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NCP] 유령 (완결)

[해리포터/NCP] 유령 04

유령은 해리에게 호그스미드로 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Present Scene 7. 

해리는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낮에 헤르미온느가 그 남자가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얘길 한 후로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자가 정말로 유령이라면 오늘 밤에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내일이면 호그와트로 가는데 아무리 유령이라도 호그와트까지 따라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단순히 오늘 밤에 그를 만날 것 같단 느낌이 들기도 했다. 론은 태연한 척 했지만 내심 무서웠는지 쉽게 잠들지 못하고 내내 뒤척이다가 이제 막 겨우 잠들었다. 반면 해리는 그가 유령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두렵지 않았다. 자신을 노리는 데스 이터나 디멘터보단 차라리 유령이 낫지 않은가. 설마 유령이 나한테 해를 끼치진 않겠지. 해리는 그를 만나게 된다면 이번엔 말을 걸어보리라 결심했다.

똑- 똑- 똑-

언제 잠이 든 걸까. 해리는 익숙한 노크 소리를 들으며 -하여간 노크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 유령이란 말야- 잠에서 깼다. 혹시나 하고 몸을 움직여봤지만 역시나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눈이 떠지질 않아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그래, 왔구나. 그가 또 나에게 왔어.

 끼이익- 탁-

그는 언제나 그렇듯 유령답지 않게 노크를 한 다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빈스 교수나 호그와트의 다른 유령들은 벽을 통과해서 돌아다녔다. 쓸데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령은 정말이지 처음 봤다. 해리는 그에게 묻고 싶은 걸 하나 더 추가했다. 꼭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유라도 있나요?

해리가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뭘 하는 거지? 궁금한 마음에 소리 나는 쪽으로 귀 기울여봤지만 소리만 들어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곧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멎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 고요히 울려 퍼졌다. 해리는 조심스레 눈을 떠 그가 있으리라 짐작되는 곳으로 눈을 향했다.

역시나 그는 해리의 침대 발치에 서 있었다. 이번엔 전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고 꼿꼿이 들고 있어서 해리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머리는 까맣고 얼굴은 하얗고 눈은 파랗다. 턱은 갸름하고 코는 오똑하고 입술은 고집스레 꾹 다물고 있다. 젖은 머리가 달라붙어 있어서 이마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반듯하니 잘생겼을 것이다. 눈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색이 파래서일까, 굉장히 깊은 눈이었다. 그 눈이 똑바로 자신을 향해있는데 도무지 그 속을 읽을 수가 없다. 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뭘까?

그 순간 갑자기 파란 눈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해리는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하지만 가위에 눌린 탓인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고 움직여지지 않는 몸만 부들부들 떨었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움직이니 놀랐잖아! 고개는 안 움직이면서 왜 눈동자만 움직이는 건데! 해리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유령의 눈이 향한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오른쪽엔 론의 지저분한 책상과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는 서랍장이 있고 벽에는 퀴디치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딱히 특별할 건 없는데? 눈을 돌려 다시 침대 발치를 보았지만 유령은 사라지고 없었다. 해리는 벌떡 일어났다.

그가 사라졌어! 해리는 허겁지겁 안경을 찾아 쓰고 침대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방 안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 해리는 제일 먼저 침대 발치로 가보았다. 예상대로 그가 서 있던 자리엔 물이 고여 있었다. 바닥을 바라보자 물에 찍힌 발자국이 방 오른쪽에서부터 침대 발치까지 이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해리는 침을 꼴깍 삼키고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거꾸로 따라 걸었다. 발자국이 시작 된 론의 책상 앞에서 멈춰선 해리가 책상 위를 바라보았다. 책과 필기구, 종이 더미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책상 위에서 해리는 까만 글씨가 반듯하게 적힌 양피지를 발견하고 조심스레 들어 올려 양피지 위에 적힌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 Hogsmeade, Shrieking Shack (호그스미드,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 

 Past Scene 7.

호그와트행 급행열차가 곧 출발하려는 듯 칙칙거리며 증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레귤러스는 홀로 객실에 앉아 창 너머로 호그와트로 떠나는 아이들과 이들을 배웅하는 마법사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호그와트에 돌아가는 게 무척 즐거운 듯 열차를 향해 달려오는 어린 마법사의 모습도, 이젠 무척이나 익숙한 듯 여유롭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부모와 아이의 모습도, 9와 3/4 승강장에 처음 온 건지 신기한 듯 연신 두리번거리는 아이와 걱정스러운 부모의 모습까지. 모두 매년 보는 광경이었지만 레귤러스는 항상 관심 있게 바라보곤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없겠지, 라고.

오리온과 발부르가는 단 한 번도 호그와트로 떠나는 시리우스와 레귤러스를 배웅해 주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 그리몰드 광장 12번가의 저택에서 ‘다녀오겠습니다’라며 레귤러스가 인사할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잘 다녀오라며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레귤러스는 다른 집에서도 으레 이렇게 해주는 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런 레귤러스가 처음 9와 3/4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 받은 충격은 꽤 컸다. 부모 혹은 가족들이 나와서 아이들을 배웅해 주는 것이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이었다. 자신이 사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레귤러스가 처음으로 내 세상이, 블랙 가가 어쩌면 비정상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성장할수록 레귤러스는 자신의 세상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걸 조금씩 알아차렸다. 화려하게 치장되어 감춰져 있었지만 그것을 들추자 드러난 모습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어쩌면 시리우스는 자신보다 훨씬 먼저 이 균열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한 걸까? 그럼 나는 어떡하지?

레귤러스는 눈을 돌려 창 너머로 승강장 구석 벽 뒤에 숨어있는 한 인영을 주시했다. 그는 블랙 가에서 보낸 하인이었다. 평소엔 레귤러스와 함께 그리몰드 저택에서 출발해 열차에 짐을 실어주고 레귤러스가 열차를 타고 무사히 출발하는 것을 보고 돌아가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승강장이나 열차 안에선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숨어 연신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아마도 시리우스 블랙을 찾고 있는 것이겠지. 레귤러스 조차도 정확힌 모르겠지만 아마 승강장 안팎으로 아버지가 보낸 마법사들이 숨어서 시리우스를 찾고 있을 것이다.

시리우스 블랙은 호그와트 5학년이 끝난 여름방학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가출한 것이다. 시리우스가 블랙 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일이야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파장이 꽤 컸다. 블랙 가의 장남이 집안과 영영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갔으니, 비단 블랙 가뿐만 아니라 마법계 전반에 걸쳐 회자되고 있었다. 시리우스의 행동을 질타하는 마법사들도 있었지만 흥미로운 가십거리로 생각하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긍지 높은 블랙 가가 안 좋은 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자 오리온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리우스가 아직까진 용케 추적을 따돌리고 있었지만 이번에 잡힌다면 절대 좋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시리우스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레귤러스에게 통보했을 때 레귤러스는 시리우스를 두둔하지도 붙잡지도 않았다.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섰다. 홀로 집으로 돌아온 레귤러스가 처음 느낀 건 막막함이었다. 그리고 곧 불안해졌다. 시리우스가 없는 집은 어릴 적 보았던 집과 다르게 보였다. 더 이상 그 곳은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다. 감춰져 있던 균열은 이제 눈에 보일 정도로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레귤러스도 이젠 결정해야 했다. 시리우스를 따라 기울어져 가는 집에서 탈출할 것인지, 아직은 견고해 보이는 집에 남아있을 것인지.

열차가 힘차게 증기를 내뿜더니 승강장을 벗어났다. 멀어져가는 승강장과 떠나가는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레귤러스는 처음 9와 3/4 승강장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다. 낯선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레귤러스의 손을 잡아준 건 시리우스였다. 어쩌면 나는 부모님께 사랑받고 있었던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내가 믿고 있던 행복이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시리우스가 곁에 있어 주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그래, 내가 믿고 있던 모든 것이 가짜일지 몰라도 시리우스만은 진짜야.

뚜벅뚜벅. 레귤러스가 앉아 있는 객실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2개월 만에 듣는 시리우스의 발소리였다.

Present Scene 8. 

“해리, 정말 거기로 갈 생각이야?”

“헤르미온느, 넌 당연한 걸 묻는다. 해리가 그럼 안 가겠어? 해리 얘는 원래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이잖아! 3년을 같이 지내면서 그렇게 겪고도 모르냐?”

“내가 너한테 물어봤니? 해리한테 물어봤거든? 그리고 난 확인차 한 번 더 물어본 거야. 해리가 쓸데없이 겁 없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래그래, 나도 그렇지만 너희 둘도 3년 동안 참 한결같이 싸운다. 아무튼 난 여전히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이니까, 꼭 갈 거야.”

해리가 대답하자 헤르미온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고선 읽던 책 -마법사들이 궁금해하는 유령에 관한 모든 것(저자 : Cate Watts)- 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반면 론은 뭔가 찝찝한 표정이었다. 평소라면 헤르미온느가 반대하고 론이 찬성했을 텐데, 뭔가 이상한데?

“론, 왜 그래? 혹시 가기 싫다면 억지로 가지 않아도 돼. 난 헤르미온느랑 같이 가도 되고 아니면 혼자 가도 괜찮고.”

“뭐? 아니, 난 가기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좀 꺼림칙해서…. 설마 해리 너야말로 나랑 같이 가기 싫은 건 아니지? 나는 빼고 헤르미온느랑 둘이서만 가고 싶은 거야?!”

“아냐! 나야 당연히 너도 같이 가는 게 좋지! 근데 뭐가 꺼림칙한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 말야. 거긴 원래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 곳인데 너를 괴롭히는 유령이 거기로 널 부른 거잖아! 뭔가 음모가 있을 거야.”

“론, 바보 같은 소리 그만해! 오두막집에 유령이 나온다는 건 루핀 교수님이 학창 시절 보름날 그곳에 몸을 숨기시면서 생긴 소문이잖아. 거긴 유령 같은 거 안 나와. 그리고 넌 호그와트에서 유령과 함께 생활하면서 뭐가 그렇게 무섭니? 남자애가 말야.”

“여기서 남자인 게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내가 언제 무섭다고 했냐? 그냥 좀 꺼림칙하다고 했지!”

헤르미온느가 책을 읽다 말고 론에게 톡 쏘아붙였고 론은 역시나 펄펄 뛰며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문의 작은 창 너머로 다른 호그와트 학생들이 그들이 탄 기차칸 안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저 둘은 올해도 여전하군.”- 있었다. 해리는 이 이야기를 두 친구 이외의 사람들이 알게 되길 원치 않았으므로 재빨리 개구리 초콜릿을 꺼내 두 사람의 입을 막았다. 초콜릿을 하나 더 꺼내 자신의 입에 넣으며 해리는 그 유령을 떠올렸다. 론도 아마 그를 봤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텐데. 그를 본다면 두렵기보단 안타까울 것이다. 자신 역시 그랬으니까.

“(우물우물) 헤르미온느 너도 오늘 아침에 물 범벅이 된 내 방을 봤잖아. (꿀꺽) 더 소름이 끼치는 건 그 유령이 내 책상을 뒤져 내 물건을 사용했다는 거야. 그 깃펜이 물에 젖어 있던 것 기억하지? 젖은 손으로 내 깃펜을 쥐고 썼다는 건데…. 난 이제 그 깃펜 안 쓸 거야.”

“하긴 막상 그 물에 찍힌 발자국들을 보니 나도 좀 소름 끼치더라.”

“너희 둘 다 그 유령을 못 봐서 그래. 막상 보면 그렇게 무섭게 생기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생겼는데? 자세히 얘기해 줘.”

“유령이 어떻게 생기긴 물에 젖은 생쥐 꼴을 하고 비틀거리면서 걸어 다녔겠지. 두 팔은 앞으로 쭉 뻗은 채로 늘어뜨리고 말이지. 가만 그러고 보니 물에 젖어있으면 물귀신인 건가? 오, 젠장할!”

“론, 그렇게 걸어 다니는 건 좀비겠지! 뭐, 온몸이 젖은 채로 물을 뚝뚝 흘리고 있던 건 맞아. 근데 걸어 다니는 건 못 봤어. 내가 눈을 떴을 땐 항상 가만히 서서 날 보고 있더라고. 그리고 그는….”

해리는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생각해봤다. 두 친구는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헤르미온느는 읽던 책까지 덮었다- 해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한 단어면 충분했다.

“그는 잘생겼어.”

“뭐?”

“잘생겼다고?”

두 친구의 황당해하는 얼굴을 보고 해리는 웃음이 나왔다. 근데 진짜 잘생긴 걸 어떡하라고! 둘 다 그를 직접 봤다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정말로 잘생겼다. 문득 그렇게 그의 얼굴을 곱씹어보던 중 해리는 뭔가가 떠오를락 말락 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묘하게 익숙했던 것이다.

“아무튼 잘생겼단 말이지. 다른 것도 좀 자세히 얘기해 봐, 해리.”

“쳇, 이젠 유령까지 잘생겨야 관심 받는 군.”

“뭐, 론이 억울해할 만큼 잘생기긴 했어. 까만 머리에 파란 눈이고 머리 길이는 론이랑 비슷하고 -“그래도 론이랑 공통점이 하나는 있네?” 헤르미온느가 키득거렸다.- 머릿결은 론보다 좋은 거 같고 -“자꾸 나랑 비교 하지 마!”- 묘하게 익숙한 얼굴인데 왜인지는 모르겠어. 내가 어디서 우연히 본 적이 있나?”

“되게 유명한 마법사의 유령인 게 아닐까? 책이나 개구리 초콜릿의 마법사 카드에서 봤을지도 몰라. 3년 전 니콜라스 플라멜도 그랬잖아.”

“해리, 그 유령 옷차림은 어땠어? 망토라든지 뭐 그런 것들. 아, 지팡이는 들고 있었어?”

론과 헤르미온느가 차례로 물었다. 옷차림이 어땠더라? 잘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굴을 보느라 옷은 제대로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유령은 딱히 눈에 띄는 옷차림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해리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대답했다.

“솔직히 옷차림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바지인 것 같아. 확실한 건 망토는 두르지 않았고 지팡이도 없었던 것 같아, 아마도.”

“그냥 평범한 차림이네. 하긴 지팡이 들고 있는 유령은 한 번도 못 봤어.”

“그러게. 이 정도로는 아무 단서도 안 되겠어. 온몸이 젖어있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물에 빠져 죽었을 거라는 것 밖엔….”

“헤르미온느, 소름끼치는 소리 좀 하지 마! 넌 물귀신이 원한이 깊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니? 이젠 우리 방에 나타날지도 몰라.”

“론, 너야 말로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리고 넌 호그와트의 역사는 여전히 안 읽어봤구나? 호그와트엔 마법이 걸려있어서 유령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있어. 즉, 그 유령이 호그와트에 오면 모두에게 모습이 보이게 되는 거지. 근데 그 유령은 줄곧 해리한테만 모습을 보였잖아? 론, 너는 해리와 같이 있었는데도 말이지. 그러니까 그 유령은 해리 이외엔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내 추측이지만 아마 그 유령이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오진 않을 거야.”

“그래서 피투성이 바론이나 모우닝 머틀이 보이는 거구나. 역시 넌 참 쓸데없는 걸 많이도 알고 있어, 그리핀도르 수석 헤르미온느님!”

결국 론과 헤르미온느는 3차전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해리도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기차가 호그스미드 역에 가까워지고 있어 기차 안은 북적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해리는 창밖으로 가까워지는 호그스미드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호그스미드,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 헤르미온느 말대로 그는 다른 사람에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걸까? 어째서?

 Past Scene 8.

레귤러스, 잘 지냈어?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키가 좀 큰 건가? 이런, 왜 그렇게 입을 삐죽 내밀고 계실까나. 2개월 만에 보는 형님이 반갑지도 않은 거야? …진짜 화 많이 난 거야? 그래, 내가 다 미안해. 너 혼자 내버려 두고 떠난 것도 너 걱정시킨 것도 전부 다 미안해.

그동안 걱정 많이 했구나. 왜 연락 한번 없었냐고? 나도 연락하고 싶었어, 정말이야. 근데 블랙 가로 연락하는 건 너무 위험해서 그랬어. 블랙 가로 부엉이를 보냈다간 바로 추적 마법에 걸려서 난 그대로 아버지한테 머리채를 잡혀서 끌려갈 테니까. ‘별의 거울’은 어쨌느냐고? 그것도 안심할 수가 없어서 그랬어. 물론 너를 의심한 건 아니야, 절대로! 내 말은 저택 안에서 사용하는 건 위험하다는 거지. 아버지는 내가 흔적을 남긴다면 틀림없이 너에게 남길 거라는 걸 잘 알고 계실 테니까. 너도 감시 받고 있다는 걸 느껴서 나한테 먼저 말을 걸지 않은 거잖아. 하하, 당연히 알고 있었지. 네 맘 다 알아, 레귤러스.

그 동안 어디서 뭐 하고 지냈었냐고? 제임스네 집에서 신세 좀 졌지. 친구 좋다는 게 뭐겠어? 걱정 마, 난 아주 잘 지냈으니까. 제임스랑 내가 뭘 약속한 지 알아? 나중에 우리가 어른이 돼서 각자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 서로 그 아이의 대부가 되어 주기로 했어. 어때, 멋지지? 뭐? 포터 주니어 때문에 호그와트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으하하! 그 정도는 돼야 제임스 포터의 아들이고 시리우스 블랙의 대자라고 할 수 있지! 그리고 또 무슨 얘길 했더라? 맞다, 호그와트 졸업하면 뭘 할 건지 얘기했었어. 제임스는 퀴디치 선수도 되고 싶고 오러도 되고 싶고 이거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이래. 리무스는 자길 받아주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했지만 내심 교수가 되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리무스라면 좋은 교수가 될 수 있을 텐데…. 피터는 일단 NEWT나 무사히 통과했으면 좋겠대.

 나는 뭐 할 거냐고? 솔직히 잘 모르겠어. 레귤러스, 우리는 그런 거 생각 안 해봤잖아? 블랙 가에 있는 게 당연한 거였으니까. 근데 난 절대 블랙 가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지금 마법 세계 분위기가 어떤지 너도 느끼고 있지, 레귤러스? …블랙 가에 있는 건 위험해. 내가 아직은 어리고 힘이 없어서 너까지 책임질 순 없지만 내가 졸업하고 준비가 되면 꼭 널 블랙 가에서 꺼내줄게. 진짜야, 맹세할게. 널 그곳에 버려두지 않을 거야. 너를 혼자 두진 않을 거야, 절대로.

- 201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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