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AEN

그의 몫

곤란한 건 그런 게 아니라, 자꾸 형편없어지는…

made in heaven by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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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느슨한 시선을 들어 올린다. 낮은 조도와 가라앉은 숨소리로도 가려지지 않는 열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힘들어 보이기에 숨을 트이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한 듯하다. 판단력이 흐려진 건 아무래도 부정할 수 없는 알코올의 탓이다. 술을 이렇게까지 마신 건 오랜만이다. 원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늘 지나치지 않을 만큼만 잔을 들었다. 고작해야 한 번 웃어야 할 때 두 번 웃는 정도, 그게 스스로 허락할 수 있는 최대의 한도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자가 결코 제게 칼을 뽑지 않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와의 관계에 있어 늘 칼자루를 쥔 건 오스카 쪽이므로. 오스카는 한나절 전만 해도 클라디아스가 베고 있었을 베개에 뒷머리를 기댄다. 그리고 제 턱을 조금 들며 손에 쥔 넥타이를 마저 잡아당겼다. 단정한 매듭은 우악스럽게 잡아당길 때보다 부드럽게 달랠 때 더 수월히 풀어진다. 이렇게 고작 겉치레를 벗기는 것조차 실은 서로에게가 아니면 쉽지 않다. 그러니 손짓 한 번에 거짓말처럼 흐트러지는 옷차림은 역설적인 기쁨을 준다. 넥타이를 고르던 클라디아스의 마음을 알고 나면 옷가지 하나에도 퍽 애틋한 감정이 들지만 모방품은 본래 원본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 말고… 자네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또 있나?

 

그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술기운에 흠뻑 젖은 목소리는 자신이 듣기에도 혼잣말에 가깝다. 그는 자신을 만류하지 않지만 더는 태연하지도 못하다. 그가 들릴 듯 말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게 아닙니다. 다만 제가 어떻게……. 그리고 오스카가 애정하는 올리브 색 눈동자는 그만 시선을 피해 사라진다. 그러나 그가 대답을 유보할 때 느끼는 답답함은 때로 승기의 증거가 되기 때문에, 오스카는 침묵에서부터 억눌린 만족감을 느낀다. 낮은 한숨과 함께 오스카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올리, 나를 봐.

…….

나는 자네한테… 이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건 어떠한 함의를 담고 있는 말이다. 즉슨 오스카는 클라디아스의 잔을 거절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코트를 걸쳐줄 때 쓸데없는 짓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었고, 잔을 좀 더 채우는 심술을 부릴 때 답지 않다며 핀잔을 줘도,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약속을 이행하는 것과 정직함은 별 연관이 없음이 공공연하다.

그러나 오스카는 어떤 이에게는 정직함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아는 이였다. 요령이 없는 최선은 때로 어떤 상대를 관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스카는 클라디아스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울스워터의 탑에 꿰어놓은 채 그저 바라보며 만족할 셈인가? 그렇지는 않다. 취기에 부드럽게 누그러든 욕구가 실은 한없이 난폭할 뿐이라 해도, 그를 품이 아닌 어딘가에 걸어놓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러니 자네도, 나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오스카는 속삭인다. 풀어헤친 넥타이를 아무렇지 않게 이불 위에 던져놓고 나면 한 번 더 손을 뻗고 싶다. 그러한 충동으로 손아귀에 휘어잡은 옷깃은 짧고, 넋이 나간 클라디아스는 속절없이 끌려온다. 그러나 오스카는 그를 끝까지 잡아당기지 않았다. 아무리 이성이 흐려지고 본능이 앞선대도 오스카는 마지막 한 수를 잊지 않는다. 단 한 뼘의 거리.

그건 오로지 그의 몫이다.

 

*

 

난 사실 입 맞출 때 알코올 향이 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건 매력 없는 태도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오늘은, 자네만 괜찮다면… 조금 더 가까이 와봐.

내가 취하긴 했나 봐, 목이 이토록 마른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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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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