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NCP] 유령 (완결)

[해리포터/NCP] 유령 03

침입자의 정체는 정말로 유령일까?

Present Scene 5.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찰박찰박 하는 물에 젖은 발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몸의 긴장을 풀고 어떻게든 악몽에서 깨어나려 손끝을 조심스럽게 움직여보았다. 빌어먹을, 몸은 조금도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럼 눈은? 해리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고 뜻밖에도 눈이 번쩍 떠졌다. 뭐야, 꿈에서 깨어난 건가? 한밤중이라 방 안은 어두컴컴해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어둠에 익숙해지자 방 안 광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해리가 시선을 침대 끝으로 내렸을 때 어김없이 그 곳에 서 있는 검은 형체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지난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머리와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온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어둠에 익숙해질수록 더욱 또렷이 보였다. 해리는 이상하게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가 고개를 들자 그의 파란 눈과 해리의 녹색 눈이 똑바로 마주쳤다. 해리는 그 파란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 눈은 너무 공허했고 너무 슬펐으며 너무나 외로웠다. 해리는 뼛속까지 사무치는 외로움에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동안의 공포감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알 수 없는 자를 향한 연민만이 강하게 해리를 사로잡았다.

해리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날이 밝아있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는지 아니면 다시 잠들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파란 눈만이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해리는 론을 깨워 또 악몽을 꿨다고 얘기하고 함께 일어나 조심스럽게 침대 발치를 확인했다. 역시나, 또 물이 고여 있었다. 딱 한 사람이 서 있던 자리만큼.

이쯤 되면 론도 평범한 악몽은 아니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간밤엔 비가 오지도 않았고 창문을 열어두지도 않았으며 프레드와 조지가 물 폭탄을 던지지도 않았고 지붕에 물이 샐만한 곳은 없었다. 누군가 이 방에 들어왔었다. 온몸에 물을 뚝뚝 흘리면서.

결국 둘은 이 정체불명의 현상을 헤르미온느에게 얘기하기로 합의했다. 둘이서 고민해봤자 머리만 아프니, 헤르미온느라도 끌어들여서 같이 고민하면 머리가 조금 덜 아프겠지. 셋 중 제일 똑똑한 그녀라면 뭔가 해답을 제시할지도 모른다.

다이애건 앨리에 도착하자 해리와 론은 미리 생각해둔 핑계를 대며 헤르미온느를 데리고 위즐리 가족에게서 빠져나왔다. 눈치 빠른 그녀는 해리와 론이 뭔가 할 얘기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순순히 따라 나왔다. 위즐리 가족과 멀어지고 마법사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 구석에 도착하자 헤르미온느는 곧바로 두 친구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둘 다 솔직하게 말해야 할 거야.”

“사고라니, 우린 아무 짓도 안 했어. 오히려 우린 피해자인데! 아무튼 해리 네가 말해.”

론이 궁시렁거리며 대답하고 해리를 향해 눈짓했다. 해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프리벳가에서부터 시작 된 이상한 현상을 되도록 자세히 이야기했다. 물에 젖은 그 남자, 그 파란 눈. 해리는 새벽에 봤던 그 남자의 얼굴이, 그 눈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왜 나를 찾아온 걸까?

“그러니까 지금까지 세 번, 그 정체불명의 남자가 새벽에 해리를 찾아왔다는 거지? 하지만 그 남자는 해리만 볼 수 있고, 론은 보지 못 했고. 대신 그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 물자국은 확실히 봤고?”

“그래, 오늘 아침에도 분명히 봤어.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에 물이 고여 있을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버로우에 다른 마법사가 침입할 수도 없고. 만약 정말 누군가 우리 방에 들어왔다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알아차리지 못 할 리가 없는데 말야.“

“있잖아, 내가 하나 생각나는 게 있긴 하거든?”

“뭐, 뭔데??”

“오, 역시 헤르미온느! 그리핀도르 수석은 다르구나!”

“조용히 해, 론! 근데 확실한 건 아니고 나도 추측이긴 한데.”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해리와 론은 덩달아 긴장한 채로 조용히 그녀가 입을 열길 기다리고 있었다.

“해리, 너 혹시 가위눌린 거 아니니?”

Past Scene 5.

‘레귤러스, 선물이야.’

레귤러스는 시리우스가 건네준 작은 상자를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의 상자는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었다. 레귤러스는 포장지를 찢지 않고 접힌 모양 그대로 펼치려 노력했다.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벗기고 박스를 열자 안에 들어있는 건 거울이었다. 정사각형 모양의 거울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레귤러스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거울 속에 시리우스의 얼굴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놀라서 시리우스를 바라보자 시리우스는 씨익 웃으며 레귤러스가 들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거울을 내밀었다.

‘어때? 신기하지? 이 거울은 두 개가 짝인데 두 사람이 나눠 갖고 거울을 보며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면 서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대화할 수 있어.’

‘멋지다! 이거 어디서 구했어?’

‘제임스랑 몰래 녹턴 앨리에 가서 사 왔지. 나 호그와트에 있는 동안 너 혼자 내버려 둔 게 신경 쓰여서. 너도 이제 호그와트 입학하면 자주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게 있으면 좋잖아?’

‘응, 좋아. 이 거울 이름이 뭐야?’

‘그런 거 없는데. 레귤러스, 네가 지어봐.’

‘블랙의 거울.’

‘윽, 블랙이 들어간 건 싫어. 다른 거 없어?’

‘그럼 별의 거울(The Mirror Of The Stars)?’

‘좋아, 시리우스(Sirius)와 레귤러스(Regulus)의 거울이니까. 별의 거울로 하자.’

Present Scene 6.

“뭐? 뭐에 눌린다고?”

“가위눌림(sleep paralysis) 말이야. 론, 이게 뭔지 몰라? 마법사들은 가위에 안 눌리나?”

해리는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자고 있을 때 갑자기 몸이 안 움직이고 환청이 들리거나 환영이 보이는 건, 영락없는 가위눌림이 아닌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머글세계에서 살아가면서 해리 역시 유령을 무서워하는 평범한 아이였기에, 가위눌림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은 없었지만 머글 학교에 다닐 적 친구들의 경험담은 많이 들었었다. 이걸 마법사가 되고 경험하게 되다니. 마법 세계에 너무 익숙해진 탓인지 해리는 자신이 가위에 눌렸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잠깐, 그럼 날 찾아온 남자가 유령이란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네? 으으, 무서워라.”

“아, 진짜! 나한테도 설명 좀 해달라고! 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유령이 되는 건데?”

“론, 가위에 눌린다는 건 수면 중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걸 말하는 거야. 원인은 정확히 알 수가 없는데 머글세계에선 유령이 찾아와서 자고 있는 사람한테 가위를 건다는 속설이 있어. 실제로 가위에 눌리면서 유령을 봤다는 경험담도 꽤 많고.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했지만.”

“그러니까 목이 달랑달랑한 닉 같은 유령이 자고 있는 머글한테 가서 마법을 건다는 거지? 거참, 악취미일세! 근데 해리는 마법사잖아? 그리고 유령이 마법을 건다는 얘긴 못 들었는데. 그냥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정도면 몰라도.”

“이건 그냥 속설이라고, 속설! 제대로 증명된 게 아니란 말야. 그냥 정황상 해리는 가위에 눌렸고 그 남자는 유령인 게 그럴듯하니까 한 번 얘기해 본 거야. 나도 잘 몰라.”

“뭐야, 너도 잘 모르니까 괜히 찔려서 나한테 짜증 내는구나? 그 잘난 헤르미온느도 모르는 게 다 있네? 이제 ‘호그와트의 역사’는 그만 읽고 유령에 관한 책이나 찾아서 읽지 그래?”

“뭐라고? 그러는 론 너는 뭐하나 그럴듯한 의견이라도 있으면 말해보시지!”

론과 헤르미온느는 언제나 그랬듯 투닥거리기 시작했지만 해리는 혼자 생각에 잠겨있었다. 정말 그 남자가 유령인 걸까?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왜 죽은 거지? 왜 그렇게 외로운 눈을 하고 있는 거야? 왜?

Past Scene 6.

[자, 그러면 레귤러스 블랙. 넌 어디에 가고 싶니?]

어디에 가고 싶으냐고?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갈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난 어린 마법사들의 자질을 파악해 그들에게 맞는 기숙사를 찾아 보내주는 역할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단다. 내 생각에 너는 슬리데린도 그리핀도르도 잘 어울려. 다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네 인생이 달라질 거라는 강한 예감이 드는 구나. 아무튼 선택은 네 몫이지.]

레귤러스는 머릿속에서 울리는 기숙사 배정 모자의 말에 혼란스러웠다. 나보고 선택하라니…,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괜찮은 거야?

모자는 레귤러스에겐 조금 커서 눈썹 아래까지 내려와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다. 레귤러스는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연회장에 앉은 모든 호그와트 학생들의 시선이 레귤러스를 향해 쏠려있었다. 모두들 그 유명한 블랙 가의 둘째 아들이 어느 기숙사에 배정될까 궁금한 모양이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레귤러스는 단 번에 시리우스를 찾았다. 시리우스는 조금 초조해 보였지만 애정 어린 눈길로 레귤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시리우스랑 같은 기숙사에 가고 싶어.

[그럼 그리핀도르에 가면 되겠군. 어때, 그리핀도르에 들어갈래?]

그렇지만 부모님이 실망하실 거야. 레귤러스는 호그와트 열차를 타기 전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떠올렸다. ‘너만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레귤러스. 슬리데린 이외의 기숙사는 갈 생각도 하지 마라. 넌 꼭 슬리데린에 들어가야 돼. 설마 시리우스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사랑스런 레귤러스, 아버지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되어 주렴.’

[그렇다면 슬리데린?]

하지만 슬리데린에 가면 시리우스가 실망할지도 몰라…. 레귤러스는 이번엔 시리우스의 말을 떠올렸다. ‘레귤러스, 너도 그리핀도르에 오면 좋겠다. 그리핀도르에 와! 그럼 정말 멋질 거야. 너도 그리핀도르라면 우린 정말 최고의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될 거야. 아…, 아니다.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레귤러스.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 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을 거야.’ 시리우스는 정말 내가 어디로 가든 이해해 줄까? 내가 슬리데린에 가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몰라, 모르겠어. 그냥 당신이 결정해 줘. 당신은 기숙사 배정 모자잖아! 어서 네 할 일을 해! 난 몰라, 모른다고!

레귤러스는 모자를 도로 푹 눌러쓰곤 눈을 감았다. 여러 생각들이 뒤죽박죽 엉켜서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레귤러스는 울고 싶었다. 머릿속에서 자꾸만 아버지와 형의 목소리가 서로 싸우듯 울려 퍼졌다.

너만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레귤러스.

레귤러스, 너도 그리핀도르에 오면 좋겠다.

슬리데린 이외의 기숙사는 갈 생각도 하지 말아라.

그리핀도르에 와! 그럼 정말 멋질 거야.

넌 꼭 슬리데린에 들어가야 돼.

너도 그리핀도르라면 우린 정말 최고의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될 거야.

설마 시리우스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아니다.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레귤러스. 그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사랑스런 레귤러스, 아버지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되어 주렴.

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을 거야.

너만은 날 실망시키지 않길…, 넌 꼭 슬리데린에…, 레귤러스, 아버지에게 자랑스런 아들이…, 레귤러스, 레귤러스, 레귤러스, 날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레귤러스.

[좋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지 않기를….]

잠깐, 기다려! 슬리데린에 가겠어! 날 슬리데린에 보내 줘!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건가, 어린 블랙? 선택도 결과도 모두 네 몫이라는 걸 명심하렴.]

연회장에 슬리데린을 외치는 모자의 목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곧바로 슬리데린 테이블에선 기다렸다는 듯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레귤러스는 감았던 눈을 떴다. 후들거리는 팔을 들어 올려 모자를 벗어 앉았던 자리에 두고 슬리데린 테이블을 향해 내려갔다. 레귤러스는 일부러 시선을 슬리데린 테이블을 향해서만 두고 걸었다. 다른 곳을 바라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다른 곳을 바라봤다가 시리우스와 마주칠까 두려웠다. 시리우스의 실망한 얼굴을 보기가 두려웠다. 내가 옳은 결정을 내린 걸까?

그 후 이어진 환영 만찬을 레귤러스는 도무지 즐길 수가 없었다. 식탁에 쌓인 음식들은 먹음직스러웠지만 레귤러스는 불안감에 제대로 삼키지도 못 했다. 그렇게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 어느새 만찬은 끝이 났고 슬리데린 반장이 신입생들을 기숙사로 안내하겠다며 일어섰다. 레귤러스는 재빨리 그 뒤를 따라붙어 연회장을 벗어났다. 연회장을 벗어나 복도로 나오자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반장의 안내를 받아 지하에 위치한 슬리데린 기숙사 안 배정 받은 방으로 들어간 레귤러스는 문을 잠그고 그대로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곤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찾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별의 거울이었다. 레귤러스는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며 시리우스의 이름을 부르려다 이내 멈칫 했다. 시리우스는 화났을 거야. 내가 원하는 기숙사로 가도 좋다고 했지만 슬리데린에 가는 걸 원하진 않았을 거야. 나한테 실망했겠지. 나한테 화났겠지. 내가 밉겠지. 레귤러스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레귤러스? 기숙사에 도착한 거야?’

순간 들려온 시리우스의 목소리에 레귤러스는 몸을 움찔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엔 장난스런 표정의 시리우스가 있었다. 레귤러스는 밀려오는 안도감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레귤러스, 우는 거야? 혹시 누가 괴롭히기라도 했어? 누구야, 슬리데린 녀석들이야? 이 자식들,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아니야, 시리우스. 난 괜찮아.’

레귤러스가 대답하더니 재빨리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었다. 다행이다, 시리우스는 날 싫어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야…. 레귤러스는 그제야 활짝 웃었다. 레귤러스의 웃는 얼굴을 보자 시리우스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행이고. 혹시 나랑 같은 기숙사가 아니라서 실망한 건 아니지? 난 괜찮아. 물론 아쉽긴 하지…, 그래도 어쩌겠어. 모자가 그렇게 선택한 건데. 내 생각에 그 모자는 이제 고물인 것 같아. 기숙사 배정 모자가 마법사 볼 줄 너무 모르는 거 아냐? 레귤러스는 딱 봐도 그리핀도르인데! 그래서 나랑 제임스가 덤블도어 교수님한테 기숙사 배정 모자를 바꿔야 한다고 진지하게 건의해 볼 생각이야. 정말 진지하게 할 거야. 우리 식대로 진지하게 말이지. 아무튼 기대해도 좋아! …아, 솔직히 조금 아쉽긴 하다. 물론 아주 조금 아쉬워. 그래도 하필 슬리데린이라니…. 레귤러스, 모자한테 조금만 더 강력히 주장하지 그랬어. 하여튼 조만간 이 모자를 한 번 손 봐줘야겠어. 내가 전에 얘기했었나? 작년에 몰래 덤블도어 교수님 사무실에 들어갔었는데 그때 선반 위에 놓인 기숙사 배정 모자를 발견하고는….’

그렇게 두 형제는 밤이 깊어갈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거울 속에서 들려오는 시리우스의 즐거운 목소리에 레귤러스는 행복해졌다. 그랬다, 행복했다. 레귤러스는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거라고, 즐거운 날들만 가득할 거라고 믿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레귤러스에게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레귤러스는 이내 꾸벅꾸벅 졸다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레귤러스, 네가 슬리데린이어도 넌 내 동생이야. 난 항상 네 편이야. 우린 형제니까. 너도 항상 내 편이지? …잘 자, 레귤러스. 좋은 꿈 꿔.’

- 2012. 11. 26.


* 글 속에서 묘사된 별의 거울은 불사조 기사단에서 시리우스가 해리에게 준 거울과 같은 거울이 맞습니다. 별의 거울이라는 이름만 제가 임의로 붙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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