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희무현] 무현 씨도 연하의 애교에 약한가요?
무현에게 애교 부리는 연하애인 재희가 보고 싶어서
-재희랑 무현이 사귀고 있습니다
-사귄 지 꽤 되서 재희 많이 말랑해졌습니다.
“-그랬더니 오빠가 너무 좋아하는거에요.”
“어휴 하여간 남자들이란~”
머리 세팅을 위해 들른 샵에 앉아 있던 재희는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에 눈을 떴다. 일정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났더니 저도 모르게 깜빡 졸았던 모양이다. 재희가 졸린 눈을 끔뻑거리며 숙였던 고개를 들자 재희의 등 뒤쪽에 모여 서 있는 직원들이 거울에 비쳐 보였다.
“남친이 몇 살이라 그랬지?”
“저보다 6살 많아요.”
“어휴, 뭘 해도 귀엽겠다 얘.”
“거기다 애교까지 부리면 끝이지 뭐.”
손님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시끄럽게 떠들지는 않았지만 넓은 매장에 손님은 재희 뿐인데다 소란스러운 기구를 사용 중인 것도 아니었던지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다 들렸다. 요약하자면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연상 남자에게 애교를 부렸는데 잘 먹혔다, 뭐 이런 내용인 것 같은데. 재희는 자연스럽게 제 애인을 떠올렸다. 남자는 연하의 애교에 약하다고? 무현 씨도 그럴려나.
네 시간에 걸친 화보 촬영을 마치고 폰을 켜자 무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점심도 굶은 채로 일했더니 당이 떨어져서 매니저가 사온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돼요?
같이 저녁 먹을래요?
두 시간 전에 온 메시지에 긍정의 답신을 보냈지만 무현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이 사람도 일을 하니까 폰을 계속 보고 있지는 않겠지. 재희는 잠깐 고민하다가 매니저에게 집 대신 치과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다.
“어서 오세요.”
들어가자마자 접수원이 인사하는 것에 재희도 대충 고개를 까닥였다. 구석에 놓인 화분들의 잎사귀를 손으로 쓸어보고 있으려니 곧 무현이 나왔다. 문자 보고 왔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무현이 환히 웃더니 직원들에게 퇴근하라고 손을 흔들었다. 접수원이 아직 마감까지 30분 남았다며 반발하는 것 같았지만 무현은 못 들은 척하며 원장실로 쌩하니 들어갔다. 동료로 보이는 직원이 웃으며 접수원의 어깨를 두드리자 접수원이 투덜거리며 가방을 쌌다.
뒤이어 가운을 벗어 놓고 나온 무현이 치과 문을 닫고 재희의 팔짱을 꼈다.
“저녁 뭐 먹을래요? 근처에서 먹을까?”
“포장해서 집에 가서 먹어요.”
“그래요 그럼. 메뉴는 뭐가 좋아요?”
“무현 씨가 먹고 싶은 걸로요.”
재희의 대답에 고민하던 무현은 보쌈을 포장해서 재희의 집으로 향했다. 식탁에 수육과 쌈, 반찬들을 늘어놓으며 행복하게 웃는 무현을 바라보던 재희는 문득 아침에 샵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남자는 애교에 약하다던가. 재희 본인은 딱히 누가 애교를 보였다고 마음이 동한 적이 없었어서 잘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면 제 애인도 약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무슨 애교를 부리지? 재희가 아는 거라곤 인터넷에서 본 ‘나꿍꼬또’나 ‘띠드버거’ 같은 거였는데, 그런 혀 짧은 소리에 과연 무현 씨가 동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재희 본인도 그런 과한 애기어는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럼 뭐가 있지….
생각에 잠겨 있느라 수육을 깨작거리고 있자 무현이 재희를 걱정스레 바라봤다.
“왜 이렇게 못 먹어요? 뭐 걱정거리라도 있어요?”
“아, 음, 아뇨.”
“오늘 일할 때 무슨 일 있었어요?”
“아뇨 딱히. 아.”
오늘 일에 대해 무현이 묻자 재희가 화보 컨셉을 떠올렸다. 조선시대 한복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옷이었는데 광고주가 트렌디함과 한복을 동시에 강조하고 싶다고 해서 반만 염색한 머리를 하나로 땋아 댕기를 묶었다. 촬영 중에 흐트러지면 안 되기 때문에 샵에 가서 젤과 핀으로 단단하게 고정시켰던 터라 지금도 땋은 머리를 풀지 못한 상태였다.
“아?”
재희가 마지막으로 뱉은 감탄사를 무현이 따라하며 고개를 갸웃하자 재희의 눈이 약간 반짝였다. 이거면 괜찮을 것 같았다.
“서방님.”
“…?”
무현의 젓가락에서 수육이 툭, 떨어졌다. 입을 벌린 채로 넋을 놓은 무현을 확인한 재희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였다. 무현이 눈만 깜빡거리고 있자 재희의 눈꼬리가 더 휘었다.
“서방니임.”
“ㄴ, 네? 저요?”
“그럼 여기 서방님 말고 누가 있는데요?”
뒤늦게 당황한 무현이 허둥대자 재희가 웃었다. 싫다고 정색하면 바로 장난이었다고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귀끝이 발개진 것을 보니 좋아하는 듯 싶어서 재희는 용기를 얻었다. 젓가락질도 멈추고 어버버거리는 무현의 왼손을 끌어 온 재희가 무현의 손바닥을 펴서 그 위에 입술을 묻었다. 숨 쉬는 것도 잊고 저를 쳐다보는 무현을 가만히 응시하던 재희가 무현의 손을 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방님, 저 서방님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요.”
재희가 웃으며 무현이 자주 자고 가는 방을 향해 눈짓했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맞은 애교 폭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무현이 얼떨떨하게 따라 일어나자 재희는 그대로 무현을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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