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Mebius Original | 2023.07
“그냥 과자 말고 구름과자요.”
윤서찬 Yun Seo-chan | 벅스 Bugs
1998년생(26) | 남자
174cm 62kg | 줄잡이, 드라이버
외관 및 성격
우스운 말이었지만 본디 작은 고추가 더 맵다고. 그 말은 벅스가 말버릇처럼 늘 입에 달고 살던 말이었다. 벅스가 하던 말을 그대로 첨언하자면 ‘매워도 많이 맵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벅스의 말을 듣는다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벅스는 그냥 벅스였다. 고작 이름이 왜 비밀이냐 묻는다면 벅스는 감히 할 말이 없었다. 그냥 그것이 최소한의 선이라는 것. 본인 이름을 아는 이들이 적은 것도 아니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과 친하냐고 묻는 것. 최소한의 선을 그어놓고 그것을 넘는 것을 싫어했다. 절도로 감옥에 갔다는 것은 다 알음알음 소문이 난 뒤였다. 절대 붙잡히지 않을 줄 알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고 오히려 한번은 잡힐 줄 알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윤서찬은 그 말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좀도둑이라는 말에는 좀 자존심 상해했다. 경찰차를 탈 때도 자기가 아니라고 엉엉 울었으니. 말 다 했다.
바닥이 다 보일 때까지 해장국이 담겨 있던 뚝배기의 바닥을 숟가락으로 벅벅 긁던 벅스의 앞에 누군가 앉았다. 좀 일어나자는 누군가가 눈치를 주는 말에도 일말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초연한 낯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피곤함에 젖어 있는 얼굴. 벅스의 일행 앞에 앉은 김수연이 벅스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올리며 말했다. 야, 술 냄새난다. 김수연의 말에 벅스는 치우라며 신경질을 냈다. 겉으로 벅스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인상을 줬다. 사실 그럭저럭 괜찮아 보인다는 것은 부정적인 뜻을 함의한다. 뺀질거린다거나 인생 너무 요령껏 살려고 한다거나 양아치 같다거나 건달 같다거나. 건실해 보이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남 속여 먹는 법은 없었으니. 그럭저럭 괜찮긴 했다.
과음. 술이 한번 들어가면 중간에 끊지 못하는 것을 본인도 알았으나 그것은 쉽게 본인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외적으로는 프리랜서. 그러나 전날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핑계로 다시 술을 마셨고,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디자인한다고 했다. 어떤 디자인을 하냐고 물어보면… 인생을 설계 중이라고 했다.
벅스는 본디 무던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가오와 허세에서 나온 무던함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누나 권유라의 남편이 잘나가는 사업장을 소유한 젊은 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벅스는 무던했다. 애초에 알면서 좋아했다. 그러나 그 둘의 사이가 비즈니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안 뒤에는 둘의 관계에 있어서 잠시 열등감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얼굴은 그 사장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열등감이 생길 때는 뭐 어쩌겠는가. 속이 타거나 아프거나 할 일은 없었다. 딱히 쿨해 보이려고 그러던 것은 아니었다. 누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아니었고. 벅스는 본디 그런 성격이었다.
목청이 좋았다. 항상 그건 누군가에게 져본 적이 없었으니, 동네에서 윤서찬이 억울하다며 소리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그냥 과자도 아니고 구름 과자를 훔쳤다는 이유로 덜미를 잡힌 것이다. 저 진짜 억울해요. 아! 저 진짜 억울하다고요. 윤서찬은 초연하지 못했다. 나 훔친 거 하나도 없다고요. 엉엉 울고 소리를 지르면서 경찰차에 올랐다. 윤서찬에게 있어서 가오의 종말이었다. 절대 경찰에게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던 윤서찬은 결국 감옥에서 가명을 정했다. bug로 하려다가 bugs로 적길 여러 번. 결국 벅스가 된다.
기타사항
윤서찬
(1) 윤서찬. 별명은 지원. 성은 없이 그냥 지원.
(2) 지원아 니 직업이 뭐냐. 프리랜서요. …절도범이요.
(3) 한탕 벌어서 이 바닥 뜰려고! 좀도둑으로 남고 싶지 않다는 것 또한 걔의 주장.
좀도둑
(1) 에이 시발 아니라니까…
(2) 실력이 구리냐고 묻는다면 청담동 일대를 털었던 전적이 있었으니 당연히 그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좋냐고 묻는다면 걔는 이미 좀도둑으로 감옥살이를 한 전적이 있다. 사람이 완벽하면 재미없다는 말은 제법 꾸준한 주장.
(3) bug를 적으려다가 뒤에 s를 적어버린 이력. 그러나 그것도 나름대로 벅스가 생각하던 간지라서 상관 없다.
1998년 7월 3일 탄생.
(1) 키우는 고양이. 이름은 뽀삐. 멋진 형아를 따라서 성격도 아주 좋다.
(2) 권유라, 할아버지, 뽀삐, 술, 담배, 밑창을 일부러 뜯고 사포로 갈아버린 검은색 아디다스 신발.
(3) 22살에서 24살까지 1년 6개월 간의 떡신자 노릇. 알차게 군대도 다녀왔다. 운전병.
- 카테고리
-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