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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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화산파)청명 X 사파의 딸이었던 유이설 if 세계관 씨피글. 청명이 사파의 딸인 유이설을 데려와 화산의 제자로 삼아, 본 글에서는 유이설이 청명의 사매로 서술됩니다. 트친분의 썰을 기반으로 한 리퀘스트 작업입니다. 손 끝에 죽음의 무게가 실렸다. 늘어진 검 끝에 걸린 시신의 눈동자가 생을 잃고 공허하다. 검 자루를 쥔 무심한 눈의 검수가
몸뚱이를 헤집는 십수개의 자상은 고열을 동반한다. 침상 밖으로 툭 늘어진 희고 가는 손이 보였다. 면 이불 아래 누운 이에게서는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침상 하나, 작은 탁자 하나, 그보다 작은 의자 하나. 단출한 가구로도 꽉 채워지 작은 방 안이 갑갑한 열기로 가득했다. 이불 아래 감추어진 가슴께가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것을 본 청명의 눈이 어둡게 잠
나는 종종 월하노인의 실존을 바라고는 했다. '언젠가 나도, 그가 붉은 실로 엮어놓은 이를 만나 함께 영원을 약속하고 싶다' 따위의 아이같고 낭만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가 실존해야 멱살을 틀어쥐고 내 부탁을 들어달라 협박이라도 건네볼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서슬 퍼런 눈으로 칼춤이라도 추며 겁박하다 보면 마지못해 네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겠노라
"옛날 생각 나지 않아?" 날붙이 끝에 매달린 빗망울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무심한 낯이 기울었다. "언제." "그 왜, 그날도 비가 왔잖아. 사고가 대뜸 튀어나와서... 어이쿠, 사람 말하는데." 서늘한 날붙이가 아슬하게 목께를 스치고 지나갔음에도 남자는 지나치게 동요가 없었다. 검 끝에 부딪혀 튄 물방울이 더
"...제발 가만히 있어, 사고." 섞여드는 숨결 사이로 새어 나온, 도저히 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치 낮고 느른한 목소리는 차라리 먹잇감을 앞에 두고 인내하는 짐승의 그것과 같구나. 유이설의 여린 살결을 잘게 물며 떨어지던 청명의 머리 속을 스친 것은 무익한 상념의 조각이었다. 낮게 새어나온 한마디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작게 기울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