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구멍처럼 수많은 자리가 남아 깔려 있는 고요는 쓸쓸함과 환대의 낯을 동시에 띄운다.
“눈을 감고 응시할 수 있는 것은 과거나 미래 뿐이니, 계속해서 그 검은 빛을 바라보는 것은 너머를 응시하는 일을 아주 두렵지만은 않게 해 주지, 아마?” 장난스러운 기색 하나 없이 뱉어진 말이나 실상 눈을 덮는 것들의 색이 붉다는 것을 알아 비죽, 특유의 웃음을 내뱉을 수 있었다. 정말로 검은 색인지 한 번 보자고, 그리 중얼거리며 눈을 감으면 시야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