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백호]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호열백호 60분 전력. 키워드 ‘보름달’ 사용. 양호열의 집 전화기 시점(?)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달칵)
여보세요.
아, 백호야!
이 시간에 웬일이냐, 흐흣. 자고 있을 시간이잖아.
이야, 그래?
있어 봐. 금방 보고 올게.
(덜그럭)
와. 네 말대로다. 보름달이 정말 크게 떴어.
하하, 그러니까. 고맙다, 천재.
근데 달 보라고 전화한 거야?
…….
백호야, 나 너네 집 가도 되냐.
아닌데? 내가 혼자 있기 싫어서 그런 건데.
뭘 걱정하냐. 이 양호열이한테 밤길이 위험하겠어?
으하핫, 그렇지?
응. 금방 갈게.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달칵)
여보세요.
……여보세요?
백호, 너야?
…….
………….
지금 갈까? 아니, 바로 갈게.
왜.
……알았어. 그럼 통화나 좀 더 하자. 괜찮지?
지금 어디야? 병실에 전화기 없잖아.
거기? 거기면… 음…….
백호야, 옆에 창문 있지. 밖에 하늘 좀 봐 봐라.
어떠냐. 달이 밝지?
응. 참 예쁘게도 빛난다.
그거 아냐, 백호야. 달의 모양이 변하는 이유는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그런 거래.
어… 자세히는 묻지 마라. 나도 학교에서 졸다가 들은 거니까.
크흠, 아무튼.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달의 모양이 어떻게 변하든 달은 항상 동그랗다는 거야.
너도 그래. 네가 지금은 좀… 그림자에 많이 가려져 있어도, 네가 천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단 말이지.
당연하지.
금방 나을 거야, 진짜로.
고맙기는. 친구잖아.
…….
하하… 내일 눈 못 뜨는 거 아니야?
그래. 이만 자러 가라. 내일 학교 빼고 갈게.
뭐? 알았어. 그럼 학교 끝나고 바로 갈게.
내일도 재활 잘할 수 있지? 재활 천재.
응. 기대할게.
너도 잘 자.
—
(뚜르르르 뚜르르르)
(삐이이-)
어야, 백호야~~~
왜 전화를 안 받냐아… 서운하게시리…….
강백호가 전화 안 받아서 이 양호열이가 아주 서운하다, 이 말입니다!
내가 말야, 아~~주 좋은 소식 전해주려고 했는데 말야!
지금 바깥에 보름달이 떴다구! 우리 천재마냥 둥굴둥굴한 달이 휘여엉청 떴는데에…!
너 예전엔 보름달 봤다구 맨날 전화했잖냐…….
미국엔 보름달이 안 뜨나? 왜 전화를 안 하지…….
…….
……딸꾹.
흐어? 아… 졸려…….
보고 싶다, 백호야….
진짜로 보고 싶다아…….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달칵)
여보세-
악, 귀 아파!
아, 미안. 미안하다니까! 목소리 좀 줄여!
전화 무시하려던 거 아니었어. 진짜, 아, 그냥-
아니이… 쪽팔린 게 문제가 아니라고…… 그날 전화비가 얼마 나왔는지 알아? 하…….
그래서 또 실수할까 봐 며칠 전화선 뽑아 놓은 것뿐이야.
그거 말고 내가 네 전화를 못 받는 이유가 뭐겠냐? 하하….
뭐?
야. 강백호. 네가 여길 왜 와?
그래, 올 수 있지. 근데 지금은 안 되지. 시즌 중이잖아!
너 이제 프로야. 이번에 MVP 받을지도 모른다면서. 근데 지금 귀국하는 게 말이 돼?
잠깐이고 뭐고 안 돼. 비행이 장난이냐고.
구단엔 말해 봤냐? 안 된다고 했지?
거 봐라.
내가 뭐.
내 말이 뭐.
……그럼 친구가 별것도 아닌 일로 커리어 망치겠다는데 화가 안 나?
어.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강백호.
그건 술 때문이었다니까. 취하니까 앞뒤 분간이 안 돼서…. 나 그날 이후로 술도 안 마신다.
…….
…아니. 거짓말이겠냐.
보고 싶지.
그래도 안 돼.
나 때문에 널 망치는 게 말이 되나.
사실대로 말한 건데 자꾸 이상하게 말한다고 하면…….
윽, 왜 더 화가 났어….
어?
……뭐?
……….
……….
백호야, 너 요즘 힘들어? 그래서 고향이 그리운 거야?
잘 생각해 봐. 그냥 그리운 걸 수도 있어.
화내지 마. 난 알아.
난 아주 오래 생각했어.
오래 생각해서… 오래 생각했는데…….
……….
너는 그냥 그리운 거면 나는 어떡하냐.
……이만 끊자. 전화비 많이 나온다.
나 당분간 바쁘다.
시즌 끝나기 전에 들어오기만 해봐. 지구 끝까지 도망칠 거야.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뚝)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뚝)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삐이이-)
(양호열. 나 김대남이다. 이제 우리 전화까지 안 받냐? 백호가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 ……하,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작작 해라. 백호가 너 때문에 힘든 건 또 싫을 거 아니야. 이거 들으면 연락해라.)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삐이이-)
(호열이 인마, 노구식이다. 백호가 밥 잘 챙겨 먹으라고 전해 달랜다. 잠도 잘 자고, 일하다가 무리하지 말라고도 전하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도 계속 생각 중이니까 결론 나기 전에 도망가면 죽여버리겠다던데? 뭔진 모르겠지만 슬슬 화해해라…. 곧 시즌 끝나면 백호 들어올 텐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랑 불편해서야 쓰겠냐. 아무튼 너도 전할 말 있음 남겨라.)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삐이이-)
(양호열.)
(……나 MVP 먹었다. 어때, 대단하지?)
(계속 계속 네 생각하면서도 해냈다고. 캬하하, 진짜 천재 아니냐.)
(…….)
(호열아, 내가 진짜 계속 생각해 봤는데 말이다.)
(네 말에 화도 나고 속도 상했지만 네가 생각하랬으니까 계속 생각했는데……)
(역시 나는 너를 그리워만 하는 게 아니야.)
(그리고 미국 와서 보니까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더라.)
(근데 기억나냐? 나 재활할 때 네가 달 보면서 해준 얘기.)
(그림자에 가려져도 내가 천재인 건 바뀌지 않는다고 네가 그랬지.)
(너는 네가 날 가리는 그림자가 되어버릴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바뀌겠냐.)
(이 몸은 천재라고!)
(암튼, 생각 끝냈다. 머리 아파 죽는 줄 알았네.)
(시즌도 끝났으니 이제 귀국할 거야. 도망가기만 해 봐. 지구 끝까지 쫓아가 주마.)
(기다리고 있어라, 양호열!)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삐이이-)
(호열이 너 왜 전화 안 받냐? 아, 나 용팔이인데. 백호가 너 안 나온 거 보고 길길이 날뛰더라……. 설명할 겨를도 없이 박치기부터 날려버려서……. 뭐, 그렇게 됐다. 네 집 주소 그대로라고 알려줬으니까 이제 둘이 알아서 해결해라. 벌써 도착했으려나? 일하다 다리 부러진 게 네 탓은 아니겠다마는 어쩌겠냐. 백호 녀석, 농구 스타 됐는데도 여전하더라. 그럼 잘 살아남아라.)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달칵)
Hello?
어, 용팔아.
에잇, 깜짝 놀라기는. 내가 뭐 못 올 데 왔나.
호열이? 음… 지금은 좀…….
안 죽였거등?! 이제 겨우 사귀는데 죽이긴 왜 죽여!
헉.
……으잉, 왜 안 놀라냐…?
뭐어어?! 언제부터!!
구식이는 몰랐다는데?! 목소리 다 들린다!
와…… 양호열도 양호열이지만 니들도 진짜……. 어떻게 10년을 숨기냐?
아니, 그건… 그야 호열이니까…….
호열이는 친구 중에서도 친구! 뭐, 그런 느낌이었잖냐…….
아, 나도 이젠 알아. 아니까 비행기까지 타고 날아와서 결판냈지.
결과? 흐음…….
죽여줬지…….
안 죽였다고! 애초에 난 환자 덮칠 생각 없었거덩?! 양호열이 먼저-!
악! 그 자식 받아내느라 내가 더 고생했는데! 억울-
(뚝)
(뚜- 뚜- 뚜-)
[호열백호]마지막 편지, 첫 번째 러브레터
호열백호 60분 전력. 키워드 ‘처음과 끝’ 사용. 강백호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받은 양호열.
[호열백호]사랑을 담으세요
강백호를 위해 사랑을 담는 양호열. 문장 ”첫사랑을 끝내러 왔어“ 사용. #호열백호_한주전력 #끝사랑_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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