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카이] Be my
프로세카 아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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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카 화이트데이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세계관과 성격, 인물간의 관계에 취향섞은 날조가 가득한 판타지 au입니다.
9월에 개최되는 카이토 배포전에 나올예정.
황태자 아키토 x 암살자 카이토
04.20 내용을 더 추가해서 100원,, 걸어놧습니다.
혹시나하는 0.00000001%의 확률에서 저의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하야...<
그냥 일종의 얼리버드라고 생각해주세요... 내용은 최종본에서 조금씩 달라질수잇고 어쩌구저쩌구...
나중에 원고 샘플페이지가 제대로 업로드될때 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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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도 모르는 천한 놈.”
“어디서 저런 놈이 굴러들어 와서는…쯧쯧….”
이 정도는 늘 있는 레퍼토리다. 눈 감고도 한 귀로 흘려넘길 수 있다.
“왜, 네 어미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버려서 그래? 그래서 여기까지 아득바득 기어온 거야?”
“길거리에서 낳은 놈이라던데 분수를 모를 만도 하지.”
유독 험하게 구는 질 나쁜 놈들이다. 상대해서 좋을 것 없다. 놈들이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최선의 공격이다. 아키토는 피식 웃으며 맞받아친다.
“참 할 일이 없으신가 봐요들. 제 걱정할 시간에 등골 빼먹는 서민들 세금이나 줄여주는 게 더 생산적일 텐데.”
길다란 원탁의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던 몇몇이 얼굴이 붉어지며 테이블 위를 손으로 내리친다. 회의실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늙은 원로들이 손가락질하며 혀를 끌끌 댔다. 테이블의 가장 정면, 휘황찬란한 금색 자수가 박힌 황가의 문양이 걸려있는 중앙 의자는 아직 비어있는 상태였다.
정작 저 자리의 주인이 오면 다들 찍소리도 못하면서, 눈을 가리고 이렇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 우스웠다. 자신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만만한 사냥감이었지만 글쎄, 실제로 사냥에 성공한 이는 없다. 그래서 아키토는 오늘도 자리를 지켰다.
까마득한 천장까지 높게 난 창문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햇빛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평화로웠다. 문득 아키토는 싹이 돋아나기 시작한 창밖의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를 보았다. 시선이 닿자마자 새는 매정하게도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키토는 한참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직은 차가운 새벽공기가 들이마신 숨에 섞여 들어온다. 봄이 부쩍 다가왔지만 이 시간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웠다. 거대한 황실 부지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황실 직속 기사단 ‘팔라딘’의 건물. 아무도 없는 훈련장에 꼭두새벽부터 검을 휘두르는 인물은 다름 아닌 팔라딘 기사단의 주인. 황가의 열한 번째 황태자였다.
아키토는 흉터가 남은 왼쪽 팔뚝을 휙휙 휘둘러 봤다. 이제 통증도 없고 움직임에 무리도 없이 깔끔하게 나은 상태였다. 작년 가을이었나, 방에 침입한 자객에게 입은 상처였다. 이 나라의 망할 황제는 제 핏줄을 우후죽순 만들어놓고 전혀 관심이 없어서 밑에서 죽이든 살리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러니 자식들이 다 그 모양 그 꼴이지.
츠카사가 제때 도착해 다행히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텐마 츠카사. 이 살얼음판에서 유일한 자신의 편이자 팔라딘의 기사단장. 사고를 당한 이후, 츠카사가 먼저 아키토에게 표적이 되기 쉬운 황궁 별실에서 나와 기사단 건물에서 생활할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아키토는 기사단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츠카사의 열정적인 성격 때문에 약간 시끄러운 것을 제외하면 예전보다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폭력적인 황제 밑에서 살벌하게 세력다툼을 벌이던 황실에서는 갑자기 생겨난 수치스러운 오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어디서 뭐 하던 놈인지 근본도 없이 황궁에 굴러들어온 놈이 별안간 황제의 핏줄임을 인정받아 황태자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한 저급한 증오를 보며 그는 생각한다. 이렇게 비싼 건물에서 사는 귀족과 저 성벽 아래 사는 마을 주민에게 흐르는 피에는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는 걸까.
말은 흘려버리면 그만이다. 가치가 없는 말을 속에 담아둘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매일 듣는 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날카로운 언어는 그를 할퀴며 지나가고, 손으로 털어낼 수 없는 찌꺼기를 남겨 어딘지도 모를 곳에 쌓이고 엉켜 결국 그 비대한 존재를 드러내고 만다.
날카로운 검날에 연습용 짚단이 선득하게 잘려나간다. 아키토는 휘두르던 검을 지지대 삼아 잠시 숨을 골랐다. 황궁에서 살아남으려면 언제든 검을 뽑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하루도 검을 잡지 않은 날이 없다. 회담 내내 뒤에 서 있던 츠카사가 저 대신 분노를 삼키던 표정이, 검의 손잡이에서 한시도 손을 떼지 않고 꽉 붙들고 있던 모습이 그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회담이 끝나고 황궁에서 기사단으로 돌아오는 길에 1황자부터 10황자까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했던 말을 반박하며 시원하게 욕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두 시간 남짓한 회의 시간 동안 그 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따박따박 따지는 츠카사가 여러모로 더 무서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츠카사와의 대화 시간은 아키토가 웃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였다.
얼굴의 땀방울을 닦아내자 훈련장의 담 너머가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 도망칠 수 없는 하루가 다가오고 있었다.
쿵쿵쿵…희미한 잡념의 끝자락에서부터 힘찬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일정한 박자로 경쾌하게 복도를 울리며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 아키토는 무의식중에 늘어지게 한숨을 쉬었다. 소음에서 벗어나려는 듯 뒤척이며 이불을 뒤집어쓴 순간.
“아키토님!! 계십니까!!!”
부서진 게 아닐까 싶은 엄청난 소리로 문을 열어재낀 금발의 남자가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오실 시간인데 조용하셔서 들어와 봤습니다!!”
“아…잠깐 잠들었어.”
기세에 못 이겨 몸을 일으키며 아키토는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새벽에 훈련장을 나와 씻고 잠깐 침대에 누워서 생각을 정리한다는 게 그대로 잠에 들었나 보다.
“오늘은 정기 순찰 있는 날이지?”
“네. 오후부터 저녁까지 순찰을 돌고 야간 경비대와 교대합니다.”
치즈케이크 사 와야지…하는 한가한 생각을 하며 아침 겸 점심을 때우고 나오자 밖에서는 한창 훈련 중인지 츠카사의 우렁찬 구호를 따라 함성과 기합 소리가 들렸다. 아키토는 적당히 주변을 서성거리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츠카사에게 수건을 던졌다.
“슬슬 준비할까요?”
“어. 난 몸 좀 풀고 있을게.”
정갈하게 꾸며진 하얀 제복으로 갈아입고, 친위대가 마지막 정비를 마칠 동안 아키토는 잠시 성벽을 따라 걸었다. 기둥이 세워진 돌길을 따라 자그마한 정원이 피어있는 이 조용한 장소를 아키토는 꽤나 좋아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이름 모를 들꽃들이 모여있는 것 뿐이었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른다.
아키토가 기둥 밖으로 막 발을 딛은 순간, 귓가를 때리는 총성과 함께 발끝 바로 앞에서 불이 번쩍 튀었다. 아키토는 반사적으로 탄환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반대편 성벽 위. 혹은 건물 꼭대기. 첫발로 죽일 생각이었다면 기둥 밖으로 완전히 나간 순간 머리를 노렸겠지.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보고 걸음걸이를 계산해 일부러 발치에 쏜 것이다. …순전히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아키토는 기둥 뒤에 몸을 숨긴 채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주변은 조용했다. 칼과 총의 싸움. 일단 거리가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상대가 맞추지 못한다면 거기서부턴 시간 싸움이다. 총성을 들은 기사단이 곧 몰려올 테니 그전까지 어떻게든 버티면 된다.
아키토가 기둥 사이를 달리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탄환이 뒤를 쫓아왔다. 아키토의 속도와 방향을 따라 마치 사냥감을 갖고 놀듯 천천히 거리를 좁혀온다. 기둥을 방패 삼아 잠시 숨을 고를 때면 언제 따라붙은 건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꼭 이곳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빌어먹을, 그냥 총 하나 들고 무작정 잠입한 게 아니다. 상대는 상상 이상의 전문가였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거리가 좁혀졌다. 아마 다음 발포는 분명 치명상일 것이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도박이다. 심장 아니면 머리.
까꿍
바로 위에서 까만 그림자가 떨어진 것과 아키토가 검을 휘두른 건 거의 동시였다. 금속끼리 충돌하는 파열음과 함께 부러진 검날이 튕겨나가 바닥에 꽂혔다. 뒤통수를 울리는 충격에 찡그렸다 눈을 뜨자 자신을 내려다보는 파란 머리카락이 보였다.
“제법이네. 이 거리에서 총알을 막아내고.”
“큭….”
남자가 겨누고 있는 총구에선 매캐한 화약 연기가 스멀거렸다. 반사적으로 검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자 손목이 욱신거린다. 남자의 구둣발이 오른손을 짓누르고 있었다. 왼손 역시 남자의 무릎과 바닥 사이에 단단히 끼어있는 상태였다.
“…비,켜!”
온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려 해도 체중에 눌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바닥에 쓰러트린 아키토를 깔고 앉은 남자는 손가락이 짓이겨져 피가 나는 와중에도 부러진 검을 쥔 손에 힘을 풀지 않는 아키토를 보고 묘한 웃음을 지었다. 재밌네. 중얼거린 다음 남자가 손에서 총을 반바퀴 빙글, 돌려 쥐었다.
뻐억-
옆구리에서 말도 안 되는 충격이 퍼져나갔다. 뱃속이 쥐어짜이는 통증에 한순간 호흡이 막힌다. 장기가 흔들려 제대로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미친 듯이 기침이 쏟아졌다.
“흡! 끅…쿨럭,컥…!”
“죽이기는 아까운 얼굴인걸.”
필사적으로 숨을 쉬려 벌어진 아키토의 입으로 총구가 덜컥 밀려 들어왔다. 혀와 입천장을 건드리며 헛구역질을 일으킨다. 잔뜩 망가진 아키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남자는 타액으로 질척한 턱을 붙잡고 만족할 때까지 이리저리 뜯어보고 나서야 총을 빼주었다. 아키토는 홱 고개를 돌리고 한참을 콜록이며 겨우 숨을 골랐다.
“이 개자식이……”
분노로 떨리는 눈동자가 으르렁거리며 남자를 똑바로 노려본다. 푸른 머리카락 사이로 마주친 서늘한 눈이 기분 나쁘게 웃는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여러 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키토님!!”
츠카사의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번개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상체를 압박하던 무게가 사라지고 나서야 아키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속이 따가웠다. 곧 츠카사가 다가와 아키토를 부축했고 그 주위를 기사단이 둘러쌌다. 어느새 계단을 타고 성벽 위로 올라간 남자는 아키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귓속말하듯 입을 벙긋했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벌린 채 아래로 뛰어내린다. 순식간에 성벽 밑으로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당황한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잠시, 묵직한 바람 소리와 함께 거대한 한 쌍의 날개가 하늘을 가르며 멀어졌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에 영문을 모르고 멈춰있던 기사단은 츠카사의 불호령에 다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아키토를 안전하게 건물 내부로 데려온 츠카사는 피가 흥건한 아키토의 오른손에 깨끗한 천을 감아주며 상태를 살폈다.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니…덕분에 또 살았는데 뭐.”
“그놈이 아키토님을 공격하는 동시에 기사단 본대 내에서 작은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마 교란용으로 미리 심어둔 것 같습니다.”
“그 미친 새끼….”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다. 이렇게 작정하고 왔으면서 변덕을 부렸다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더러웠다.
“그놈에 대해서 알아봐야겠어.”
아키토는 남자가 뛰어내리기 전 자신을 보며 움직였던 입모양을 떠올렸다. 긴 하루가 될 것 같았다.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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