벌로 나중에 검존에게 토끼귀 움냠냠 먹힘.
검동 이혼부터 시작하는 관계 맛나다...
정략혼으로 맺어진 탓에 그냥 본분만 다 하자. 였던 둘인데, 같이 살던 중 동룡이가 검존의 무심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까먹지 않고 제때 챙겨주려 하는 모습에 점차 마음만 키워나가다가 결국 우리의 시작은 그저 정략혼이었고 마음없이 맺어진 관계라, 이 이상 같이 있다간 저가 너무나 크게 상처 받을 것 같고 검존도 저말고 더 좋은 이가 마음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 먼저 절혼서를 검존에게 보내는 동룡이... 검존은 그 절혼서를 받고 묵묵하게 부인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하고 받아내니까 동룡이, 홀로 제 방에 누워서는 눈물 뚝뚝 흘리면서 괜히 절혼서를 주었나, 그냥. 그냥 저에게 마음이 없어도 본분때문에 행하는 무뚝뚝한 다정함에 매달려 계속 이어갈 것 그랬나 고민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검존이 마음없는 저 말고 진심으로 더 마음 가는 이에게 드디어 갈 수 있으니 좋아해야 한다고 마음 다잡는 동룡이. 그렇게 둘이 절혼 하고 하루 뒤, 꽃을 가지고 동룡이에게 찾아온 검존.
현대 청백으로 진가네 옆집에 이사온 청명이인데, 청명이 3살 동룡이 7살때 처음 만남. 동룡이 인생 7년. 항상 집안에서 나이차 나는 막내라서 형들이 귀여워 히면서 자주 놀리니까 억울하고 자기도 동생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있었는데 마침 옆집에 4살이나 어린 동생이 생김. 그래서 맨날 청명이 네 놀러가기 시작한 동룡이. 물론 저가 생각했던 동생이랑 달리 엄청 사납고 떼도 많이 쓰고 제멋대로에 저밖에 모른다는 듯 행동해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유치원에서 동생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동생들 대부분이 그렇다고 하니 역시 4살이나 형인 내가 다 받아줘야지! 하고 있음.
그리고 이 마음은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변치 않음. 동룡이 학교 끝나면 부리나케 뛰어서 자기집 말고 맨날 옆집인 청명이네 찾아가서 청명이부터 찾고 자기 동생이라고 귀엽다고 여전히 껴안고 있는데, 첫만남때부터 만날 때마다 항상 저 좋다고 껴안는 동룡이라 이제는 채념한듯 안겨있는 청명이. 분명 첫 만남에선 그런 백천이 싫어서 밀어내고 난 네 동생 아니라고 화도 내봤는데 동룡이의 한결같음과 동룡이가 곁에서 이것저것 가져다 주고 먹여주고 하니까 편해서 그러려니 하게 됨.
시간이 흘러서 청명이도 학교 들어갈 나이가 됐는데, 저랑 같은 학교 오길 바라던 동룡이의 바람과는 달리
청명이는 그 옆에 있는 다른 학교에 입학하게 됨. 동룡이 그게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학교 방향은 같으니까 등교할 때마다 청명이 손 잡고서 데려다 주고 하교 할 때도 시간 맞춰서 청명이네 학교 찾아감. 근데 이제 동룡이 중학교 진학을 해야 하고 제 나이대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나서 청명이랑 어울리는 시간이 좀 줄어듦. 물론 청명이도 학교 들어가게 되면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애들이 생기니까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같이 어울리긴 어울릴듯. 이렇게 나이 좀 먹고 나니까 어릴 적 동룡이가 어린 청명이 보러 청명이네 자주 찾아왔던 것처럼 이제는 청명이가 동룡이네로 단소, 리코더, 줄넘기 같은 학교 준비물 빌리러 찾아오는 경우가 늘어남. 익숙하게 동룡이방 문 열고서는 리코더 빌려간다? 하면 익숙하게 가져가라고 하는 동룡이. 대신 단소나 리코더 빌려줄 땐 그거 가지고 칼싸움 하지 말라 할 듯. 애들이 장난친다고 휘두르다 누가 맞거나 고장낸 걸 본게 한 두 번이 아닌 동룡이.
나이 더 먹어서 중학교 올라간 동룡이랑 여전히 초등학생인 청명이. 중학교 올라간 동룡이는 아무래도 중학교가 더 멀어지게 되면서 더 이상 청명이랑 같이 등교는 못하고 따로따로 등교하기 시작한은데, 그래도 간간이 만나서 노는 건 똑같을 듯. 아직 저보다 작은 키의 청명이 보고 얼른 자라나라고 얘기하다가 청명이한테 한 대 맞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돟룡이. 길에서 청명이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려 다가가는 동룡이. 가끔씩은 친구들이랑 함께 있길래 컵떡볶이 같은 분식이나 문방구에서 파는 것들 사주기도 해서 청명이 친구들도 동룡이에 대해서 알고 지냄. 오히려 나중가서는 청명이가 자기들한테 뭔짓했는지 이르기도 함.
근데, 동룡이 고등학교 진학할 즈음에 가족들이랑 슬슬 불화가 있을 거 같다. 근데 그걸 터놓고 말할 사람도 없다하니 고민하고 끙끙거리고 있다가 결국 청명이랑 오랜만에 만나서 놀 때, 슬쩍 물어보면 이게 욕인지 칭찬인지, 조언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말들을 해주긴 하지만 결국엔 마음 다잡는데는 도움을 주니까 꼬맹이가 이럴 때 도움 된다고 하는 동룡이.
동룡이가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이제 학업이다 외부/내부활동이다 뭐다 해서 바쁘게 생활함. 그탓에 청명이랑 만나는 날이 더더욱 줄어드는데, 그래도 가끔 야자 끝나고서 저녁에 집 갈 때마다 집 앞 편의점에서 청명이랑 마주치는 경우 간간이 있을 듯. 뭘 하길래 이 시간에 집 오냐고 청명이가 물으면 오늘 야자/시험공부 하느라 늦게 들어간다 하는 동룡이. 그렇게 둘이 얘기 나누면서 집에 도착해서 들어가려 하면 청명이가 초콜릿 같은 거 동룡이한테 쥐어주고는 힘내라고 하고는 집에 들어가면 받은 거 보면서 꼬맹이가 돈이 어디 있어서 이런 걸 다 챙겨 주냐고 생각하지만, 또 그게 기특해서 미소 짓는 동룡이.
리고서 대학 진학을 결정할 즈음에 정말 가족들이랑 한바탕 하게 된 동룡이. 동룡이가 원하는 진로와 가족들이 원하는 진로가 다르다 보니 싸운 것도 있고 이와 관련해서 이미 고등진학때도 한번 싸운 전적이 있었는데 그땐 동룡이가 한수 접어줬던 터라 이번엔 더 싸움. 결국 참다 못한 동룡이, 이게 정말 내 삶의 최선인 선택이냐고 그냥 당신들이 그런 식으로만 살아왔으니 그냥 나에게도 강요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원하는대로 하지 못하는 이게 정말 내 삶이 맞는 거냐고 그간 가족이라고 참고있던 말 내뱉고서 집 나옴. 어딜가야 하나 생각하는데, 이런 순간에도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청명이라서 결국 편의점에서 음료수랑 청명이가 자주 먹던 간식들 사서 청명이네 찾아감. 저녁먹을 시간에 찾아간거라 불청객이 될 줄 알았는데 찾아가니까 저를 반갑게 맞이 해주는 청명이네랑 늘 한결같이 있는 청명이 보고 한순간에 왈칵 울음터진 동룡이. 결국 여차저차 위로받고 해서 하룻밤 자고 가는데, 자기 전에 누워서 얘기 나누다가 어쩌다 자기네 집으로 찾아올 생각했냐고 청명이 물음에 웃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게 너 밖에 없었다고 답하고는 이제 자자고 하곤 잠드는 청명이랑 동룡이. 다행히 이 일이 있고 조건부가 생기긴 했지만 동룡이 자기가 원하는대로 진학할 수 있게 됐고 시험결과도 좋아서 결국 원하는 곳에 합격하게 됨.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식 날 자기 가족들만 올줄 알았는데, 추운 거 그렇게 싫어하는 놈이 패딩에 목도리에 털귀마개에 장갑까지 다 착실히 끼고와선 졸업 축하한다고 꽃다발까지 가지고 저 기다리고 있으니까 너도 얼른 자라서 졸업하라고 괜히 청명이 놀리는 동룡이랑 그렇게 껴입고 왔음에도 좀 추운지 덜덜 떨면서 어쭈 동룡이가? 하고 티격태격 거림.
대학 들어간 동룡이. 수험생활보단 널널하지만 또 알바 뛰느라 엄청 널널하지는 않음. 청명이야 공부 알아서 하는 듯 하고 아직은 수험생도 아니니까 시간 나면 동룡이 알바 뛰는 곳에 찾아와서 놀다감. 그러다 시험기간 찾아오면 그만 놀고 들어가서 공부하라고 초콜릿이나 과자들 안겨주기도 하고. 근데 청명이 본인 시간 괜찮다 싶으면 동룡이 알바 퇴근 시간에 맞춰서 찾아와 줌.
이제 동룡이 대학 생활한다고 학과 친구들이랑 술 먹으러 갔다가 자기 주량 제대로 체크 안 하고 컵에 부어지는 대로 마시다가 취하면 늘 청명이한테 전화해서 불러서 학과 친구들 사이에서 동룡이 동생으로 알 사람 다 알게 된 청명이. 맨날 또 이렇게 술 마시면 안 데리러 올거다, 가는 길에 버리고 갈 거다 하는데, 꼬박꼬박 데리러 와주고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가주니까 저렇게 착한 동생 어딨냐고 얘기하는 사람들 많음. 술 많이 안 마시고 그냥 알딸딸하게 마시고 불렀을 땐, 나란히 걷거나 위험하다고 손잡고 걸어가는 경우도 많음.
동룡이 청명이랑 같이 밖에서 밥먹을 때, 본인은 술 마시고 청명이는 음료수 마시니까 술먹다가 늘 청명이한테 어른되면 같이 술마시자. 라고 항상 얘기하지만, 이미 집에서도 그렇고 술을 잘 마시는 청명이임. 동룡이 앞에서만 음료수 마실 뿐이지.
청명이 수험생활 들어가도 이미 실기나 특기생으로 진학할 거라고 땅땅 못 박은 터라 최저만 맞추면 된다고 공부 안 하다가 소식들은 동룡이한테 잡혀서 같이 공부하기도 하고 그리 지냄.
청명이 졸업날 청명이네 가족들이랑 같이 졸업 축하한다고 꽃다발 가지고 찾아온 동룡이. 정말 성인됐냐고 축하한다고 내가 너 성인되는 진짜 오래 기다렸다고 드디어 제대로 꼬맹이에서 벗어났냐고 말하는 동룡이. 그냥 성인되면 딱히 뭐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고 늘 나이 차 가지고 놀리던 거 이어서 놀림.
그렇게 졸업식 끝나고서 며칠 후 시간 될 때 따로 만나서 술먹은 날, 둘이 잠. 동룡이는 청명이랑 술 같이 먹는 게 처음이라 신나서 부어라 마셔라 한 탓에 정말 단단히 취해서 사고라고 할 수 있었지만, 청명이는 아님. 본인이 좋아서 한 거. 제 옆에서 얼굴 가리고서 망연자실하게 샛노랗게 어린 애랑 잤다고 성인된지 얼마 안 된 애랑 정말 자버린 거냐고 망연자실 해있는 동룡이 보고서는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청명이.
동룡이 자기가 잘못들은줄 알고 뭐..? 하고 쳐다보는데, 표정 하나도 안 변하고서 형 좋아해. 하고 말하고 있음. 그거 보고서 이게 도대체 뭔일인가 저가 들은 게 정말 맞는 건가 하고 허어... 하고 있으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어. 라고 하는데, 청명이와의 첫만남을 다 기억하고 있는 동룡이라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음. 너 나 보고 싫다고 소리치고 밀고 울어댄 건 기억 하냐고 기억이 좀 왜곡된 거 아니냐고 말하면 머리 좀 긁적이다가 아니 그렇게 들러붙는 데 그럼 애가 싫어할 수도 있지. 하면서 초반엔 몇 번 안 본 모르는 사람이 달라붙으려 하니까 그런 거 뿐이라고 첫만남부터 좋아했던 건 맞다고 말하는 청명이. 그렇게 어렸을 때 뭐 보고 반했냐고 물으면 당연히 얼굴 아니겠어? 하고 답함. 그럼 그렇지 하고 픽하고 웃으니까 반짝반짝 하니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지. 하고 말하는 청명이. 결과적으론 그렇게 지나고 며칠 뒤에 사겨서 청명이의 긴긴 짝사랑과 저를 애로만 보는 동룡이의 시각은 좀 고쳐보려한 작업의 결과를 보게 된 청명이.
그래도 둘이 4살차고 오랫동안 동생취급 애취급 했던 동룡이인지라 간간이 동룡이가 청명이 애취급하는데, 청명이도 그걸 즐겼음 좋겠네. 이것도 동룡이의 애정이란걸 아는 청명이.
의외로 청명이가 상대 마음씨 보고 백천이 얼빠인 것도 좋겠다. 근데 하는 행동은 청명이 얼빠처럼 보이고 백천이 상대 마음씨 보고 사귀는 거라 나중에 누가 둘이 뭐땜에 사귀냐는 말에 청명이가 마음씨 보고. 했다가 거짓말치지마라 우우─ 소리 듣고서 빡치고 백천은 얼굴. 이라고 두 글자 말해서 의외네... 했다가 상대가 청명이인걸 생각한 사람들이 음, 그럴만 하지. 하고 고개 끄덕이다 청며이한테 걸려서 또 뒤지게 굴려짐.
모종의 이유로 한쪽 다리쪽이 트여진 하의를 입게된 여백천인데, 객잔에 방 하나 잡고서 혼자 잠시 쉬고 있으니까 누구 보는 사람도 없으니 좀 편히 있겠다고 다리 쭉뻗고 있어서 트여진 쪽으로 양쪽 맨다리가 다 보이다 못해 안쪽 속옷까지 보일랑 말랑한 상태로 있는 거. 그러다가 음식 시키고 들어온 청명이한테 걸려서 혼났음 좋겠네. 쭉 펴고 있던 다리 고스란히 모아서 맨살 안 보이게 꼼꼼히 옷 정리하곤 앉은 여백천 앞에 귀가 빨개진 채로 아무리 혼자 쉬고 있어도 그렇지 채신머리없게 그러고 있냐고 자기말고 누가 들어왔음 어쩔뻔했냐고 화내는 청명이.
카페 사장 백천과 손님 청명이로 청백. 길목에 있는 새로 개점한 카페 들어갔다가 백천 얼굴도 얼굴인데 음료랑 디저트도 꽤 괜찮아서 카페 단골됨. 아무래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좀 한적한 편이라 그게 마음에 드는지 자주 찾아오는 청명이랑 친해진 백천. 결국 전번교환까지 하게 되면서 그냥 신메뉴 개발 했는데 시식하러 와달라던가 오늘 언제까지 할거냐고 묻는 소소한 일상을 지내며 살음. 다만 둘이 이정도로 친해졌지만 아는 거라곤 이름이랑 전번정도. 나이나 직업은 말할 이유가 없어서 모름. 굳이 궁금하지도 않고. 다만 간간이 데려오는 친구나 형제들 보고 한 이즈음 되나? 싶은 백천.
그냥 중간 다 건너 뛰고서 둘이 마음생겨서 주변인들한테 조언 듣고 각자 서로의 친한 사람들한테서 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얘기 들으면서 어떻게 더 다가갈까 했는데, 후에 고등학교에서 교복입고 달려나오는 청명이랑 마주친 백천 보고싶음. 이전에 밤에 고기집 알바 뛰는 거 보고 성인은 됐겠지 했는데 성인은 무슨. 졸업 1년남은 고3이란 얘기에 뒤집어 지는 백천임. 그럼 자기랑 처음 만났을 땐 고2였단 소리. 하마터면 성인도 아닌 애한테 고백할 번 했음에 심장 떨리는 백천. 이전에 알바뛰던거 뭐냐고 물으니 아시는 분 가게에서 잠깐씩 뛰는 거라고 하고 그럼 점심에 왔던 거랑 평일 사복은 뭐냐니까 자기 특기생이라서 대회나 훈련 관련으로 일있음 허락하에 그렇게 입거나 나올 수 있다고 하니 허어... 싶어지는 거. 그럼 주변인들은 다 성인인거 같다니까 친구놈은 저랑 비슷하고 형제들은 자기랑 나이차가 좀 나서 성인들 맞다고 함. 그 얘기 들으면 들을수록 왜 청명이 주변인들이랑 얘기할 때마다 엇도는 느낌이 들었는지 이해가 딱딱 되기 시작하는 백천. 결국 둘이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서 우선 지금처럼 사장님과 단골. 친한 동네 형과 같은 관계를 유지 하되 너 졸업할때까지도 서로 마음이 변치 않으면 사귀기로 약속하고 지냄.
그렇게 청명이 성인되고 대학 합격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야 서로 다시 한 번 더 깊게 얘기하고서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하는 둘이었으면.
본래 금룡이에게 가야 할 액에 대한 액막이로 살아온 동룡이. 이탓에 언제나 몸도 안좋고 운도 안좋고 불행이란 불행은 동룡이에게 가는 듯 하니 진가네 안에서만. 크게 해도 종남산 안에서만 살아서 인간관계나 강호나 그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동룡이. 크게는 종남산이, 작게는 진가네의 사람들이 전부인 것처럼 살다 처음으로 허락하에 종남산 밖에 나갔을 때 제 세계가 깨지는 소리를 들은 동룡이. 하지만 가문 사람들은 제 어미를 제하곤 대부분 무관심 또는 제 편이 아님을 알기에 차마 제멋대로 밖에 나가지 못한 채 그저 주어진 것을 받으며 지내다가 종남과 화산의 정기적으로 화합 도모를 위한 만남때문에 종남에 따라온 청명이가 따분해진 자리 슬그머니 빠져선 종남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다른 종남애들은 밖에 나와있는데 혼자서 별채 안에서 거리가 멀어 보이지도 않을 텐데 멍하니 종남과 화산애들 있을 쪽을 바라보는 동룡이 발견하곤 밖에 나가자고 먼저 손내밀면 좋겠네.
핰 쪼가만 포메 청명이 생각하니까 귀엽다. 백천이 귀엽다고 손대다가 물려서 피본탓에 손에 붕대한 채 조용히 할 일 하고 있으면 백천 곁에 조용히 다가와서는 자기 무릎에 앉혀달라는 듯 백천 다리에 앞발 두고 올려다 보는 포메 청명이. 꼬리가 아주 세차게 흔들리고 있음. 백천은 청명이가 지금 자기 무릎에 올라오면 지금 처리 중인 서류 뒤로 미룰 거 같아서 잠간 기다려 보거라 청명하. 하는데, 아래서 계속 왕! 왕! 거리다가 심기불편하지 으르렁 거리기 시작하니까 뭔 소가 칠까봐 결국 안아서 무릎 위에 둠. 그러면 이제 백천 손에 제 머리 갖다대더니 직접 부비는 청명이. 백천 그거 보고 웃으면서 조금씩 쓰다듬는데, 물린 손은 사용하지 말라는 쑈의 당부땜에 좀 떨어트려서 두고 있으니 그거 보고 긍끙거리는 청명이. 그거 보고 자기가 지 승질에 못이겨 물었으면서 지금은 안달난듯 끙끙거리는게 괘씸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물은 건 또 아니라서 상처 땜에 검을 못잡는다. 라는 건 또 아니라서 결국 큰 상처는 아니라고 청명이 달래주는 백천.
어느 날 갑자기 아직 어린 모습의 호랑이 청명이랑 토끼 백천이 화산에 불쑥 나타나는 거 보고 싶다. 처음엔 다들 놀라는데 결과적으론 호랑이 청명이 성질 감당 잘할게 청명이 뿐이라 청명이가 호랑이 청명이 담당하고 토끼 백천은 백천이 담당하게 됨. 근데 서로 이름이 같다 보니까 호랑이 청명이는 명이라고 불리고 백천은 천이라고 부르기로 함. 다만 청명이랑 백천만 좀 어색할 듯. 어릴 때 이후론 잘 안 듯던 이름들을 이렇게 다시 듣게 되다니... 아무튼, 명이랑 천이가 자기의 본체? 라고도 볼 수 있는 청명이랑 백천의 감정이 격해지면 명이랑 천이에게도 흘러들어와서 감정의 변화도 쉬이 알아채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어서 청명이랑 백천 사이에 다리 놔줬으면 좋겠다.
명이는 청명이랑 있으면 주로 청명이 머리 위에 있고 백천이랑 있으면 어깨나 품 안에 안겨있고 천이 같은 경우 백천이든 청명이든 같이 있으면 품안에 있기도 하고 그냥 옆에서 따라 걸을 때도 있음. 간혹 한 명이 할 일이 많으면 할 것 없는 다른 한명이 명이랑 천이 둘 다 데리고 다니는데, 백천이랑 있음 아주 잘 있으면서 청명이랑 명이가 함께 있음 그 사이에 낀 천이만 힘들어짐. 그거 보고 청명이랑 명이 저거 그거 아니냐? 동족혐오. 하는데 또 둘이 쿵짝은 잘맞아서 역시 같은 존재란건가 싶기도 함.
명이는 이곳저곳 혼자 잘 돌아다니면서 하고픈 말도 다 하고 다니는데, 천이는 얌전하고 말도 잘 안해서 왜저럴까 싶음. 근데 장문인과 장로, 일대제자들 앞에서는 엄청 해맑아서 충격. 그런데 그런 천이 모습 보면 장문인과 장로, 일대제자들은 다 백천 어릴때랑 같다고 이야기 꽃 피움.
암튼, 이리 평화롭게 지내는 와중에 청명이랑 백천이 다투거나 하면 그 사이에서 중재하는 천이랑 명이. 아무리 어린 모습의 자신들이라 해도 우선 애들이니까 애들 앞에서 싸우긴 그래서 좀 어찌저찌 넘어가길 반복하는데, 한바탕 크게 싸운 날 애들 앞에서 싸운 건 아니었지만 둘의 감정이 고조될수록 아이들이 감정변화를 알아채기 쉬우니 싸우나 싶어서 찾으러 왔다가 발견하는데, 그때 백천이 네 뜻은 알겠다. 하면서 너무 흥분한 것 같아 잠시 머리 식히고 올 테니까 조금 있다가 얘기 하자고 하면서 자리 비우니까 씩씩거리는 청명이 몸에 타고올라가 어깨에서 한발 양보했음 괜찮았을 거라고 타박하는 명이랑 백천이 나간 문을 안절부절 못하고 바라보다 추욱 쳐져서는 청명이 옷자락 잡고 청명이 올려다 보는 천이. 천이가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으니 무슨 일이냐고 청명이가 먼저 물으니까 천이가 싫어..해? 좋아하고 있는데 미움 받는 거야? 미안해... 하면서 울려하니까 당황해서 울지마!! 나 이럴 때 어떻게 달래는지 모른다고! 하면서 급 당황해서 천이 어떻게든 안아서 달래는데, 그와중에 뚱한 표정으로 있던 명이, 가서 백천이랑 화해하고 안 돌아오면 백천 이제 자기꺼라고 당당히 얘기해서 그 모습에 콧방귀 뀌면서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하고는 좀 진정된 천이를 명이한테 맡기고 백천 찾으러 나가는 청명이.
명이가 천이 마저 달래주면서 다른 주제로 얘기 돌릴겸 이것저것 얘기하던 중에 문이 열리면서 백천이랑 청명이가 머쓱하게 들어오니까 그제서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백천에게 달려가는 천이랑 그런 천이 익숙하게 안아주는 백천. 걱정많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백천 품 속에서 고개 도리도리 하는 천이랑 그런 천이 등 천천히 토닥여주며 고맙다하는 백천. 그리고 명이는 언제 백천 어깨까지 올라갔는지 청명이랑 눈 마주치니까 본인도 청명이 품으로 폴짝 옮겨가고는 잘했다고 말하니까 쪼꼬만게 벌써부터 어른인척 한다고 뭐라 하는 청명이였으면.
체육교육과 청명이와 청명이가 다니는 대학 근처 무한리필점 알바생 백천. 하필 근처 대학에 운동관련 과가 좀 있어서 사장님이 그 대학 운동하는 애들 온다하면 그순간부터 난리나서 결국 힘 쓸만한 아이 없나 하고 있던 중에 지원하게 된 백천. 백천 처음에는 버틸 수 있을 거다! 하고서 했는데 정말 그 생각만큼 체력 짱짱인지 힘들긴하지만 아직 버틸만하네. 싶어서 계속 하는데, 어느날 청명이 혼자 먹으러 옴. 아직 알바 시작한지 별로 안 된 시점의 백천은 오늘은 학생 한명이네 하고 좀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사장님이 힘내라고 어깨 두드리니까 ? 싶은 백천. 같은 타임 일하는 다른 알바생 찾는데, 벌써 자긴 이거 할거다. 하고 창고 들어가서 물품 채우고 있거나 자리 청소하고 설거지 하고 있으니까 자동으로 홀담당하게 된 백천. 물론 평소에도 백천이 홀담당이긴 했어서 익숙하게 청명에게 다가가니까 청명이가 주문을 함. 찌개도 시키고 술도 시키고 밥이랑 고기도 시키고 아무리 체육관련 학과 학생이여도 혼자서 먹기 좀 힘든 수준이라서 혹시 일행 더 오냐니까 오히려 엥? 스러운 얼굴로 자기 혼자라고 하는 청명이. 백천은 아, 그렇구나... 하고서 저걸 진짜 혼자 다먹나 싶어서 떨떠름하게 가서 주문 넣고 서빙도 하고 고기도 굽고 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이 손님 뱃속에 거지가 든건지 뭐가 든건지 이해할 수 없어지는 백천. 술은 또 어디로 다 들어가는지 계속 부어라 마셔라하고 있는데 생긴걸 보면 저보다 젊으니까 와 진짜 얘는 뭘까 이게 젊음의 힘인가. 간 건강 최고네. 하고 있음.
결국엔 평소 다른 학생들 강도의 배가 되는 강도로 일한 백천. 이제 좀 다 먹고 가겠지 싶을 때 또 준비 하니까 결국 주문 소리 듣고 또!? 라고 말해버림. 그 말에 백천 스스로도 놀라고 주문 하려던 청명이도 허? 하고 서로 눈 마주쳐버리는데, 청명이 먼저 웃음터져버림. 그리고서 하는 말이 이번이 마지막 주문이에요. 라고 하는 거. 백천만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 끄덕이곤 주방으로 들어옴. 그런 백천보고 고생많다고 격려해주는 다른 알바생과 사장님. 그래도 저 손님이 이 정도만 먹고 가는 경우 별로 없는데 백천 덕에 이만 먹으려하나 보다고 하고서 좀만 더 버티라고 하고서 백천 내보내는데, 고기 굽고 가려는 백천 보고는 오늘 고생 좀 하셨는데 몇 점 먹고 가요. 하고 말하니,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는 백천한테 그새 쌈싼건지 입에다 넣어주고는 맛있죠? 몇 점 더 먹고 가요. 어차피 지금 손님도 더 없는데. 하는 거. 그 듣고 입에 든 쌈 씹으면서 고개 어떨결에 끄덕이는 백천인데 속으로는 어휴 이렇게 먹여줄 거면 그냥 간단히 먹고 집가는 게 나한테 더 도움 될 거라고 생각 하는 백천. 근데 또 집안에서 막내라고 간간이 챙겨주던 형제들 덕에 챙김받는 건 익숙해서 청명이가 고기 앞접시에 두면 그거 묵묵히 먹으면서 청명이가 챙겨주는 음료수도 먹고 하는데, 그렇게 시작하는 로코물 청백 같은 거 보고 싶다.
배 아픈 여백천 뒤에서 꼬옥 안아서 제 품 안에 두곤 탕파랑 같이 배 부분에 손 올려두고 따뜻하게 해주면서 달달한 거 먹여주는 청명이. 여백천 처음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다가 계속 아팠던 배가 진통제도 먹고나니 점차 안 아파지는데 또 따뜻하게 청명이한테 안겨서 달달한 거 먹고 그러니 점점 노곤노곤해져서 결국 청명이 품 안에 잠드는 여백천. 그러면 이제 청명이가 힘겹게 잠든 여백천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침소에 눕혀주곤 다 식은 탕파 다시 데워서 따뜻하게 해주고는 깨지 말고 푸욱 자라고 조용히 자리 비우는 청명이.
교환일기 쓰는 청백이나 각자 일기 써두고 보관해뒀던 거 발견하는 청백 좋다. 이땐 이랬지. 저땐 그랬지. 이럴 땐 나와 같았구나. 저럴 땐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같이 읽으면서 창피해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런 거.
꼬마신랑 청명이랑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 탓에 신랑이 생긴게 아니라 아이가 생긴 꼬마신랑 청명이의 신부 백천 으로 청백 귀엽겠다
백천 혼례 올리기 전에 자기 신랑되는 이가 아직 어리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어리다 해도 얼마나 어리겠어. 하고 지냈는데 혼례날 막상 본 자기 신랑이 정말 어린 거. 본인이 성장기인지라 눈 감았다 뜨면 몇 치는 더 자라있을 정도이긴한데, 그걸 감안해도 정말 어린 거야. 거기에다 붉은 면사포 넘어로 보는 어린 신랑의 옆얼굴은 아주 동그랗고 찐빵마냥 말랑말랑한 젖살이 빠질 생각조차 하지 않은 볼을 여전히 갖고 있었음. 그걸 보곤 자기는 도대체 몇 살이나 어린 아이와 혼례를 여는 걸까 싶은 17살 신부 백천.
어린 신랑은 혼례가 열리는 내내 지겨울 법한데도 백천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음. 그래도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어서 그럴까 중간중간 졸린지 몸이 흔들리는 걸 보면 정말 그 나이 대 아이와 같아서 귀엽기도 하였지. 그러다 너무 졸려한다 싶으면 조금만 참으라는 의미로 백천이 어린 신랑의 손등을 톡톡 치며 격려하기도 함. 그러면 어린 신랑은 그 격려에 다시 묵묵히 혼례가 끝나길 기다렸음.
삼배를 올리고, 합환주까지 마신 뒤 신방으로 들어서서야 언제 끝날지 모를 혼례가 끝이 난듯했지. 붉게 물들어진 신방을 둘러본 뒤 백천은 침소에 앉았음. 아무래도 둘이 만난 건 이번 혼례날이 처음이여서 일까 백천은 뭐라 말을 꺼낼지 고민이었지. 하지만 청명이는 그저 그런 백천 앞에 다가오더니 백천이 계속 머리에 덮고 있던 붉은 면사포를 벗겨내줌. 그제서야 서로 제대로 된 얼굴을 처음 보았지. 순간 눈이 마주치자 청명이랑 백천은 서로 놀라 큼큼 거리며 시선을 피했음. 말을 꺼낸건 청명이 먼저였지.
"부인 먼저 주무세요. "
정말 앳된 목소리로 그 말을 하니 백천은 정말 웃음이 남. 저보다도 훨씬 어린 아이가 그래도 저의 신랑이라고 저를 부인이라 부르며 저리 말하는 게 꼭 어른을 따라하는 아이와 같았으니까.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백천이 청명에게 답했음.
"함께 눕지요 부군. 오늘이 첫 합방 아니겠습니까."
백천이 그리 말하자 청명이가 얼굴이 확 붉어지며 당황하니 백천은 크게 웃음을 터트림. 신랑이 저보다 어리면 어때. 이 어린 부군과 함께하는 나날들이 재밌고 행복할 것만 같은데. 백천은 이 혼례가 저에게 꽤 좋은 선택일 거라고 생각이 들었음.
후에 가솔들에게 들은 바로 이 어린 자신의 부군이 아직 10살이란 소리를 듣게 되지만 말야.
+)
전에 풀었던 어린신랑 청명이 다시 생각해도 귀엽다... 어느날 청명이 수련할 시간인데 편히 쉬고 있던 백천 곁으로 도도도도도 달려오더니 부인! 하고 웃으니까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고 어디 아픈 거냐고 걱정스레 물으며 제 무릎 위로 청명이 올려주면 고개 도리도리 하면서 자랑스럽게 주먹 쥔 손 보여주더니 백천에게 빠진 치아 보여주면서 치아가 보이도록 웃어보이는 청명이. 그런 그거 보고 잠시 놀랐다가 가지런히 나있는 치아 중에서 유독 앞니 하나가 뻥 하고 뚫려서 없는 거 보곤 웃는 백천. 조금 있다가 수련 다 끝나면 지붕 위로 던지러 가자 말해주면서 수련장으로 안아서 데려다줌.
무더운 여름날 그렇게 덥다고 얘기하지만 둘이 붙어서 절대 안 떨어지는 청백. 특히 청명이가 백천 다리에 누워서는 덥다~ 더워~ 하면서 자주 얘기하는데, 덥다고 계속 얘기는 하지만 절대 안 떨어지고 오히려 부채 부치는 백천한테 동룡아 더 세게 해라~ 이 정도 밖에 못 부치냐 하면서 백천 부려먹음. 나중가서는 백천이 왜 자기만 하냐고 해서 가위바위보로 누가 일다향 동안 부채 부칠지 정하는 둘. 처음엔 좀 서로 나눠서 부치다 나중 가서는 가위바위보 운 싸움이 아니라 가위바위보로 힘싸움 하려 하니까 결국 계곡에 가서 물싸움이나 했음 좋겠다.
카페 사장 백천과 손님 청명이로 청백. 길목에 있는 새로 개점한 카페 들어갔다가 백천 얼굴이 반하는데 음료랑 디저트도 꽤 괜찮아서 카페 단골됨. 아무래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좀 한적한 편이라 그게 마음에 드는지 자주 찾아오는 청명이랑 친해진 백천. 결국 전번교환까지 하게 되면서 그냥 신메뉴 개발 했는데 시식하러 와달라던가 오늘 언제까지 할거냐고 묻는 소소한 일상을 지내며 살음. 다만 둘이 이정도로 친해졌지만 아는 거라곤 이름이랑 전번정도. 나이나 직업은 말할 이유가 없어서 모름. 굳이 궁금하지도 않고. 다만 간간이 데려오는 친구나 형제들 보고 한 이즈음 되나? 싶은 백천.
그냥 중간 다 건너 뛰고서 둘이 마음생겨서 주변인들한테 조언 듣고 각자 서로의 친한 사람들한테서 뭐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얘기 들으면서 어떻게 더 다가갈까 했는데, 후에 고등학교에서 교복입고 달려나오는 청명이랑 마주친 백천 보고싶음. 이전에 밤에 고기집 알바 뛰는 거 보고 성인은 됐겠지 했는데 성인은 무슨. 졸업 1년남은 고3이란 얘기에 뒤집어 지는 백천임. 그럼 자기랑 처음 만났을 땐 고2였단 소리. 하마터면 성인도 아닌 애한테 고백할 번 했음에 심장 떨리는 백천. 이전에 알바뛰던거 뭐냐고 물으니 아시는 분 가게에서 잠깐씩 뛰는 거라고 하고 그럼 점심에 왔던 거랑 평일 사복은 뭐냐니까 자기 특기생이라서 대회나 훈련 관련으로 일있음 허락하에 그렇게 입거나 나올 수 있다고 하니 허어... 싶어지는 거. 그럼 주변인들은 다 성인인거 같다니까 친구놈은 저랑 비슷하고 형제들은 자기랑 나이차가 좀 나서 성인들 맞다고 함. 그 얘기 들으면 들을수록 왜 청명이 주변인들이랑 얘기할 때마다 엇도는 느낌이 들었는지 이해가 딱딱 되기 시작하는 백천. 결국 둘이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서 우선 지금처럼 사장님과 단골. 친한 동네 형과 같은 관계를 유지 하되 너 졸업할때까지도 서로 마음이 변치 않으면 사귀기로 약속하고 지냄.
그렇게 청명이 성인되고 대학 합격하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야 서로 다시 한 번 더 깊게 얘기하고서야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하는 둘이었으면.
비오는 날 길에 있던 호랑이 청명이를 무늬가 특이한 고양이인줄 알고 데려왔다가 눈치 챘을 땐 이미 늦어버린 백천 보고 싶다.
퇴근 중 발견 한 고양이 한 마리. 길가에 비까지 오는데 혼자 누워서 의욕 없이 그리 있으니 결국 안쓰러워 품 안에 고이 데리고 옴. 다행히 오는 내내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얌전히 품안에 안긴 채 와서 아무 문제 없었음.
밝은 곳에서 본 고양이는 참 특이한 무늬를 갖고 있었는데, 백천은 그저 신기한 무늬다. 라고 생각하고는 더러운 거 못참는 성격 때문에 바로 냥빨하러 욕실 들어감. 보통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한다고 물에 닿으면 아주 난리친다는 말때문에 물벼락 맞을 준비도 했지만 다행히 저가 주운 고양이는 물을 좋아하는지 가만히 냥빨당해주니 다행히 손이 별로 안 가는 아이를 데려 왔구나 싶었던 백천. 뽀송뽀송하게 만들고 나니까 이 아이 뭐랄까 특정 동물이 연상케하는 모습을 가짐. 하지만 아직 확신이 들지 않았음. 저가 생각하는 그 동물이 이렇게 쉽게 길에서 발견될만한 동물이 아니니까. 그냥 닮은 고양이겠거니 하고서 이제 저가 키우기로 마음 먹음. 데려와서 뽀송뽀송하게 만들고 밥까지 먹였으니 저가 키우기로 마음 먹은 거지. 비 오는 저녁에 주웠지만 앞으론 항상 밝은 일만 있길 바라며 명(明)이라고 이름을 지워줌. 고양이는 그 단어가 좋은지 짧게 울음소리를 냈지. 그렇게 항상 잠들 때나 밥 먹을 때엔 항상 곁에 끼고 지내던 고양이.
밥을 잘 먹이기 시작하니 애가 쑥쑥 자라기 시작하니까 생각보다 너무나도 빠른 성장에 놀란 백천. 더군다나 애가 처음엔 털이 더러웠고 살도 별로 없어서 흐음..? 했던 게 애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점차 어..? 어...?! 어..!! 하면서 확신으로 변하던 어느날, 깨어나서 곁을 보니 제 고양이는 어디가고 모르는 아이 한 명만 덩그라니 누워있으니 놀라서 벌떡 일어나버린 백천. 곁에 누워있던 아이는 그 움직임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깨게 됨. 백천은 그런 아이를 보지도 않고 명아! 명아! 하면서 제 고양이만 찾는데, 그 소란스러움 사이로 시끄러워! 나 여기 있잖아! 하는 아직 앳된 목소리에 아이를 바라보는 백천. 명아? 하고 얼떨결에 부르니 아이의 머리 위에 나있는 귀가 파닥거리곤 곧 왜. 하는 짧은 답이 되돌아 오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섞여 버린 백천. 허.... 소리를 내며 방바닥에 앉고서는 자기가 도대체 뭘 데려온 것인지 생각하는 백천. 백천은 분명 고양이라 생각했고 애가 아주 잘 먹어서 살도 찌고 커지면서 호랑이인가...? 싶은 의심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데려온 아이라고 키웠는데 알고 보니까 인간..? 하고 슬쩍 머리 긁적이는 앳된 소년을 보다가 소년 머리 위에 나있는 귀를 보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서 저건 백퍼 수인이잖아! 진동룡 이 멍청아..!! 하고 평소 개명전 이름 생각도 안 하는데 처음으로 생각하며 저를 질타함.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아이를 데려온 것인지...
혼자 머리를 쥐어뜯는 백천을 보곤 왜 저러냐 싶으면서도 이해가 간 아이는 백천 주변에 다가가 평소처럼 제 몸을 백천에게 몇 번 비비다가 물음. 나 버리려고? 백천은 그 물음에 곧장 무릎에 처박고 있던 고개를 들어 아이를 쳐다봄. 아이가 밝은 일만 있길 바란다며 지은 이름인 명. 이란 이름을 가진 아이였지. 백천은 차마 아이 앞에서 그럴거다. 라는 말을 생각하지도 못했음. 그 이전에 수인도 인구상 무척이나 적은 비율을 가졌을 뿐이지 인간이니 버린다는 말이 성립이 되는 문장인가 싶기도 했음. 결국 백천은 그간 함께 한 아이인 명이를 버릴 순 없었지. 이제 이 집은 혼자보단 둘이 더욱 익숙한 공간이 됐기도 했고 그간 명이를 위한 물건들도 많이 집에 두게 됐으니까.
결국 그렇게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 수인인 명이랑 살기 위해서 다시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서로 규칙을 하나하나 정하곤 정식적으로 함께 생활하게 됐으면.
그리고 이미 백천에게 주워진 순간부터 백천이랑 계속 같이 살 생각이었던 청명이. 백천은 제 존재를 고양이로 착각한 듯 하니 그것에 어울려주면서도 언제 제 존재를 밝힐지 고민 중이었다.
청백 2세가 백천한테 자기는 나중에 커서 당과가 되고 싶다고 말해서 당황타는 백천. 백천이 무슨 당과가 되고 싶냐고 물으니까 눈 반짝반짝하게 뜨고서는 막 몸을 크게크기 표현하면서 자기는 복숭아 당과 될거라고 얘기해서 옆에서 당과 먹던 청명이 결국 당과 뿜음.
연애 후 결혼도 좋지만 결혼 후 연애도 좋다. 검동이 그랬으면 좋겠다...
정략혼이기에 둘이 서로에게 조심스러워서 천천히 다가가는데, 그 것을 모르는 삼자가 보면 정말 바람직한 부부상이여서 검존이랑 동룡이 사이가 좋다고 양민들 사이에서 소문남. 들려오는 얘기 중에 둘의 사이가 참으로 좋더라. 장날 때 저잣거리에서 한 번 보았는데 검존이 그리도 부인을 챙기더라 검존이 부인을 보는 눈빛이 그리도 다정하더라. 라면서 얘기가 도니까 다른 이들이 보기에 저와 검존의 사이가 그리도 좋은가 싶은 동룡이.
동룡이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검존은 동룡이랑 함께하면서 점점 눈길이 가고 있어서 함께 있으면 더욱 신경 쓰고 있음. 검을 그리 오래 잡지 않았다고 하는데, 굳은살과 상처투성이의 제 손과 달리 굳은살도 별로 없고 뽀얗고 부드러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며 동룡이 손등을 엄지로 살살 매만지기도 하고 밤에는 직접 투박하게나마 손관리도 해줌.
검존도 저가 언제부터 동룡이를 마음에 두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밤 늦게 사가에 들어오면 이리 늦은 시간까지도 분명 졸려서 자고 싶을 텐데도 꾸역꾸역 저가 오길 기다리다가 결국 졸음에 못이겨 침소에 불편하게 앉아 잠들어 있는 동룡이의 모습을 보면 사랑할 수밖에 없었지.
검존은 불편하게 누워있는 동룡이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자리에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주면 살짝 잠에서 깬 동룡이가 검존을 보곤 웅얼거리며 다녀왔냐고 피곤할텐데 얼른 주무시라고 말하니 검존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감. 동룡이의 머리를 투박한 제 손으로 조심스럽게 한번 쓰다듬고는 부인도 얼른 잠에 드십시오. 하고 말하면 잠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살풋이 미소짓곤 금방 잠들어 버리는 모습이 좋지만 차마 직접 입맞추지는 못하고 머리카락에 입맞추는 것으로 대신하는 검존.
청명이는 자기가 없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백천. 그렇지 않음을 직접 보고 너도 나와 같았음을 깨닫게 되는 백천으로 청백 보고싶다
청명이 본인 마음 자각 못하고 있는데, 잠들어 있는 백천 얼굴 보다가 저도 모르게 입 맞추고서 허..? 하고 제 마음에 충격받아서 다음날 수련 때 백천 평소 보다 더 빡세게 굴리고 구박하는 청명이. 백천 억울해서 청명이 쳐다보면 청명이가 어쭈? 하고 더 굴릴 심산이 보이니까 자기가 뭘 잘못한게 있냐고 꿍해져서 중얼중얼 거리면서도 잘 굴려지는 억울한 백천.
백천 어렸을 때 악기 배워본 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금이나 비파같은 발현악기를 배웠는데, 기녀나 사당패같이 기예를 뽐낼 정도는 아니고 그냥 들으면 어느 정도 치는구나 싶은 정도. 어릴 때는 어머니의 권유로 배움을 받고 화산에선 재정적으로 무리고 제 무위에만 관심있었고 그러고 나선 청명이가 화산에 입문하고 여차저차 많은 일이 있어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지만, 후에 다 끝나고 유유자적하게 등선만 보고 살 때에 문득 떠올라서 그때 하나 구해서 심심할 때 시간 보낼겸 연주하고 지냄.
그리고 백천이 고금 연주하면 그 옆에서 누워서 백천이랑 같이 유유자적하게 듣고있는 청명이. 이전에 한번 백천이 청명이에게 권유했어서 한 번 배워볼까 했는데 해보고 바로 이건 도저히 저랑 안 맞는다 싶어서 바로 포기하고 그냥 백천 연주하는 할 때 같이 곁에서 즐기는 걸로 만족하는 청명이랑 그럴 걸 반쯤 예상하고 있었으니 제 곁에 있어주는 걸로 만족하는 백천으로 기승전 청백.
이전에 떠올랐던 사슴 백천으로 청백. 깊은 산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 사람들 앞에 나타날 일 없는 존재인데, 간혹 길 잃고 산 속 깊이 들어와 위험에 처하는 이들이 생기게 되면 발견했을 경우 나가는 길을 알려주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산신이 되어버림. 근데 한편에서는 반인반수의 모습인지라 괴력난신이나 요물이 아니냐는 말이 도는데, 거기에 백천의 절반은 사슴이니까 녹용을 보약으로 쓰듯 머리에 달린 뿔을 먹으면 불치병이 낫는다는 백천이 듣는다면 개소리라고 기겁할법한 말이 인간들 사이에 돌게 되면서 간혹 백천을 노리고 숲속에 들어오게 되는 인간들이 생기게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사는 산에서 인간이 죽는 일이 생기게 되니 저와 친한 이들에게 묻기도 하고 숲에 사는 동물들에게 묻기도 하지만 모른다는 말이나 혼자서 저리 됐다는 말에 의심은 하지만 굳이 파고들지는 않는 백천.
간간이 찾아와 주는 인간인 청명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청명 역시 모른다고 말하며 요즘 인간들 조심하라고 충고해주면 괜찮다고 별일 없을 거라고 답하는 백천. 청명이가 보았을 때 인간에 대해 잘 모르는 백천이니 할 수 있는 말이니까 차마 숲에만 사는 존재에게 뭐라 할 수는 없으니 한숨만 푹푹 쉼. 물론 쉽게 당해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백천이 숲에서 동물이나 자기같이 착한(?) 존재들만 만나왔으니 정말 위험하지 않으면 제 힘을 다 쓸 것 같지 않고 그냥 봐주고서 보내버릴 게 뻔하니까 나중에 큰일 생길까봐 걱정되는 청명이.
후에 혼자 있을 때 청명이의 걱정처럼 제대로 작정하고 쳐들어온 인간들이 있는데, 쫓아내는 과정에서 뿔에 살짝 흠집이 나게 된 백천. 그래놓고 자기 노리고 온 인간들은 거의 공격 안 하고 쫓아내기만 해서 소식들은 청명이만 야마돌음. 그날은 백천 곁에 있으면서 그러게 경계심 좀 키우고 나중에 이런 일 또 생김 아주 박살을 내주라면서 걱정과 함께 잔소리해주면서 상처도 봐주는 청명이. 백천은 청명이가 화를 참고 말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 뿔은 어차피 시기 지나면 떨어지고 다시 난다고는 말 못하고 그저 조용히 고개 끄덕이며 웃곤 알겠다고만 말함. 그런 백천을 보며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제 목숨이 위험한 거 아니면 또 인간들에게 제대로 반격하지 않을 것을 아는 청명이.
그렇게 백천곁에 하루 머물고 마을에 돌아온 청명이. 빡이치긴 하지만 그래도 백천이 봐줬다 하니 저도 백천봐서 봐주자... 하지만, 가만히 있는 청명이 귀에 이번에 백천이 당한 일에 대한 얘기가 들려오니까 흑백무상은 저런 새끼들 안 잡아가고 뭐하나 생각하며 결국 직접 나서서 소문의 주인공들 잡아다 족치는 청명이. 사람 구실 못하게 밟아주면서 내가 어쩌다 저리 세상물정 모르는 손 많이 가는 이를 좋아하게 되었나 한숨 쉬면서도 그 덕에 자기가 하는 얘기 하나에도 좋아하는 백천 모습이 떠올라서 결국 혼자 미소 짓는 청명인데, 백천 몰래 계속 그렇게 인간들 처리함. 그렇게 하고 나니 사람들 사이에서 산에 있는 산신을 건드리려 하거나 건드리면 하늘이 노해 큰 사고를 당한다고 소문이 돌아 뿔을 노리고 산에 가는 이들이 줄어드니 마음에 드는 청명이와 최근에 다시 산이 평화로워진 것이 마음에 드는 백천.
흠집 났던 뿔은 겨울에 뿔갈이로 떨어지고 봄에 새로 자랐다고 한다.
여백천 말랑말랑... 청명이가 한 번 여백천 만졌다가 이게 정말 사람 몸뚱아리라고? 오히려 놀랐으면.
평소 백천이랑 할 때 백천 몸 이곳저곳을 깨물면서 흔적을 남기는 청명이. 그탓에 바빠서 둘이 하지 못하는 일수가 늘어나면 당과 같은 바삭한 음식들을 자주 먹거나 붓같은 딱딱한 물건 갖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입에 가져가서 우물거리며 씹는 청명이. 후에 백천이 그런 청명이 모습을 보고 처음엔 꼭 자기 같은 버릇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후에 욕구불만때문에 하는 행동인걸 깨달아서 청명이 무언가를 씹고 있으면 얼굴 붉어지는 백천. 근데 또 청명이가 욕구불만 뿐 아니라 그저 저가 좋아하는 것을 먹을 때도 그렇다는 걸 깨달아서 청명이가 그러고 있음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백천. 청백.
술 만취 해서 화산에 돌아와서는 애기 동룡이 열심히 수련한다고 볼이 아주 붉게 익을 정도로 수련하고 있으니까 이게 잘익은 사과냐, 아님 하나밖에 없는 내 제자냐~ 하면서 동룡이 볼빨묵하다가 애기 동룡이 놀란탓에 울어버려서 장문사형에게 혼나는 스승 검존.
애기 호랑이 청명이 백천 가슴 위에 누워있으면서 꾹꾹이 했는데 후에 백천 옷 갈아 입다 말고 가슴에 청명이 육구 모양이 남아서 웃음 터짐.
악 암존이랑 같이 사천에서 술마시는데 동룡이도 굳이 데려가는 검존. 동룡이는 술상이다 보니 먹을 게 별로 없어서 그냥 가만히 검존 곁에 앉아있는데, 검존이 아- 하니까 얼떨결에 아~ 하고 입벌림. 검존이 입안에 뭐 넣어주니까 먹는데 난생처음 느낀 매운맛에 놀라서 떨리는 눈으로 검존 쳐다보다가 검존이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웃고있기만 하니 결국 암존 쳐다봄. 그러면 암존은 검존한테 아해에겐 매울 테니 다른 거 먹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하면서 동룡이 물 챙겨주면 한 잔 다 마시고도 계속 입안이 얼얼하니 쓰읍... 하... 씁... 하면서 계속 매워하니까 떼잉...쯧! 이런 것도 잘 못먹어서 어떻게 하냐고 놀리듯 말하면서도 동룡이 위해서 안 매운 음식들이랑 물 시켜주는 검존. 하지만 이 이후부터 검존이 주는 음식 좀 경계하게된 동룡이였으면. 오히려 암존이 먹어보라고 챙겨주는 것들을 더 잘 먹으니까 스승이 주는 건 의심하면서 저 놈이 주는 건 잘 받아먹는다고 꿍얼거리는 검존이랑 업보입니다 도사형님. 하고 웃는 암존과 암존이 사다준 주전부리 먹는 동룡이.
백천 나이 먹어서 살이 쭉쭉 빠지니까 어떻게 해서든 백천에게 이것저것 먹여서 살집있게 만들던 청명이. 백천이 금룡이랑 오랜만에 만나고 온날 청명이가 평소처럼 주전부리 가져와서 먹이려 하는데 백천이 오늘은 속이 더부룩해서 싫다 하니 알겠다고 넘어간 청명이.
근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밥은 좀 먹는데 백천이 주전부리는 다 거절하니까 자기가 힘겹게 찌운 살이 빠지는게 보여서 아니 도대체 왜 안 먹냐고 백천한테 좀 승질나서 물으면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던 백천이 결국 살이 쪄서 안 먹는다니까! 하고 얘기하곤 창피한지 얼굴은 붉게 물들어져서는 한손으로 얼굴 가리면서 한숨 쉼. 그럼 청명이는 누가 살이 쪘대?! 찔거면 더 쪄야하는데!! 아직도 뼈밖에 없잖아! 하고 오히려 자기가 화내면서 본인이 백천 살 찌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말하니까 얼떨결에 끄덕이는 백천. 도대체 누가 그런 망언을 했냐고 청명이가 추궁하니 아니 이전에 형님께서... 라는 말 듣자마자 검들고 나가려는 거 붙잡고서 야!! 임마, 그거 들고 어딜갈려고!!! 하면 당연한걸 묻는 다는 듯이 종남. 하니까 청명아 안된다!!! 참아라! 하면서 잡고 늘어지는데 이대로 가다간 자기 뿌리치고 뛰쳐나갈게 보이니까 내가ㅏㅏㅏ!!!!!!! 다시 잘 먹도록 하마! 당장 먹을 거 가져와라!! 하고 붙잡아서야 화는 다 안 풀리긴 했는데 지금 백천이 뭘 먹겠다 하니 군말없이 과일와서는 툴툴 거리며 과일 깎는 청명이.
사실 금룡이가 백천에게 살이 쪘다곤 했는데 그게 이전엔 너무 살이 빠져있어서 건강하지 않아보였는데 지금은 살이 올라 보기 좋다고 말한 뜻이었지만 그런 문장 다 빼먹고 살이 쪘구나. 많이 먹고 다니나 보군. 하고 백천이 보기에 재수 없는 코웃음 치듯 웃어서 오해한 거였으면.
청백 둘이 잠깐 길가에서 쉬어가던 참에 강아지가 꼬리 붕붕 흔들면서 다가오니 귀여워해주던 백천. 청명이가 그거 보곤 강아지 좋아하냐고 키우고 싶냐고 물으니까 이미 사나운 거 하나 키우고 있어서 무리라 답하는 백천.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던가? 하니까 엄청 지랄맞아서 함부로 못건드는 거 하나
키운다고 답했다가 눈치챈 청명이한테 결국 한 대 맞는 백천.
본래 건강했는데 병약해졌다? 음, 맛있다. 전성기때 본인 체력으로 생각하고 산보한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쓰러진 백천, 청명이가 발견해서 후다닥 데려와서 간호함. 중간중간 쑈도 와서 이제 본인 체력 생각하셔야 한다고 사숙 옛날 같지가 않다는 얘기 들으면서도 그래도 오랜만에 돌아다녀서 좋아고 웃다가 정수리에 대침 놓일뻔 하고 다른 애들의 깊은 한숨소리와 잔소리를 더 들음.
글을 너무 오래 보다가 눈이 침침하다 싶으면 안경쓰는 백천. 다른 사람들 앞에선 안 쓰고 혼자 있을 때만 쓰는 편인데, 안경 쓰고 일하던 중 볼 일 있다고 찾아온 청명이. 백천이 안경 쓴 모습은 처음이라서 찾아온 용건은 말 안 하고 좀 멍하니 말 없이 보기만 하니까 결국 안경 벗고선 청명이 바라보는 백천.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아, 별건 아니고... 하면서 용건 얘기하는데, 시선은 간간이 안경을 쥐고 있는 백천 손으로 감.
나중에 처소에서 백천한테 안경 또 써주면 안 되냐는 청명이의 말에 귀찮지만 써주는 백천. 왜 써달라 했는지 대충 짐작은 가니 안경 쓴채 청명이 보면서 어찌 잘 어울리냐고 백천이 물으니까 이 얼굴에 안 어울리는 게 있겠냐고 답하면서 접문 하는데 안경이 좀 걸리적 거리고 잘못하면 안경이 눌리기도 해서 불편하니까 결국 백천이 쓰고 있던 안경 벗기고는 마저 접문하는 청명이.
여우 청명이도 생각해보니까 어울린다. 여우 청명이에게 시집가는 백천. 인데 마을에선 제물 바치는 거라고 소문 돌아서 신부로 가게 된 백천도 자기가 마을 수호신인 여우에게 잡아먹히러 가는 줄 알음.
엄청 나중에 청백 둘이 반려되고 나서 백천이 상황에 따라서 호칭 맞게 불러야 반응했으면. 아무리 단둘이 있다해도 장문인과 일대제자의 위치에서 얘기를 나눈다면 장문인이라 불러야 답하고 사적인 자리에 다른 듣는 이가 있으면 사숙. 단둘이서 반려로서 얘기할 땐 백천이나 동룡이.
그래서 어느 날은 청명이 쉬고 있는 백천에게 다가가서 늘 그렇듯이 사숙~ 하고 부르는데 몇 번을 불렀음에도 답은 안 하고 자기 할 거 하며 쉬고 있으니 무시하는건가? 싶다가 머릿속에 촛불이 확 켜지듯 생각나서 천아~ 하고 부르니 그제서야 미소 지으며 청명이 바라보곤 무슨 일이냐고 묻는 백천.
동룡이 어릴 때 좀 자기 아버지랑 형한테 반항하고 싶다고 피어싱 했음 좋겠다. 근데 또 귀는 너무 평범하다고 사람들이 잘 안 뚫는 곳을 뚫게 되는데... 뚫을 당시에는 괜찮았지만 뚫고나서 며칠은 염증반응이다 뭐다해서 고생하는데 그 후에도 관리하는게 은근 빡세서 에이씨 그냥 빼버려? 하고 생각했던 동룡이. 아니야! 난 할 수 있다!!! 하고서 피어싱 안 빼고 계속 착용하게 되는데...
후에 청명이랑 사귀고 나서 첫 키스때 청명이가 입맞추고 나서 혀 섞으려 하다가 이상한 느낌에 놀라서 도대체 뭐냐고 얘기하니까 웃으면서 혀 보여주는 동룡이. 그렇다. 동룡이가 피어싱 뚫은 곳은 혀였고 청명이 그거 보고 뒤집어짐. 처음엔 그게 뭐냐고 신체발부 수지부모도 모르냐고 뚫어도 다른 멀쩡한 곳도 많았는데 왜 혀냐고 막 뭐라 하지만 나중가선 은근히 좋아하게 된다.
아, 그리고 동룡이는 피어싱 뚫은지 처음 며칠은 사랑니나 입안 염증이다 뭐다 해서 아슬아슬하게 안 들켰는데 이제 그냥 음식물 먹어도 돼서 오랜만에 함께한 가족끼리 식사하는 자리에서 당연히 들키게 되는데... 식탁 뒤엎어지고 저 놈 쫓아내라고 난리치는 아버지를 힘겹게 막아준 금은룡 형들 덕에 쫓겨나진 않았지만 금룡이의 한심한 눈초리와 깊은 한숨은 막을 수가 없었다.
청백 문득 청명이 뭘 골똘히 생각하다가 백천한테 가서는 동ㄹ... 아니, 사숙. 하고 부르더니 백천이 바라보니까 내가 사숙을 연모하나 봐. 라고 말하는데, 그 얘기 듣곤 눈 크게 뜨더니만 눈물 또르륵 흘리는 백천. 그거 본 청명이 아니 갑자기 동룡이 왜이래?? 하고 좀 당황하는데 눈물 닦으면서 이거 눈물이 아니라 땀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백천. 청명이가 크게 웃고 나서 왜, 그렇게 좋아? 라고 물으니까 말없이 고개 끄덕임. 그러곤 평생 혼자만 좋아할 줄 알았다고 말해서 아니, 내가 먼저 말 안했으면 그걸 끝까지 말 안 하고 갈 거였냐고 급 화내는 청명이.
개선장군 청명이랑 그런 청명과 혼례 올리게 된 백천이 떠오름. 꽤 괜찮은데?
청명이는 그냥 형제들이랑 평화롭게 살다가 징집돼서 참가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게 되면서 일반 평민에서 점점 직급이 오르더니 결국 장군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케이스인데, 사실 자기 신분이 어떤지 신경 1도 없는 청명이. 청명이는 그냥 얼른 이 전쟁 다 끝나면 다시 형제들이랑 오순도순(?) 살고 싶을 뿐.
근데 자기가 참가한 전쟁에서 처음엔 상관의 눈에 드는 정도로 직급이 올라가더니만 결국 저 위에 잘나신 나으리들의 귀까지 얘기가 타고 갔는지 얼씨구, 결국 장군 자리가 까지 올라가서 불만 가득임. 이 나라는 도대체 뭘 얼마나 해 먹으려고 계속 전쟁이 일어나나 싶기도 함. 뭐 그래도 청명이가 장군 자리에 오르고서 2년만에 전쟁이 끝나게 되면서 드디어 그지 같은 전쟁터가 아닌 본국으로 돌아가게 됨. 가는 내내 이대로 튀고 싶었지만 장군들은 승전기념 연회에 꼭 참가하라는 황명에 의해서 억지로 끌려가듯 돌아가는 청명이.
그렇게 승전 연회에서 일반 평민들은 살면서 쉬이 볼 수조차 없는 술이나 잔뜩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뭘 하든 뭐라 말거든 신경 안 쓰던 청명인데, 황제가 연회 중에 선물을 주겠다는 말에 속으로 금이나 잔뜩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청명이임. 그리고 청명이의 소원처럼 도성 내에 집과 금까지 받고 거기에 백천까지 받게 된 청명이. 그 얘기 듣자마자 자리 박차고 일어나서 저놈이 황제든 천자든 뭐든 걍 대가리만 따악 한 번 깨겠다고 하는 거 전쟁터에서 만나 친해진 친우가 한 번만 봐주라고 뜯어 말리며 대신 대가리 맞게 되면서 반역이 일어나지는 않게 되고.. 결국 원했던 금과 호화로운 집을 받게 되는 대신 생각조차 없던, 제 팔자에도 없던 혼례 상대까지 생기게 됨. 그리고 그 얘기 듣자마자 청명이 말고 혼례 상대를 걱정하게 된 청명이 형제들과 황실 안에서 오냐오냐 키워졌을 텐데 하필 와도 이런 놈에게 오냐고 백천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친우.
그렇게 황명 아래 치뤄진 혼례이자 황자의 혼례이기도 해서 황실의 예법 이나 의복, 예상치 못해 일어날 상황 등을 최대한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실수 하나 없이 완벽하게 치뤄지게 되는데... 혼례를 하는 내내 붉은 면사포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조차 볼 수 없던 백천을 신방에 들어가서야 보게 되고 와... 황제 성격이나 하는 짓거리는 저래도 진짜 얼굴 하나는 제대로 물려줬구나 싶어함.
아무튼, 서로 혼례를 올렸지만 서로를 잘 아는 것도, 마음이 있어서 한 혼례도 아니니 평소엔 그냥 서로 신경 쓰지 말자고 합의 후 같이 지내게 되면서 시작되는 주변인들 환장하겠는 우당탕탕 로코물 보고 싶다.
청백 둘이 잠깐 강호 나섰다가 머물게 된 마을에 잠시 머물게 되면서 밭일도 해주고 마을 주민들이랑 하하호호 얘기하는 날이 많아진 어느 날. 청명이랑 백천이 처음 마을에 들리게 됐을 때부터 백천의 외모에 한 눈에 반한 아이 하나가 백천에게 직진하고 백천이 그저 하하 웃으며 받아주거나 청명이 눈치채고 막아주는 것을 반복하며 지냈는데, 청명이랑 백천이 슬슬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한 날 다음 날 밤에 백천에게 따로 만나달라고 한 거. 백천은 그저 마을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의 부탁이니 알겠다고 답하곤 그날 저녁에 청명과 같이 밥을 먹다가 문득 떠올라 나갔다 오겠다 하니 청명이 괜히 장포같은 거 입혀주고 문앞에서 배웅까지 해서 얘가 뭔일 있나 싶었던 백천. 오늘따라 왜 이러냐고 물을까 싶지만 저를 기다리는 이가 있으니 그냥 알겠다 하고 갔다가 그 아이에게 그대로 고백받아버림. 거기에 연인이 되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곧바로 반려나 짝같은 혼례 얘기를 하니 정중히 거절 하곤 돌아오는데, 처소 앞 대문에 기대어 서있는 청명이를 본 백천. 뭐때문에 이리 나와 있냐고 걱정하는 백천을 뒤로하고 이곳저곳 확인하다가 아까는 없던 구김이 난 옷자락을 보며 매만지는 청명을 보곤 별 거 아니라 답하는 백천의 모습에 괜히 심술이난 청명이가 백천에게 입을 맞추는데, 평소라면 씁. 나중에 하잖구나. 하고 거절했을 테지만 지금운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과는 좀 거리가 있고 시간도 늦었으니 올 사람도 없겠다 싶어서 그 입맞춤에 응하는 백천. 그대로 분위기 타서 구흡까지 하게 되는데, 서로 꼬옥 끌어 안으면서 손이 허리나 등을 매만지며 열중 하던 중 청명이가 뭐가 그리 좋다는 듯 웃으니까 왜그런가 싶다가 결국 따라 웃는 백천. 그렇게 둘이 좀 오래 붙어 있다가 몸이 차가워진다 싶을 즈음에 어여 안으로 들어감.
그리고 마을을 떠나기 하루 전. 청명이랑 백천 둘이 떠난다 하니 마을에서 아쉽다고 작게 잔치를 열어서 어쩌다 보니 참석하게 되는 둘인데, 이전에 백천에게 고백하였던 아이가 청명이랑 백천 둘이 붙어 있는 걸 보고는 한순간 얼굴을 붉히곤 사라지니, 인사하려던 백천은 저가 실수라도 했나? 싶고 청명이가 좋아라 웃으면서 잔치상에 올라온 음식들 중에서 맛있는 것들 골라서 백천한테 주고 있음.
백천에게 고백했던 아이가 급히 사라진 이유는, 고백했던 당일 저의 고백을 거절한 백천을 잡고 어떻게든 얘기하려 따라 왔다가 청명이랑 백천 둘이 입맞추는 걸 목격하였는데, 순간 웃고 있는 청명이랑 눈이 마주쳤던 기억과 잔치날에도 백천 허리에 손을 둔 청명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모든걸 예측한 청명이.
청명이는 저에게만 신경이 쏠리고 저에게만 집중하는 백천이 좋지만 한편으론 양민 기척도 못느낀 백천을 보며 돌아가선 좀 굴려야겠다고 생각함.
체육쌤이지만 담당하는 학급이 있는 청명이. 청명이는 운동회 날에도 평소처럼 운동복 입고 돌아다니는 편인데, 이번엔 하필 운동회 담당까지 맡게 되면서 더더욱 할 일 많다고 반 학생들이 같이 맞춰 입자고 했던 반티도 전부 거절하고 있었음. 근데 학생 하나가 옆반 백천 쌤이 청명쌤 이번에 할 일 많으셔서 저희 반도 같이 맡아주시기로 했다고 그래서 저희 반 반티도 같이 입어주시기로 했다고 꼬드겨서 결국 반티 입기로 함.
그렇게 운동회 날. 아침부터 우당탕탕 청명이를 찾아온 반 학생들이 청명이 품에 안겨준 반티를 입게 되는데... 청명이네 반 학생들이 잡은 컨셉이 죄수와 경찰인지 죄수복 입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 홀로 경찰 제복 입은 채 모자에 곤봉까지 아주 확실히 무장한 청명이. 평소에도 화내면 무섭기로 난리 났는데, 하필 운동회 날에 학생들이랑 저렇게 맞춰서 입은 것도 입은 건데, 곤봉 들고 어깨에 툭툭 거리며 보고 있으니 게임 하나라도 지면 큰일 날 것 같고 게임하다 사고 치면 저 곤봉으로 거하게 맞을 것만 같은 알수 없는 불안감. 정말 쇠창살 신세 지는 거 아닌가 모름
아무튼, 오전에는 다행히 다른 체육 쌤이 운동회 사회랑 진행 좀 맡아주기로 해서 오전엔 자기네 반 확인하는 청명이.
백천도 오전엔 자기네 반 학생들이랑 맞춘 반티 입고 있는데, 귀여운 분홍색 토끼 동물 잠옷 입고 있음. 청명이가 그거 보고서 꼭 자기 같은 거 입었다고 말하니까 백천도 청명이 보고서 너도 꼭 자기 같은 거 입었다고 말하지만 초반에 좀 긴 공백이 있음. 사실 경찰보단 죄수복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었던 백천. 하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고... 경찰 옆에 토끼라서 지나가는 학생들이나 다른 선생님들 그거 보고 좀 묘한 조합이라면서 웃음.
점심시간 지나서는 약속대로 백천이 청명이네 반도 맡기로 해서 경찰복 입는데, 모자 쓰는 것까지는 같지만 청명이가 곤봉들고 있었음 백천은 하네스를 입힘. 그거 보곤 자기네 반 애들 정말 깜빵에 보내야 하나 싶은 청명이. 하지만 또 백천이 이런 옷 입는 건 언제 보겠나 싶어서 넘어가줌.
나중에 운동회 끝나고서 백천이 입었던 동물 잠옷은 청명의 의견으로 인해 백천의 잠옷으로 쓰이게 되고. 그럼 너도 입으라는 백천의 말에 호랑이 동물 잠옷 하나 사서 같이 동물 잠옷 입는 청백.
월궁에 사는 옥토끼 백천. 주로 불사의 약을 만드는 업무를 맡기도 하지만 간간이 중추절이나 만월일 때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 제일 간절하거나 본인 마음에 드는 소원이면 들어주는 업무도 간간이 하고 있음. 그렇게 할 것 없이 살던 중에 다른 사람들보다 소박하지만 생각보다 쉬이 이루기 어려운 소원을 아직 어린 아이가 비는 것을 듣고서 누굴까 하고 지상에 내려왔다가 아직 어린 청명이랑 만나게 되는데... 로 시작되는 거 보고싶다. 이루지 못할 사랑도 좋고 인간과 옥토끼라서 청명에겐 어렸을 때부터 봐온 백천이 제 마음의 전부이고 백천은 긴 삶 중 잠시일 뿐이지만 청명과 동일한 시간만큼은 자신의 마음이 청명의 것이었음을 알고 있었으면.
사술로 인해 10cm로 작아진 백천. 크기가 작아진 거 빼곤 아무 문제 없어서 다들 안심하는데,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는 자기가 데리고 다닌다고 맨날 머리나 어깨에 두고 데리고 다니는 청명이. 간혹 청명이가 너무 움직인다 싶으면 청명이 품속으로 자리 바꾸기도 하면서 붙어있으니 다행히 다치거나 큰 일나지는 않는 백천. 그래도 청명이 수련할 땐 과격하게 움직이는 것도 있고 잘못해서 청명이한테서 떨어지면 작아진 몸으로는 화산이 너무 위험해서 청명이 눈길이 닿는 곳에 앉아서 기다림. 뭐 멀리 있어도 대충 기감으로 눈치챌 수 있지만 그래도 작아진 저의 사숙이 자기 시산이 닿는 곳에 위치했음 하는 청명이.
청명이가 수련을 매일 하기도 하고 누구보다 이른 시간부터 늦은시간까지 하는데, 청명이가 백천을 데리고 다니니 청명이 생활 패턴에 좀 맞춰지게 된 백천. 물론 청명이처럼 아주 일찍 일어나지도, 아주 늦게 자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함께 하니까 꽤 맞춰짐. 백천은 늘 수련하는 청명이 보면서 바위 위에 앉아 있는데, 그냥 앉아있진 않고 흰색 면포에 쌓여서 있음. 청명이가 백천을 위해 준 물품인데 품질이 꽤 좋고, 촉감도 괜찮고, 멋대로 벗어나려 하면 청명이가 금새 눈치채고 무슨 일이냐고 다가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면포 안에 가만히 있음. 근데 또 작아진 몸으로 수련한다고 아주 작은 나무조각 가지고서 수련하려하면 그것에 대해선 신경 안 쓰니까 뭔가 기분이 묘한 백천.
이는 청명이 방 안에서도 그런데, 침상 옆에 놓인 협탁에도 백천의 크게 맞춰진 사람 손바닥만한 베개랑 부드러운 재질의 면포가 놓여 있고, 그게 지금 백천의 간이 침상. 백천은 어차피 잠시 사용할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지만 그래도 해주는 거니까 잘 받음. 그리고 간혹 늦은 밤마다 어둠 속에서 저를 바라보는 청명이의 시선을 알고 있기에 가만히 있는 백천. 뭐가 저리도 걱정인지 간혹 벌떡 일어나선 저가 자리에 있는지, 아무 문제 없는지 살피는 청명의 행동을 떠올릴 때면 백천은 걱정스런 한숨을 푹푹 내쉴 뿐임.
검동 보고싶다... 저 새파랗게 어린 것이 제 삶에 있을 줄은 예상도 못했을 검존이 동룡이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휘둘리는 검존도 좋고 어른미 넘치게 행동도 하지만 그래도 동룡이를 위해 휘둘려 주는 것도 좋아.
양인평인 청백도 좋아. 평인이라서 양인이나 음인이 갖고 있는 특유의 향이 없는 백천임에도 청명이가 항상 목 가까이 다가가서 냄새 맡으면서 향 좋다고 말하면 청명아, 난 평인이다. 하고 청명이 밀어내는 백천.
양음인 세계관 청백으로 양인 청명이가 자신도 모르게 음인과 짝을 맺을 때처럼 양인 백천 목을 집요하게 물어대고 흔적을 남기며 소유욕을 주장하면서 제 향으로 덮어 씌우기를 몇 달. 결국 양인이었던 형질이 점차 불안정해지면서 음인으로 변한 백천 보고싶음.
토끼 백천, 점점 뚠뚠해지더니 어느 날 보니까 얘가 왜 이리 쪘지..?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와서 살이 쪘나 싶던 청명이. 살 좀 빼라고 이것저것 시키는데 빠지기는 커녕 계속 뚠뚠하거나 더 찌는 것 같으니까 진짜 뭐가 문제지? 싶음. 근데 토끼 백천 들어보면 몸무게가 변한 건 없고 오히려 살이 빠진 거 같은데 왜 겉으로 보기에는 왜이리 살찐 것같은가 싶던 청명이. 혹시 백천이 어디 아픈 거 아닌 가 싶어서 다급히 의약당 가서는 닥달해서 확인하는데, 알고보니 환절기라서 털갈이 시기로 털이 찐 것뿐이라는 얘기 듣고 안심하는 청명이.
전투 중에 누군가 청명이에게 뭘 뿌리려는 것이 보여서 그 앞을 막아선 뒤 공격하지만 살짝 늦어서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양을 대신 맞은 백천. 청명이가 그걸 보고 놀라서 뭐하는 짓이냐고 큰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에 같이 싸우고 있던 다른 오검 애들도 놀라서 백천을 쳐다봄. 백천은 별 거 아니라고 지금은 앞에 있는 적들을 쓰러트리는 것에 신경쓰라 하니 마저 전투를 이어나감.
다행히 이 이후에 아무 문제 없이 끝나고 모이는데, 백천이 좀 이상한 거. 자리에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자기들을 다 바라보는 것 같은데 시선이 살짝씩 빗겨나가거나 맞지 않음. 그것에 불안해진 청명이가 백천에게 다가가서 왜 그러냐고 묻는데 백천이 잠시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자기 얼굴을 더듬고는 앞에 있는 청명이를 잡으려다 헛손질 까지 하니 청명이가 다급히 백천의 손을 붙잡음.
-왜 그러냐니까!
청명이 불안한 듯 큰 목소리로 물어보니 다들 상황이 안 좋은 걸 눈치채고 백천 주변으로 황급히 모여듦. 그러자 백천이 하는 말이,
- 청명아, 앞이 안 보인다.
그 말 하나로 분위기가 확 가라앉고 험악해짐. 다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하는데, 이럴 시간에 빨리 화산으로 돌아가서 확인해 보자는 목소리에 다들 동의하고 백천을 업고 화산으로 향함. 다행히 화산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금방 화산에 도착 후 의약당으로 향함.
의약당에서 확인한 바로 백천은 신경독에 당해서 눈에 잠시 문제가 생긴 거라고 얘기를 듣고 다 나을 때까진 의약당 안에서 가만히 있기만 하라고 얘기를 들은 백천. 해독제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몸으로 막느라 옷에 묻은 독이 있으니 이걸로 빠른 시일 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니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청명은 아님.
다른 방법으로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멧돼지마냥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해서는 결국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인 백천이 괘씸하고 그때만 생각하면 철렁이는 제 가슴과 떨리는 손끝 때문에 그걸 감추려고 뭐라 하다가 결국 환자에겐 휴식이 필요하다고 지금은 적당히 하고 바람 쐬고 가라앉히고 나중에 찾아오라고 의약당에서 내쫓김. 청명이가 그렇게 밖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들도 걱정 가득한 잔소리와 이 상황을 좀 가볍게 만들려는 농담도 하다가 시끄러우니까 다 나가라는 소리에 다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끝으로 다들 애써 의약당을 나서자 드디어 혼자가 된 백천. 그제서야 백천 본인도 놀라고 당황스럽고 불안했던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함.
처음 독에 맞았을 땐 괜찮았음.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저 속이려고 뿌린 것인가 싶었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좁아지고 흐려지는 시야에 백천은 속으로 당황했지만 차마 상황이 상황이니 티를 내지 못한 거. 전투가 다 끝나고서야 잠시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았다 뜨니 거의 보이지 않던 앞이 이제는 아예 보이지 않아 저 혼자 어디론가 동떨어진 곳에 왔나 싶었음. 하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척이 있으니 그걸 느끼며 당황스런 마음을 가라앉히려 함. 하지만 그게 쉽게 되겠어. 가까이 다가오는 청명의 기척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디가 얼굴인지, 눈인지 알 수 없고 저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두려움만 남았지. 감각 하나를 통째로 쓸 수 없다는 것은 매우 큰 일이었으니 볼품없이 떨리는 제 목소리를 숨기고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자기 상태를 말할 수 밖에 없던 백천은 문득 청명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궁금했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청명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물을 수는 없었음.
백천이 눈을 사용하지 못하고서 첫날 많은 사람들이 백천을 걱정하며 많이 찾아왔음. 두 번째 날도, 세 번째 날도 그랬지. 근데, 하루에 한 번씩은 시간이 난다 싶을 때면 다들 찾아와 백천의 상황을 보고 가는데, 청명이 다시 찾아오지 않는 거. 이에 대해 궁금하여 물어도 다들 수련하러 다른 봉우리 가는 걸 봤다던가 아예 보지 못했다 뿐이니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었지. 직접 찾으러 나가고 싶어도 눈이 이러니 나가지도 못했음. 잘못 걸음을 했다간 절벽 밑으로 떨어지거나, 험난한 산세로 구를 수도 있고, 그 전에 자기가 의약당을 나가려고 하면 막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백천은 눈이 이리되니 불편한 것 투성이라고 생각했음. 저를 찾아오지 않는 청명이 보고 싶기도 했지.
그렇게 청명이가 백천을 안 찾아오길 며칠. 슬슬 해독제가 거의 다 완성해갈 즈음에 백천이 밤늦게 잠에서 깨어나 일어났음. 모두가 잠든 화산은 조용했지. 백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상에 앉곤 답답함에 옆에 있는 창을 열어 바람을 쐼. 그리곤 답답한 목을 축이려 물잔을 찾으려 손을 뻗었다가 물잔을 잘못 쳐서 떨어트렸음. 물잔이 깨지며 날 날카로운 소리를 예상했던 백천의 예상과 달리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백천은 몸을 움직여 침상에서 나오려 했음.
-가만히 있어 사숙.
그래, 며칠만에 듣는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야. 청명의 목소리는 낮고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했음. 백천은 이제는 느껴지는 청명의 기척 쪽으로 몸을 돌렸고 청명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움직였음. 백천은 보이지 않는 두 눈으로 최대한 청명을 바라보려 노력했지. 하지만 청명은 저의 시선과 맞물리지 않는 백천의 시선을 보며 입을 질끈 물었음.
멧돼지마냥 그냥 돌진해서 생긴 일이지만 문득 모든 게 자기 때문에 생긴 일만 같아서, 제일 두려운 게 본인인 주제에 남들이 너무 걱정할까 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백천이 훤히 보여서, 그것 땜에 본인이 화를 낼까 봐 백천이 깨어 있을 때는 차마 보러 갈 수가 없었음. 그래서 항상 모두가 잠든 새벽에나 조용히 찾아왔던 건데 며칠만에 만난다는 게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지.
청명은 우선 물을 먹으려고 했던 백천에게 물잔을 쥐여줌. 그러곤 물을 마시는 백천에게 괜찮냐고 물었지. 백천은 고개를 끄덕였음.
-곧 해독제가 완성이 된다는구나.
그리 말한 백천의 입가엔 은은한 미소가 있었음. 그러곤 고민하듯 물잔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청명이를 바라봤음. 물론 이번에도 시선은 청명이를 빗나갔지만 백천은 그것 모르니 저가 청명이를 봤다고 믿었지.
-그간 잘 지냈느냐.
청명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렸다가 지금 백천이 저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늘 똑같이 지냈다고 답해줬음. 백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음. 그러곤 제 옆을 손으로 툭툭 두드렸지.
-계속 서 있지 말고 앉거라.
청명은 아무 말 없이 백천을 바라보다가 결국 졌다는 듯 한숨을 푹 쉬고는 백천 곁에 앉았음. 백천의 시선은 청명을 따라 움직였음. 하지만 그 시선이 너무 엇나간 듯 보이자 청명은 백천의 얼굴을 돌려 저와 마주치게 했지.
-거기 아니고 여기야. 나 여깄어.
백천은 눈앞에 청명이 보이지 않음에도 보인다는 듯이 그렇냐고 미소 짓곤 제 얼굴을 잡고 있는 청명이의 손위로 제 손을 겹쳤음.
-화가 많이 난 거냐?
청명은 그런 백천의 말에 코웃음을 쳤지. 화가 났냐고? 당연히 화가 났음. 독에 당해도 태워버리면 상관없는 자신 대신 소중한 사람이 대신 독에 당했다는데 화가 안 날 사람이 누가 있겠어. 청명이는 자기 자신과 백천에게 화가 났고 특히 백천을 막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제일 많이 났음. 지금도 당장 자신에게도 백천에게도 화를 내고 싶었지만, 아픈 사람 앞에서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지. 청명이는 차마 백천의 말에 답할 수 없었음. 화가 났다고 말하는 순간 정말 꾹꾹 눌러 담고 있던 게 터져버려서 백천에게 따질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청명의 노력을 백천은 모르는 듯했음.
-네가 많이 화가 났다는 건 알고 있다. 네 성격상 안 내는 게 더 놀라운 일이지. 하지만 청명아, 난 그 상황이 다시 찾아온다 해도 너 대신 독을 뒤집어쓸 거다.
청명은 백천의 말에 크게 반발하고 싶었음. 제 손을 잡고 있는 백천의 손을 떨쳐내고 백천에게 다시 한 번 더 얘기 해보라고, 난 그딴 도움 따위 필요 없다고 없어도 충분하다고 소리치고 싶었음. 지금 백천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는 게 정말 다행일 정도로 얼굴을 엄청 찡그리고 있었음. 하지만 제 손을 잡고 있는 백천의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으니까 차마 그럴 순 없었음. 청명은 어쩔 수 없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제 화를 삭히며 떨리고 있는 백천의 손을 굳게 붙잡아줌. 그러곤 말을 고르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음.
-난 이번 사숙의 행동에 잘했다고, 고맙다고, 절대 말하지 않을 거야. 말할 것도 아니었고. 이유는 사숙 본인도 알고 있겠지. 이번 일은 감정적이었기에 악수였다는 걸. 하지만….
백천은 청명의 말에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응, 알고 있다, 그렇지, 하면서 중간중간 답을 해줬음. 청명은 그런 백천을 보며 잠시 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뱉곤 숨을 고르게 내쉬었지.
-하지만. ……날 걱정해준 건 고마워. 일이 이렇게만 되지 않았다면 웃으면서 농을 치고 얘기할 수 있었겠지. 동룡이가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야.
청명이는 본인이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웃음이 났음. 백천도 그런 청명이의 웃음소리에 동룡이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웃어 보였지. 백천의 말 때문에 한순간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천천히 녹아내리더니 어두운 밤 단둘만의 자그마한 웃음소리만이 조용한 의약당에 울렸음.
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비친 백천의 웃고 있는 모습을 본 청명은 백천의 손을 잡지 않고 있는 남은 손으로 백천의 볼을 쓰다듬음. 그러다 손을 천천히 옮겨 입술을 몇 번 매만지곤 천천히 다가가 먼저 입을 맞췄지. 백천은 그런 청명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였음. 앞이 아예 안 보이는 상태에서 하는 구흡은 시각이 차단되어서 그런지 청각이나 촉각 쪽이 평소보다 더 예민했음. 평소보다 더 느끼기 쉬웠고 소리도 더 크게 들리는 듯했지. 이런 감각이 조금 두려워진 백천은 떨리는 몸을 무시하곤 청명과 손을 끼고 있는 손에 힘을 더 주었음. 청명은 그런 백천을 눈치채곤 백천의 손을 단단히 쥐고 긴장할 걸 풀라는 의미에서 손등을 엄지로 매만졌음. 그렇게 자그마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던 의약당 안에는 이제 진득한 입맞춤 소리가 가득 차게 됨.
뭐 앞으로도 이런 식의 일은 계속 일어나겠지만 어쩌겠어. 성격도, 행동도 완벽하게 맞을 순 없는 법이니까. 거기에 무인이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상처 입고, 위험한 일을 지금까지도 많이 겪었고, 앞으로도 셀 수 없이 겪게 되겠지만, 둘은 서로를 사랑하기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결국 서로를 감내하고, 용서하고 보듬으며 등선할 그날까지 함께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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