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용

최권

24-05

최권 29 남

184 마른

일용근로자

한강, <흰> 117

1장.

아버지 최인주와 어머니 권성의 아들.

그리고 아버지가 종종 걱정하던(어머니가 쓰레기라 부르고 개새끼라 매도하던 것을 최권 혼자 방문 너머로 들은) 삼촌, 혹은 삼춘이라 부르던 최인영.

인영 덕에 최권이 배운 것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어떤 식으로 힘을 아끼며 어떤 식으로 주먹을 쥐어 남을 후려칠 수 있는지. 주먹에 무게를 실어 상대의 안면을 그대로 후려칠 수 있는 움직임과 같은 것. 칼을 쥘 때는 어떻게 쥐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손을 다치지 않을 수 있는지. 주먹을 쥘 때는 왜 엄지를 말아쥐고 남을 후려치면 안 되는지. 이런 것들.

최권의 성적에는 관심 없었으나 학교 다니는 것을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업은 잘 들어라.' 그리 최권에게 당부하고는 했는데, 그 말을 들은 그해 가을. 동급생의 허벅지를 가위로 찌른 최권은 학교에서 제적당한다. 검정고시를 본 이후, 최권은 그 어떠한 매너리즘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애들이 가진 특유의 기민한 낯을 최권 또한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최권에게 있어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제 멋대로 뇌까리고 못되게 말하는 것이 아닌, 곁을 내어주지 않던 것.

2장.

부모가 숨을 거두던 순간을 기억하든 7세 남아. 남들은 최권을 더러 유산 상속과 관련된 문제에 휘말린 것 같다고 말했으나, 최권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는 직장인이었고, 어머니는 경찰이었다. 아버지가 집으로 가져온 작은 usb가 문제였을 테다. 혹은 어머니의 기억, 혹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 혹은 그 모든 것들. 살아 숨 쉬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던 정의를 외치던 순진무구한 낯. 그러니 옷장에 숨어 차갑게 식어가던 시신에도 숨과 눈물 참았는데, 옷장 문을 열었던 것은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던 그의 삼촌, 혹은 삼춘. 최인영.

실상 그는 아버지의 친 형제가 아니랬다. 삼촌은 차에 최권을 실어 운전을 하며 그리 고해했다. 유유히 최권을 이끌어 자기 집으로 데려왔다. 검은 정장을 챙겨 입은 잘생긴 청년이었던 삼촌은 새끼손가락이 없었다.

삼촌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아내와는 이혼했다고. 최권은 인영이 요구하던 '아버지'라는 호칭만 잘 지킨다면 멀쩡한 집이라 부를 수 있었다. 때로는 최권의 뺨을 때렸으나, 이 아동 학대적인 상황은 때로 사랑으로 무마되기도 한다. 빌어먹을 호칭. 최권은 그 호칭이 싫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는 늘 어폐가 있지 않던가. 그리하여 지독히도 사랑하고 지독하고도 죽이고 싶었던 그때.

인영은, 내가 아니라면 넌 죽었을 거야 그래도 내가 밉니?

하고 묻는다.

3장.

'아버지'가 말하기를. 너도 나를 죽이고 싶지. 술에 거나하게 취한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날 선 감이 있었고, 결국에 최권은 최인영을 죽이지 못한다. 달리 어떤 복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달리 어떤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것 또한 아니다. 근데 죽이고 싶은 것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던가.

자기 손으로는 기어이, 혹은 기꺼이 아버지라는 작자를 죽일 수가 없어서. 아버지라는 호칭을 강요당할 때마다 최권은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고, 그러나 그럴 수 없었던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 앞으로 넘어온 모든 상속을 최인영에게 넘겼을 때.

최인영은, 삼촌 간다. 그 말을 끝으로….킬러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단 하나.

하나의 꼬리표와 제 모든 것을 앗아간 것. 유산을 자신에게 상속하도록 강요하는 그의 목소리에 알겠다고 말하고 사인한 것.

***

염색기 하나 없는 검은 머리카락

창백한 낯과 마디 툭툭 튀어나온 손가락

피골이 상접한…. 그러나 인물 요상하게 잘생긴 것이,

엇나가지만 않았으면 모델을 했어도 되었겠다는 평가에는

지랄을 하지 말라는 뭉툭한 답.

그마저도 캡 모자로 얼굴과 머리카락을 죄다 가리고.

사람 좀 죽여 달라는 이유로 하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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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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