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어바등-재희무현

[재희무현] 스무 살 첫 눈 (3)

화재사건을 겪지 않은 행복한 세상의 재희x이런저런 사정으로 졸업 못한 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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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ttps://glph.to/esaycm

-대학생au

-흔한 형제간의 거친 말이 나옵니다. (약 캐붕주의)

-재희 친구가 많습니다. 엑스트라 등장 많음.

-퇴고 후 재록본 예정.

‘하하. 그래. 나도 사랑해.’

“아오, 진짜!!”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거칠게 방문을 닫고 들어와 의자가 부서지든 말든 털썩 주저앉은 재희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재생되는 무현의 말에 버럭 소리 질렀다. 동시에 벽도 주먹으로 내리쳤던가? 문 바깥에서 쾅! 소리가 나더니 형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안 닥치냐?! 뒤질래?!”

“아, 내가 뭐 했는데!”

“시끄럽게 굴었잖아! 이게 컸다고 안 팼더니 기어 오르네? 또 처맞고 싶냐?”

“….”

재희는 주먹을 들어 보이는 형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재희의 형은 한번만 더 시끄럽게 굴었다간 진짜 처맞을 줄 알라며 윽박지르고 방을 나갔다.

“아, 문 닫고 가라고!”

방문을 활짝 열어둔 채 가버린 형의 뒤에 엿을 날린 재희가 투덜거리며 방문을 닫고 돌아와 의자에 도로 앉았다. 기분도 안 좋은데 집에 있어봐야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아서 재희는 폰을 들었다. 시간 되는 아무나 불러서 눈여겨 봤던 카페나 갈까하고 고민하는데 갑자기 폰이 진동했다. 뭐야. 어떤 녀석이 나랑 마음이 통해서 전화했지? 스스로의 생각에 킥킥 웃으며 전화 상대를 확인한 재희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당황해서 폰을 놓쳤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기 전에 겨우 다시 잡았다.

[재희 씨?]

간신히 잡은 폰은 뭘 잘못 눌렀는지 전화가 연결되어 있었다. 재희는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간신히 삼키고 재희의 이름을 부르는 폰을 귀에 조심스레 가져다댔다.

“네, 네? 여보세요.”

[아, 잘 들어갔어요? 통화하고 있다보니까 어느순간 가버렸길래. 급한 일이라도 있었나 봐요?]

“아하하, 네에, 갑자기, 그, 형이, 네, 불러서.”

머릿속이 새하얘진 재희는 땀 때문에 미끄러지려는 폰을 꽉 잡고 겨우겨우 대답했다.

[아. 전에 형이 있다고 했죠. 그랬구나. 어쨌든 다음번엔 술 그렇게 마시지 마요. 몸에도 안 좋고. 위험하잖아요.]

“네, 네엡.”

[그리고 저희 다음엔 언제 볼까요?]

“네, 네? 저희 다음에…네?”

재희의 심장이 덜컹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저희가 왜 다음에 만나죠? 저희 무슨 약속을 했던가요?! 놀라서 입만 뻐끔대던 재희는 뒤이어 들려오는 무현의 말에 진정했다.

[동아리 보고서요. 기장이 자료 정리해서 넘겨준다더라고요. 본인도 바빴을텐데, 참. 아무튼 그래서 보고서만 얼른 작성하면 될 것 같아요.]

“아, 아…. 보고서요.”

재희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무현이 잠시 침묵하더니 걱정스레 답했다.

[혹시 시간이 안돼요? 그냥 저 혼자 할까요? 혼자 해도 돼요. 부담 갖지 마요.]

이건…. 재희를 배려해서 하는 말일까, 재희가 귀찮아서 하는 말일까. 재희는 무현의 의중을 알 수 없어 마른침을 삼키다 겨우 대답했다.

둘의 일정은 무현의 과외 아르바이트 일정을 피해서 다음주로 미뤄졌다. 재희는 약속을 잡고 꺼진 폰 화면을 노려보다가 폰을 손에 쥔 채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전전긍긍하는 제 꼴이 스스로도 한심하고 피곤했다. 다른 손으로 눈 위를 가린 채로 중얼거리던 재희는 한 번 더 소리 지르려다가 진짜로 형한테 맞을까봐 참았다.

무현의 집에서 눈을 뜨고 도망치듯 나온 그 날 이후로 사흘이 지났다. 오늘은 클럽에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클럽에 가보기로 했다. 종강 하기도 전부터 잡혀 있던 약속이었던지라 재희도 비교적 얌전하던 피어싱 대신 체인이 달린 화려한 피어싱으로 바꿔 달았다. 옷은 깔끔하게 흰색 반팔 티셔츠에 여름 청바지를 입었다. 찾아보니 클럽은 환기가 안되고 사람이 밀집되어서 덥다고 하니까 이정도면 됐겠지. 깔창이 티가 안나는 신발을 신으라는 팁을 보고선 코웃음을 쳤다.

클럽에 가기 전에 간단하게 요기하고 좀 취하자는 친구들의 의견에 따라 해가 지기 전에 약속 장소로 향했다. 먼저 온 여자애에게 호들갑 섞인 칭찬을 들으며 익숙한 듯 웃던 재희는 건너편 햄버거 가게에 앉은 남자를 발견하고 굳었다. 왕복 8차선 너머 유리창 안쪽에 앉은 사람이 뭐 얼마나 잘 보이겠나 싶겠냐마는 재희에겐 박무현 한정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 옆에는 긴 머리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둘은 도로를 향해 나란히 앉아 서로에게 고개를 돌리고 즐거운 듯 대화하고 있었다. 여자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대부분 가리고 있었지만 무현과 대화하며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는 입술이 붉은 것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야, 김재희.”

“어, 어?”

누군가 팔을 강하게 흔드는 것에 재희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크롭티에 흰 가디건을 걸친 여자애가 화난 얼굴로 쳐다보다가 재희와 눈이 마주치자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몇 번이나 부르게 하냐. 애들 다 왔어. 가자.”

“아, 어어. 미안.”

크롭티 친구가 옆에 있던 친구의 팔짱을 끼고 앞장 서자, 재희의 뒤에 서 있던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가 재희의 팔을 잡으며 옆에 붙어 섰다.

“무슨 생각하는데 이름을 다섯 번이나 불러도 못 들어?”

“아, 음. 그냥 아는 사람 본 것 같아서.”

재희는 대충 대답해주며 다시 아까의 햄버거 가게를 돌아봤다. 무현은 여전히 맞은 편의 여자와 함께 웃으며 대화 중이었다. 과외를 여기 와서 하나? 싶었지만 무현의 과외 일정은 불과 며칠 전에 재희에게 다 알려 줬다. 오늘 이 시간엔 과외가 없었다. 재희는 팔을 잡은 친구가 끄는대로 가다가 모퉁이를 돌고서야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 기분전환하러 나온 길이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그 날 재희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클럽에서 일찍 나섰다. 심란한 마음에다가 고막이 터질 듯한 비트를 때려 박았더니 기분만 나빠졌다. 진하게 배인 담배냄새를 달고 집에 돌아갈 수 없었던 재희는 자취하고 있는 친구의 집에 쳐들어가 탈취제와 침구를 빌렸다. 새벽에 주거 침입을 당한 친구는 재희를 한 대 패고 싶어했지만 재희가 다음에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하자 편히 쓰다 가시라며 정중하게 다시 자러 갔다.

그리고 이틀 뒤, 재희는 무현의 집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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