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불사조 기사단의 거점으로 향하기 전, 막 영국에 돌아온 에스더는 먼저 들릴 곳이 있었다. 추격이 붙지 않은 지금에야만 가능한 일. 몸과 가방 하나만을 싣은 빗자루는 남서쪽을 향했다. 윌셰어와 서머싯의 경계를 넘자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십오 년 만의 '고향'. 어딘지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알아낼 수 있었던 곳. 넓은 목초지와 농경지 너머로 집들이 드문 드문 모여 있는 마을이 보인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조차 중세의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식의 건축물. 마법사들의 것과는 다른, 덧대고 메꿔진 흔적이 비-마법의 흔적을 증명했다. 빗자루에서 내려 마을 어귀에 세워진 펫말을 본다. 베델 בית אל 하느님의 집.

그래, 이곳은 한때 자신의 집이었다...

가방 안에 빗자루를 욲여넣자-확장 마법은 정말이지 유용했다- 누군가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새벽의 안개에 가려져 인영만 드물게 보였다.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자신을 알아보던 그렇지 못하던 그들은 외지인을 환영하지 못할 것이다. 방금 귀국하여 이국의 향기를 풍기는 자라면 더욱이. 멋쩍게 제 뒷목을 만지고는 인영을 향해 말을 걸었다. 길을 잃은 나그네입니다만. 잠시 쉬어갈 수 있을까요? 왜소한 남자는 머뭇거리면서도 자신의 집으로 안내해 주었다. 에스더는 그를 알아보았다. 초장이 코헨 씨였다. 집의 양초가 다 떨어져 가면 에스더의 어머니는 초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보냈고, 코헨 씨는 매번 어린 에스더를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그는 듀크스 병이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에게 물을 끼얹었다. 그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더라, 공포, 걱정, 혼란, 분노, 배신감, 자신이 옳을 일을 했다는, 안도감... 지금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코헨 씨의 집에 가려면 마을 중심부를 가로질러야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달갑지 않은지 걸음을 서둘렀다. 에스더는 눈동자를 굴려 풍경을 살핀다. 중앙 광장에도 가로등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 발전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증명하듯이. 빛바랜 기억에 형태가 덧입혀진다. 때때로 이곳에 대한 지독한 향수를 느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모든 것은 예전과 같았다. 과거가 자신을 휩쓴다. 어린 날의 감정과, 추억과, 그리움과, 절망이… 치밀한 익숙함에 현기증을 느낀다.

그는 변했기에.

마을은 그대로였다. 그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한 발짝도 나올 생각이 없었다. 에스더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곳의 아이들은 춤과 노래를 배우지 못할 것이다. 라디오를 듣거나 영화를 볼 수도 없을 것이고, 배를 타러 멀리 나갈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법 세계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정체되어서, 차별과 증오를 되물림할 것이다. 그렇게, 오래오래, 다시 균열이 생기면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며, 또는 그것만 없다면 자신들이 완벽해지리라 믿으며. 옳지 않아. 에스더는 생각한다. 그는 마법 세계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묵과한다면 그것은 방임이다.

동시에 그는 모순이다. 그의 사랑은 아주 적고, 제한적이므로. 끝내 사랑의 총량은 늘릴 수 없었다. 그는 마을이 아닌 또다른 좁고 안일한 세계를 벗어나지 않기로 하였다. 폐쇄와 배타성을 경멸하면서도 같은 길을 걷는다. 오로지 자신의 세계에 헌신한다. 골드슈미트가 자신의 성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마법 세계가 타자를 받아들였다는 증명을 위한 것이다. 마을은 돌아갈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에스더는 오랜 질문의 답을 듣는다. 그의 부모님은 이곳에 없었다. 그들은 십여년 전에 스스로 마을을 나갔다고 했다. 아무도 행방을 몰랐다. 그들은 마을을 버렸다, 에스더를 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그 사실에 안도해야 할지 그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열세 살 생일날에 받은 편지를 떠올린다. 어쩌면 그의 어머니는 떠나던 길이 아니었을까?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진실이 되었을 것이다. 지팡이를 들어 코헨 씨에게 겨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짓이다. 그러나 에스더는, 이곳에 어느 것도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의 눈이 몽롱한 꿈으로 차오른다. 곧 교회의 종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러 나올 것이다... 에스더는 어릴 적 친구들의 그림자를 본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마을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삶의 양식을 되풀이하는 그들. 마법이 없다면, 자신 또한 그랬을 것이다. 로브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쓴다.

이곳은 자신의 세계가 아니었다. 그의 부모님이 그들의 선택에 절망한 나머지 세계를 버렸다 한들, 이제 상관 없는 이야기었다. 타인이 에스더 골드슈미트에 대해 때때로 파악하지 못하는 진실은, 그가 자신의 것이 아닌 대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나의 세계만큼은, 에스더는 생각한다.

자신의 부모님과 같은 선택만은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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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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