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바등-재희무현

[재희무현] 고해소

째무 마피아x신부님

무현은 옆구리쪽에 닿는 딱딱하고 자비없는 쇠의 질감을 느끼며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아무리 깜빡거려도 눈 앞의 현실은 지워지지 않았다. 무현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는지, 목을 덮을정도로 머리를 기른 남자가 총을 더 깊게 쑤셨다.

“조용히 있으라니까요.”

“….”

입을 덮은 남자의 손바닥을 잠시 내려본 무현은 눈꼬리를 세웠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고해소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가느다랗게 남자의 몸을 가르고 있었는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붉은색인 것이 보였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바깥 상황을 살피려 무현의 옆구리를 찌르고 있던 총을 거두고 문틈 사이를 살폈다. 무현의 입을 막고 있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몸에서 총기가 떨어지니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았다.

“허튼 짓 하면, 죽여버릴거니까 조용히 있어요.”

상황과 맞지 않게도 남자는 목소리가 좋았다. 무현이 얌전히 고개를 끄덕거리자 남자는 조심스럽게 손을 떼고는 어둠 속에서 무현과 눈을 맞추다가 소리 내지 않고 고해소를 나갔다. 아무도 없던 시각이라 고해소 바깥도 그리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약하게 켜놓은 전등 사이로 빨간 머리와 정장코트의 뒷모습만 보인 사내는 물자국만 남긴 채 금세 사라졌다.

그러니까, 평소와 별로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비가 조금 많이 오긴 했지만.

오늘은 정해진 미사가 없는데다 날씨도 궂어서인지 신자들도 띄엄띄엄 와서 조용히 기도를 하고 가거나, 신부나 수녀에게 고민상담을 잠깐 하고 가는 식이었다. 햇병아리 신부인 무현은 비가 와서 허리가 아프다는 선배 대신 나와 성당을 지키고 있던 참이었다. 먹구름 탓에 해가 진 줄도 모르고 있던 무현은 뒤늦게 종이 아홉 번 치는 소리를 듣고서야 성당 문을 잠그기 위해 한 바퀴 돌았다. 막 고해소 앞에 다다라 혹시나 안에 고양이라도 들어왔나 확인하려고 문을 연 순간, 뒤에서 누군가 확 밀치는 바람에 무현은 안쪽 벽에 이마를 찧었다.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몸을 돌리자 뒤를 따라 들어온 괴한이 고해소 문을 닫더니 무현의 입을 손으로 막음과 동시에 왼쪽 옆구리에 딱딱한 무언가를 들이댔다. 무현은 처음에 컴컴한 곳에 갇혀 그것이 뭔지 몰랐지만 괴한이 안전쇠를 긁는 소리를 낸 탓에 권총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총인 것을 깨달은 무현이 허억, 하며 숨을 들이마시자 괴한은 조용히 하라는 듯 총구를 더 깊게 쑤셨다.

남자가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비척비척 일어난 무현은 식은땀을 닦으며 뒤늦게 고해소을 나갔다. 물자국은 미사실 사이를 지나 뒷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무현은 천천히 물자국을 따라 뒷문을 열었다. 가로등 몇 개가 켜져 있는 컴컴한 바깥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괴한 탓에 고해소에 갇혔던 날 이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무현은 새벽에 성당 앞을 쓸러 나왔다가 문을 열자마자 스르륵 쓰러지는 사람에 부딪쳤다. 성당 문에 기대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리자 넘어진 모양이었다. 처음엔 흔한 노숙자인줄 알고 깨워서 보내려던 무현은 그의 머리가 선명한 붉은 색인 것을 보고 멈칫했다. 그날처럼 정장코트 차림은 아니었지만 날카로운 옆선은 쉬이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무현은 위험한 사람일게 뻔한 인간과 깊게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마피아일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래서 무현은 모른 척 하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윽….”

남자가 고통에 앓는 소리를 냈다. 문을 닫으려던 무현은 그 소리에 움찔했다가 곧 그가 배를 감싸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하다가 다가간 무현은 배를 감싸쥔 팔소매가 피로 척척하게 젖은 것을 확인하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주여. 왜 이런 시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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