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7년의 들러리

해리포터 후세대 스콜로즈&알버스 시점 단편 -w. 20.07.03.

해리포터 by 래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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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쫓아다니고 7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물론 스콜피우스와 로즈가. 알버스는 신랑 들러리로 섰다.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에 후련한 미소를 짓는데, 사람들은 제 친구들이 결혼까지 골인하는 동안 동고동락하며 고생했던 알버스에게도 덕담을 던졌다. 그런 아름다운 의미의 미소는 아니었으나 부정하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은 좋은 날이었으니까.

“야.”

스콜피우스는 들었다는 듯이 손가락을 뒤로 살짝 까딱거렸다.

“앞으로 부부싸움은 알아서 해결해라.”

그말에 그만 로즈는 빵 터져 푸흡, 하는 웃음소리를 내버렸고, 스콜피우스와 알버스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는 듯이 정면만을 보다가 슬쩍 옆으로 눈을 굴렸다.

“야! 너네 때문인데 시치미—”

신부 들러리로 온 레이첼 본즈는 입을 막고싶어했지만 신부화장을 건드리지 못해 안절부절하다가 사정없이 그녀의 목뒤를 꼬집었다. 하객석에서 와르르 웃음이 터졌고, 진중함 따위 때려치자며 각자 샴페인을 터뜨려 론이 실력을 발휘해 쌓은 유리잔의 탑에 쏟아부었다. 마법사들이란! 헤르미온느가 유쾌한 비명을 질렀다. 머글식을 반영해서 해보자는 그녀의 제안은 딱 의상과 양식뿐, 이제 마법사들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로즈가 가장 먼저한 것은 지팡이와 와인을 이용해 새하얀 드레스에 붉은 장미를 피우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고 싶었어! 로즈가 발랄하게 치맛자락을 잡으며 흥겹게 돌자 스콜피우스가 극찬을 해대는 것에 질린 알버스는 슬쩍 물러났다. 어머니가 한손으로 지팡이를 치켜올리더니 가볍게 튕겼고, 파티장을 둘러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악기들이 통통 튕겼다. 순식간에 의자와 테이블을 밀어낸 마법사와 마녀들은 오늘의 주인공을 위해 가운데를 동그랗게 비웠고, 스콜피우스와 로즈는 손을 잡고 그곳에서 먼저 빙글빙글 춤을 추었다. 구두따위 불편하다며 로즈가 휙 벗어던지고 맨발로 잔디를 밟자, 스콜피우스는 던진 구두를 가지런히 치우고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빙그르르 돌았다. 반투명한 실크에 새겨진 장미가 아름답게 피어났다. 맑은 웃음 소리가 청명한 하늘로 울려퍼졌다.

“알버스, 이리 와! 춤추자!” 제 남친, 아니 남편을 레이첼에게 넘긴 로즈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며 소리쳤고, 알버스는 제 앞을 틔워주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그녀가 내미는 손을 잡았다.

“결혼 축하해, 로즈.”

“뭐야, 이제 로지라고 안부를거야?” 별 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로즈는 행복하게 뺨을 붉히고 있었다.

“글쎄, 스콜피우스가 질투할까 무서운걸.”

“맙소사, 스콜피가? 섭섭해하겠는걸!”

이제 스콜피우스마저 그저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그가 섭섭해 하는건지, 아니면 그가 질투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에 섭섭해 하는건지. 아니면 그 모든 의미를 담은 말일지도 몰랐다.

“그럴 틈 없게 행복하게 살아.”

“너 왜 그래?”

알버스는 웃었고, 로즈는 더이상 웃지 않았다.


“자.” 해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잔을 드레이코에게 건네며 어색한 몸짓으로 자리에 앉았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 드레이코는 중얼거리며 제 취향껏 진하게 주문한 커피잔을 받아 만지작거렸다. “못볼꼴 더 보기 전에 죽어야했는데.”

“그 상태로 그렇게 말하면 진짜 무서우니까 빈말로라도 그러지 마.” 해리는 눈을 찌를듯 긴 앞머리와 옆으로 느슨하게 묶은 가는 머리칼, 숨길 수 없는 피곤의 그림자로 얼룩진 얼굴을 살피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루시우스 말포이를 보고 알긴 했으나 원래부터 창백한 피부 위로 주름이 잘 생기지 않으니 퍽 젊어보였다. 그러니까 장성한 아들을 결혼시킨 아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단지 지쳤을 뿐.

“또 뭘 부탁하려고 이러시나.” 말본새도 그러했다. 해리는 머뭇거리다가 힘겹게 입을 뗐다.

“그러니까, 알버스가–”

“간다.” 드레이코는 잔을 탁 내려놓고는 빠르게, 그러나 의자가 바닥을 끄는 소리를 내지 않으며 일어섰다.

“아, 한 번만 들어줘, 드레이코!” 해리는 절박하게 그의 손목을 잡으며 소리쳤다. 드레이코는 이를 갈더니 털썩 앉아 테이블 위로 턱을 괴었다.

“절대 네 부탁이라 들어주는거 아냐. 네가 7년 내내 내 아들 결혼 도와주려고 발로 뛴거 아니까 그런거라고.”

“또 그거랑 관련이 있지.” 해리는 드레이코를 붙잡았던 손으로 명치께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친한 친구 둘이 결혼했을 때의 허전함을 아니까, 내버려둘 수 없는거야. 다 큰 성인이라고 해도.”

“그거랑 나랑 무슨 관련인지부터 말해볼래, 포터. 네 신세한탄이면 커피가 아니라 술을 마셨겠지.” 해리는 오러처럼 예리한 드레이코의 통찰력에 아쉬워하며 끙, 소리를 냈다.

“알버스도 25살인거 알지? 호그와트도 졸업한지 7년이잖아. 성적도 꽤 좋았고. 그런데 지금까지 하고 싶은게 없대.. 정치, 경제, 사회 다 우리 윗세대가 꽉 잡고 있고 자긴 거기에 끼고 싶지 않대. 뭘하든 비교되고 영향받는게 싫다나.”

“이해되네. 오러국엔 아빠 있어, 장관은 이모나 다름없는 헤르미온느고, 장난감 사업은 삼촌이나 다름없는 위즐리에, 심지어 퀴디치까지 지네브라가 이름을 날렸는데. 뭘하든 비교되겠지. 게다가 이름이랍시고 붙여준건 현자에 마법약의 대가. 훌륭하네.”

“스콜피우스야 로즈 옆에 딱 붙어서 케어해주고 싶다하니 넌 그런 걱정 없—”

스콜피우스는 아예 성을 바꿨다. 그말은 즉슨 말포이가에 더이상 후계자가 없다는 의미기도, 곧 몰락이라는 의미기도 했다.

“미안.” 해리는 황급히 혀를 씹으며 자신을 질책했다.

“됐어.” 드레이코는 이제는 아득히 느껴지는 아스토리아의 목소리를 그리며 눈을 내리떴다. 시간을 붙잡지 못한 기억은 점차 퇴색되고 낡아갈 터인데, 그날의 목소리만큼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상관없으니까.” 그녀와 자신을 닮았다하기에는 너무 제 겉모습만 똑닮아버린 스콜피우스. 정말로, 드레이코는 다가오는 몰락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스토리아의 심장을 가진 스콜피우스가 있기에.

“..그녀는 진과도 좋은 친구였어. 기억나? 아이들 호그와트 첫 방학을 맞았을 때, 처음으로 같이 만났잖아. 다음날에 편지가 와서 지니가 얼마나 놀라고 좋아했는지 몰라.”

“오, 그래서 지네브라가 스콜피우스를 제아들처럼 아꼈다는거 알아. 잘 챙겨줬고..” 내가 챙겨주지 못했던 그 억겁의 시간동안. 드레이코는 그 중얼거림을 반쯤 식은 커피와 함께 삼켜냈다.

“지니는 더 일찍 알았다면, 먼저 다가갈걸 하고 후회하고는 해. 너도 그렇겠지만.” 해리는 커피잔을 기울여 느리게 흔들다가 한모금 마셨다.

“이거 진짜 술마셔야할 분위긴데.” 드레이코는 픽 웃으며 덧붙였다. “맨정신으로 할 얘기가 아니라고.”

해리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잔을 내려놓았고, 드레이코는 삐뚜름하게 미소지으며 일어섰다.


여느 날처럼 바깥 일을 나가느라 제대로 차려먹지도 못할 지니를 위해 이른 아침을 차려놓은 알버스는 카우치에 기대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꾸역꾸역 결혼식을 위해 일정을 미룬 해리는 그 뒷감당을 위해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다시 침대로 돌아가면 될텐데도 눈앞이 어질어질한 탓에 간신히 푹신한 카우치에 몸을 맡긴 알버스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제가 눈을 감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얕은 잠을 잤다.

“들어가서 자렴, 아가.” 다정한 손길에 지니일 것이라고 어림짐작했던 알버스는 훅 끼쳐오는 술냄새에 번쩍 눈을 떴다. 한껏 낮은 목소리가 귀에 웅웅 울렸다.

“알버스가 왜 네 아가야, 망할 말포이..” 일하러 간다더니 잔뜩 술이나 퍼마신게 분명한 해리가 중얼거렸다. 알버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나 드레이코에게 거의 업혀있는 해리의 팔을 확 당겼다.

“드레이코, 괜찮아요? 이 인간 무거운데.” 근육에 술을 잔뜩 재워둔 해리는 어마무시하게 무거웠다. 알버스는 이를 갈며 제가 누워있던 카우치에 해리를 던졌다. 지니가 두고 간듯한 담요를 깔아뭉갠 해리는 어지러운듯 머리를 감싸고 있었고, 드레이코는 웃고 있었다.

“이쯤이야, 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무거웠지.” 그렇게 말하는 드레이코의 목소리가 꽤나 높아서, 알버스는 그도 어지간히 취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리의 머리에 쿠션을 꾹 누른 알버스는 손끝으로 루모스 불빛을 켰다.

“알버스?” 평소와 달리 자연스럽게 헝클어진 머리는 그의 손습관을 알 수 있었고, 창백한 피부에 옅게 혈색이 돌았다.

“차 마실래요?” 드레이코는 퍽 곤란한듯, 혹은 당황한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래, 라고 답했다. 무엇이 그의 발을 포터가에 붙들어 놓고 있든 중요한 것은 드레이코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기에, 알버스는 살풋 웃고는 불빛을 날려 거실의 조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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