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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커미션 06. The origin of

2차 - 키미가시네 적폐날조논컾(..)

커미션 페이지: https://crepe.cm/@haranging/14114

※ 아래 글은 게임 키미가시네를 1장 조사파트만 끝낸 사람이 쓴 대적폐날조논컾글입니다. 열람시 주의 바랍니다. 저는 몹시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거 얼마나 큰 적폐날조인지도 가늠이 안되는 상황... 이불에 구멍 안 뚫리려나...

신청 감사합니다!

The origin of

너와 나는 같은 사람이란다. 흔히 말하는 영혼의 쌍둥이라고나 할까? 아니, 우리는 원래 한 영혼이었을 거야. 벼락같은 거라도 맞아서 둘로 쪼개진 거지. <사랑의 기원>처럼. 그리고 정말 불합리하게도, 다른 시간대에 다른 가정의 다른 신체로 떨어져버린 거야. 적당한 시간대에 적당한 가정에 적당한 신체에 떨어진 너와, 모든 것이 너무 이르게 떨어져버린 내가 반쪽짜리 영혼으로 비틀비틀 살아온 거지. 차라리 아예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서 만나지 못했다면 좋았을까?

한 눈에 알 수 있었어. 아, 저것은 나다. 잃어버린 내가 저기에 있었구나. 오해하지 마, 남녀간의 사랑 같은 게 아냐. 애초에 난 로리콤이 아니라고? 네가 지극히 평균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것처럼, 나도 그래. 어떤 비유도 추론도 필요 없는 말 그대로의 의미야. 나이도 성별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너와 나는 분명 진열대에서 똑같은 과자를 집고 똑같은 색깔을 좋아하고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10년 전이었다면 말이야.

기억나? 너희 학교에 치한이 나타났던 날. 코트 안에 아무것도 안 입은 변태새끼가 나타나 소동이 일었지. 너는 역겨워하면서도 용감하게 그 변태를 향해 각목을 치켜들었어. 물론 내가 쨔잔! 하고 나타나서 그놈을 잡아 처넣었지만. 그 때 네가 했던 말 생각나? 널 보고 굳은 내게 괜찮냐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고 물어보았지. 용감하면서도 쉽게 겁먹고 방어했을 뿐인데도 가해를 염려하는, 그런 보통의 선량한 여자아이더라.

난 널 본 순간 같은 영혼을 느꼈고, 그제야 내가 갈증에 목이 달라붙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리고 분노했다. 그래, 화가 났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왜 내 반쪽은 멀쩡한 거지? 내 영혼은 이미 이렇게 누더기가 되어 있는데. 화난 걸 감추고 웃으려니 얼굴근육이 덜덜 떨리더라. 그 때 내 표정 괜찮았어? 기억 못 할지도 모르겠네. 그 때 난 염색을 안 했으니까. 정말이지 나는 화가 났어. 세상이 이렇게까지 불합리할 필요는 없지 않아?

친구는 적어도 신뢰가 두텁고 인망이 있는 사람. 아무리 비뚤어진 인간이라도 너의 말이라면 한 번쯤은 귀에 담아두겠지. 존재만으로도 신뢰를 주고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 나도 10년 전에는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다르더라. 우리는 같은데, 그러므로 언제나 같아야 하는데 너무 다르더라고. 그래서 나는 궁금해졌지. 너도 환경이 달라지면, 나와 같아질까? 네 눈앞에 실제로 트롤리 딜레마 같은 상황이 나타나면 너는 어떻게 할까? 현대사회의 기준은 다수결이지. 너는 무슨 선택을 할까? 네 선택의 결과를 눈으로 보면 어떻게 될까? 처음엔 그냥 궁금했을 뿐인데, 가면 갈수록 의문이 풍선 부풀듯이 커지지 뭐냐. 직접 바늘을 갖다 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겠더라고.

그래서 준비했지. 많은 걸 준비했어. 너는 나를 스토커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난 적어도 그런 간단한 물건은 아니야. 질기고 커다란 풍선을 위해 아주아주 크고 뾰족한 바늘을 만들면서 나는 생각했지. 난 어느 쪽을 원하는 걸까? 모든 걸 겪어도 반쪽짜리 영혼이 깨끗한 너? 아니면, 결국 여기저기 상처 나서 나와 똑같아지는 너?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잘 모르겠어. 나는 어떤 너를 원한 걸까? 첫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너는 친구에게 열쇠를 쓰라고 소리쳤지. 그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더라. 황홀했던 것 같기도 하고, 끔찍했던 것 같기도 해. 어느 쪽인지는 정말 기억이 안 나. 뭐, 마냥 좋지도 싫지도 않았던 건 분명해.

패배가 눈앞에 다가온 지금도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야. 이 지경이 되어서도 모르겠어. 너무 기뻐서 토할 것 같다고 할까, 아니면 너무 분해서 몸이 가볍다고 할까.

인정할게, 나는 실패했어. 패배한 걸 이야기하는 게 아냐. 내가 준비한 바늘은 풍선을 터트리지 못했어. 끝을 덜 갈았던 걸까? 풍선이 생각보다 질겼던 걸까? 아니면 찌르는 힘이 부족했던 걸까? 말해줘. 뭐가 문제였지?

―――.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너는 절대로 우리를 인정하지 않을 줄 알았지. 잔인하구나, 너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겨두려는 거야? ―――? 들켰네. 그래. 풍선이 터지는걸 보고 싶은 건지, 보고 싶지 않은 건지……. 그것조차 모르겠다.

사라. 너를 경애하면서도 증오해. 상처입고도 누더기가 되지 않은 네가 자랑스럽고 실망스러워. 마냥 승리에 도취한 표정을 짓지 않는 게 고맙고 괘씸해. 이 개소리를 다 듣는 점까지 예쁘고 징그러워. 그러니까 사라. 아직도 네 앞에 깔려있을 지뢰를 네가 부디 밟지않기를,

 

그리고, 멀리서 총성이 들렸다.

(가능하다면 마지막 기울임체는 글씨를 아예 거꾸로 쓰고 싶었지만 기능상의 한계로 기울임으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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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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