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NCP] 유령 02
정체불명의 존재는 무엇이며 왜 해리에게 나타나는 걸까?
Present Scene 3.
잠자던 해리는 익숙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순간 불길하고 오싹한 느낌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역시나 움직여지질 않았다. 또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또 그 일이 일어난 거다. 해리는 침착하게 이건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불안감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똑- 똑- 똑-
끼이익- 탁-
오, 젠장! 이건 꿈이다. 꿈일 거야…. 그래, 난 지금 악몽을 꾸고 있을 뿐이야.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마인드 컨트롤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해리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안심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해리는 눈을 감고 있는데 마치 눈을 뜬 것처럼 시야가 열리고 있었다. 처음엔 천장이 보이더니 점점 방 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잠들었던 론의 방이었다. 그리고 점점 시야가 넓어지더니 바로 옆에 론이 자는 모습은 물론 침대 아래쪽 바닥까지 방 전체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혼란스러워하며 방을 살펴보던 해리는 자신의 발치를 보고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못 하고 숨만 콱콱 막혔다. 그곳엔 어떤 사람이 서 있었다.
해리는 두려움에 떨면서 자신의 발치에 서 있는 형체를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방은 어두웠지만 ‘그것’만큼은 생생히 보였다. ‘그것’은 확실히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론이랑 비슷한 길이의 까만 머리를 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사람이 저렇게까지 고개를 숙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거의 90도에 가깝게 숙이고 있어 억지로 목을 꺾어 놓은 거 같은 모양새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름 끼치는데 다행히 얼굴은 보이지 않아서 해리는 그나마 안도했다. 만약 눈이 마주친다면 정말 기절할지도 모른다. 팔은 양옆으로 축 늘어뜨리고 있었는데 하얀 소매 아래로 보이는 손은 너무나 창백해서 하얗다 못해 파랗게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사실은, ‘그’는 온몸이 젖어있었다. 옷은 젖어서 몸에 딱 달라붙어 있고 머리카락과 손끝에선 물이 계속 떨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선 온몸이 서늘해질 정도의 냉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 새벽 자신의 방을 돌아다녔던 존재가 분명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정체가 뭐야? 생각할수록 해리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방안은 보이지 않고 오직 그 형체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때, 그 형체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오, 안 돼! 제발! 해리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거의 그것의 얼굴이 보이려고 하는 찰나.
“해리, 해리!”
“헉!”
론이 해리의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흔들었고, 해리는 번쩍 눈을 떴다. 해리가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앉으며 숨을 헐떡였다. 론은 식은땀을 흘리며 멍하니 앉아있는 해리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너 괜찮아? 네가 끙끙거리는 소리에 깼는데 자세히 보니까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내가 또 악몽을 꾼 건가? 해리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론에게 기댔다. 론이 해리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고 해리는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순간 해리는 자신이 본 것을 떠올리며 론의 어깨 너머로 침대 발치를 바라보았다.
그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 해리는 안도하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러나 곧 무언가를 발견하고 몸을 움찔하더니 침대 옆에 둔 안경을 찾아 허겁지겁 썼다.
“해리 설마 악몽 꾼 거야? 아까 낮에 말했던 그….”
“론, 일어났을 때 아무것도 못 봤어? 침대 발치라든가 아무튼 방 안에서.”
“뭐야? 난 아무것도 못 봤어. 이 방엔 너랑 나 둘뿐인데 무슨 소리야?”
해리는 조용히 손을 들어 침대 끝 바닥을 가리켰다. 론이 의아한 표정으로 해리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더니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바닥엔 정체 모를 물이 고여 있었다.
Past Scene 3.
레귤러스 블랙은 크리스마스가 좋았다. 레귤러스는 매년 부모님과 함께 순수혈통 마법사들이 모이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고 그 곳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어머, 블랙 부인, 아드님이 너무 예쁘네요! 귀여운 도련님, 악수 한 번 해도 될까요?’
‘네가 레귤러스 블랙이구나! 이렇게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을 둬서 좋으시겠어요, 오리온 블랙.’
레귤러스는 이런 칭찬을 받는 게 기분 좋았다. 시리우스는 이런 파티는 지루하고 어른들은 입에 발린 소리만 늘어놓는다며 싫어했지만 레귤러스는 시리우스와 함께 파티에 참석하는 게 즐거웠다. 시리우스와 함께 다니면 사람들의 관심과 칭찬은 배가 되었고 레귤러스는 사람들이 시리우스를 칭찬할 때마다 자신이 칭찬 받은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졌다. 파티엔 마법사들의 캐럴과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고 레귤러스는 선물을 잔뜩 받았다. 크리스마스는 1년 중에서도 특별히 더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더욱 특별했다. 호그와트에 입학한 시리우스가 처음으로 휴일을 맞아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레귤러스는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시리우스가 집에 오는 날, 레귤러스는 일찍 일어나 깨끗이 씻고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시리우스를 기다렸다.
8시, 9시, 10시,
‘시리우스는 언제 오는 거야?’
11시, 12시,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식당으로 가실까요, 도련님?’
1시, 2시, 3시,
‘어머니, 시리우스는 언제 와요?’
4시, 5시, 6시,
‘레귤러스 도련님,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7시, 8시, 9시,
‘시리우스는 왜 안 오지?’
시리우스는 크리스마스에 집에 오지 않았다. 레귤러스는 처음으로 시리우스가 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냈고 그것이 너무너무 서러웠다.
‘시리우스가 없는 크리스마스 같은 거 생각해 본적 없어!’
레귤러스는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 후 시리우스는 호그와트 재학 중 크리스마스 연휴에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Present Scene 4.
날이 밝자 해리와 론은 곧장 위즐리 부인을 찾아가 자신들이 겪은 일을 얘기했지만 몰리 위즐리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너희가 간밤에 창문을 열어놓고 자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프레드나 조지가 너희가 잠들었을 때 몰래 물 폭탄을 던졌겠지. 아무튼 깨끗이 닦아놓으렴.”
해리와 론은 풀이 죽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꿈 얘기를 전부 다 하기엔 꺼림칙해서 그냥 물이 고여 있었다고만 얘기했으니 당연한 대답이긴 했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이 정도의 사건인 것이다. 하지만 해리는 누군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두 친구는 온종일 머리를 맞대고 이 일에 대해 고민해봤지만 그럴듯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해리는 그 물에 젖은 사람이 자신을 두 번째로 찾아왔다고 주장했지만 론은 버로우엔 탐지 마법이 걸려있어서 누군가가 침입하면 알 수 있는 데다 자신은 그 사람을 못 보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누군가 침입한 건 아니라는 건데, 납득하기엔 영 꺼림칙했다. 그 물에 젖은 사람은 왜 날 찾아오는 걸까?
그날 밤 해리와 론은 긴장감 속에 잠을 설쳤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다음 날에도 그다음 다음날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그냥 악몽을 꾼 거고 물은 이번에도 우연히 고여 있던 걸까? 해리는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지만 일단 아무 일도 없으니 걱정은 잠시 미뤄두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퀴디치 월드컵도 끝났고 헤르미온느도 버로우에 합류해 함께 남은 시간을 보냈다. 론과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겐 악몽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아직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었고 지금처럼 큰 사건 -퀴디치 월드컵에서 죽음을 먹는 자의 표식이 나타난 사건- 이 일어난 시기에 괜히 쓸데없이 얘기했다간 헤르미온느는 당장 덤블도어 교수님께 얘기해야 한다는 둥 볼드모트의 수하가 널 노리는 게 분명하다는 둥 잔소리를 해댈게 뻔해서였다. 그리고 해리는 그 후론 악몽도 꾸지 않으니 이젠 다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다이애건 앨리에 가서 4학년 준비물을 사기로 약속하고 그들은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론과 침대에 눕는데 해리는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그 존재’가 또다시 나타날 거 같은 느낌에 불안해져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해리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깨었다. 등골이 오싹하고 몸이 딱딱하게 굳는 이 느낌을 해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 어쩐지 자기 전에 느낌이 안 좋더라니!
똑- 똑- 똑-
끼이익- 탁-
…젠장, 또 왔다.
Past Scene 4.
레귤러스 블랙은 응접실에 앉아서 책을 읽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는 시리우스가 없는 생활에도 익숙해져서 혼자서 지내는 게 처음만큼 쓸쓸하진 않았다. 레귤러스 블랙의 세상은 그래도 아직은 행복했다.
그때 그리몰드 저택의 집요정들이 분주하게 현관으로 모여들더니 곧이어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시리우스 블랙이 들어왔다.
‘시리우스 도련님, 어서 오세요!’
상체를 90도로 숙이며 끽끽거리는 목소리로 인사하는 집요정들을 시리우스는 떨떠름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터벅터벅 집 안으로 걸어갔다.
‘시리우스다!’
레귤러스는 곧장 현관으로 달려가 형에게 안겼다.
‘레귤러스! 잘 지냈어?’
레귤러스를 보자 찌푸렸던 시리우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레귤러스도 밝게 웃었다. 시리우스가 돌아오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시리우스는 레귤러스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자신에게 줄 선물을 사 왔다고 했고 해줄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레귤러스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시리우스, 잠깐 아버지 좀 보자.’
그때, 오리온 블랙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시리우스를 불렀다. 시리우스는 걸음을 멈추더니 등 뒤의 아버지를 잠깐 쳐다보고는 레귤러스에게 속삭였다.
‘먼저 방에 들어가 있어.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나오지 말고, 알았지?’
레귤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리우스가 건넨 가방을 받아서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엔 오리온과 발부르가가 고함치는 소리, 시리우스가 화내는 소리 등이 들려왔지만 레귤러스는 시리우스가 시킨 대로 가만히 방 안에만 있었다. 무서웠다. 침대 위로 올라가 시리우스의 가방을 꼭 끌어안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레귤러스는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곧 누군가 이불을 걷더니 레귤러스를 꽉 끌어안았다.
‘레귤러스, 무서웠어?’
시리우스였다. 레귤러스는 안심하며 고개를 들고 형의 얼굴을 올려다보곤 깜짝 놀랐다. 시리우스의 눈가는 멍들고 입술을 터져있고 뺨은 부어있었다.
‘미안, 보기 안 좋지? 하여튼 아버지도 웃긴 다니까. 그렇게 머글을 혐오하더니 자식한테 머글식으로 주먹을 휘두르지 않나. 너도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시리우스는 씨익 웃었지만 힘들어 보였다. 레귤러스는 복받치는 감정에 시리우스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어째서 내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걸까?
- 201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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