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열백호]우정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이놈들은 우정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하는 걸까. 대남, 구식, 용팔은 그것이 알고 싶다. #호열백호_한주전력 #친구다음_240113

호백 뽀뽀해 by 여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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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친구 이상', 대사 "우정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냐." 사용

*부산 백군카페 못 간 슬픔으로 쓴 먼 바보 같은 글입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한가로운 점심시간이었다. 백호군단은 느긋하게 옥상을 차지하고 둘러앉아 매점에서 털어온 빵을 뜯어 먹었다. 돌아서면 배가 고픈 청춘, 그중에서도 스포츠맨이 되어 활동량이 월등히 높아진 백호는 몇 입 만에 빵을 다 먹어버리고 입맛만 다셨다. 자연스럽게 호열이 자기 몫의 빵을 백호에게 나누어주었다.

"동작 그만!"

그리고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백호군단의 기타등등, 해동중 트리오로 불리던 김대남, 노구식, 이용팔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우정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후눗?"

"……너네 뭐하냐?"

미리 짜기라도 했는지 요상한 포즈까지 취한 그들을 보며 양보받은 빵을 먹으려던 백호가 입을 벌린 채 굳었다. 호열은 황당해하면서도 백호의 손을 밀어 빵을 물려주었다. 대남이 눈을 날카롭게 뜨며 호열에게 삿대질했다.

"우리 말 제대로 안 들었냐? 우정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그게 뭔 생뚱맞은 말이야? 어제 테레비에서 만화라도 봤냐? 그, 요즘 유행하는 세일러문?"

호열이 헛웃음을 흘리며 핀잔했다. 백호는 입 안에 빵을 잔뜩 쑤셔 넣은 터라 입은 열지 못하고 표정으로 동의했다.

"대체 뭘 용서하지 않겠다는 건데? 나랑 백호가 너희한테 뭐 잘못이라도 했다는 거야?"

"잘못했지. 그것도 아주 큰 잘못을."

이용팔이 목소리를 깔며 안경을 밀어 올렸다. 얼토당토않은 말을 할 때면 나오던 버릇이라 대충 흘려들으려던 호열은 이어지는 말에 기함했다.

"너희는 신성한 우정을 더럽히는 죄를 저질렀다! 양호열! 너 인마 강백호한테 대체 어디까지 해주려는 건데?"

"뭐, 뭐가? 내가 뭘 어쨌다고!"

"어떤 놈이 친구 식단한다고 삼시세끼 도시락 싸들고 챙겨주냐?"

누가 안 그러겠냐마는 특히 운동하는 청소년에겐 양질의 균형 잡힌 식단이 매우 중요하다. 작년 힘겨웠던 재활을 멋지게 끝내고 본격적인 스포츠맨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백호에게는 그런 부분을 챙겨줄 보호자가 없었다. 그걸 잘 아는 호열이 발 벗고 나선 게 벌써 몇 달 전의 일이었다.

그게 정말 우정만으로 가능하냐는 물음에 호열의 말문은 막혔지만, 백호가 발끈해서 나섰다.

"어엉? 호열이가 내 도시락 싸주는 게 잘못이라는 거냐?"

"너도 문제다, 강백호! 넌 왜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주고 앉았어?"

"그게 뭐! 호열이가 나한테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나쁜 짓은 아닌데 그걸 우정의 이름으로 포장하지 말라는 말이다!"

"니들 지금 호열이의 우정을 의심하는 거냐?!"

이용팔과 강백호가 다투는데 대미지는 어쩐지 양호열이 받고 있다. 어쩐지 요즘 들어 저 바보 같은 친구놈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했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 직접적으로 따질 줄이야……. 호열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일단 백호 말을 거들었다.

"그런 거라면 억울한걸. 백호는 이제 스포츠맨이고 작년에 다치기도 했으니까 내가 좀 더 신경 쓰는 거뿐이야. 이제부터 조심할 테니 너무 그러지들 마라."

"뭐? 호열이 너! 내가 메가 베스트 프렌즈라 그랬던 게 아니란 말이냐?!"

적당히 수습하려던 말의 어디가 거슬렸는지 갑자기 백호가 따져 물었다. 호열이 당황해 팔을 마구 휘저으며 해명했다.

"아니아니, 그것도 맞지! 우리 메가 베스트 프렌즈지!"

"그치? 우리 평생 메가 베스트 프렌즈잖아!"

"응… 맞아… 평생 메가 베스트 프렌즈……."

두 사람이 다시금 우정을 확인하는 모습에 구식이 의미심장한 얼굴로끼어들었다.

"메가 베스트 프렌즈 좋지. 다 좋은데 하나만 묻자."

"또 뭐야?"

"양호열, 강백호. 너희…… 우정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냐."

 

이것이 바로 북산고를 강타한 ‘친구끼리 어디까지 할 수 있어?’ 논쟁의 서막이었다.

 

 


 

 

"피고측 입장하십시오."

"뭔데, 김대남. 내가 무슨 피고야?"

"피고 양호열은 잔말 말고 입장하라!"

"너 피고가 무슨 뜻인지는 아냐?"

방과 후 빈 교실에 모인 백호군단. 근엄한 판사 김대남의 말대로 호열은 교탁 왼편 책상에 앉았다. 그의 옆에 노구식이, 반대편에는 강백호와 이용팔이 앉았다.

"지금부터 신성한 우정으로 허락되는 일은 뭔지 토론하도록 하겠다!"

김대남은 토론이 뭔지는 아는 걸까? 토론에 왜 피고와 원고가 나뉘는 건데? 그리고 내가 피고면 반대편인 백호가 원고란 건데 백호가 날 왜 고소한단 말이야? 역시 이 녀석들 어디서 재판하는 만화나 게임 같은 걸 본 게 틀림없다.

호열이 속으로 구시렁대거나 말거나 대남은 원고측 발언을 선언했다. 애초에 호열처럼 우정의 이름으로 어쩌고저쩌고하며 따져지던 백호 대신 용팔이 나섰다.

"피고 양호열! 네놈의 죄를 네가 알렸다!"

"너네 토론이든 재판이든 할 거면 하나만 해라, 하나만."

"강백호 얼굴에 묻은 음식을 손으로 닦아주는 걸 본 목격자만 세 명! 횟수는 셀 수 없음! 누가 친구 얼굴을 손으로 닦아주냐! 토 쏠린다고!"

"으음! 맞는 말이다! 그걸 우정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판사면 공정하라고, 김대남! 그리고 얼굴 닦아준 건 병간호 할 때 버릇이 남았던 것뿐이다!"

온전히 우정으로 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는 없긴 하지만! 사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차마 그걸 밝힐 수 없는 호열은 변명거리를 쥐어짜며 자기 옆에 있는 변호사(아마도) 노구식의 옆구리를 찔러댔다.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옆구리를 부여잡은 구식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이의 있소! 그렇다고 뭐 묻은 걸 안 알려주는 건 의리가 아니지! 티슈를 건네는 것까진 우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잠깐! 그러면 어디에 뭐가 묻었는지는 모르잖냐!"

그러자 백호가 책상을 쾅 치며 일어나 반박했다. 백호야…? 호열의 눈이 떨렸다. 너까지 가세하는 거야? 하지만 백호가 즐거워 보였으므로 호열도 포기했다.

"좋아. 그럼 티슈를 건네며 어디에 뭐가 묻었다고 말해주는 것까진 우정의 이름으로 해도 좋다. 다음, 피고측 발언하시오!"

얼렁뚱땅 정리하고 넘어간 대남의 선언에 노구식이 일어났다.

"피고 양호열! 네놈의 죄를 네가 알렸다!"

"뭐야! 내 변호사 아니었어? 너는 내 편이어야지!"

"알 게 뭐야! 내 옆구리의 복수다!"

호열이 황당해하건 말건 구식이 발언을 시작했다.

"양호열은 강백호에게 시도 때도 없이 무릎베개해주고, 우산 없으면 씌워주고, 반도 달라졌으면서 쉬는 시간마다 찾아가는 등! 다른 친구에겐 하지도 않을 행동을 강백호에게는 ‘친구니까’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왔소! 죄가 막중하오!"

"옳소! 남자라면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서도 꿀잠 잘 수 있어야지!"

"비로만 쓸어내릴 수 있는 걸 가슴에 한두 개쯤은 품고 있어야지!"

무슨 기억력들이 그렇게나 좋은지 숫제 양호열 우정 사칭 성토 대회를 하는 것처럼 세 사람이 온갖 일화를 늘어놓았다. 그런 걸 기억할 바에야 교과서 내용을 기억했으면 낙제 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 문제는 전부 다 실제로 했던 일이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였다. 말문이 막힌 호열이 당하고만 있자 원고측에 앉아 있던 백호가 대신 변호하기 시작했다.

"호열인 다정하고 내 메가 베스트 프렌즈라 그런 거자 쨔식들아!"

"메가 베스트 프렌즈가 아니라 슈퍼 울트라 메가 베스트 프렌즈여도 그런 짓 안 해 인마!"

"호열인 하는데 어쩔래!"

대체 이 재판인지 토론인지 뭔지 모를 난장판을 벌인 이유가 뭐야? 무슨 결론을 내리려는 건데? 정신적인 타격에 호열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말다툼은 계속됐고, 백호의 커다란 목청과 그에 지지 않으려는 해동중 트리오의 고함은 바깥 복도까지 울려 퍼졌다. 미적미적 교실 청소를 하거나 뒤늦게 하교하려던 학생들이 그 소란스러움에 이끌려 하나둘씩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열이 정신을 차렸을 땐 꽤 많은 학생이 모여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김대남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 신이 났는지 칠판에 그간 양호열이 강백호에게 한 짓(그나마 실명은 적지 않았다)을 적어 놓고 열변을 토했다.

"자, 그러니까 우리 생각은 이런 겁니다! 이런 행동들은 우정의 이름으로 해선 안 된다! 왜냐면 난 친구한테 이런 거 받기 싫으니까!"

아, 그게 문제였어? 난 또 고백하라고 무언의 압박이라도 하는 줄……. 하긴 저 바보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챘다고 이런 고차원적인 돌려까기를 시도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자리에 바보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한 학생이 익명의 A군이 익명의 B군에게 한 행동들을 유심히 보더니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저걸 다 친구한테 했다는 거야? 저건 우정이라기엔 좀……."

"그러니까. 진짜 친구 맞아?“

"우산 챙겨주는 거 정도는 할 수 있지."

"그것만 하는 게 아니잖아. 난 친구 다이어트 한다고 같이 하고 싶지 않아!"

한 번 피어오른 의문은 들불처럼 번졌다. 사방에서 저게 과연 우정인가 수군거리자 호열은 식은땀을 흘렸다. 군중 효과라도 받은 건지 설상가상 백호마저 긴가민가한 기색이었다. 이러다 저건 우정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감정이다!라는 결론이 나오면 큰일이었다.

"백호야, 너 집에서 해남고 경기 비디오 본다고 하지 않았냐? 우리 그냥 먼저 갈까?"

"움, 그래."

바글바글한 교실에서 두 사람쯤 빠져도 티는 나지 않을 것이다. 백호가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한두 개는 더 크고 새빨간 머리카락으로 엄청나게 눈에 띄긴 했지만 시선이 칠판으로 집중되어 있고 신이 난 해동중 트리오가 교탁 앞에서 설치고 있어서 이목이 쏠릴 일은 없었다.

"그래, 저건 우정이라기보다는-!"

"어, 어서 가자, 백호야."

호열은 백호가 이상한 소리 듣기 전에 교실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복도를 지나 운동장과 교문까지 넘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안심했다. 이제 집으로 가면서 농구 얘기 실컷 하고 집에서 경기 비디오를 틀어주면 백호도 오늘 있었던 바보 같은 토론은 그냥 웃긴 일로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호열이 농구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백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호열아, 혹시 우리는 우정이 아닌 거냐…?"

"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 애들이 한 말 때문에 그래?"

호열은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백호는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편이니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호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자신이다. 그러니 잘만 설득하면 넘어갈 수 있다.

"아니, 다들 친구 사이라도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고 하니까."

"걔네랑 우리는 다르잖냐. 메가 베스트 프렌즈."

"글킨한데… 다른 녀석들하고도 친구인데 그, 뭐시냐, 차별당한다고 느끼면 좀 섭섭해할 것 같기도 하고."

젠장. 호열의 우정은 적당히 뭉개 넘어갈 수 있다 하더라도 백호군단의 우정은 그렇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촉발된 이유는 호열의 행동이었고. 호열은 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뭐… 내가 너한테 좀 극성이긴 했지. 다른 애들보다 널 더 많이 챙기고 신경 쓴 건 사실이니까. 이것 때문에 다른 애들하고 불편해질 것 같으면 내가 자제하-"

"아니아니아니, 그러진 말고!"

길 한가운데 우뚝 멈춰선 백호가 생각이 정리가 안 되는지 머리를 잡고 끙끙댔다. 그러다 호열의 어깨를 콱 붙잡았다.

"대남이가 그랬잖냐. 자긴 친구한테 그런 짓 받기 싫다고."

"그랬지…?"

"근데 난 니가 그러는 거 좋은 것 같그등… 그치만! 니가 대남이한테 그러는 건… 쪼끔 싫을지두…?"

"어?"

백호는 이게 맞나 하는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 니가 나한테 해준 것들, 나도 너한테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단 말이다! 나도 너 얼굴에 묻은 거 닦아줄 수 있고, 무릎베개도 해줄 수 있고, 어디 아프면 돌봐주고 싶고…. 이, 이거 우정이라고 해도 되는 거냐? 아니면……."

"아니면?"

"우정 이상이라던가……."

"라던가?"

"그으,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뭐라도 말 좀 해보라고 양호열!"

"양호열?"

"얌마! 장난치는 거냐!"

백호가 빽 소리치며 호열을 노려봤다. 그리고 새빨갛게 달아올라 고장이 난 호열의 얼굴을 목격했다.

"……."

"……."

야, 양호열이 저렇게 바보 같은 표정을 한 건 처음 보는데?? 항상 멋있기만 하거나 얄밉게 자신을 놀리던 친구가 이렇게까지 당황한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백호는 자기도 호열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얼굴이 벌게졌다는 것도 모르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그러다 가슴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간질거림을 참지 못하고 호열의 손을 덥썩 잡았다.

"이, 이거 그냥 친구 아니지! 친구 이상인 거지?"

"어어?"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똑바로 대답해!"

"마, 맞아. 친구 이상이야."

메가 베스트 프렌즈나 슈퍼 울트라 메가 베스트 프렌즈 같은 거 아니고 다른 의미의 친구 이상이야. 억지로 우정이란 이름을 붙이고 내 마음을 멋대로 퍼준 거야. 그러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나 정말 바보 같다.

이 마음을 말로는 전부 전할 수 없어서 고르고 고르던 호열은 한 마디를 겨우 꺼냈다.

"좋아해, 백호야. 친구 이상으로."

"우, 우왓…."

"너도 혹시 나랑 같은 마음이면, 우리… 사귈래?"

마주 잡은 호열의 손으로 떨림이 전해졌다. 그 떨림이 백호의 심장까지 닿아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명백한 기쁨이 가슴 깊이 차올랐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생각도 못 했으면서. 이렇게 기쁜 거 보면 나도 모르게 널 계속 많이 좋아했나 보다.

이 마음을 전부 전하고 싶어서 백호는 활짝 웃었다.

"좋아!"

백호는 반쯤 넋이 나간 호열의 손을 잡은 채 집까지 걸어갔다. 사귄 첫날부터 손잡고 하교의 꿈을 이루다니! 역시 천재는 사랑도 천재, 처음 사귄 애인도 천재였다. 천재랑 사귀다니 호열이는 운도 좋지! 잠깐. 천재 애인을 사귄 거니까 나도 운이 좋은 건가? 운 좋은 천재 커플 탄생이다!

아무튼 친구 이상이 되었으니 호열이 우정의 이름으로 퍼주던 사랑도 메가 베스트 프렌즈로서 퍼주던 우정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더 좋은 건 지금까지 호열이 자신에게 해준 일을 똑같이 돌려줄 수도 있다는 거였다! 자신이 좋았던만큼 호열도 좋아할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백호는 가장 먼저 뭘 해줄지 마음속으로 정했다.

 

 


 

 

‘친구끼리 어디까지 할 수 있어?’ 논쟁으로 시끌벅적해진 북산고. 이 논쟁의 시발점인 호열과 백호는 아무것도 모르고 옥상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에 해동중 트리오가 나타났다.

"동작 그만!"

"이 자식들 또 그러고 있지!"

"오늘에야말로 우정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그 말에 백호가 헹!하고 코웃음 쳤다. 그리고 무릎에 누워 있던 호열을 꽉 끌어안으며 당당하게 선언했다.

"우정은 무슨! 우린 사랑의 이름으로 이러고 있는 거다!"

"뭐, 뭐라고?!"

"말도 안 돼!"

"헤헤헤."

"양호열 저 자식 눈이 완전 맛 갔어! 저거 진짜야!"

"사랑의 멋짐을 모르는 너희는 불쌍하구나! 와하하하하!"

"헤헤헿. 백호야……."

호열이 행복한 얼굴로 백호를 마주 안았다. 이제는 우정의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당당하게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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