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Cold as Ice

어바등 - 지혁무현 (논컾)


서지혁은 해저기지 곳곳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때문에 해저기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저기지는 평화롭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으로 서지혁을 비롯하여 신해량, 백애영이 함께 위장한 평화이다. 사람들, 그러니까 콕 찝어서 말하자면 해저기지 내의 한국인들은 세 사람의 비호 아래에서 거짓 된 평화를 영위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반드시 함께 있지 않아도,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국인들의 머리 위로 드리우던 어두운 그림자는 물러나곤 했다. 서지혁은 그것으로 자신의 임무가 성공적으로 완수 된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그것이 경호의 이름을 띤다면 상당히 허술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서지혁은 직접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니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눈으로 보고 판단하기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말이 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박무현은 다소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서지혁은 자신의 내부에서 여러가지 바운더리를 쳤다. 적극적 도움이 필요한 인물, 소극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인물, 주시 대상, 경계 대상, 아웃.

박무현은 이 중에서 소극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인물과 주시 대상의 경계에 걸쳤다. 그는 한국인이고 따라서 여타 성질 나쁜 외국인들에게 표적이 되기에 좋다. 그러나 나이가 조금 있는 편의 성인 남성이고 성격이 공격적이지 않고 중립적인 성향인 것으로 보인다. 싸움에 휘말리지는 않을 유형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박무현은 종종 트러블을 일으키고는 했는데 소동이 일어나서 달려가 보면 대체로 박무현의 언행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 그 중에서도 한국인에게(정확히는 신해량과 백애영, 서지혁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 박무현이 난동을 피우는 사람에게 얻어 맞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서지혁은 박무현을 '적극적 도움이 필요한 인물'로 분류할까 고민도 했지만 여러가지 경우를 보았을 때 박무현은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분류의 아래 항목에 박무현을 걸쳐 두었다.

이때 박무현이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초지일관 평화로운 낯짝을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지혁은 박무현에게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1. 치과에서의 대화에서 발췌.

"누우시고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선생님 혼자 일하시려면 힘드시겠네요."

"그렇죠. 치과기공사나 치위생사 한 명씩만 들여달라고 그렇게 요청했는데도 아직도 검토 중이라네요. 몇 년이 걸리는 건지."

"몇 년이요?"

"아니, 얼마나 됐지... 몇 달이죠."

"해저에 있으니까 시간 감각이 영 없죠? 여기 해도 안 들고. 저도 가끔 날짜 가는 줄도 몰라요."

"하하, 해가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해저기지가 아니겠네요. 해상기지..."

"농담이에요? 웃어야 하나?"

"농담입니다."

2. 백호동 복도에서의 대화에서 발췌.

"어~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요즘은 치과에 안 오시네요."

"아직 이가 안 상해서요."

"담배 끊었습니까?"

"여기 사람들도 지나다니는데 그런 이야기는 접어둡시다."

"신해량씨만 모르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우리 팀장이야 당연히 몰라야 하는데... 얘기 안 했죠?"

"제가 굳이 떠들고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요. 스케일링 하러 한 번 오세요."

"다음에 예약 할게요. 또 뵙죠."

"지혁씨."

"네?"

"중앙동 CCTV 사각지대, 거기 신팀장님도 아십니다."

"진짜? 그렇게 말했습니까?"

"아뇨. 직접 들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 뵙지요."

3. 투마나코 오란가와의 대화에서 발췌.

"그 선생님도 여기 자주 옵니까?"

"선생님 누구? 치과 선생님?"

"예. 머리 직접 자를 것 같지는 않은데."

"너는 머리 직접 자를 것 같은데 무슨 일로 미용실까지 온 거야? 선생 얘기 캐고 다녀?"

"눈치 너무 좋으면 입이 조용해야 해요~"

"무서워 죽겠네. 뭐 물어 보려던 거 아니었어?"

"미용실에서는 별 얘기를 다 하니까. 들은 거 없어요?"

"음... 고객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데, 내가 해줄 이야기는 없지 않을까?"

"그럼 들은 거 말고 눈치 챈 거는?"

"....그 선생님 몇 살이야? 아직 어리지 않아?"

"삼십대인 걸로 아는데요."

"치과 선생님, 머리가 백발이야. 몰랐지?"

"백발?"

"뿌리가 하얗게 올라올 즈음에 꾸준히 염색을 하는 거 같더라고. 여기서 검정색 염색약을 사가서 뭔가 했는데, 염색모는 티가 나서 알아. 아무리 똑같은 까만 머리 같아도 다르거든."

말했다시피 서지혁은 해저기지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아는 인물이었고 그러므로 박무현의 비밀 역시 서지혁이 눈치채지 못할 것이 없었다. 서지혁이 박무현에게서 느낀 위화감이 그저 본능적인 감각으로 남지 않았을 때, 서지혁은 박무현에게서 진실을 듣고 싶어졌다.

서지혁은 군 생활을 꽤나 길게 했고 그때 터득한 것은 비밀을 듣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의외로 폭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박무현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지만 가장 단순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서지혁은 커피를 한 잔 사들고 치과로 찾아갔다.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부러 예약을 하지는 않았다. 비밀을 말해줄 사람이 치과용 전동 드릴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자신에게 다소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딥블루에 들어서자 맑은 소리로 띵동 하며 딥블루가 이방인의 방문을 박무현에게 알렸다. 원래 이런 시스템이 있었나? 엔지니어라면 모를 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마치 부비트랩을 밟고 넘어진 기분이라 찝찝했다. 서지혁은 괜히 뒷머리를 손으로 벅벅 문지르고 한 손에 트레이에 담긴 두 잔의 커피를 내려다 보았다. 자신은 커피를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마시게 할 상대에게 불안감을 최대한 덜어주기 위해 자신도 같은 것을 마신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서지혁은 자신이 박무현을 일개 일반인으로 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박무현은 누가 보아도 평범한 사람이었고 평화를 지향하는 비폭력주의자로 보였다. 그러나 그 눈동자 아래에서 종종 어두운 폭력의 그림자가 비치는 것을 서지혁은 느낄 수 있었다. 가령 딥블루에 설치된 전자 개폐 알림에서도 박무현의 기질과는 떨어진 신경질적인 두려움이나 경계가 느껴졌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폭력에 노출되어서 병적으로 감각하는 사람 같았다. 힘이 세고 강한 사람은 폭력에 장시간 노출되어도 그렇게까지 반응하지 않는다. 자신이 그러했기 때문에 잘 알았다. 약하고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 그렇게 병이 든다. 서지혁은 박무현에게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그의 척추를 타고 박힌 타이타늄과는 다른, 인간에 의해 든 병.

"선생님, 계십니까?"

"아, 지혁씨. 무슨 일입니까? 예약도 하지 않고 찾아오시고."

박무현의 낯짝은 다소 파리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나? 떠올려 보면 박무현은 대체로 늘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운동을 열심히 다니는 모양인지 체육관에 얼굴을 비추는 것을 몇 번 보았다. 시간대가 안 맞아서 자주는 아니었지만 박무현은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 같았다.

잠도 안 자면서 운동하면 몸 다 버리는데.

괜한 오지랖을 부리고 싶었지만 질문에 그저 빙글빙글 웃기만 했다.

"여기, 커피요."

"왠 커피예요? 뇌물입니까?"

"뇌물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시네요. 제가 뇌물 드릴 일이 뭐가 있다고요."

"신팀장님 입막음이라도 해달라고 찾아오신 줄 알았지요."

"뭐, 그것도 아주 틀린 건 아니긴 한데요."

서지혁은 박무현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주고 나머지 한 잔을 손에 쥐었다. 상담실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자니 평화로운 직장인의 한 때 같아서 조금 웃음이 났다. 일 피곤하시지요? 네 피곤합니다. 아주 죽겠습니다. 여기 커피 드세요. 아이고, 뭐 이런 걸. 다음에는 제가 사겠습니다. 기억해둡니다? 제가 뭐 거짓말 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상상이 날개를 펼치려는 것을 간신히 막고 비죽 튀어나오는 웃음을 갈무리 했다. 서지혁은 운을 어떻게 떼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게 이어지다가 툭 던져 나오는 말 한 마디로 끊어졌다.

"선생님, 뭐 하고 싶으신 말 없으세요?"

"무슨 말이 듣고 싶으시길래 그렇게 물으십니까?"

"조금 이상해서요."

"무엇이요?"

"이 해저기지에서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분명 저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보면 선생님도 여간 많이 아시는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비밀."

서지혁은 일부러 강조해서 말했다. "비밀."

박무현은 그런 서지혁을 잠잠히 바라보다 입꼬리를 흐리게 올리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곤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이제야 좀 살겠네. 뭐, 그런 표정이었다.

"치과에 있다보면 사람들이 별 이야기를 다 해요. 보통 미용실에서도 많이 이야기를 한다고 투마나코씨가 그러던데, 치과에서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얼굴에 천을 덮어 둬서 그런가 자기 이야기가 밖으로 새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 같더군요."

"저한테도 그 비밀 이야기 좀 해주십쇼."

"환자들의 비밀은 발설하지 않습니다."

"환자들 비밀 말고, 선생님 비밀이 궁금한데요."

"제 비밀이요?"

박무현의 얼굴은 담담했다. 당황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신해량이 그러하듯 포커페이스도 아닌 것 같았다. 그저 피곤해 보였다. 장시간 감정이 소모 당한 사람이 그러하듯 무감각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제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관심을 표하는 편은 아닌데, 선생님은 보면 볼 수록 모르겠어서요."

"무엇이 말입니까?"

"선생님, 여기에 언제 오셨습니까?"

".....얼마 안 되지 않았나요. 얼마 안 됐습니다."

"정확히는요?"

박무현은 미간을 살풋 찌푸렸다.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웬만한 사람이라면 저런 얼굴을 한 사람을 몰아붙이지는 않을 것이나 서지혁은 웬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작정하고 물어 뜯으려 드는 군견에 가까웠으니 박무현은 운이 나빴다.

"몇 달..."

"그리 정확하지는 않네요. 전에는 몇 년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습니까? 실수였겠죠."

박무현의 손 안에서 따뜻한 컵이 찌그러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여기서 나가고 싶으세요?"

"지혁씨가 취조 하시는 탓에 조금 나가고 싶긴 합니다."

"네. 그것 말고 여기, 해저기지요."

"아닌 사람도 있나요? 해저기지에 눌러 붙어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요."

말을 잘도 피한다 싶어서 서지혁은 미간을 위로 들썩였다.

"제가 팀장님보다는 취조를 조금 잘 못합니다. 미숙한 건 아닌데 그 양반이 워낙에... 아시죠?"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취조하는 이유도 알겠습니까?"

"그건 모르겠는데요."

박무현이 입술을 달싹였다.

"음, 제 비밀이 왜 궁금하신지 물어보고 싶네요."

"그야~ 저, 서지혁은 자타공인 해저기지의 눈과 귀인데 제가 모르는 게 있으면 안되지 않겠어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모르시나봐요."

"말장난이에요?"

"...반은요."

박무현은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마셨다. 서지혁은 느긋하게 낚시대를 물에 드리우고 박무현이 물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방금 전의 말은 첫 번째 입질이었다. 마음 속으로 작게 흥얼거리며 더 건드려 보기로 했다.

"저는 아는 게 극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조금 아프거나 신상에 안 좋게 느껴지더라도 크게 봐서는 이로운 일이요. 그래서 비밀을 모으는 게 제 취밉니다. 뭐, 취미까지는 아니고 직업병에 가깝겠네요."

"엔지니어가 비밀을 모으는 병을 가지고 있는 건 좀 이상하네요."

"선생님, 저희 계약에 대해 아시고 있지 않습니까?"

박무현의 눈동자가 옆으로 데굴 구르더니 고개가 아래로 조금 떨어졌다. 큰 동작은 없었지만 서지혁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끼를 던지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믿지 않으실 걸요."

"그거야 들어보고 제가 판단 할 일이죠."

"...저는 그저 평범한 치과의사일 뿐입니다."

"다르게는요?"

"...이 해저기지가 처음이 아닙니다. 여기에 온 것이요."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요. 서지혁씨랑도... 꽤나 오래 알고 지냈네요. 물론 저 혼자 일방적으로 알게 된 것이지만요."

"제가 유명한가요?"

서지혁의 말에 박무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입을 가리고 짧게 털털 웃고 그는 다시 표정을 갈무리 했다.

"몇 년을 여기에 살았어요. 정확히는 한 날짜에서요. 하루 동안 해저기지가 미사일에 맞아 붕괴되고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 백 번을 서지혁씨나 다른 분들과 함께 고군분투했어요. 결과적으로 잘 됐죠. 모두 탈출했으니까요."

"그러니까..."

"타임 루프요."

"시간을 루프했다고요?"

생각보다 황당한 말에 서지혁은 당황했다. 이 인간 미친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박무현의 눈동자에 피곤이나 병적인 경계 이상의 것을 느낄 수는 없었으므로 그는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럼... 탈출했으면 그걸로 끝 아닌가요? 왜 다시 여기에 계신 건데요?"

"마지막까지 남은 신해량씨, 백애영씨, 서지혁씨 당신들과 함께 대한도로 올라가자 저는 다시 침대에서 눈을 떴습니다. 아, 매번 침대에서 떨어졌거든요. 다시 시간이 되돌아 갔을 때요. 다시는 침대에서 안 잘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직도 침대 생활을 하고 있네요."

"그럼 모두가 탈출하고 난 후에 또 해저기지에 돌아왔다는 겁니까?"

"그렇네요. 혼자 해저기지에 떨어졌어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는 해저기지를 다니고 있자니 희망적인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확실히. 그래도 다른 분들이 모두 탈출에 성공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 무한교라고 사이비 종교인들이 무장하고 이곳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는 그들도 없어졌습니다. 지금도 무한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물어보지를 않아서."

"하지만 지금 여기는 미사일도 안 맞았고, 무장 사이비 신도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지도 않는데요."

"왜인지 궁금하세요?"

"예."

"제가 소원을 빌었습니다."

"뭐라고 비셨는데요?"

박무현은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서지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지혁은 어쩐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듯한 감각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부터 다시. 그렇게 빌었습니다."

서지혁은 딥블루를 나섰다. 다음에는 스케일링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는 박무현에게 무설탕 사탕 하나와 치실 하나를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서지혁은 시끄러운 해저기지에 단 한 명의 사람도 남지 않은 것을 상상한다. 아니 이 말은 틀렸다. 단 하나. 박무현만이 남은 해저기지를 상상한다. 박무현은 그곳을 떠돌고 몇 번이고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박무현은 몇 번의 죽음 이후에 다시 해저기지에서 깨어난다. 그의 말대로라면, 침대에서 떨어진 박무현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차오르는 바닥에 누워 모든 것을 뒤바꿀 소원을 빌기로 한다.

말도 안되지. 저 선생님 완전 정신이 나갔네.

생생하게 떠오르는 상상을 뒤로 하고 서지혁은 사탕 포장지를 까서 입에 사탕을 넣는다. 까드득 깨물고 나니 단맛이 입 안으로 퍼져 불쾌한 상상이 조금은 걷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우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발바닥 아래에서 큰 진동이 울렸다.

서지혁은 뒤를 돌아 보았다. 어느 샌가 박무현이 딥블루의 밖으로 나와 있었다. 가운은 입고 있지 않았다. 그가 무엇이라고 말하려는 듯 입모양이 벙긋 거렸다. 서지혁은 그 입모양을 천천히 읽었다.

또 봐요. 처음에서 다시.

Cold as Ice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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