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바등-재희무현

[재희무현] 전하지 못하는 편지

-배드엔딩. 짧글.

진짜 딱 한 번이었어요.

최근엔 열심히 살았고, 과거의 일도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말한대로 하루에 한 끼 이상 제대로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도 했어요. 미술 전시회도 혼자 가봤어요. 당신과 하는 데이트도 너무 즐거웠고요. 다음 봄에는 벚꽃을 보러 가자, 다음 여름에는 계곡에 놀러 가자, 추석에 둘이서 실컷 누워 있자, 겨울에 눈 내리면 눈사람을 만들어보자.

당신은 늘 다음을 얘기했고 저도 늘 다음을 기대했어요.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행복했냐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지만 즐거웠냐고 물어보면, 즐거웠어요. 정말이에요.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팬들에게 인사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귀찮기는 했지만 팬들이 인사하면 당신이 더 기뻐보여서 좋았어요.

그러니까 당신 잘못이 아님을 알았으면 해요. 당신의 어머니가 병세가 악화되서 급하게 집을 비운걸 이해해요. 저는 괜찮았어요.

그냥,

단지,

집에 돌아가면 당신이 아니라 싸늘한 공기가 날 마중하겠구나 생각하니까, 아주 조금 집 가는게 귀찮았을 뿐이에요. 정말 아주 잠깐, 가까운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어요.

그 뿐이었는데 횡단보도 신호가 너무 짧았던 거에요. 운이 없게도 옆골목에서 튀어나온 오토바이에 시야가 가린 트럭 운전사가 차마 절 못 봤을 뿐이에요.

그러니까…자책하지 않았으면 해요. 나도 미안해하지 않을 거에요. 우리는 최선을 다 했고 그냥 그 순간에 모든 일들이 순식간에 맞물렸을 뿐이에요.

당신이 우는 모습을 이렇게 보고 싶지 않았어요. 날 위해 울어준건 고맙지만, 이제 그만 울어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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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댓글 1


  • 게임하는 플라밍고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아요 너무 좋아요 ㅠㅠㅜ 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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