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제릴] Fly to the moon

이제 달로 데려다주시겠어요, 내 사랑? -w. 20.10.31.

해리포터 by 래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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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에게 할로윈의 첫 이미지는 푸른 달빛이 내리는 창, 그림자, 나긋한 속삭임, 그리고 감긴 녹안의 밤을 몰아내는 선명한 녹빛이다.

닿지 않는 은빛 눈물은 큰 눈에 맑은 눈물을 가득 담고 우는 아이가 보기에는 너무나 흐렸다.

* Fly to the moon :: 제임스 & 릴리

릴리는 아이를 안아줄 수 없는 손으로 얼굴을 덮고 엉엉 울었다.

제임스는 거의 계단을 날아올라가 문고리를 쥐었다. 그리고 그는 문을 쑥 지나치는 손을 망연하게 바라보다 그대로 문을 넘었다.

“제임스, 해리가 살았어. 그자가 내 눈앞에서 스러졌어… 해리가, 우리 아이가 살았어…”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눈송이처럼 표면에 닿는 대로 흩어졌다. 제임스는 누워있는 릴리의 시신과, 여전히 안긴 채로 울고 있는 아기를 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시퍼렇게 뜨고 있어 맺혀있기만 하던 눈물이 주르륵 뺨을 탔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젊은 부부는 서로의 손을 잡는 척을 하며 한참을 울었다.

제임스는 그대로 손을 끌어당겼고, 릴리가 그를 안았다. 그들은 달빛을 등지고 빈 요람 위에서 느리게 돌았고, 자장가를 흥얼거리며 반주삼아 춤이라고도 부를 수 없이 단순하게 돌고 돌았다. 어지럽지 않았다.

빙글빙글 도는 그들 사이에 있던 모빌이 딸랑이는 소리를 내었다. 소란이 잦아든 포터 저택을 밤이 안온하게 감쌌다. 더이상 해리는 울지 않았다. 지쳐잠들었을까?

세상이 잠들었다.

“이제 달로 데려다주시겠어요, 내 사랑?”

제임스는 어느새 장난스러운 소년이 되어, 조심스럽게 잡은 손등에 입을 맞추며 씩 웃었다.

“물론이죠, 레이디.”

활짝 열린 널따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아이가 감기가 걸릴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손을 붙잡고 창문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라도 분 듯이 탁 닫혔다. 더욱 선명히 닿는 달빛에 반투명한 그들의 일부가 반짝였다. 겹친 손이나, 머리카락 끝처럼 늘 빛이 난다고 생각했던 곳들.

이제 그들의 무대는 하늘이었다. 허공을 밟는 유령들은 또다시 서로를 이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딛는 발이 망설임없이 미끄러졌고, 누군가와, 어딘가에 부딪힐 걱정없이 시원하게 춤선을 뻗었다. 제임스와 릴리는 서로를 들어올릴 때마다 상대의 키스를 받으며 웃었다. 흘러내려도 상관 없는 머리카락을 괜히 쓸어넘겨주는 체하며, 밟혀도 아프지 않은 발이 괜히 얼얼하다고 농담했다.

그들은 달에 닿았다. 곳곳의 할로윈 파티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그들은 달에 잠들 운명이었다.

이제 어떻게 될까. 이 망자의 정거장에서 이대로 잠드는 걸까? 우리는 이렇게 사라지는 걸까?

“왜 우리가 죽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은 하지 말도록 하자.”

어린 마음이 자꾸 억울해 한다. 꽃피웠어야 했을 젊음은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다.

나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지만 암울했고 사랑이 나를 비추었는데, 빛을 보았는데. 이제는 빛에 눈을 뜨고 물을 마시며 자라야하지 않냐고. 이렇게 시들기만 하다 썩어가는 것이 삶이라면, 왜 싹이 터서 썩는 괴로움만을 안겨주냐고 묻는다.

“우리의 사랑은 죽지 않았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곪은 상처를 잘라내고 피흘리면서도 붕대로 동여맬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릴리는 밝은 미소를 입가에 걸고 속삭였다.

–Good night, my dear deer.

우리는 그저 긴 잠에 빠지는 것뿐이니.


“시리우스, 왜 이렇게 일찍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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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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