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바등-재희무현

[재희무현] 어느 회사원의 일상

여기는 꽃집인가요, 카페인가요?

-재희무현 앤솔로지 [여기는 꽃집인가요, 카페인가요?]의 3차 연성입니다.

-너무 달달하고 좋앗어요…. 이 벅찬 마음을 뭐로 표현할지 몰라서 냅다 글로 써옴 앤솔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회사로 출근하는 길에 새로 카페가 생겼다는 입간판을 봤다. 김 대리님께 말했더니 카페가 아니라 꽃집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카페였는데요? 꽃집이라니까? 한참 티격태격하던 우리는 사장의 출근에 입을 다물고 업무를 시작했다. 점심 먹고 확인 해보면 될 일이었으니까. 내기도 했다. 카페면 대리님이 커피를 사기로 했고, 꽃집이면 내가 꽃 한 송이를 사주기로 했다.

저한테 꽃 받고 싶으세요? 꽃은 받으면 기분 좋잖아요. 내가 물으니 대리님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런가? 꽃이란건 학교 졸업식 때나 몇 번 받아본게 다라서 잘 모르겠다.

회사 근처 백반집에서 배를 채우고 나온 우리는 출근길에 보았던 카페인지 꽃집인지로 향했다. 내가 카페라고 확신했던 건 가게 위치도 한 몫했다. 꽃집은 보통 1층이니까. 매일 트럭으로 화훼를 실어다 날라야 하는데 2층일리가 없지! 그리고 도착한 우리는 가게 이름을 읽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

[카페 라피도포라 플라워샵]

“그래서 결국 카페인거야 꽃집인거야?”

옆에서 대리님이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단 가보기나 하자고 했다. 고작 한 층짜리도 걷기 싫어 엘레베이터로 이동한 우리는 진한 꽃향기와 커피향기가 섞인 복도에서 서로 시선을 주고받다가 가게 문을 열었다. 청량한 종소리와 함께 향이 한층 강해졌다.

“어서 오세요.”

와.

맹세컨대, 살면서 저렇게 잘생긴, 아니 이쁜 남자는 처음 봤다. 연예인은 제외다. 그들은 늘 화면 너머로만 볼 수 있어서 사실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실감이 잘 안 들었다. 탈색이라도 한 건지 온통 흰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려 묶은 남자가 나를 보고 미소지었다.

“커피 사러 오셨나요, 꽃 사러 오셨나요?”

…둘 다 샀다. 화초 때문에 다른 카페에 비해 테이블이 적은 가게는 이미 만석이라 커피를 사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대리님은 커피를 두 잔 샀고, 나는 사무실 책상에 놓을 작은 화분을 두 개 샀다. 한참을 말 없이 커피와 화분을 들고 오던 우리는 회사에 도착하고서야 서로 눈을 마주쳤다.

“잘생겼다….”

“그쵸….”

그 뒤로 우리는 늘 그 카페로 갔다. 회사 바로 옆에 단골 카페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거긴 잘생긴 남자가 없었거든. 정든 카페 사장님과 채우다 만 포인트가 조금 아쉬웠지만 그 곳에 가면 다른 구경거리도 있었다.

“마음 있는 거 같은데.”

“그니까요. 봐봐, 또 쳐다본다.”

밥을 씹은건지 삼킨건지 모를 속도로 해치우고 온 우리는 카운터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꽃을 사러 온 손님을 위해 앞치마를 맨 백발 청년이 꽃말에 대해 설명해주며 줄기를 가위로 자르고 있었는데 검은 머리의 사장이 그의 뒤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백발 청년이 몸을 돌리자 얼른 고개를 돌리고 포스를 만지는 척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는 웃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아야 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라피도포라 카페에 들르는 일이 일상처럼 되고, 두 남자의 이름을 알았으며, 두 사장도 나와 대리님의 얼굴을 외웠을 쯤이었다.

“…싸웠나?”

“그러게요.”

평소보다 서먹하고 냉랭한 가게 분위기에 우리는 소리를 죽이고 눈치를 살폈다. 틈이 날 때마다 서로의 모습을 눈으로 좇던 두 사장은 오늘 한 번도 상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뭐야. 뭔데? 꽃미남 사장과 훈남 사장의 간질간질한 기류를 옆에서 구경하며 즐기던 우리는 점심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가게에서 나와야 했다. 다들 숨 막히는 분위기를 느꼈는지 테이블은 평소와 다르게 텅텅 비었다.

원래 사이가 좋았으니 금방 화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냉랭한 분위기는 꽤 오래갔다. 정확히는 첫 날처럼 숨 막히는 분위기는 없어졌지만 서로 뚫어져라 뒷모습을 쳐다보던 광경도 사라졌다.

“어유, 둘이 대차게 싸웠나봐요.”

포장해 온 카페라떼를 마시던 대리님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러다 가게 문도 닫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김 재희 사장의 미모에 반해서 갔던 카페지만, 커피 맛도 꽤 좋았다. 원두를 고급으로 쓰는데 커피 값도 많이 비싸지 않아서 단골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었다. 나는 제발 둘이 빨리 화해하기를 빌었다. 맛있는 커피와 예쁜 생화로 꾸며진 카페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내 기도가 통한 걸까. 주말이 지나고 조심스럽게 들른 카페는 지난주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일단 김 사장의 표정이 밝았다. 분위기가 안 좋았을 때도 안 웃었다는 건 아니지만 그 땐 접객용으로 억지미소를 지었다면 오늘은 누가 봐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좋은 일 있었냐고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지만 참았다. 대리님도 마찬가지였다.

요 며칠 내내 서먹한 분위기 탓에 텅텅 비어 있는 가게에서 카운터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앉은 우리는 말 없이 두 사장의 동태를 살폈다. 바쁘게 기계를 돌리는 박 사장의 어깨가 가볍게 양 옆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우리가 입을 가리며 작게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

나는 방금 본 광경을 믿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가 눈동자만 굴려 대리님을 쳐다봤다. 대리님의 눈도 쟁반처럼 커진 것을 보니 방금 그 모습을 본 게 틀림 없었다. 우리는 빠르게 커피를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잰 걸음으로 가게에서 벗어나 회사 근처까지 온 나는 그제서야 대리님의 팔을 잡고 소리 질렀다.

“봤어요?!”

“봤어요!!”

“김 사장님이 박 사장님한테!!”

“귓속말하는 척 하다가 볼에 뽀뽀한거요!!!!”

“뽀뽀 아니고 입에다 했어요!”

“헉?! 제 각도에선 뺨인줄 알았는데!!!”

“하기 직전에 박 사장님이 고개를 틀더라고요!!!”

우리는 키스를 처음 본 여고생들 마냥 한참을 꺅꺅거렸다. 뒤늦게 식사를 하고 돌아오던 사장이 회사 입구에서 뭐하는거냐며 눈쌀을 찌푸리는 바람에 강제로 끝내야했지만, 나는 확신했다. 저 카페인지 꽃집인지는 한동안 폐업하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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